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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텀시승기] BMW M4 (3) 렉서스 RC F와 인제 서킷에서 겨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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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같으면서 달랐다. 모두 빠르지만, 속도를 높이는 과정이나 서킷을 달리는 감각은 완전히 달랐다. 각자 성격이 뚜렷해 굳이 서킷을 여러번 돌 필요도 없었다. 그러다보니 골라 먹는 재미가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한쪽으로 손이 더 가기도 했다.

# 서킷 테스트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그날은 무척 더웠다. 서있기만 해도 땀이 주룩 흘렀다. 살갗을 태우기도, 타이어를 태우기도 무척 좋은 날이었다. BMW M4도 최상의 컨디션이었다. 지루했던 길들이기도 끝났고 며칠전 서킷에서 최고속도를 내보기도 했다. 이에 반해 렉서스 RC F는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특히 타이어는 곧 수명을 다할 것으로 보였다.

시승에서 타이어의 상태는 무척 중요하다. 아무리 강력한 엔진이 달렸다고 해도 결국 자동차가 노면과 닿는 부분은 타이어 뿐이다. 특히 서킷에서는 무엇보다 타이어 상태가 중요하다. 마모도와 공기압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온다. 그래서 RC F가 아쉽다. 제성능을 발휘하지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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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측 장비를 동원해 랩타임과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멈출때까지의 시간과 거리 등을 측정했는데, 공개하기 난감한 기록이 나왔다. 아무리 제조사가 유리한 환경에서 측정한다지만 그 차이가 너무 컸다. 특히 RC F의 기록이 그랬다. 타이어가 제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니 매 코너마다 손해를 봤을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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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측정에 있어선 준비에 대한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꼈고, 이에 대한 아쉬움도 컸지만 일단 서킷을 달릴 땐 별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달리기 위한 몸부림 뿐이었다. M4를 탔을땐 RC F의 잔상이, RC F를 탔을땐 M4가 스쳐지나갔다.

# 서킷에선 본모습이 드러난다

M4는 무엇보다 재밌다. 두가지 그래픽의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계기반의 LED가 시각을 자극했고, 회전수가 높아질수록 날카롭게 울부짖는 직렬 6기통 터보 엔진이 청각을 자극했다. 유독 굵은 스티어링휠을 꽉 쥐어잡고 돌리고, 뻣뻣한 페달을 즈려 밟는 느낌은 공포와 희열을 동시에 가져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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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 F 또한 재미요소가 강조됐지만 M4에 비해 순수한 느낌은 적었다. 흔치 않은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이지만 M4에 비해 일관적이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힘이 실리는 순간과 그렇지 않을때의 이질감이 컸다. 회전수를 줄기차게 높여야 이질감이 사라졌다. 갑작스런 액티브 사운드 제네레이터의 발동도 순수한 엔진 소리를 극대화한 M4에 비해 괴리감이 느껴졌다. 오히려 도심에선 재밌고 멋있었던 소리가 극한의 서킷에서는 거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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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에서는 두차의 성격이 극명하게 대조됐다. 물론 둘다 빠르다. 하지만 움직임은 달랐다. M4는 운전자에게 많은 것을 허락했지만 RC F는 운전자를 믿지 않았다. 브랜드, 나아가 국가의 성격까지 스며든 기분이었다.

M4로 서킷을 달릴 땐 위태로운 순간이 많았다. 엔진회전수가 높은 상태에서 급격하게 스티어링을 조작하면 엉덩이가 비스듬해지기 일쑤였다. 또 속도를 높이며 코너를 탈출할때도 순간적인 힘이 뒷바퀴에 실려 그립을 살짝 잃기도 했다. 빈번하게 카운터 스티어를 해야하는 순간이 왔다. 하지만 이러면서도 묘하게 속도를 높이게 됐다. 승부욕을 자극했다. 속도를 높일수록 레코드 라인을 조금씩 벗어나고, 손발은 바빠졌지만 멈출 수 없었다. 바퀴를 거듭할수록 속도를 높이는 재미가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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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 F는 M4에 비해서 지극히 평화로웠다. 소리가 조금 컸을 뿐, 안정적으로 코너를 돌았다. 타이어가 많이 닳은 상태였음에도 웬만해선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았다. 또 M4보다 더 노면에 달라붙었다. 스티어링휠은 그리 무겁지 않아 부담이 적었고, M4에 비하면 조작은 무척이나 쉬웠다. 어깨, 가슴, 허리 등을 꽉 잡아주는 시트도 인상적이었다. 서킷 주행이 무척 쉬웠다. 위태로운 순간이 없었다. 조금이라도 욕심을 부리면 빠르게 전자장비가 개입했다. 모험을 허락하지 않았고 순종을 강요하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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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스피디움은 직선주로가 그리 길진 않다. 그럼에도 두 차는 월등한 성능으로 최고속도를 내는게 그리 어렵지 않았다. M4는 변속될때마다 강렬한 반응을 수반했다. 뒷통수를 강하게 때렸고 순간적으로 전자장비도 개입했다. RC F는 꾸준하게 속도를 높였지만 격렬하진 않았다. 변속기의 반응이나 직렬감, 조작감도 M4가 훨씬 스포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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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댑티브 M 서스펜션의 부재

