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과 아날로그가 만난 슈퍼카, 혼다 NS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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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멋들어진 콧수염이다. 나는 좌석에 앉아 닉 로빈슨(NSX 프로젝트 개발 엔지니어)의 콧수염이 없는 모습을 상상했다. 여전히 그가 소년들이 생각하는 영웅, 전투기 조종사 또는 우주비행사의 모습으로 남아 있을지, 아니면 그냥 그저 평범한 녀석이 됐을지 말이다. 평범한 녀석이 만든 혼다 NSX의 승차감과 핸들링은 어떨까? 한 번 알아보자.
혼다 NSX여. 왜 이렇게 오래 걸렸나? 그냥 오랜만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우리 생각에는 분명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전면에 V10 엔진을 실은 어드밴스드 스포츠카 콘셉트가 2007년에 등장했지만 레이스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2012년에는 최초의 NSX가 그랬던 것처럼 V6 자연흡기 엔진을 가로로 배치한 NSX 콘셉트가 등장했다.
그때까지 이 프로젝트는 혼다의 럭셔리 브랜드인 어큐라의 작은 팀이 맡고 있었다. 당연히 세계시장을 노리고 개발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또한 당신도 알다시피 자연흡기 V6 엔진은 현시대의 슈퍼스포츠카에 충분하지 않다. 일본 혼다의 엔진 기술자들은 더 강력하고 거친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새로운 스포츠 경험(New Sports eXperimental)이란 이름을 갖고 있는 NSX를 위해서라면 말이다.
겨우 2년 전이었다. 그때는 엔진도 없고, 엔진을 넣을 차체도 없는 상태였다. 또한 '스포츠카'에 대한 충분한 경험을 가진 사람도 없는 상태였다. 혼다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이 팀에 3명의 엔지니어를 투입했다. 오리지널 NSX 프로젝트의 노장들이었다. 스포츠카를 위해 일했던 세 사람의 엔지니어는 전체 엔지니어 팀 구성에 속도를 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혼다다운 것이 무엇인가 대한 의문이 남았다. 나는 이 부분에서 혼다가 젊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공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덧붙여야 했다. 혼다의 북미 라인업에는 스포츠카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순수주의자나 마니아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시험용 로켓 엔진을 장착한 비행기를 타고 마하 5를 넘나들 것처럼 보이지 않았던 로빈슨이 파이크스 피크를 달리는 모습과 NSX의 책임 기술자인 테드 클라우스가 여든이 넘은 아버지와 언덕길을 오르는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사설이 길어지는 것 같아 걱정스럽지만, 그만큼 이 차에 대해 할 말이 많다. 그리고 이것만큼은 꼭 명시해야겠다. 이들은 '스포츠카'를 이해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스포츠카를 구현해내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지식을 갖췄다. 혼다는 페라리 458 이탈리아와 아우디 R8 V10+, 그리고 포르쉐 911 터보를 구입했다. 딱히 특별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개발진들이 또 다른 911 시리즈인 911 GT3도 구입했다. 그 스티어링 감각을 기준점으로 삼았다는 점은 그들이 목표한 바를 이뤄냈을 것임을 당신에게 설명하는 셈이다. 이로써 혼다의 개발진은 나와 당신같은 사람들의 마음을 얻었다. NSX는 어큐라 브랜드에 독특한 스타일을 제공하고 앞으로 어큐라 브랜드의 핸들링과 승차감을 정의할 것이다. 이들은 혼다가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팀이다.
1세대 NSX는 동시대 미드십 엔진 페라리의 절반 가격에 매일같이 탈 수 있는 슈퍼카를 목표로 했다. 오늘날 혼다의 브리핑도 그와 비슷하다. 아우디와 페라리 등과 경쟁(물론 한 세대 이전의 것을 겨냥한 것이긴 하지만) 하면서도, 은퇴한 부유층 사람들이 팜 스프링스 같은 곳에서 골프장으로 운전하고 가는 것까지 고려해야 했다. 범위가 너무 넓었다. NSX의 진짜 의미는 서킷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일반도로에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그럼 세부적인 차체 구성은 어떨까? 차체 비율은 R8과 비슷하지만 더 날카롭다. 파워트레인을 냉각시키는 라디에이터를 위해 움푹 패인 통풍구가 모두 열 개 있다. 복합 소재로 제작된 프레임 구조는 아마도 모노코크 방식이라고 부를 것이다. 차체 안에 두 개의 시트와 엔진을 달았다. 새롭게 개발한 두 개의 터보차저를 포함한 V6 3.5L 엔진은 시트 뒤에 세로로 놓여있다. 또한 드라이 섬프 방식을 사용해 엔진의 위치를 낮췄다. 터보는 75° V자 형상으로 엔진 바깥쪽에 낮게 달았다. 배기시스템과 소음기는 트렁크 바로 아래있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전체적으로 무게중심이 지면에 무척 가깝다.
엔진은 6,500rpm에서 회전 한계 지점인 7,500rpm 사이에서 최고출력 507마력을 낸다. 충분하지 않은 것처럼 들리는가? 그건 아니다. 왜냐하면 엔진 이외에 플라이 휠과 스타트 모터 역할을 하는 전기모터가 49마력을 더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연결하는 듀얼 클러치 오토매틱 기어박스는 9단 변속기와 맞물린다. 1단 기어는 출발을 위한 것이고 마지막 9단 기어는 크루징을 위한 것으로 7단계의 변속기는 무척 조밀한 기어비를 만들어낸다. 기계적인 구성은 콤팩트하게 디자인됐다.
