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의 The Sixth Se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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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크기에 따라 3, 5, 7로 나뉘지만, 숫자 앞에는 ‘SM’을 붙였다. SUV는 ‘QM’에 3, 5를 썼다. 그렇다. 삼성자동차를 시작으로 르노삼성까지 모든 숫자는 홀수였다. 2016년 드디어 홀수만 존재했던 르노삼성자동차에 짝수가 등장했다. 유럽에서는 탈리스만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지만, 르노삼성 로고가 붙으면서 SM6가 됐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르노삼성에서 선보이는 여섯 번째 자동차다. 그리고 출시 전부터 엄청난 이슈였다. 디자인, 인테리어 등 기존에 보지 못했던 과감한 터치로 많은 이들을 설레게 했다. 결정타는 바로 가격. 2.0리터 가솔린엔진 기준 2천 400만 원대로 판매가가 공개되었을 때, ‘드디어 올게 왔다’라는 반응이었다.
외관 중 마음에 드는 부분은 두 가지. 첫 번째는 데이타임 라이트다. 헤드램프 옆면을 따라 범퍼까지 이어져 ‘ㄷ’자 형태를 띄고 있다. 보통의 경우 눈썹 다 밀어버린 아주머니가 눈썹연필로 얇게 한 줄 그려놓은 데이타임 라이트가 아직까지 많다. 두 번째는 테일램프. 가로로 길게 이어진 테일램프 디자인은 넓고 낮은 자세를 연상케 하기에 스포티한 느낌을 제대로 살려준다.
제 아무리 값 비싼 차를 주차해놓아도 이런 경우는 없었다. 잠시 차를 세우고 편의점 앞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지나치던 차가 후진으로 되돌아온다. “이거 SM6죠?” 그렇다는 대답에 쏘나타 주인은 차를 구경해도 되냐며 묻는다. 당연히 괜찮다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렌터카 반납할 때 직원이 흠집 찾듯 이리저리 관찰하기 시작했다. 쏘나타 오너는 기자인 나보다 관심이 많았다. 나중에는 기사작성을 위한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그는 디자인에 많은 점수를 주고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로고’까지 꼼꼼히 따졌다. 르노삼성 로고와 르노 로고 중 어느 게 더 잘 어울리는지 생각까지 하고 있었던 것. 어쨌든 쏘나타 오너는 족히 한 시간을 보고 만지고 묻고 또 물었다.
그는 실내를 보고 많은 고민에 빠졌다. 그가 생각했던 트림은 2.0리터 가솔린엔진을 얹은 2천 700만 원대의 LE트림이었지만, 시승차는 최고급 트림에 온갖 옵션을 다 집어넣은 모델이었다. LE트림과는 꽤 차이가 나기 때문에 고민 중이었으리라. 하지만, 처음 생각했던 LE 로 꼭 구입하라고 했다. 조금만 더 보태면 이걸 살 수 있고, 조금만 돈을 쓰면 나중에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까지 가는 건 시간문제다. 그로부터 가장 많은 시선을 빼앗은 건 중앙에 큼지막하게 자리잡은 세로형 모니터였다. 8.7인치 S-링크 스크린은 태블릿 PC를 매립해 놓은 듯한 모습이다. 그 안에는 SM6의 핵심이라 부를 수 있는 멀티센스 기능까지 갖추고 있었다. 멀티센스는 내추럴, 에코, 컴포트, 스포츠, 퍼스널로 구성되어 있어 터치 한번으로 쉽게 SM6의 성격을 바꾼다. LE트림부터 멀티센스가 들어가기 때문에, 그는 LE를 선택할 것이라고. 다만, 옵션을 선택하지 않는 이상 8.7인치가 아닌 7인치 스크린이다.
그는 힘겹게 말을 이어 나갔다. “운전은 안되겠지만, 동승석에서 주행느낌을 받아 볼 수 있을까요?” 라고 말은 했지만, 내가 듣기엔 ‘한 번만 몰아보자’로 들렸다. 그가 외관과 실내를 꼼꼼히 들여다 보면서 운전까지 해보겠다는 말을 예상하고 있었다.
“제 개인차가 아니니 와이프와 아이들이 같이 탔다 생각하시고 살살 운전해 주세요”.
나 또한 오히려 이번 기회에 동승석에서 SM6를 느껴보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쏘나타를 몰면서 SM6를 구매하기 위해 여기저기 정보를 구했던 그가, 우리보다 더 중요한 정보를 전달해줄 것만 같았다. 경쟁모델이라 할 수 있는 쏘나타(LF)의 오너이기에 차이점을 더 잘 꼬집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촬영장소는 양평에 자리한 중미산. 이곳을 정한 이유는 출시 전부터 말이 많았던 ‘토션 빔’ 때문이다. SM5는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갖고 있는데 SM6는 토션빔을 달았다. 정확히 말하면 AM(어댑티브 모션)링크. 르노 탈리스만의 경우 토션 빔을 그대로 사용하지만, 르노삼성에서는 국내 도로사정을 감안해 AM링크 특허를 내면서 서스펜션을 손봤다. 따라서 탈리스만과 SM6의 다른 점 중 대표적인 게 서스펜션이다.