인제스피디움의 넓은 주차장에 간단한 짐카나 코스를 만들었다. 연속된 슬라럼과 헤어핀, 원선회와 급제동 구간으로 구성했다. 핸들링과 순간적인 무게 중심 이동에 따른 반응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모터그래프가 구입한 M4엔 어댑티브 서스펜션이 빠졌는데, 그것이 내내 아쉬웠다. RC F는 출발이 굼뜬것을 제외하면 모든 구간에서 매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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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수입된 M4 초기 모델에는 어댑티브 M 서스펜션이 탑재됐다. 하지만 이후 물량에서는 인증 문제로 어댑티브 M 서스펜션이 빠졌고, 가격도 조금 내려갔다. 또 여러 프로모션이 진행됐고 모터그래프는 이때 M4를 구입했다. 할인을 꽤 받았고, M 퍼포먼스 배기 시스템까지 달아준다는 얘기에 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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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댑티브 M 서스펜션이 탑재된 M4는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몰아봤다. 확실히 댐퍼의 단계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 모터그래프의 M4는 어댑티브 M 서스펜션의 스포츠 레벨과 비슷한 수준이다. 크게 불편함은 없지만 세밀한 반응이 요구되는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어댑티브 M 서스펜션이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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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되는 슬라럼과 원선회가 기대만큼 만족스럽진 않았다. 상대적인 기록은 M4가 더 빨랐지만 만족도는 오히려 RC F가 높았다. 또 닳고 닳은 타이어와 약 300kg의 무게 차이를 감안한다면 RC F의 움직임은 놀랍기까지 했다. 렉서스가 제대로 된 스포츠 쿠페를 만들었다란 생각이 들었다. IS F에 비해 월등히 운동성능이 좋고, 안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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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M4는 기껏해야 최고출력이나 최대토크를 대시보드 모니터를 통해 보여주는데, RC F는 좌우 뒷바퀴의 토크 배분, G-포스, 타이어 공기압 등을 계기반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 집으로 돌아가는 길

서킷에선 M4가 더 끌렸지만, 인제스피디움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는 RC F를 택했다. M4는 언제라도 탈 수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몸이 피곤했다. 서킷 주행은 체력소비가 크다. 서울까지 편안하게 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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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편의장비가 편안함을 만든다. 스포츠카는 더 그렇다. M4는 늘 타고 내리기 불편하다. 불편함이 적응되고 있는 상황이 슬프다. RC F는 몹시 친절하다. 문을 열면 시트는 스르륵 뒤로 밀리고, 스티어링휠도 앞으로 밀린다. 시트에 앉아 문을 닫으면 자동으로 복구된다. 대시보드는 가죽으로 감쌌고, 알칸타라와 카본파이버로 실내 구석구석이 꾸며졌다. 소재 사용이나 마감은 독일 브랜드를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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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가격도 RC F가 천만원 가량 비싸다. 국내에 판매되는 M4는 여러 편의 및 안전장비가 빠졌다. 적당한 가격 책정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래서 M4는 부족한 부분이나 아쉬운 부분이 더러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게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채워가는 재미가 있다. RC F에 비해 훨씬 다양한 액세서리가 판매된다. 모든 것을 갖췄을 것 같은 M4지만 M 퍼포먼스 파츠를 통해 더욱 성능이나 만족감을 높일 수 있고, 갖가지 카본파이버 파츠를 통해 더 화려하게 꾸밀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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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그래프의 M4 또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있다. BMW와 아크라포빅이 함께 만든 M 퍼포먼스 배기시스템을 장착하고, 미국에서 구매한 여러 카본파이버 파츠를 직접 장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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