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텀시승기] BMW M4 (7) 색동옷을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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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핑은 필연적이었다. M4의 외관 디자인이 다소 심심했고, 외관 색상도 무난했지만 그 때문만은 아니다. 모터그래프의 첫번째 장기 시승차에 랩핑을 하고 나서부터 생긴 전통을 따른 것이다.
당시 제네시스 랩핑을 계획 했을 때만해도 내부적으로 디자인을 하고, 독자들의 의견도 받았다. 하지만 평생 해보지도 않았던 랩핑 디자인을 한다는 것은 디자인을 전공한 친구에게도 어려운 부분이었다. 단순히 색 조합이 전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 모터그래프 제네시스. |
지금 드는 생각이지만 랩핑을 통해서 모터그래프나 제네시스의 특징을 더 잘 보여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땐 생각이 짧았다. 결국 아무런 의미없는 디자인이 완성됐다. 하지만 랩핑은 성공적이었다. 이목을 끌긴 충분했다. 이 차를 타고 양재동 현대차 본사를 들어갈땐 정말 짜릿했다. 비록 아름답진 않지만 소기의 목적은 거둔 셈이었다.
M4는 많은 의미를 두고 싶었다. 그리고 어설프게 디자인을 하느니, 기존에 있던 것을 다듬자는 생각이 들었다. M4의 성격이나 특징을 더 부각시키고 싶었다. 그렇게 몇가지 후보가 선정됐다.
▲ 모터그래프 M4 데칼 초기 시안. |
모토 GP에서 사용되고 있는 M4 세이프티카의 데칼은 너무 무난했다. 그리고 은근히 이와 유사한 랩핑을 하고 있는 차가 많았다. 비슷한 랩핑을 한 차가 있다면, 큰 의미가 없었다. 그리고 역사상 가장 강력한 M4 GTS의 디자인도 떠올랐다. 강렬함을 크게 느껴지긴 하지만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을 힘은 부족해보였다. DTM 레이스카의 데칼은 스폰서의 스티커를 붙이지 못하면 허전할 것 같았다.
▲ BMW M6 GT3 |
M6 GT3의 데칼은 꽤 매력적으로 다가왔지만, 사실 이미 마음은 기울었다. 전문가에 의해 아름답게 디자인 됐으며, 눈에 확 띄는 BMW가 있었다.
# BMW 아트카 프로젝트
BMW는 그동안 세계적인 아티스트와 함께 ‘BMW 아트카’ 제작을 진행했다. 그 시작은 197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BMW를 이용해 레이스를 즐기던 프랑스인 ‘에르베 풀랭(Hervé Poulain)’의 본업은 미술품 경매가였다. 그는 레이스카에 상업 광고 대신 그림을 그려 넣고 싶었다.
그는 미국의 조각가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와 매우 돈독한 사이였고, 알렉산더 칼더는 BMW 3.0 CSL 레이스카를 다채로운 색상으로 페인팅했다. 이후 BMW는 이를 지속적인 프로젝트로 발전시켰다.
현재까지 총 17대의 BMW 아트카가 만들어졌다. 알렉산더 칼더를 시작으로 로이 리히텐슈타인, 앤디 워홀, 마타조 카야마, 데이비드 호크니, 제프 쿤스 등 당대 최고의 아티스트가 참여했다. 이렇게 제작된 BMW 아트카는 레이스에 사용되기도 했고, 콘셉트카로 제작되기도 했다.
아티스트 선정에는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런던 테이트모던 등의 박물관 소장과 큐레이터들이 참여하기 시작했다. 더 실험적이고 다양한 아트카를 제작하기 위해서다. 최근엔 18번째와 19번째 아트카를 제작한 아티스트가 선정됐다. 중국의 카오 페이와 미국의 존 발데사리는 M6 GT3를 이용해 아트카를 제작하기 됐다. 새로운 아트카는 내년 공개될 예정이다.
BMW 아트카는 매년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독일 구겐하임 박물관, 중국 상하이 아트 박물관 등 전세계 유명 박물관 및 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또 상당 수의 작품은 전세계를 돌며 전시되고 있다. 국내에는 2007년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앤디 워홀, 프랭크 스텔라, 켄돈,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BMW 아트카가 전시된 바 있다. 또 2011년에는 제프쿤스가 제작한 17번째 아트카도 전시됐다.
