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유러피언 디젤 SUV, 포드 쿠가 2.0 TDCi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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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코리아가 자사 최초로 디젤 SUV를 국내에 출시했다. 포드를 대표하는 SUV들인 익스플로러와 이스케이프가 지금까지는 모두 가솔린 모델로만 국내에 들어왔었던 것이다. 특히 국내에서 ‘SUV는 디젤’이라는 나름의 공식이 굳건한 것을 감안하면 이제서야 디젤 SUV를 들여 왔다는 것은 늦어도 많이 늦은 것이다. 하지만 퓨전에 이어 디젤 모델인 몬데오가 들어오면서 판매가 크게 늘어난 것을 생각해보면 늦었다고 생각되는 때가 결코 늦은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이번에 소개된 디젤 SUV는 포드의 중형 SUV 이스케이프의 유럽 버전이자 디젤 엔진 모델인 쿠가(Kuga)다. (과거 포드의 소형 스포츠 쿠페 쿠거(Cougar)와 발음이 비슷하지만 영어 이름은 완전히 다르다.) 우리가 볼 땐 이스케이프에 그냥 디젤 엔진을 얹은 것에 불과해 보이는데 굳이 다른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이상해 보이기도 하지만 포드가 북미와 유럽으로 나눠서 사업을 진행해 온 과정을 안다면 이해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렇다. 포드는 그 동안 북미 포드와는 다른 제품을 유럽 포드를 통해 유럽에 공급해 왔었는데, 이제는 하나의 포드 (One Ford) 정책에 따라 북미와 유럽 모델을 통합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이 다른 만큼 같은 모델인데도 성격은 여전히 다르게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유럽을 위한 중형 SUV인 쿠가는 이스케이프 차체에 유럽 시장용 디젤 엔진을 얹었고, 유러피언의 취향에 맞게 뉘르부르크 링에서 하체를 조율했으며, 유럽에서 생산된다. 이번에 그 쿠가가 국내에 들어온 것이다. 최근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이 점차 유럽 스타일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매우 환영할 일이다.
쿠가는 내, 외관에서 이스케이프와 완전히 동일하다. 가까이 와서 디젤 엔진 소리를 듣거나 뒤에 붙어 있는 쿠가 엠블렘을 보기 전까지는 구분할 수가 없다. 외관은 단정한 스타일 보다는 귀엽거나 스포티하거나 개성이 강한 스타일이다. 얇은 라디에이터 그릴과 그 아래 3개로 크게 뚫려 있는 공기흡입구가 앞모습의 독특한 개성을 뿜어낸다. 그릴에는 60km/h 이상의 속도에서 순항할 경우 공기 저항을 줄여주기 위해 자동으로 닫히는 액티브 그릴 셔터가 적용돼 있다.
보닛 위에 오똑한 두 줄의 캐릭터 라인은 옆모습과 뒷모습에서도 강인한 라인으로 표현된다.
차체 사이즈는 4,525 x 1,840 x 1,690mm에 휠베이스가 2,690mm다. 현대 싼타페가 4,700 x 1,880 x 1,680mm에 휠베이스 2,700mm, 투싼이 4,475 x 1,850 x 1,645mm에 휠베이스 2,670mm이니까 사이즈 면에서는 싼타페와 투싼의 중간 정도에 자리한다.
실내도 이스케이프를 통해서 봤던 모습과 동일하다. 같은 프레임을 사용하는 포커스와도 실내 디자인은 상당히 유사하다. 인테리어 디자인도 깔끔한 스타일보다는 입체적인 요소를 많이 사용해 재미를 주고 있다.
특히 돌출된 센터페시아의 입체감이 돋보인다. 해상도가 뛰어난 모니터 앞쪽에는 선반 형태로 각종 조작 다이얼과 버튼들을 배치했는데, 입체적인 느낌은 좋지만 조작 편의성은 다소 떨어진다. 네비게이션은 입체 3D지도가 시선을 끈다.
센터페시아가 상당히 돌출되면서 기어레버는 바닥이 경사면에 배치됐다. 손이 닫는 거리가 적당해 레버 옆에 붙어 있는 변속 버튼을 조작하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다.
시트는 몸을 잘 잡아준다. 시트 포지션은 차체 크기 대비 꽤 높은 편이다. 시트 히팅은 지원하고 냉방 기능은 지원하지 않는다.
계기판도 각종 디스플레이를 여러 조각으로 구분해 입체감을 높였다. 특히 가운데 위 모니터를 통해서 트립컴퓨터를 비롯한 다양한 정보가 제공되는데, 주행 중에 앞, 뒤 바퀴에 걸리는 구동력을 그래픽으로 처리해 재미를 더한다.
