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전기차처럼…A7 55 TFSI e콰트로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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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 없이 왕복할 수 있을까?"
아우디가 A7 라인업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를 더했다. 전기만을 이용해 갈 수 있는 국내 인증 거리는 47km인데, 하룻동안 시승해보니 전비가 생각보다 잘 나왔다. 약간의 연비 신공만 더한다면 출퇴근길 75km를 충전 없이 왕복할 지도 모른다. A7 55 TFSI e콰트로를 타고 전기만으로 출퇴근 도전에 나섰다.
출발 전 배터리를 가득 채웠다. 주행 가능 거리는 68km 나타낸다. 인증거리를 훌쩍 넘는 수치다. 14.1kWh 배터리를 가득 채우는 데 든 비용은 3430원에 불과했다. 휘발유 2리터보다도 싼 비용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PHEV)는 웬만해서는 엔진을 사용하지 않는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거나 시속 140km를 넘거나 스포츠 모드를 넣는 등 특정 조건이 아니라면 오롯이 전기 모터로만 달린다. A7 역시 마찬가지다. 배터리 잔량이 여유롭다면 엔진이 깨어날 일은 없다.
덕분에 여느 전기차처럼 조용하다. 내연기관 A7도 정숙한 실내가 특징이었는데 이마저도 엔진의 진동과 소음이 빠지니 더욱 고요하다. 여기에는 이중접합 유리가 한몫한다. 무거운 배터리가 더해져 승차감에도 차이가 있을까 염려했지만 기우였다. 저속과 고속 시종일관 부드럽게 노면을 읽어낸다. 에어 서스펜션의 부재가 아쉽지 않다.
지루한 출근길을 달리며 실내를 감상했다. PHEV라고 해서 특별히 힘을 주진 않았다. 하이브리드 모드가 추가된 점을 제외하면 여느 A7과 동일하다. 옵션도 풍부한데, HUD,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1열 열선 및 통풍 시트, 어라운드 뷰, 무선 스마트폰 미러링, 소프트 클로징 등 고급 자동차에 기대할 만한 옵션은 모두 갖췄다.
특히 뱅앤올룹슨 오디오 시스템의 만족도가 높다. 해상도도 좋을 뿐만 아니라 강렬한 베이스의 초저음 표현이 일품이다. 올해 시승했던 수많은 차량 중에 오디오만큼은 순위권이 들지 않을까 싶다.
도로 흐름은 따라가되, 급감속과 급제동은 삼가며 주행을 이어갔다. 모터 출력은 142마력(105kW)으로 높은 편은 아니지만, 여유롭게 서행하기에 부족하진 않다. 전기모터 특성상 초반 토크도 잘 나오다보니 답답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35km를 달려 회사에 도착했는데 여전히 40km를 달릴 수 있다고 알린다. 배터리 역시 1/3 이상 남았다. 전비는 5.7km/kWh로, 공인 전비(3.1km/kWh)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보였다. 오는 동안 엔진은 단 한번도 개입하지 않았다.
업무를 마치고 퇴근길에 올랐다. 꽉 막히는 서울 시내가 기다리고 있다. 전비가 걱정돼 공조 장치를 끌까 생각도 했지만, 그러기엔 너무도 더운 날씨였다. 에어컨을 유지한 채 시내를 지나 고속도로를 달리니 어느덧 집이 가까워졌다.
이미 70km를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아직까지도 배터리가 남았다. 어디까지 달릴까 궁금해 운전대를 돌렸다. 10분 정도 더 달렸을까, 주행가능 거리 1km를 남기고 'EV 모드 종료'라는 메시지가 뜨면서 자동으로 하이브리드 모드로 변경됐다.
목표치인 70km를 넘어 약 78km를 달리고 나서야 마침내 엔진이 켜졌다. 인증거리보다 65% 이상을 달린 셈이다. 비결은 전력 효율이다. 최종 전비는 5.8km/kWh로, 이를 배터리 용량(14.1kWh)에 곱하면 이론상 81km를 달릴 수 있다. 도로 흐름을 따라 주행했을 뿐인데 이정도 효율을 보여준 점에 놀랍다. 더 여유를 가지고 마음껏 가속 페달을 밟더라도 60~70km는 거뜬할 것으로 보인다.
복귀하며 약 30km 정도를 더 달렸다. 총 110km 달리는 동안 평균 연비는 52.4km/L를 기록했다. 먼 거리를 달리는 동안에 휘발유는 고작 2리터 썼다.
전기를 모두 소모하고 나면 일반적인 하이브리드로 변신한다. 부하가 적을 땐 전기모터가 담당하고 이외에는 엔진을 주로 쓴다. 2.0리터 4기통 가솔린 사양인데, 회전 질감은 다소 아쉽다. A7 가솔린과 디젤이 부드러운 V6 엔진을 쓰는 것과 비교된다. 그나마 수준 높은 방음이 4기통 엔진의 진동과 소음을 잘 포장한다.
배터리가 바닥난 상태에서 연비는 어떨까. 꽉 막힌 서울 시내를 약 20km 달렸는데 평균 연비는 리터당 10.5km를 나타낸다. 준대형 세단이 막히는 도로에서 두 자릿수를 찍은 것만으로도 칭찬할 만한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주행 성능이다. 4기통 질감에 실망한 것도 잠시, 시원시원한 가속력에 놀랍다. 엔진 출력은 252마력, 전기모터와 합한 시스템 출력은 367마력이다. 6기통 가솔린 모델(340마력)보다 센 힘을 갖춘 만큼, 출력에 대한 갈증은 부족하지 않겠다.
집이나 회사에 충전 인프라가 잘 갖춰졌다면 PHEV 매력을 십분 활용할 수 있겠다. 출퇴근 거리가 왕복 60~70km 이내라면 기름을 전혀 쓰지 않고도 일주일을 보내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충전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거나 충전 행위 자체가 번거롭게 느껴진다면 다른 파워트레인을 추천한다. 아우디 A7 55 TFSI e 콰트로 가격은 9985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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