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의 도약을 이끌 기대주 MK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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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X가 신형으로 거듭났다. 다소 아쉬웠던 이전 세대와는 달리 눈부신 완성도를 자랑한다. 유럽 동급 경쟁자들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포화상태에 다다른 중형 SUV 시장의 판을 흔들기는 어렵겠지만, 링컨 도약의 발판이 되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올 가을의 끝을 알리듯, 세차게 쏟아졌다. 어쩐지 아까부터 스산하다 싶었다. 라디오에서는 이 비가 오랜 가뭄을 해소해줄 반가운 손님이란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달갑지 않은 불청객이었다. 빗속에서의 시승과 촬영은 여러모로 고단하다. 오늘은 처량하게 휘날리는 낙엽 때문에 마음까지 축축했다. 비가 내리기 전, 표지와 메인 이미지 촬영을 끝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몸은 고달프지만 좋은 점도 있다. 비오는 날 시승은 차의 성격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빗속을 달려보면 알 수 있다. 이 차가 고급차인지 아닌지. 고급차는 와이퍼의 움직임도 우아하다. 빗소리도 근사하게 전달한다. 또한 실내 습도 조절과 시야 확보 능력이 뛰어나다. 사실 이것저것 세세하게 따져볼 필요도 없다.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몸이 편하다면 고급차다.
기자 개인의 의견이 아니다. 실제로 럭셔리나 프리미엄 메이커들은 이런 부분까지 집요하게 파고든다. 오늘 함께한 신형 MKX는 고급차였다. 물론 링컨이 럭셔리 브랜드니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수준이 예상을 웃돌았다. MKX는 폭우 속을 뚫고 달릴 때도 평화로운 실내를 유지했다. 이중웨더스트립, 이중접합유리, 고급 가죽, 인체공학을 고려한 시트, 영리한 공조장치 등이 빛을 발했다. 특히 뛰어난 밀폐감이 인상적이었다. 수많은 빗방울이 차체를 사정없이 때리고 있었지만, 실내에는 링컨이 자랑스레 내세운 레벨 울티마 오디오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음악이 아름답게 흘렀다.
운전 또한 쉽고 편했다. 가속 페달을 팍팍 밟아도 흔들림이 없었다. 사륜구동 시스템은 젖은 노면에서도 V6 터보 엔진의 응축된 힘을 유연하게 풀어냈다. 비가 오지 않았더라면 이런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운이 좋았다고나 할까. 신형 MKX는 자신이 링컨의 기대주라는 사실을 짧은 시간 안에 확실히 각인시켰다.
체질 개선을 위한 노력과 그 노력의 결정체
MKX가 2세대로 거듭났다. 1세대 MKX가 2006년 데뷔했으니 약 9년 만의 세대교체다. MKX는 링컨의 중형 SUV. 하지만 전임자인 에비에이터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프레임 섀시에 각진 보디를 얹었던 에이비에이터와 달리 모노코크 섀시를 밑바탕 삼은 크로스오버다. 아우디 Q5, 렉서스 RX, 메르세데스 벤츠 GLE 등과 경쟁하기 위한 진화다.
말뿐인 경쟁이 아니다. 2세대로 진화하며 MKX의 상품성은 수직 상승했다. 성격 변화만 알렸던 1세대 MKX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눈부시다. 사실 최근 링컨의 기세는 예전만 못했다. 1917년 설립돼 약 80년간 아메리칸 럭셔리 브랜드로서 미국 시장을 지배해왔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였다. 그간의 성공에 도취돼 일본과 유럽 브랜드에게 안방시장을 내어준 게 화근이었다.
모회사 포드의 무리한 사업 확장도 문제였다. 재규어, 랜드로버, 애스턴마틴, 볼보 등을 사들여 세계 최대의 자동차 기업에 도전했던 포드의 야망은 결국 아픔만을 남겼다. 이 과정에서 링컨은 미국 전용 럭셔리 브랜드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들의 태도에 변화가 있음이 감지된다. 포드는 지난 10여 년간 회사 재정비에 총력을 기울였다. 유럽 브랜드들을 되팔고 구조조정에 나섰다. 라인업과 개발과정을 간소화하는 ‘원포드 전략’도 시행했다.
반면 미래에 대한 투자에는 과감했다. 특히 다운사이징 엔진 개발, 섀시 통폐합 및 개량 등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런 노력이 스며든 좋은 예가 바로 익스플로러다. 익스플로러는 전세계 시장을 겨냥한 높은 품질, 효율을 중시한 파워트레인, 포드 특유의 넉넉한 감각 등을 내세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 수입 SUV 시장에서도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았다.
