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텀시승기] BMW M4 (10) 독일 고향을 다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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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는 1922년 뮌헨 외곽에 처음 공장을 세웠다. 당시만해도 뮌헨의 규모는 작았지만, 2차 세계 대전 이후 도시 규모가 확장되면서 현재 뮌헨 공장은 도심과 꽤 가까워졌다. 공장 주변으로는 많은 건물이 들어섰고, BMW는 쉽게 뮌헨 공장의 면적을 넓힐 수 없었다.
BMW 뮌헨 공장의 면적은 40만m². 축구장 50개 정도의 크기다. 참고로 현대차 울산 공장의 면적은 505만m², 르노삼성차 부산 공장의 면적은 100만m²다. 면적은 넓지 않았지만 대신 BMW의 공장은 높았다. 최대 5층으로 구성됐다. BMW는 높은 공장 건물에 최적화된 라인 설계 및 시스템 구축으로 하루 평균 1천대의 차를 생산하고 있었다.
모터그래프의 M4도 이 공장에서 완성돼 배를 타고 한국으로 왔다. 완성품을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지만, 돌돌 감긴 철판이 하나의 예술품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는 것도 꽤 흥미로웠다. M4가 태어난 곳, BMW 뮌헨 공장을 다녀왔다.
# BMW 뮌헨 공장 투어
뮌헨 공장은 오래전부터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공장을 증축하면서 견학 프로그램을 위한 경로도 조금씩 개선됐고, BMW 벨트가 문을 열면서 프로그램도 더 체계를 갖췄다. 현재는 연간 15만명 이상이 BMW 공장을 방문해 생산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뮌헨 공장 투어는 온라인 및 현장 예약이 가능하다. 가격은 9유로(약 1만1천원)다. 영어 혹은 독일어 해설이 진행되며, 총 투어 시간은 2시간을 넘는다. 쉬지 않고 계속 걷기 때문에 비장한 각오가 필요하다. 또 공장은 브랜드의 핵심 시설인만큼 사진 촬영은 철저하게 금지된다.
뮌헨 공장에서는 3시리즈 세단과 투어링, 4시리즈 쿠페와 M4 등이 하나의 라인에서 혼류 생산되고 있다. 또 ‘바이에른 엔진 공장’란 이름에 걸맞게 엔진도 생산되고 있다. 차체 프레스, 엔진 생산, 차체 조립, 인테리어 제작 등 모든 공정이 이뤄지는 BMW의 유일한 공장이다. 총 9천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생산 라인 작업자들은 하루 총 9시간, 주 4일 근무한다.
BMW는 현재 4개 대륙, 15개 국가에서 30개의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 철판이 주요 패널로 태어나기까지
처음 도착한 곳은 ‘프레스 샵’으로 철판을 부위에 맞게 찍어내는 곳이다. 프레스 샵은 규모가 아주 컸다. 최대 50톤에 달하는 거대한 ‘프레스 몰드’가 빼곡하게 놓여있었다. 프레스 몰드는 코끼리 4백마리의 힘에 해당하는 2천톤의 압력으로 철판을 찍어누르는 틀이다. 수십톤에 달하는 철 덩어리가 서로 아귀를 맞추는 곳이다 보니, 귀마개가 필수였다.
한 모델을 위해 1000-1500개의 프레스 몰드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수억 유로가 소비된다. BMW는 뮌헨, 딩골핑, 아이제나흐 등에서 자체적으로 프레스 몰드를 생산하고 있다. 프레스 몰드는 20년 정도 쓸 수 있으며, 한 모델의 세대가 바뀌면 재활용된다. 공장 투어에서 가장 강조한 점이 재활용과 친환경, 자동화였다.
뮌헨의 프레스 샵에는 3개의 프레스 라인이 있고, 하루 9천톤의 프레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두께가 0.7-2.2mm로 다양한 20가지 종류의 강판이 사용된다. BMW는 티센크루프, 잘츠기터, 아르셀로미탈, 뵈스트알피네 등에서 강판을 공급받고 있다.
코일에서 풀린 강판은 마치 종이처럼 쉬이 구부러졌다. 프레싱 라인에 도착한 강판은 가장 먼저 부위에 알맞게 잘렸다. 로봇은 잘린 강판을 컨베이어 벨트에 올렸고, 프레스 몰드로 찍어 눌렀다. 불과 몇초만에 납작했던 강판이 울룩불록해졌다. 곧바로 불필요한 부분이 잘려나가며, 강판은 ‘사이드 패널’로 다시 태어났다.
부품이 완성되면 그제서야 작업자가 눈으로 확인하고, 손으로 만져봤다. 프레스 샵에서 작업자가 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프레스 몰드를 옮기기 위해 크레인을 조작하거나, 최종 품질 검사를 하는 것이 전부였다.
