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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램프, 라디에이터 그릴, 범퍼, 안개등을 매우 날카롭게 디자인했다. 기존 어코드가 갖고 있던 평범함은 살짝 남겨둔 채, 레전드의 느낌을 더했다.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의 변화 덕에 무난한 세단의 느낌에서 좀 달리게 생긴 (스포츠)세단으로 바뀌었다. 특히 헤드램프를 LED로 바꾸면서, 혼다의 기함인 레전드의 뒤를 따르고 있다.
아홉 개의 LED는 시선을 압도하고, 야간주행 시 운전자에게 보다 멀리, 넓고 밝게 전방을 비춰준다. 유럽 메이커들은 간혹 LED 램프를 소형차에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은, 조금 늦은감이 없지 않지만 혼다는 어코드까지 LED 램프를 사용했으니 그나마 빠른 편. 뒤쪽은 테일램프의 디자인을 변경했고, 크롬으로 기교를 부리며 고급스러움을 주었다. 실내에서는 상하 두 개의 큼지막한 모니터가 눈에 띈다. 안드로이드 OS 기반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애플 아이폰을 꽂으면 아름다운 목소리의 ‘시리’ 양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애플 ‘카 플레이’도 적용했다. 내비게이션도 제법 훌륭하다. 아틀란 3D 내비게이션은 스마트폰 테더링 기능과 연동해 클라우드 서비스센터를 통한 실시간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지원한다. 또한, 테더링을 통해 지도 업데이트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내비게이션 업데이트를 위해 서비스센터를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사라졌다.
아래쪽에 자리한 공간은 자기유도방식으로 무선충전이 가능하므로, 케이블을 꽂을 일도, 선이 지저분하게 보이는 일도 없겠다. 물론 휴대폰이 무선충전기능을 지원해야만 가능하다. 애플 카플레이는 적용되지만, 무선충전은 되지 않는 애플이다. 물론, 다음 모델은 무선충전이 되긴 하겠지만. 사이버틱한 외관만큼이나, 실내에 많은 공을 들인 건 확실하다. 어코드를 구입하는 연령층이 다소 높은 걸 감안하면, 조금이라도 연령층을 끌어 내릴 수 있겠다. 어코드 심장은 2.4리터와 3.5리터 휘발유엔진이다. 사실 디젤엔진에 많이 인색한 일본이다. 물론 한국이 디젤엔진을 좋아한다고 해서, 전세계적으로 디젤 열풍이 분다고 해서 모든 메이커들이 디젤엔진을 만들 이유는 없다. 또한, 예전만큼 디젤엔진을 무조건 찬양하고 구입하는 시기는 지났다. 그렇다. 바로 그 디젤게이트, 그러니까 폭스바겐이 한 건 제대로 했다.
시승모델은 V6 3.5리터 모델. 282마력의 최고출력, 최대토크는 34.8kg·m. 수치만 보면 부족함이 없다. 최신 엔진은 아니지만, 사골이라고 말하면 섭섭하다. 엔진은 풀모델체인지인 경우에도 그대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욱이 가변실린더 매니저먼트 시스템도 있다. 정속주행 시 실린더를 세 개 혹은 네 개만 작동시켜, 연료효율을 대폭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도 쓸 줄 안다는 말이다. 시내주행 시 안락함을 무기로 이전 어코드의 냄새가 짙게 배어있다. 안락함은 일본 메이커 세단들의 최대강점. 다소 거친 노면을 대하는 방법도 깔끔하다. 대리석 위를 달리지 않는 이상, 미세하게 전해지는 노면상황. 노면을 처음 접하는 타이어부터 수많은 부품을 거쳐 최종목적지인 엉덩이까지 길고 긴 여정 동안 거르고 또 걸러준다. 유럽차들이 지금처럼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기에는 이렇듯 포근한 서스펜션 설정이 기성세대들의 지갑을 열게 만들었다.
시내주행에는 빈번하게 가속페달과, 브레이크페달을 밟기 마련이다. 작은 배기량의 자동차들이 출발할 때 오히려 요란한 법. 어느 정도 속도가 붙은 다음에야 본격적인 주행으로 접어든다. 브레이크 답력 또한, 초반부터 후반까지 일정하다. 정확히 밟는 양에 따라 속도를 줄여나간다. 고급세단이 가져야할 덕목 중 하나.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보면 부드럽게 엔진회전수가 상승한다. 최대토크를 4천900rpm에서 토해내지만, 그 이하에서도 가속감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레드존에 이르러 변속이 이루어지면, 5천rpm 부근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지치는 기색 없이 꾸준히 차체를 끌고 나간다. 속도계는 제한속도를 훌쩍 넘기고도 지칠 줄 모르며 가속을 이어간다. 엔진회전 질감은 깨끗하다. 4기통의 쥐어짜는 느낌은 찾을 수 없다. 넉넉한 배기량이 주는 특권이라고나 할까. 자연흡기엔진의 장점은 부드럽고 끈기 있는 엔진이 아니던가. 다운사이징이 대세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자연흡기엔진을 좋아하는 이들도 많으니 수요도 아직까지는 확실히 남아있는 셈. 서스펜션의 댐핑압력을 손보면서 안락함과 단단함의 타협점을 잘 잡아냈고, EPS 로직 개선으로 민첩함과 응답성까지 향상됐다. 핸들링의 변화는 외관의 변화만큼이나 확연히 느껴진다. 굽이진 길에서 이리저리 핸들을 돌려보면 응답성과 예리하게 노면을 재며 달려나가는 느낌은 이전 모델과는 확실히 다르다. 여기에 고장력 강판의 비율을 늘려 보다 탄탄한 차체를 완성했다.
일본 메이커의 세단을 물침대로 생각하는 시대는 확실히 지났다. 보통 경쟁모델의 경우 ‘스포츠’ 모드가 준비되거나, 기분 전환용 패들시프트 또는, 변속기에 수동 모드를 갖추고 있다. 어코드의 경우는 다르다. 기어레버를 ‘S’에 놓으면 모든 게 끝난다.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이지만, 드라이버의 대부분이 패들시프트나, 수동 모드를 그렇게 많이 사용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기어 변속을 위해 정신없이 손을 움직이며 변속 시기를 놓쳐 허둥대는 것 보다는 확실히 간단하다. 그 동안 어코드는 안락한 패밀리세단 느낌이었다. 비록 페이스리프트 모델이긴 하지만 외관에서 풍기는 강인함, 놀라울 정도로 IT기술을 받아들인 실내 등 풀모델체인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달리는 즐거움까지 더했으니, 이제 독일차들과 한판 제대로 붙어볼 기세다.
LOVE : 서스펜션 설정과 개선된 핸들링으로 달리는 재미 업!
HATE : 핸드브레이크가 꼭 필요한 걸까? 전자식이면 더 좋겠다
VERDICT : 보수에서 진보로 넘어가려는 이들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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