메르세데스-벤츠 GLC 220d 4MATIC 시승기, 대박난 이유가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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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GLC의 돌풍이 무섭다. 2016년에는 SUV 판매에 집중하겠다는 각오가 발표된 첫 달인 지난 1월, GLC는 619대가 등록되며, 월간 수입차 판매 2위에 올랐다. 꾸준히 1위 자리를 지키던 티구안에 불과 12대 뒤지는 수치다. 그 동안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내에서 SUV의 판매 비중이 턱 없이 낮았던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괄목할 수준이 아니라 까무러칠 수준이다.
물론 최근의 SUV 인기와 무관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다 설명이 되지는 않는다. 결국 상품성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GLC는 메르세데스의 기함 S클래스에서부터 시작된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그대로 적용된 새로운 디자인이 과거 딱딱했던 디자인에 비해 보다 많은 대중들로부터 지지를 얻게 됐다. 고급스러운 디자인에다 넓어진 실내 공간까지 더해져 이제는 컴팩트 SUV 수준을 넘어서게 됐고, 엔진은 그대로지만 새롭게 적용된 9단 변속기가 이미지를 리드했다.
굳이 꼭 집어 이야기하자면 베스트셀러인 E클래스와 비슷한 가격, 똑 같은 휠베이스로 인해 더 넓어 보이는 실내 공간, 최고급 세단을 닮은 디자인에 SUV의 높은 인기까지 더해지니, 동급 경쟁 SUV 구매희망 고객은 물론 E클래스 급의 세단을 구매하려던 고객들까지 GLC로 눈길을 돌리게 됐다고 볼 수 있겠다. 실제로 지난 연말 970대를 판매해 티구안에 이어 2위를 차지했던 E220 블루텍이 1월에는 555대로 4위로 내려간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다행인 것은 GLC 판매 대수 만큼 E클래스 판매가 줄어든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작년 이전에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컴팩트 모델 이름에는 'K'가 붙었었다. CLK, SLK, GLK. 독일어로 작다, 짧다는 뜻의 'kurz'라는 단어의 머릿글자를 붙인 것이다. 그런데 지난 해 작명법을 전체적으로 새로 손 봤다. A, C, E, S를 기준으로 SUV와 쿠페 혹은 로드스터 등의 이름을 통일시킨 것이다. SUV는 GL로 통일하고 클래스에 따라 GLA, GLC, GLE, GLS로 이름을 바꿨다. 훨씬 정리된 느낌이 든다. 강력한 오프로드 SUV인 G-클래스는 이름을 그대로 두었다.
이렇게 해서 GLK의 2세대 모델은 이름이 GLC로 바뀌었다. 이름에서 또 하나 바뀐 부분은 과거 '220 CDI'라고 표기하던 디젤 표기법을 '220d'로 바꾼 것이다. 그래서 이름이 '메르세데스-벤츠 GLC 220d 4MATIC'이 됐다.
GLK에서 GLC로 진화하면서 바뀐 부분의 가장 큰 핵심은 디자인과 크기다.
우선 차체는 GLK대비 길이가 125mm 늘어났는데, 그 중 휠베이스가 120mm 늘어났다. 거의 뒷좌석 공간 확보에 사용됐다고 볼 수 있겠다. 폭은 50mm 늘어나고, 키는 30mm 낮아졌다. 크기가 4,660 x 1,890 x 1,640mm에 휠베이스가 2,875mm다. BMW X3의 4,657 x 1,881 x 1,661mm, 2,810mm와 비교하면 각각 3, 9, -21, 65mm가 더 크다.
휠베이스가 늘어나면서 공교롭게도 현재 판매중인 E클래스와 휠베이스가 같아졌다. (일부 자료에서는 E클래스의 휠베이스를 2,874mm로 표기하는 곳도 있음.) C클래스를 베이스로 개발된 SUV이지만 실내 공간이 E클래스 급이라는 이야기다.
거기다 가격도 E-클래스 세단과 거의 비슷하다. GLC 220d 4매틱이 6,390~6,710만원, E220 블루텍이 6,280~6,470만원으로 GLC가 조금 더 비싸다. 4매틱을 갖춘 SUV이면서 실내 공간은 비슷하고, 가격 차이가 이 정도라면 많은 이들이 GLC에 눈길을 돌릴 만하다.
