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에 낭만을 더하다 BMW M4 컨버터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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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의 고성능을 담당하는 M 모델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가장 많이 알려진 M3와 M5, M6는 물론, SUV 모델인 X5 M, X6 M, 작은 차체로 민첩함을 더한 M2도 곧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렇듯 BMW는 다양한 모델에 M을 추가해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히고, 보다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 또 하나의 M 모델이 있다. 늘씬한 쿠페 모델인 M4를 바탕으로 하드톱을 씌운 M4 컨버터블이다. M이 갖고 있는 강력한 주행 성능과 컨버터블만의 장점으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해석이다. 과연 이런 전략이 먹혀 들었을 지 아니면 두 마리 토끼 모두 놓쳤을 지 궁금증이 밀려왔다. 백문이불여일견, 일단 부푼 기대를 안고 M4 컨버터블을 마주했다.
M4 컨버터블의 겉모습은 한 마디로 잘 달리는 육상선수를 보는 것 같다. 볼록하게 튀어나온 휀더와 보닛은 듬직한 근육질 몸매가 떠오르고, 날카로운 범퍼와 디퓨저, 감각적인 사이드 미러 디자인은 섬세한 잔근육처럼 아름답다. M 모델에만 허락되는 2줄짜리 그릴과 브레이크 캘리퍼, 살이 얇은 전용 19인치 휠은 M4 컨버터블 만의 멋을 더한다.
3피스 하드톱 형식의 루프라인은 그리 매끄럽지 않다. 어딘가 모르게 조각조각 나뉘어져 있는 모습이 자연스러움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도 소프트톱 보단 일체감이 있어 톱을 닫았을 땐 쿠페라인이 제법 드러난다. 무게는 나가지만 방음과 차체 강성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하드 톱 선택은 최선이었던 것 같다. 참고로 톱은 시속 18km 이하에서 20초만에 언제든지 열고 닫을 수 있다.
실내는 기존 4시리즈를 통해 봤던 구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간결한 센터페시아, 와이드 모니터, 하만카돈 스피커, 각종 버튼들도 모두 그대로다. M전용 변속기와 스티어링 휠, 아날로그식 바늘 계기반 등이 특징으로 보이는 데 '우와' 할 정도는 아니다. 탄소섬유와 질 좋은 가죽으로 곳곳을 덮었지만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움 보다는 달리기에 초점을 맞춘 세팅이다.
두툼한 스포츠 시트는 기대 이상이다. 착좌감도 좋고, 옆구리를 잡아주는 능력도 수준급이다. 마냥 딱딱하지도 않아서 타고 내릴 때 얼굴을 찌푸리지 않아도 된다. 시동을 켜면 머리 받침대 M4 문구에 불빛이 들어온다. 사소한 재주를 부렸는데 운전자로써 만족감이 상당하다. 여기에 목을 따뜻하게 감싸는 넥워머 기능과 뒷좌석 승객이 타고 내리기 편하게 만든 옆쪽 전동시트 버튼도 꽤 유용하다.
뒷좌석은 생각보다 넓다. 4.6미터의 넓은 길이와 넉넉한 휠베이스 덕분에 한 것 여유로운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장거리 이동은 힘들겠지만 4명이 즐겁게 오픈에어링을 할 수 있을 만큼 알찬 공간이다. 트렁크는 오픈카답게 비좁다. 이런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버튼 하나만 누르면 하드톱이 살짝 올라가는 기능을 추가했다. 컨버터블의 태생적인 단점을 부단히 잡기 위한 노력과 흔적이 보인다.
보닛을 열어보니 빼곡히 들어찬 엔진과 굵은 비단뱀 같은 스트럿바가 눈에 띈다. M4 컨버터블에는 직렬 6기통 3.0리터 트윈터보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431마력, 최대토크 56.1kg.m를 뿜어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시간은 단 4.4초면 충분하며, 최고속도는 시속 250km에서 제한된다.
