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텀시승기] 끝을 모르는 푸조 308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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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308은 양파 같은 차다. 벗겨도 벗겨도 계속 새로운 매력이 나오는 그런 차다. 지난 한 달 동안에도 매력이 마구 튀어나왔다. 라이드매거진 촬영에 든든한 발이 되어주는 건 물론이고, 같은 브랜드 ‘형님’격인 모델들과 비교해도 전혀 밀릴게 없었다. 그동안 너무 방치해둔 것도 미안하고, 이번 기획 촬영이 끝난 다음엔 약간의 보상(?)도 필요할 것 같아서 자동차 ‘디테일샵’을 찾아갔다. 묵은 때를 벗기고, 꼼꼼히 씻고 나온 308을 보니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렘이 다시 들기도 했다.
푸조 삼총사 출동!
이 달 초에 특별한 기획시승이 있었다. 유로6 기준을 맞춘, 엔진, 변속기가 달라진 2016년형 508, 3008과 함께 비교하며 시승하는 것이었다. 푸조의 최신 모델들만 모아놓고 보니 따로 볼 때 보지 못했던 비슷한 구석이 꽤 많이 보인다. 형제가 맞나 보다. 모양은 제각각 이지만 안쪽으로 살짝 들어간 헤드라이트 밑부분과 사자가 할퀸 흔적을 형상화한 LED 테일램프 디자인 구성은 꼭 닮았다. 이 외에도 간결하면서 실용적인 실내 구성과 곳곳에 숨겨진 아이디어들이 눈에 띈다.
달리는 모습도 어딘가 모르게 닮았다. 나란히 달린 508과 3008, 롱텀 시승차인 308 모두 유로6 기준을 만족하는 배기량 1.6리터의 신차다. 각 모델의 특성에 따라 효율과 세팅이 각각 다르지만 그럼에도 경쾌하면서 날렵하게 치고 나가는 느낌은 세 차종 다 같았다.
특히, 셋 중 ‘막내’격인 308의 민첩함이 남달랐다. (촬영 때문이지만)항상 앞에서 무리를 이끌고 뒤에서 받쳐주며 발 빠른 움직임으로 무사히 일정을 마칠 수 있었다. 뒤쳐지지 않는 실력을 보며 “윗급 모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도 손색 없네!”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와인딩 로드에서 스포츠카와 함께 달리던 모습도 떠오른다. 매력의 재발견이다. 엄청난 연료효율로 연료게이지가 쉽사리 줄어들지 않는 것처럼, 끝을 알 수 없는 308의 매력 또한 큰 장점이 아닐까.
관리를 해주고싶은데…
회사차 푸조 308은 약 3개월동안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강하게 키웠다. 사람도 가득 태워봤고, 자전거나 이런저런 짐도 잔뜩 실어봤다. 부드럽게도 몰아보고 과격하게 스티어링 휠을 꺾어 보면서 차의 특성과 능력은 이미 소문이 날 만큼 났다. 회사 직원들도 이런 매력에 푹 빠졌다. 몇 번 타보고선 구입을 고민하는 사람도 생겼다.
그런데 모질게 채찍질 하고 난 뒤 보상(?)은 좋은 기름을 넣어주는 게 전부였다. 사실 연비가 좋아서 주유소 가는 일마저 드물어 딱히 해줄게 없었다. 회사 주차장 한 켠에 서있는 308이 안쓰러워 보였다. 직접 세차하며 부족했던 부분이 떠올랐다. ‘그래! 관리를 해주자!’ 사장님께 말씀드리고 바로 시동을 걸어 디테일샵을 찾아갔다.
뷰티샵에 간 308… 새차보다 더 새차처럼
푸조 308 관리를 책임질 곳은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익스프로 디테일샵’이다. 직접 개발한 친환경 디테일러와 깔끔한 세정력으로 동호회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높다고 한다. 이런 곳이라면 그동안 거칠게 타왔던 308한테 덜 미안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에 앞서 차를 살펴봤다. 여기저기 오염물이 묻어있고, 먼지가 수북이 쌓여 한눈에 봐도 상태가 좋지 않았다. 깨끗하게 씻어줘도 먼지와 이물질이 쉽게 묻어서 금방 더러워져서 그렇다. 여럿이 함께 타는 차여서 관리가 잘 되지 않는다.