프레스 샵을 빠져나와 용접 라인으로 가는 길엔, M4의 구조를 확인할 수 있는 구조물이 놓였다. 몹시나 반가웠다. M4는 BMW가 차체에 사용하는 다양한 소재를 설명하는데 매우 적합했다. 드라이브 트레인 밑부분은 알루미늄 합금이 사용됐고, 루프와 트렁크는 카본파이버가 적용됐다. 드라이브 샤프트 또한 독특하게 카본파이버로 제작됐다.
공장 투어 가이드를 맡은 ‘무리엘 아이히베르거(Muriel Aichberger)’는 M4의 구조물 앞에서 “이상적인 차체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소재가 사용되는데, 소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를 어떻게 연결하느냐다. 지금부턴 BMW의 최신 용접 기술을 만나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로봇의 불꽃
용접 공정은 가장 자동화률이 높은 곳이었다. 직원들은 단지 용접 로봇의 관리와 유지, 프로그램 제작만 맡고 있었다. 용접 로봇은 주변에 사람이나 물체만 감지되면 동작을 멈춰버리기 때문에 아예 그들만의 그라운드가 만들어졌고, 그 안에서 끊임없이 움직였다.
한없이 차가운 로봇이지만, 움직임은 의외로 신명났다. 일정한 박자에 따라 춤을 주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리듬감이 워낙 독특해서 한동안 멍하니 쳐다보게 됐다. 용접 공정의 99%는 로봇이 책임지고 있었다. 뮌헨 공장에는 총 842대의 로봇이 작업을 하고 있다.
로봇은 독일 KUKA와 스웨덴 ABB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임무에 따라 다르지만 가격은 대략 5만유로(약 6천만원)에 달하며, 간단한 작업만 진행하는 로봇은 6백만원짜리도 있다. 의외로 저렴한 것 같았지만, 보수와 유지, 프로그래밍 등 엄청나게 높은 부대 비용이 발생한다고 무리엘은 말했다.
용접은 일정한 장소, 일정한 강도로 진행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로봇이 가장 많이 쓰인다. 일반적인 용접 공정은 여느 공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지오메트리 스테이션’으로 불리는 공정은 굉장히 이색적이었다. 면적이 좁은 뮌헨 공장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고안된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시스템이었다.
본체에 양 사이드 패널을 살짝 껴맞추자 마자 12대의 로봇이 달려들었다. 이들은 1분 동안 120여개의 용접점에서 불꽃을 튀겼다. 일반적으로 본체에 양 사이드 패널을 붙이기 위해서는 4번의 공정을 거쳐야 하고, 이로 인해 라인도 길어지고 시간도 오래걸린다. 언제나 혁신을 내세우는 BMW는 생산 공정에서도 혁신을 내세우고 있었다.
# 색을 입다
용접을 마친 뼈대는 ‘페인트 샵’으로 이동했다. 페인트 샵에서는 업무 효율과 친환경성을 위해 동일한 색상을 가진 30여대의 차를 모아 작업을 진행했다. 그동안 여러 공정이 진행된 공장 내부는 다소 매캐하기도 했고, 후덥지근했지만 페인트 샵은 상당히 신선했다. 도장 공정이 진행되는 라인 밑으로는 수로도 마련돼 있어서 시각적인 시원함도 전달됐다. 도장 작업이 이뤄지는 실내는 클린룸으로 24도의 온도가 항상 유지되고, 습도도 일정하다. 또 필터링된 공기가 공급됐다.
역시나 가장 먼저 진행되는 작업은 세척이었다. 세척을 하면서 아연 도금을 다시 한다. BMW는 기본적으로 아연 도금 된 강판으로 프레스와 용접 작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용접 작업에서 아연 도금이 벗겨지는 경우가 많아서 도장을 하기 전 아연이 담긴 수조에 차체를 회전시키며 도금을 다시 했다.
이후 자체 표면에 도막을 형성하는 전착 도장이 시작됐다. 양극과 음극의 입자가 서로 달라붙는 성질을 이용한 전착 도장은 차체 표면에 15마이크로미터에 달하는 아주 얇은 막을 형성할 수 있다. 페인트는 수성이라 대부분 용해가 가능하다.
전착 도장 후 건조 단계를 거치면 더 섬세한 세척 작업이 시작된다. 에어 스트림을 이용하고, 깃털과 같은 도구로 차체 구석구석을 닦고 먼지를 제거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색을 입히는 작업인 ‘프라이머’ 공정이 시작됐다. 표면을 매끈하게 정리하고, 색상을 더욱 선명하게 해주는 ’애벌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프라이머는 총 4개의 색상이 사용된다. 어두운 계열은 검정색, 밝은 계열은 흰색, 그리고 빨간색과 은색 등이 사용된다.
프라이머 작업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색을 입혔다. 뮌헨 공장에서는 총 16개의 외장 색상이 제공되고 있다. M4의 화려한 색상도 뮌헨 공장에서 탄생했다. 최종 색상을 입히는 작업은 로봇이 진행했다. 로봇 팔에는 페인트 분사구가 설치됐고, 이 분사구는 1분에 4만번 회전하면서 고르게 페인트를 뿌렸다. 색상을 입히는 과정은 금새 끝났다.