말이 필요 없다. 다운사이징 대열에 합류해도 역시 M은 M이다. 총알처럼 튀어나가는 가속력과 귓가를 때리는 배기음, BMW 특유의 짜릿한 운전감각이 더해져 정신을 쏙 빼놓는다. 쿠페보다 250kg무거워졌다고 굼뜨거나 느리지 않다. 여전히 역동적이고, 서킷에서 타야 될 것 같은 감성을 자극한다.
330km까지 적힌 속도계와 날카로운 바늘이 자꾸 달리라고 보채는 것 같다. 그리고 바늘은 운전자의 발끝에 맞춰 연신 춤을 춘다. 재빠른 변속 시점과 6,000RPM 끝에서 시작되는 클라이맥스는 오감을 자극한다. 여기에 유리창에 비추는 M모드 전용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오로지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속도와 변속 단수, RPM 반응까지 정교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한눈 팔 일이 없다.
서스펜션과 스티어링 휠 등 모든 버튼을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 놓으면 차는 더욱 세차게 운전자를 몰아 붙인다. 위압감이 들기 충분하다. 아울러 운전자의 조종 능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마치 내 운전 실력을 모든 사람들이 보는 것처럼 벌거벗은 느낌이다. 그 만큼 적나라하고 직관적인 반응이다. 조금만 무리하면 계기반 DSC 불빛은 계속 깜빡이고, 뒷바퀴는 갈지(之)자를 그리며 옆으로 흐른다. 코너에서도 마찬가지다. 언제든 뒤를 미끄러트릴 준비가 된 것처럼 계속 꿈틀대는데 스릴과 공포감이 동시에 밀려온다. 그리고는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M4의 짜릿한 매력에 중독되어 버린다.
물론 이런 격렬한 주행은 톱을 닫았을 때 얘기다. 톱을 열면 뒤쪽으로 무게가 70kg 더 쏠리면서 균형감이 깨진다. 약해진 차체 강성은 물론 빠르게 지나가는 주변 사물과 바람소리 때문에 정신이 없다. 자연스럽게 운전에 집중도가 떨어진다. 또, 이는 얘기치 못한 돌발상황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 쿠페보다 감각이 둔한 핸들링도 아쉽다. 예민하게 스티어링 휠을 돌리며 짜릿한 손맛을 즐기는 운전자들에게는 M4 컨버터블은 조금 안 맞는다. 전체적으로 M의 DNA를 고스란히 물려 받았지만 지금 것 M 모델들과는 다른 감각에 2% 부족한 아쉬움이 밀려오는 것도 사실이다.
하드코어한 M만의 운전 실력이 조금 떨어졌다고 해도 크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여전히 빠르고, 강력하며, 딱딱하고, 날카롭다. 무엇보다도 이 차의 콘셉을 생각하면 이 정도면 충분하다. 매일 서킷에 들어가거나, 일반 도로에서 목숨 걸고 위험한 운전을 할 일이 아니라면 M4 컨버터블의 능력은 차고 넘친다. 여기에 오픈에어링의 감성을 즐길 수 있는 M은 이 차가 유일하다. 주변 사물과 자연을 몸으로 만끽하는 기분은 분명 빠르게 달리는 것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M4 컨버터블의 가격은 1억 1,780만원이다. 고성능과 오픈에어링을 모두 가지려니 쿠페에 비해 가격이 조금 높아졌다. 하지만 억울할 정도는 아니다. 그 만큼 다양한 부분에서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차가 M4 컨버터블이기 때문이다. 빠르게 달릴 땐 냉철한 이성적 판단이 필요하면서도 톱을 열면 한 없이 감성에 젖어들 수도 있다.
그래도 이 차가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면 740만원 더 저렴한 M4 쿠페나 M3 세단을 사면 된다. 각각의 특성이 달라 어느 쪽이 더 좋다 말할 수 없지만 보다 다양한 소비자 입맛을 맞추기 위한 BMW의 노력은 분명 박수 받아야 할 일이다. 그리고 이런 결과물 중 하나가 M4 컨버터블 이라는 것도 꽤 마음에 든다. 적어도 M에 대한 로망과 오픈에어링의 낭만을 모두 가질 수 있는 차는 M4 컨버터블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간단히 살펴보는 BMW M4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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