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차 QM3 ‘낚시승기’…배스낚시와 소형 SUV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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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낚시 중에서 ‘배스낚시’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미디어의 영향이 컸다. 강과 저수지에 배스가 넘쳐나, 토종 어류의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뉴스, 다큐멘터리 등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미디어를 통해 본 민물 생태계는 ‘물 반, 배스 반’이었다. 그래서 낚시대를 던지면, 팔뚝만한 배스가 족족 잡힐 것만 같았다.
활성도가 좋다는 포인트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녔지만, 허탕치는 날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배스는 똑똑했다. 붕어의 기억력이 3초라는 것도 잘못된 상식이라고 판명난지 오래다. 초보 앵글러의 어설픈 루어 액션에 배스는 넘어오질 않았다. 포인트 핑계를 대며 서울과 점점 더 먼 남쪽으로 가기 시작했다. 6개월 동안의 짧은 낚시 인생을 되돌아보면, 주유비와 톨게이트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크고, 넓은 차보단 작고 실속있는 차가 낚시에 더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더욱이 배스낚시와 효율적인 소형차는 환경 오염과 거리가 멀다는 공통점도 있다. 루어낚시는 별도의 떡밥이나 집어제를 사용하지 않고, 플라스틱 혹은 고무로 제작된 가짜 미끼를 쓴다. 물을 더럽히지도 않고, 쓰레기를 생성하지도 않는다. 마치 소형차가 이산화탄소를 적게 내뿜는 것과 비슷하다.
이달 초 QM3를 타고 충청남도 태안과 서산 인근을 분주하게 돌아다녔을 때도, 소형 세그먼트가 주는 한계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역시나 효율에 있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고, QM3가 지니고 있는 ‘소소한 기능’은 낚시 활동은 물론, 일상 생활에서도 유용해 보였다.
서울에서 출발해 태안 신진도와 아산호, 서산의 이름 모를 저수지 등을 거쳐 다시 서울로 총 379.2km를 달렸고, QM3의 조촐한 트립컴퓨터에 표시된 평균 연비는 18.7km/l였다. 동행한 QM6를 쫓느냐 힘을 짜낸 것 치고는 표시된 연비가 내심 만족스러웠다.
QM3의 정부 공인 표준 연비는 17.3km/l인데, 조금만 신경쓰면 이를 훌쩍 넘어서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1.5리터 디젤 엔진과 6단 DCT 변속기는 취할 것은 취하고, 포기할 것은 포기했다. 효율은 동급 최고 수준이다.
다만 QM3에 장착된 금호타이어의 17인치 ‘솔루스 KH25’는 회전저항 등급이 높은 편이다. 연료효율보다 승차감, 마일리지 등에 장점이 있는 타이어다. 타이어를 교체할 시기가 됐다면, 회전저항이 낮은 타이어 장착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주유비를 아낄 것인가, 타이어 교체 주기를 늘릴 것인가.
파워트레인은 효율에 모든 초점을 맞춘 반면, 타이어를 비롯한 섀시 등은 활동적인 성격을 띠고 있었다. 나름대로 ‘유틸리티’란 명분을 내세우고 있는 것 같았다. 스티어링과 서스펜션의 조율에서는 ‘소형차 만들기’로 둘째라면 서러울 르노의 노련함과 정교함이 느껴졌다. 클리오의 느낌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빠릿빠릿했다. 최근엔 ‘진짜 SUV’다운 성격을 지닌 B세그먼트 SUV가 늘고 있지만, QM3가 개발되던 때엔 ‘전고를 높인 해치백’의 느낌을 애써 지우려 하지 않았다.
지울 이유도 없었다. 폭스바겐 골프, 푸조 308, 포드 포커스 등이 포진하고 있는 C세그먼트 해치백에 비해, 넉넉한 실내 공간과 뛰어난 효율을 갖춘, 저렴한 SUV를 많은 유럽 소비자들이 고대했다. 우리에겐 B세그먼트 SUV가 애매한 파생모델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소형차를 사랑하는 유럽인들에게는 꿈의 자동차였다. 르노의 전략은 적중했고, 유럽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애당초 유럽 전략형 모델이었기 때문에 QM3는 여느 국산차-이제는 많이 비슷해졌지만-와는 다른 움직임과 감각으로 무장했다. 순한 생김새와 다르게 스티어링은 타이트했고, 조작감을 탁월했다. 산길을 빠르게 움직일 땐, DCT 변속기도 날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직결감이 탁월한 편은 아니지만, 가속 상황이 반복되면 기어 변속 타이밍도 공격적으로 변했다. 뒷바퀴의 드럼 브레이크가 의아하기도 했지만, 작고 가벼운 차체를 몰아세우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원초적인 디젤 엔진은 허스키한 목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의외로 엔진회전수를 높게 쓰기 때문에 소리는 더 명확하게 들렸다. 진동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을 위안 삼았다. 경쟁 모델도 QM3만큼 걸걸대지만, QM3보다 힘이 세다. QM3는 잘 어르고 달래야 했다. 고속도로에서 추월하기 위해서는 마치 수동변속기 자동차를 모는 것처럼 엔진회전수를 잘 맞춰 변속해야 했다. 무작정 가속페달을 밟으면 힘겨워했다. 성능과 연비를 모두 만족시키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막상 낚시를 시작하고, 포인트를 옮기는 과정에서는 QM3가 갖고 있는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빛났다.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 ‘갤럭시탭 액티브’의 T맵은 신뢰도가 높았다. 인적 드문 시골길까지 훤히 꿰뚫고 있었다.
마치 서랍처럼 열리는 슬라이딩 글로브 박스는 ‘루어 가방’이 들어갈 정도로 크기가 넉넉했고, 슬라이딩 기능이 적용된 2열 시트를 조절하면 트렁크 공간을 넉넉하게 확보할 수도 있었다. 긴 짐은 시트를 접어 넣으면 그만이었고, 짐을 위로 충분히 쌓을 수도 있었다.
▲ 배스(Bass)를 잡으러 가면서, 베이스(Bass)도 들고 갔다. 낚시와 악기 모두 긴 화물 적재 공간이 필요로 하다. |
마치 배스처럼, B세그먼트 SUV가 우리 주변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다섯개의 국산 브랜드가 전사적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 모두 '다르다'를 외치고 있지만, 소형차의 '다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있는 모델은 QM3다. QM3는 소형차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르노의 기술력과 재치가 담겼다. 명확한 장점과 창의력은 숱한 B세그먼트 SUV 중에서 QM3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QM3를 타고 떠난 조행의 과정은 좋았으나, 한나절 동안 배스에게 입질 한번 받지 못했다. 배스는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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