작업자들은 신경 쓰지 않고 묵묵히 세차 준비를 했다. 곧바로 건장한 체격의 남성 5명이 308을 둘러쌌다. 그리고 차의 도장면을 일일이 손으로 만져보더니 하는 말. “자동차 도장은 사람 피부와 같아요. 거칠게 대하면 더 상처 입게 되죠. 그래서 저희는 진짜 사람 피부 다루듯이 차를 만지고 닦고 말립니다”
물을 뿌리고 철분제거제를 비롯해 이름도 어려운 각종 용품들을 써가며 작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보통 화학 세제들은 고약한 ‘냄새’가 나야 하는데 그런 게 없었다. 거품도 거창하게 나오지 않아서 제대로 닦이고는 있는지 물어봤다.
“저희는 세차용품을 만들 때 가장 먼저 사람을 생각했어요. 사람에 자극이 없어야 자동차 도장면도 피해가 가질 않거든요. 사람 피부와 똑같으니…” 진짜 본인 차처럼 정성스레 대하는 모습에서 믿음이 갔다.
환골탈태(換骨奪胎)
숙련된 기술자들이다. 서로 호흡이 척척 맞는다. 308 세차에만 20장이 넘는 걸레가 사용됐고, 아낌없이 뿌리던 저자극 친환경 세차용품은 오염물을 안고 시원하게 씻겨 내려갔다. 신기한 세차기술을 보고 있으니 1시간30분이 빠르게 지나갔다.
마지막으로 세차 결과를 확인할 시간. 지금 내 앞에 있는 차가 회사차 308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른 차로 확! 달라져 있었다. 촉촉하고 탱탱한 피부처럼 매끈하고 광이 났다. 화려한 곡선을 자랑하던 문짝과 헤드램프는 더 뚜렷해졌고, 닦기 어려웠던 휠도 먼지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스르르 미끄러지는 도장면을 만질 땐 저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그야말로 환골탈태(換骨奪胎)다. 그동안 무심했던 308한테 좋은 연말선물을 해준 것 같은 느낌이어서 뿌듯했다.
오늘도, 내일도 308은 달린다
회사에 도착하니 자전거팀이 짐을 잔뜩 쌓아놓고 차를 써야 한다고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308키를 건네주자 차는 빠른 속도로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 녀석과 함께할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그런지 가는 뒷모습이 더 애틋하게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308과 함께한 시간도 어느덧 꽤 흘렀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 12월 말을 끝으로 308과는 작별인사를 해야 한다. 왜 이제서 관리를 해줬는지… 더 잘해주지 못한 아쉬움도 남는다. 그래도 라이드매거진과 함께한 기억 속 308은 그 어떠한 차보다 위대했다. 발 빠르게 움직이며 촬영을 도왔고, 민첩한 핸들링으로 와인딩 코스에서 재미있게 달리기도 했다. 때로는 장거리 출장에 기름값을 크게 덜어주는 ‘효자’역할도 했고, 넓은 실내공간으로 책과 자전거 등을 잔뜩 싣고 운반하던 기억도 남는다.
오늘도 308은 달린다. 이 글을 적는 지금 이 순간에도 라이드매거진 식구들의 든든한 발이 되어 전국 곳곳을 누비고 있다. 독일차가 대세인 우리나라에서 가성비 좋은 프랑스차가 있다는 걸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도 톡톡히 했다. 예전엔 수리와 중고차값 때문에 많이 망설여진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직접 센터를 방문해 수리를 받아보니 여느 자동차 회사 못지 않게 빠르고 좋은 서비스를 받았고, 중고차 감가율 부분도 차츰 개선될 것이니 크게 걱정할 부분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확 달라진, 기본기 탄탄한 308을 꼭 한번이라도 느껴보기를 권하며 롱텀시승기를 마무리 한다.
“힘내라 308! 고마웠다 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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