디자인은 과거 독일병정처럼 각지고 딱딱했던 분위기의 GLK가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의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현재의 S클래스 디자인에서 시작된 패밀리룩이 C클래를 거쳐 GLC, GLE를 지나 새로운 E클래스까지 쭈-욱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세단 뿐 아니라 SUV까지 서로 많이 닮았다. GLC와 GLE는 앞모습만 보면 한 눈에 구분하기도 힘들 정도다. 하긴 뭐 세단인 C, E, S는 더 힘들다.
GLC는 앞모습, 옆모습, 뒷모습이 모두 둥글둥글한 분위기다. 키가 큰 SUV의 느낌과 어우러져 중성적인 이미지라 할 수 있겠다.
실내는 C클래스와 똑같다. 유일하게 다른 부분은 글로브박스의 크기와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실내에 앉으면 고급 세단에 앉은 느낌이 그대로 난다. 다만 시트 포지션이 높고, 지붕이 높은 정도만 차이가 난다.
스티어링 휠은 근육질 디자인도 뛰어나고, 가죽의 질감도 우수하다. 계기판도 시인성이 뛰어나고, 가운데 모니터를 통해서 제공되는 정보도 매우 유용하다.
GLC는 파워트레인 한 가지에 두 가지 트림으로만 판매되는데, 윗급인 프리미엄 트림에는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기본이다.
데시보드 중앙에 위치한 모니터는 태블릿 PC를 거치해 놓은 느낌이다. 터치 스크린은 여전히 적용되지 않았고, 센터 터널에 있는 커맨드 조절 장치를 통해서 조절한다. 모든 메뉴에서 한글이 완벽하게 지원된다. 특히 네비게이션에서 목적지를 설정할 때 터치 패드를 이용해 한글을 손글씨로 입력할 수 있는데, 인식률이 매우 높다. 된소리나 받침에 이중자음이 들어가는 복잡한 글자도 비교적 잘 인식하는 것이 놀라웠다. 이 정도라면 터치스크린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입력하는 것보다 더 쉬울 수도 있겠다.
오디오는 기본형으로도 크게 아쉽지 않은 사운드를 제공한다. 블루투스 스트리밍이나 아이팟 연결 등에서도 전혀 불편함이 없다. 옵션으로 590w의 13개 고성능 스피커와 9개 채널 DSP 앰프로 구성된 부메스터 오디오를 선택할 수도 있다.
시트는 거의 스포츠 세단 수준의 세미 버킷 시트가 적용돼 몸을 잘 잡아준다. 냉방시트는 적용되지 않았다.
뒷좌석은 휠베이스가 늘어나면서 가장 크게 확대된 부분이다. 무릎 공간이 무척 여유로워졌고, 등받이 각도 조절이 되지는 않지만 편안하게 기댈 수 있는 각도를 제공한다. 2열 시트는 2열 실내에서든, 트렁크에서든 버튼 하나로 쉽게 접을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2열 시트를 접을 때 1열 시트가 뒤로 많이 누워 있을 경우 1열 시트에 걸려서 제대로 접히지 않게 되는데, 이 때 자동으로 1열 시트를 앞으로 적당히 세워서 2열 시트가 한 번에 접힐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매우 편리한 기능이다.
트렁크는 양손에 짐을 들고 있을 때 뒷범퍼 아래로 발을 툭 차면 트렁크 도어가 자동으로 열리는 핸즈프리 프렁크가 적용됐다. 그런데 인식률이 매우 높아서 발을 찼는데 열리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열려 있을 때 다시 발을 차면 닫는 것도 자동이다.
파워트레인은 유로6 기준을 만족시키는 2.1리터 디젤 엔진이 장착됐다. 최고출력 170마력/3,000~4,200rpm, 최대토크 40.8kg.m/1,400~2,800로 성능은 이전 GLK 때와 같다. 하지만 변속기가 9단 자동인 9G-트로닉으로 바뀌었다. 덕분에 가속성능은 GLK 당시 8.8초에서 8.3초로 빨라졌다.