링컨 역시 이 같은 체질개선에 적극 동참했다. 2012년에는 회사 이름도 바꿨다. 이제 링컨이 아닌 링컨 모터 컴퍼니가 정식 명칭이다. 제품 개발 및 세일즈 팀도 다시 꾸렸다. 또한 전용 디자인 스튜디오도 새로 차렸다. 그리고 이듬해부터 신 모델을 하나씩 공개하기 시작했다. 2013년에는 2세대 MKX를, 2014년에는 MKC를 선보였다.
변화에 대한 시장 반응은 굉장히 긍정적이다. 2014년 링컨의 미국 판매는 16%가 늘었다. 이는 프리미엄 시장 평균 성장률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하지만 축배를 들기에는 이르다. 링컨은 이제 막 전세계로 발을 디딘 상태. 특히 작년에 진출한 중국 시장에서의 성패가 중요하다. 지난 몇 년 동안 무려 10억달러를 쏟아부으며 인내의 시간을 보냈으니, 한 단계 더 높이 뛰어올라야 한다. 그 도약을 이끌 모델이 바로 2세대 MKX라고 할 수 있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높은 완성도
사실 이전 MKX는 일본이나 유럽의 라이벌들과 경쟁하기에는 매력이 부족했다. 단지 ‘우리도 크로스오버 SUV가 있다.’라는 사실을 알리는 도구에 불과했다. 특히 시대착오적인 안팎 디자인이 문제였다. 2011년, 세대교체에 가까운 대대적인 부분변경으로 반전을 노렸지만 큰 효과는 미미했다. 섀시를 그대로 사용한 까닭에 다소 어색한 부분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형 MKX는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링컨 새 시작의 신호탄이었던 2세대 MKZ와 같은 스타일링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핀 배치를 가로로 바꾼 새 스플릿 그릴, 주간주행등과 전조등 모두를 LED로 밝히는 헤드램프, 보닛과 펜더에 세심하게 새긴 라인 등으로 세련미를 강조했다. 이제 여느 유럽 경쟁자와 비교해도 좋을 정도로 매력이 넘친다.
신형 CD4 섀시도 주목할 부분. 이전과 가장 큰 차이는 빠듯한 비율로, 신형 MKX의 자세는 전후좌우 어느 각도에서 바라봐도 탄력이 넘친다. 특히 커다란 루프 스포일러와 대형 LED 테일램프로 완성한 뒤태는 아우디가 울고 갈 정도로 긴장감이 높다. 자랑할 만한 장비도 여럿 눈에 띈다. 반경 3m 안에 들어서면 도어 앞바닥에 링컨 로고까지 띄우는 웰컴 라이트와 앞 엠블럼 안에 숨어 있는 전동식 카메라가 대표적이다. 견인장치가 기본이라는 사실도 내세울 만한 장점이다.
차체 크기도 키웠다. 그동안 새로 태어난 동생 MKC에 형으로서의 위엄을 갖추기 위해 이전보다 길이 93mm, 휠베이스 24mm를 늘였다. 그 결과 길이 4,830mm, 너비 1,935mm로 벤츠 GLE와 비슷한 체구를 갖췄다. 아우디 Q5나 렉서스 RX보다는 한참 크다. 그런데 체감 크기는 실제를 웃돈다. 특히 바깥쪽에 붙은 램프 덕분에 차체가 굉장히 길고 넓어 보인다. 때문에 5인승이지만 7인승으로 보일 수도 있다. 반 체급 정도 작은 기아 쏘렌토도 7인승 옵션이 있으니 이런 오해가 무리는 아니다.
실내에는 여유가 넘친다. 머리 위와 무릎공간 모두 부족함이 없다. 리어 시트는 리클라이닝도 지원한다. 트렁크 역시 넉넉하다. 7인승만 한 5인승이니 당연한 이야기다. 이 정도 크기면 다소 휑한 느낌이 날 법도 한데, 짜임새가 예상보다 높다. 대시보드 위아래, 도어 트림 등에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색을 바꿀 수 있는 간접조명도 심었다.
소재 선택도 탁월하다. 까끌까끌한 질감을 살린 나무(우드 패널)와 매끈하게 다듬은 알루미늄, 그리고 야들야들한 고급 가죽 등을 아낌없이 썼다. 심지어 대시보드를 덮은 우레탄의 표면도 섬세하게 다듬었다. 가죽과 우레탄 위를 촘촘하게 수놓은 스티치 장식은 이제 이 급에선 기본이다. 보기는 좋을지언정 사용은 불편했던 센터페시아의 터치식 버튼들은 일반적인 기계식 버튼으로 돌아왔다.
포드 코리아는 신형 MKX를 소개하며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인 레벨과의 첫 협업을 유독 강조했다. 물론 훌륭한 오디오 시스템인 것은 분명하다. 오디오에 문외한인 기자조차도 황홀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오디오에만 포커스가 맞춰지는 것 같아 조금 아쉽다. 오디오 외에도 MKX를 빛내주는 요소들이 적지 않기 때문. 가령 전동시트는 22방향으로 움직이는 고급형이다. 요추와 허벅지 받침 조절은 물론, 통풍과 마사지 기능까지도 지원한다. 옵션가 300만원이 넘는 BMW의 컴포트 시트보다 더 편하고 기능도 많다.