휠베이스가 싼타페에 근접하는 크기지만 실내 공간은 크게 넉넉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부족한 정도는 아니다. 쉽게 말해서 무난한 수준이다.
쿠가는 편의 안전 장비도 비교적 충실하게 갖췄다. 대표적으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 액티브 시티 스톱 등을 들 수 있다.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은 차선이탈 시 경고뿐 아니라 차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실제 스티어링 휠을 돌기는 기능까지 수행하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저속에서는 기능이 해제되는 구 버전이다. 이들은 이미 여러 포드 모델들을 통해서 선 보인 기능들이다. 액티브 시티 스톱은 30~50km/h 구간에서 앞 차의 급 정지 시 운전자가 미처 충분한 브레이크를 밟지 못하더라도 차가 알아서 추돌을 막을 수 있도록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준다.
키를 소지한 채 발을 앞으로 툭 차주기만 하면 트렁크가 전동으로 열리는 핸즈프리 테일게이트와 자동 주차 보조 시스템 등도 갖췄다.
오디오는 소니 시스템이 적용됐다.
디자인과 기능 면에서 이미 선보인 이스케이프와 다를 바가 없는 만큼 쿠가의 핵심은 디젤 파워트레인이다. 엔진은 4기통 2리터 터보 듀라토크 TDCi 디젤로 최고출력 180마력/3,500rpm, 최대토크 40.8kg·m/2,000rpm의 높은 동력 성능을 갖췄다. 파워시프트 6단 자동변속기와 토크 온 디맨드 방식의 지능형 AWD가 함께 적용됐다.
정지가속이나 추월가속에서 쿠가는 넉넉한 파워를 발휘했다. 차체 크기와 출력을 감안할 때 폭발적일 수는 없겠지만 어느 영역에서도 파워에 부족함이 없다. 최고속 영역까지도 꾸준하게 속도를 밀어 올린다. 기어를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평상시에도 넉넉한 토크를 활용하며 다이나믹한 주행이 가능하다. 수동으로 변속을 원할 경우 기어레버 좌측에 있는 버튼으로 변속할 수 있다.
오토 스타트/스톱 기능도 갖췄는데, 차가 멈출 때의 시동꺼짐과 출발 전 시동 걸림에서 모두 뛰어난 매끄러움을 갖췄다. 디젤 엔진들은 보통 시동이 꺼질 때나 다시 켜질 때 상당한 진동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쿠가는 매우 매끄럽게 꺼지고 다시 걸린다. 그리고 시동이 금방 다시 걸렸다 하더라도 다시 브레이크를 밟으면 바로 다시 시동이 꺼져 준다.
앞서 설명했듯이 쿠가는 유럽 시장을 위해서 유럽에서 세팅을 다듬은 모델이다. 특히 핸들링과 서스펜션 세팅은 뉘르부르크링에서 다듬었다. 덕분에 주행 감각은 꽤나 안정적이다. 완전 승용감각의 단단한 느낌은 아니고, 주행에서 여유가 느껴지지만 코너링이나 급차선 변경 등에서도 탁월한 안정감을 유지해 준다. 이 정도 사이즈의 SUV에서 기대할 수 있는 적당한 승차감과 뛰어난 안정감의 조화를 보여준다.
4륜구동 시스템은 보통 앞바퀴 굴림 베이스의 도심형 SUV들이 평상시 앞바퀴만을 굴리다 상황에 따라 뒤바퀴에 동력을 전달하는 것과는 달리 기본이 앞 40 : 뒤 60의 구동력 배분에서 역시 상황에 따라 동력이 전달되는 방식이라고 한다. 만약 쿠가가 익스플로러의 동생답게 오프로드에서도 상당한 실력을 갖췄다면 매우 반가운 일일 것 같아 사실 오프로드 주파 실력을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이번 시승에서는 확인할 수가 없었다. 쿠가는 AWD를 갖추고도 신연비 기준 13.0km/L의 뛰어난 연비를 달성한다.
쿠가는 약간 귀엽거나 역동적이거나 한 디자인을 갖춘 유러피언 중형 디젤 SUV다. 충분한 안전 편의 사양도 갖췄고, 동급에서 기대하는 수준의 실내 공간과 활용성도 갖췄다. 지능형 AWD 시스템은 전천후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결국 쿠가는 여러 면에서 매우 모범생다운 면모를 갖췄다. 어느 한 과목도 성적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두루두루 평균 이상의 성적을 거두는 모습이다. 그 동안 이스케이프에 관심을 가졌던 이들은 디젤 엔진으로 보다 효율성을 높인 쿠가에게 확실히 마음을 뺏길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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