그의 운전솜씨가 범상치 않다. 브레이크 포인트, 가속페달에 발을 가져가는 자세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고수’다.
“토션 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 같네요”.
그의 말이 맞다. 그를 만나기 전 수 차례 중미산을 오르내리며 내린 나의 결론도 마찬가지였다. 터보모델 190마력 엔진과의 궁합도 좋았던 SM6였다.
“만약 코너실력이 기대 이하였다면 SM6 구입할 마음이 없어졌을까요?”라고 묻자 현실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패밀리세단으로 중형차를 사는 사람 중, 한계까지 몰아붙이며 코너를 즐기는 오너가 얼마나 될까요? 물론 스포츠세단으로 나오는 수입차라면 예외겠지만요”.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한 가지 걱정은 그가 지금 몰고 있는 SM6와 구매하려고 하는 SM6의 트림이다. 액티브 댐핑 컨트롤은 RE등급에서도 옵션이다. 차라리 터보모델의 중간급인 LE트림(2천 906만 원)에서 118만 원 옵션으로 구입하는 게 더 싸게 먹힌다. 아니면 이왕 쓰는 김에 터보 RE(3천 190만 원)로 가면 기본으로 들어가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 상관없단다. 지금 중미산을 오를 정도로 운전하는 일은 앞으로 없을 거라는 이유다.
“최고출력은 떨어지지만 가속력은 오히려 쏘나타보다 좋네요”.
대단한 사람이다. SM6 2.0리터는 150마력이고, 쏘나타는 168마력이지만 SM6는 1천420킬로그램의 무게를 갖는다. 쏘나타의 무게는 1천 470킬로그램으로 50킬로그램 정도 가볍다. 르노삼성 자체 가속테스트에서는 쏘나타보다 빠르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하기까지 했었다. 설마 그 뉴스를 보고 이렇게 말하는 건 아니겠지? 무게 외에도 SM6는 듀얼클러치라는 무기를 갖고 있다. 쏘나타보다 10퍼센트 부족한 출력은 무게와 듀얼클러치에서 얻는 이점으로 극복하고 있다. 듀얼클러치는 LPG연료를 사용하는 모델을 제외하고 모든 엔진에 올라간다. 정상으로 올라갈수록 템포가 빨라졌지만, 그의 운전솜씨 덕인지, SM6의 성능 때문인지 매우 안정적인 움직임이다. 급격한 코너에서도 타이어 비명소리 한번 지르지 않았다.
중미산 정상까지 오른 그는 차에서 내렸다.
“어차피 내려가야 하는데, 이번에는 뒷자리에 타봐도 될까요? 아이가 중학생인데 덩치가 좀 커서요”. 그는 세심하게 모든 걸 체크하려 했다.
“확실히 쏘나타보다는 좁네요”. 실내공간은 동급 세그먼트에서 현대나 기아차를 따라갈 수는 없다. 쏘나타 택시만 타봐도 엄청난 실내공간을 자랑한다. 그런데, 쏘나타의 휠베이스는 2천805밀리미터지만 SM6는 2천810밀리미터로 SM7과 같다. SM6가 약간 좁지만 휠베이스가 더 넓다. 무슨 이유일까? 정답은 ‘시트’에 있다. SM6 시트가 더욱 풍성하다. 엉덩이 쿠션부분이 커 레그룸에서 손해를 보고 있지만, 안락함을 얻었다. 레그룸이 약간 넓어진다고 안락함을 느끼긴 힘들지만, 시트가 넓어지고 시트의 재질이 좋으면 승객은 안락함을 느끼게 된다. 휠베이스를 크게 늘린 리무진이 아니고서야 중형세단에서 다리 꼬고 앉아 있기는 힘들다. 출발점으로 돌아오니 그의 쏘나타가 멋쩍은 듯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SM6를한바퀴더둘러보더니
“쏘나타가 나쁜 건 아니지만, SM6가 마음에 쏙 드네요”라는 말을 남기고 유유히 떠났다.
실제 구매를 앞두고 있는 사람에게 그 차를 바라보는 이유 등을 이번 기회에 제대로 알아볼 수 있었다. 필요로 하는 기능을 얻기 위해 상위트림을 사야 하는 경우 말이다. 시승차의 경우 대부분 최상위트림에 옵션이 가득하기에 놓치고 있던 부분이었다.
쏘나타 주인이 <카>를 읽게 될지 모르지만, 감히 한 말씀 올리겠다.
“당신은 운전의 고수였습니다. SM6를 구입하시겠다면 1.6리터 터보엔진을 권하고 싶습니다. 2.0리터 LE등급과 1.6리터 터보 LE등급의 가격 차이는 150만 원입니다. 제가 150만 원을 보태드릴 순 없지만,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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