다양한 안전장비도 MKX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360도 카메라, 어댑티브 헤드램프,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브레이크 오토홀드 등 비교적 기초적인 장비는 물론, 필요시 제동에도 개입하는 추돌방지 시스템과 차선 안쪽으로 차를 밀어넣는 차선이탈 방지 시스템도 갖춘다. 또한 뒷좌석에서는 사고시 면적을 넓혀 탑승자의 몸에 가해지는 압력을 분산하는 팽창식 벨트(Inflatable Belt)와 같은 흔치 않는 안전장비도 볼 수 있다.
성능, 효율, 정숙성 모두 아우른 에코부스트 엔진
엔진은 V6 2.7L 에코부스트다. 배기량은 1,032cc나 줄였지만, 터보차처를 달아 최고출력은 31마력(340마력), 최대토크는 14.3kg·m(53kg·m)나 늘었다. 물론 복합연비는 7.6km/L로 이전 수준(7.7km/L)을 유지했다.
참고로 에코부스트는 포드가 성능과 효율 모두를 잡았다고 자랑하는 다운사이징 엔진 라인업의 이름으로, 3기통 1.0L부터 V6 3.5L까지 총 7개의 엔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직렬 4기통 2.3L 버전은 현재 포드의 아이콘인 머스탱에 쓰이고, 내년 포드의 자존심인 포드 GT를 통해 선보일 2세대 V6 3.5L(550마력) 버전은 닛산 GT-R의 VR38DETT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V6 엔진의 자리에 올라서게 될 예정이다.
신형 MKX에 얹힌 V6 2.7L 버전은 굉장히 정숙하다. 진동과 소음 모두 흠잡을 곳 없다. 디젤 엔진이 얌전해졌다지만 역시 아직까지는 따라올 수 없다. 게다가 MKX는 이중차음유리를 달고 엔진룸 테두리에 고무 몰딩까지 둘렀다. 하지만 회전수를 올리면 꽤나 스포티한 소리를 낸다. ‘이게 대체 무슨 컨셉트인가?’라는 의문은 도로를 달려보면 풀린다. 저회전에서의 움직임은 나긋하지만, 고회전에서는 굉장히 자극적으로 변한다. 특히 최대토크를 뿜는 3,000rpm부터는 2톤이 넘는 무게가 의식되지 않을 정도로 쏜살같이 튀어나간다.
변속기의 반응도 상당히 빠르다. 유압식임에도 불구하고 스티어링 휠에 달린 시프트패들에 곧바로 반응한다. 업 시프트는 물론 다운 시프트도 지체 없이 해치운다. 몸놀림 또한 안정적이다. 어느 정도 롤을 허용하지만, 댐퍼가 자세를 즉각적으로 다잡는다. 특히 리바운드 능력이 뛰어나 심리적인 안정감이 높고 승차감도 편하다. 무엇보다 무게중심 이동 과정이 솔직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스티어링 반응은 빠릿빠릿하다. 링컨 최초로 일정 회전을 넘기면 기어비가 변하는 어댑티브 스티어링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스포츠카만큼 날렵하진 않지만, 한 급 아래 모델을 타는 것처럼 운전이 쉽고 즐겁다. 물론 스티어링 휠의 무게도 바꿀 수 있다. 스포츠 변속 모드에서만 무겁게 설정할 수도 있다. 사실 MKX와 같이 덩치 큰 SUV일수록 스티어링과 서스펜션의 세팅이 더 중요하다. 운동에너지가 큰 만큼, 안전과도 밀접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편, MKX의 사륜 구동 시스템은 험로가 아닌 빗길이나 눈길을 위해 존재한다. 때문에 지형관리 시스템은 제외됐다. 어차피 오프로드를 즐길 성격의 차도 아니긴 하다.
링컨의 도약을 이끌기에 충분한 상품성
최근 포드와 링컨은 빠르게 변화해왔다. 시장이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캐치하고 이를 높은 완성도로 엮어내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려왔다. 익스플로러가 국내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도 바로 이들의 변화된 자세 덕분이다.
MKX 역시 이런 노력으로 점철되어 있다. 이전 세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다. 신형 MKX는 여느 동급 경쟁자와 비교해도 좋을 만큼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가격대비 가치까지 생각하면 그 매력은 더욱 커진다. 디젤 엔진 부재에 대한 아쉬움이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다.
물론 MKX가 시장의 판도를 흔들 만한 모델은 아니다. SUV 시장 성장에 주목해 빠르게 라인업을 늘려왔지만 이미 중형 SUV 시장은 포화상태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설립 100주년을 앞둔 링컨이 한층 더 높이 뛰어오르기 위한 도약의 발판으로서 MKX가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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