초반 가속은 8.3초라는 수치에 비해서 그리 경쾌하지는 않지만 크게 부족함 없이 여유롭다. 중속이상까지의 가속력도 나쁘지는 않다. 2.1리터 디젤 엔진 치고는 170마력이라는 수치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어서 가속력 등 동력 성능에서 크게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였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전혀 부족함이 없는 성능이다. 어차피 이 급의 SUV가 달리기를 위한 차는 아니기 때문에 실 생활 영역에서는 넉넉한 수준이다.
다이나믹 셀렉트에는 컴포트, 스포트, 스포트+, 인디비주얼, 그리고 에코 모드까지 총 5가지의 주행모드가 제공된다.
복합연비는 12.9km/L인데, 시승 중 약 600km를 주행한 연비가 14.7km/L가 나왔다. 시승이었던 것을 감안할 때 무척 높은 연비다. 평소에 차분하게 주행한다면 공인연비 대비 훨씬 뛰어난 연비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승차감은 많이 부드러워졌다. 일단 휠베이스가 늘어나면서 안락함이 더 좋아진데다 강철 스프링과 가변식 댐핑 시스템을 포함한 어질리티 컨트롤(AGILITY CONTROL) 서스펜션이 기본 적용돼 안락함과 안정성의 조화를 잘 이뤄냈다. 다만 노면에서 충격이 전달될 때 1차 충격 후에 여진이 조금 이어지는 듯한 느낌은 살짝 의외다. 더 단단했던 GLK 때는 없었던 반응인데, 서스펜션이 부드러워진 때문인지, 윈터타이어 때문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조금, 아주 조금 신경이 쓰이는 수준이다.
고속에서도 안정성은 매우 뛰어나다. 직진은 물론이고 급차선 변경에서도 기본적으로 롤이 조금 있긴 하지만 허둥대는 느낌 없이 자세를 잘 잡아 준다.
4륜구동 시스템인 4매틱은 평상시 앞, 뒤 구동력을 45 : 55로 배분해서 달리다 상황에 따라서 구동력을 앞이나 뒤로 조금씩 더 보내 안정성을 유지한다. 기본이 4륜 구동인 만큼 험로에 들어갈 때도 부담이 훨씬 덜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시승에서 오프로드 주행은 제대로 해 보지 못해 아쉬웠다.
GLC에는 프리-세이프ⓡ (PRE-SAFEⓡ), 사각 지대 어시스트(Blind Spot Assist), 충돌방지 어시스트 플러스(COLLISION PREVENTION ASSIST PLUS) 등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그리고 평행 주차는 물론 직각 자동 주차 기능 및 주차 공간에서 차를 자동으로 빼주는 기능까지 추가된 액티브 파킹 어시스트(Active Parking Assist), LED 하이퍼포먼스 헤드램프(LED High Performance Headlamps) 등도 기본으로 제공된다.
속도와 차간 거리를 유지하며 주행해 주는 디스트로닉 플러스와 잠시 운전대에서 손을 놓더라도 차선을 유지해주는 스티어링 어시스트, 교차로 어시스트, BAS 플러스, 프리 세이프 브레이크, 사각지대 어시스트, 능동형 차선 유지 어시스트 등이 포함된 드라이빙 어시스트 패키지 플러스는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S클래스를 통해서 이런 최첨단 기능까지 적용하게 되면 반 자율 주행에 가까운 편리하고 안전한 주행이 가능해진다. 옵션이긴 하지만 무척 반가운 일이다.
GLC는 우아하고 미래적인 느낌의 S클래스를 닮은 디자인과, 120mm 늘어난 휠베이스가 가져다 준 넉넉한 실내 공간, 9G-트로닉 변속기의 적용, 첨단 안전 편의 장비의 대거 확충 등으로 상품성이 크게 향상되어 돌아왔다. 누구나 보는 눈은 비슷한 것이지 지난 1월 판매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처럼 GLC는 올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성장의 첫 신호탄이다. 그 동안 SUV 판매 비중이 매우 낮았었는데 매우 뛰어난 상품성을 갖추고 등장한 GLC가 새해 벽두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S클래스를 비롯한 세단의 인기도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고, 거기다 풀체인지 된 신형 E클래스까지 가세하면 올해 메르세데스-벤츠는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런 만큼 고객 만족에 대한 부분도 더 많이 성장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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