# 가장 강렬한 아트카 M3 GT2 by 제프 쿤스
여러 BMW 아트카가 있지만 내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것은 제프 쿤스가 디자인한 M3 GT2였다. 실제로 가장 처음 만난 아트카기도 하다. 2011년 BMW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M3 GT2 제프 쿤스’ 아트카를 전시했는데, 그때의 강렬함이 아직도 생생하다.
화려한 그래픽과 생기 넘치는 색상은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마치 무지개를 뚫고 나온 것 같은 역동성이 느껴졌다.
이 차를 디자인한 제프 쿤스는 “레이스카는 마치 우리의 삶과 같아서 강력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차와 함께 경험하면서 여기에 무엇인가를 더할 수도 있고 차의 에너지를 통해 스스로를 승화시킬 수도 있다. 보닛 밑에 엄청난 힘이 용솟음 치고 있으며, 차를 통해 내 아이디어들이 새로운 차원으로 승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제프 쿤스는 M3 GT2의 미적인 특징과 공기역학적 특징을 최적화하는데 심도 깊은 연구를 진행했다. 이 과정을 통해 힘과 움직임, 빛을 떠올리게 하는 그래픽을 고안했다. 이러한 디자인 덕분에 마치 차가 정지해 있을때도 마치 달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픽은 자세히 살펴보면 단번 쭉 이어진 것이 아니라, 문짝이나 팬더 등을 지날땐 선이 엇갈려있었다. 마치 시공간을 왜곡시킬 정도의 빠른 속도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느껴졌다. 그리고 무지개 무늬는 앞이 아닌 뒤에서부터 시작됐다. 뒷범퍼 중앙에서부터 응축된 힘이 폭발해 전체적으로 뻗어나왔다. 또 여러 도형도 쏟아있어서 입체적인 느낌도 느껴졌다. 다소 복잡해 보일수도 있지만, 테마가 명확했다.
# “내 차를 바라봐 넌 행복해지고”
하지만 걱정은 있었다. 그 자체는 충분히 역동적인 디자인이었지만 이것이 M4에 어울리는 것인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제프 쿤스의 디자인은 철저하게 레이스카를 위해 고안된 것이 때문이었다. M3 GT2의 공기역학을 위한 와이드 바디킷이나 거대한 날개 등이 없다면 역동성이 크게 줄어들 것 같았다.
또 랩핑을 디자인하고 붙이는 작업도 쉽진 않았다. 제프 쿤스의 M3 GT2의 것과 비슷한 느낌을 주지만 색 조합이나 선의 굵기 등은 전부 다르다. 똑같은 부분은 하나도 없다. 카피(Copy)가 아닌 오마쥬(Hommage)다. 랩핑 디자이너는 선 하나하나를 새롭게 만들었다고 했다.
단색 랩핑은 어려울게 없다. 하지만 모터그래프 M4의 작업은 각 부분의 이음새가 딱 맞아떨어져야 했다. 선의 연속성이 핵심이었다. 그래픽이 인쇄된 큰 랩핑지를 각 면에 통째로 덮고, 붙이고 잘랐다. 보닛과 루프, 트렁크의 연속성도 살려야 했다. 단색 랩핑은 며칠이면 작업이 끝나는데 M4는 일주일이 넘게 걸렸다.
좌우 문짝과 앞유리 상단에 모터그래프 로고를 붙이는 것으로 길었던 작업은 끝났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좌우에 로고를 붙이지 않았을땐 줄무늬 때문에 차의 허리가 괴상할 정도로 길어보였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가 이 차를 당당하게 타기 위해서는 회사차라는 이미지가 있어야 했다. 내가 이차를 타는 모든 순간은 ‘모터그래프 김상영’이기 때문에 부끄러움은 없었다. 시선은 점차 익숙해졌다.
이제 M4를 타고 즐기던 모든 사생활이 사라진 것은 아쉽지만, 또 다른 재미와 기쁨도 생겨나고 있다. 모터그래프 M4는 무채색 도로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모두의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택시 기사님은 창문을 열고 멋있다고 말씀해 주시고, 초등학생들은 소리를 지르며 쫓아온다. 이런 슈퍼스타가 있을까 생각도 든다. 버스를 기다리던 회사원들도 이 차가 지나갈땐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모터그래프를 홍보하는 하나의 수단 이상으로, 보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만으로도 M4의 랩핑은 성공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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