3시리즈의 경우 약 8kg의 페인트가 입혀진다. 스페셜 에디션의 경우 별도의 도장 작업이나 색상이 추가된다. 차체가 완벽하게 자기 색을 갖기 까지는 총 10시간이 소요된다.
# 바이에른 엔진 공장
뮌헨 공장은 BMW 엔진의 산역사다. 약 100년전부터 BMW는 이곳에서 엔진을 만들었다. 현재 BMW그룹은 총 5개의 엔진 공장을 갖고 있고, 뮌헨 공장에서는 주로 가솔린 엔진이 생산되고 있다. 여러 부품은 독일 각지에서 공급되고, 이곳에서는 미세처리와 조립이 진행됐다.
BMW의 새로운 모듈형 엔진은 90%의 자동화 생산 공정을 거친다. 직원들은 아주 간단한 작업만 진행했다. 주요 부품을 확인하고 분류하고, 최종 엔진을 테스트하는 정도로 업무가 끝났다.
반면, 전통적인 직렬 4기통 엔진이나 직렬 6기통, V8 기통 엔진 등은 여전히 작업자들의 역할이 컸다. 이들은 직접 실린더 헤드를 조립하거나, 엔진의 부품을 매만졌다. M4의 엔진도 여기서 생산됐다.
이곳에서는 매일 1600-1800개의 엔진이 생산된다. 고성능 모델과 대형차에 폭넓게 사용되는 V8 엔진의 경우 하루에 300-350개가 생산되며 자동화률은 18%에 불과하다. V8 엔진은 차종에 따라 그 성격을 맞춰야 함으로 사람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 많다.
롤스로이스와 M760i에 장착되는 V12 엔진은 하루에 딱 12개만 생산된다. 그리고 전부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 V12 엔진의 경우 별도의 작업 라인은 없고, 전통적인 방식처럼 작업대 위에 세워놓고 조립을 시작한다. 이 작업은 BMW 엔진 작업자 중에서도 가장 노련한 사람만 할 수 있다.
# 사람의 역할은 여전히 크다
2시간 가까이 걸었다. 그럼에도 아직 마지막 공정이 남았다. BMW 혹은 자동차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애정이 없다면 공장 투어는 만만한 프로그램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공정은 작업자들이 전면에 나서는 ‘파이널 어셈블리’였다. 파이널 어셈블리 벨트는 총 3.5km에 달한다. 긴 벨트를 돌면서 다양한 부품이 붙고, 최종 품질 확인 작업도 진행됐다.
로봇이 차체와 파워트레인, 서스펜션 등을 연결한 후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됐다. 작업자들은 로봇이 할 수 없는 미세한 작업을 담당했다. 전자장비의 전선을 연결하거나, 차체에 부품을 붙이고 작은 볼트와 너트를 체결하는 일은 사람의 몫이었다. 물론 로봇도 이런 작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해졌지만, 단순 작업 속에서 빛나는 유연함을 발휘하긴 힘들다.
파이널 어셈블리에서 로봇의 역할은 무거운 부품을 이동시키거나, 차체를 다양한 각도로 회전시켜 작업자가 허리를 굽히지 않고 일을 할 수 있게 보조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뮌헨 공장은 BMW 공장 중에서 유일하게 시트까지 직접 제조하고 있었다. 외부 업체에서 가죽만 공급받고, 나머지 공정은 전부 전담 작업자가 진행했다. 인테리어 어셈블리는 작업자들이 가장 많이 참여하는 공정이다. 약 2만3천개의 작은 부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파이널 어셈블리는 총 12시간이 소요된다.
# 2만3000km의 여정
모든 조립이 완성돼도 끝난 것은 아니다. 8시간에 달하는 품질 검사를 마쳐야 공장을 빠져나갈 수 있다. 공장에는 철길이 있어서 곧바로 유럽 전지역으로 차를 보낼 수 있다. 또 다른 대륙으로 수출되는 차는 유럽의 다른 브랜드의 차와 함께 배에 실린다.
자동차 전용 선박은 유럽의 여러 곳을 돌며 차를 싣고, 전세계를 돈다. 유럽에서 한국 평택항까지는 약 2만3000km. 뮌헨 공장에서 제작된 모터그래프의 M4도 한달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배멀리를 참으며 한국에 도착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평택 PDI 센터에서 간단한 정비를 받고, 딜러사로 옮겨졌고 우리를 만나게 됐다.
공장 투어에서 전 공정을 세세하게 살펴보긴 힘들었지만, BMW의 차량 제조 기술이 어떤 경지에 올랐는지 충분히 살펴볼 수 있었다. 그리고 모터그래프의 M4가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땀으로 만들어졌다는 것도 새삼 느끼게 됐다. 최근 너무 방치한 것도 미안한데, 서둘러 타이어를 교체하고 새로운 M 파츠를 장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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