전면에서 봤을 때, 시야를 확보하는 데 도움을 주도록 스커틀 역시 낮게 설정되었다. 혼다는 첫 번째 NSX의 사용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잊지 않았다. 유심히 들여다보면 각각의 프론트 휠에 장착된 두 개의 38마력짜리 전기모터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각각의 모터와 엔진은 동시에 최대 회전 한계에 도달하지 않아 시스템 출력은 581마력이 된다.
NSX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시빅 하이브리드의 것과 거의 같다. 물론, 당신이 NSX의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를 설정할 경우 전기모터로만 움직일 수도 있다(NSX는 스포츠, 스포츠+, 트랙 모드 등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시스템의 포인트는 아니다. 전기 자동차처럼 플러그를 꽂아 충전할 순 없지만, 제동 시나 가속에서 남는 전력이 있을 때, 충전되는 방식으로 언제든지 전기모터의 힘을 더할 수 있다. 서킷에서조차도 완전히 배터리를 방전시킬 수는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점은 BMW의 i8보다 맥라렌의 P1에 가깝다. 하지만 P1 혹은 터보 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자동차처럼 무게는 문제다. NSX는 1,725kg이나 나간다. NSX는 무척 많은 것을 가진 차지만, 가벼움까지 갖진 못했다.
혼다는 NSX의 무게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음에도 그들이 제공한 100페이지가 넘는 자료 중 겨우 몇 장만 할애했다. "동급 차량들 사이에서 무척 경쟁력이 있다"가 무게에 대한 혼다의 공식적인 답변이다. 물론 이런 답변은 대부분 좋은 의미에서 말하는 것이지만 때로는 아닐 때도 있다. 엔지니어들은 NSX가 윈드 터널 테스트에서 우수하다고 말한다. 얼마나 매끄럽길래?
"우리는 유럽의 윈드 터널 테스트에서 20% 더 높은 수준의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이견이 있을 수 없죠. 그리고 동급 차량들과 비교했을 때, 무척이나 경쟁력이 있다구요." 마찬가지로 차 앞쪽과 뒤쪽 모두에서 다운포스를 발생시킨다고 한다. 또한, 0→시속 100km까지 빨리 도달할 것이다. "모든 매거진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테스트하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도록 둘 거예요. 하지만 동급 차량들과 비교했을 때 무척 경쟁력 있다구요." 그래, 알아듣겠다. 최고시속은 약 307km. NSX의 퍼포먼스와 핸들링을 테스트할 수 있는 첫 번째 기회는 서킷에서 12바퀴를 도는 것이다. 쉽게 차체 크기만으로 판단을 내릴 순 없다. 길이는 4,470mm로 R8의 것보다 1cm 더 길고, 폭은 1,940mm로 R8과 같다. 하지만 이 차가 제대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당신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유감스럽게도 시트의 높낮이 조절은 불가능하다. 대신 운전자와 동승자 사이의 공간은 충분히 확보되었고, 드라이빙 포지션은 기본적으로 문제가 없다.
인테리어는 대체로 훌륭하지만 몇 가지 부족함도 있다. 몇몇 부분은 혼다가 내놓는 차량들처럼 평범하기 그지없다. 인포테인먼트 터치스크린이나 일부 플라스틱을 성의 없이 금속처럼 보이게 가장한 것, 수납공간이 부족한 것 말이다. 하지만 당신이 스타트 버튼을 눌러 달리기 시작할 때나 신나게 달리고 난 다음 피트로 들어올 때에는 무척 쉽게 잊을 수 있는 부분이다.
V6 3.5L 엔진이 만들어내는 배경음 덕분이기도 하다. 소리가 꽤나 풍부하다. 물론 오리지널 NSX의 것처럼 영적으로 충만한 것은 아니지만, 부하가 걸린 과급기 밸브의 떨림에도 충분히 부드럽고, 전기모터는 잡소리가 없다. 이는 능력에 비해 꽤나 겸손을 부린 것 같지만, 혼다의 엔지니어들은 이런 부분들이 NSX를코너링에서 한계에 가깝게 몰아붙였을 때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NSX의 2단계로 조절되는 자기유변댐퍼는 댐핑력을 단단하게 조정한 상태에서도 둔덕을 넘거나 커브를 돌아나가면 충분히 부드럽게 느껴진다. 세팅 값은 '일반도로' 혹은 '트랙'으로 나뉘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도로'와 '부드러운 도로'에 더 가까울 정도다. 따라서 차체 움직임을 생각한다면, 당신이 R8보다 낫다고 말할지 확신할 수는 없다.
그리고 NSX는 직선주로에서나 상당한 코너링 저항에서도 엄청난 가속을 이끌어낼 만한 능력을 갖고 있다. 모터 소리를 전혀 들을 수 없을지라도, 각 모터가 제몫을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모터는 낮은 회전수에서 터보가 작동하는 동안, 비는 토크 곡선의 영역을 채워내기에 어떤 회전수에서나 수퍼차저가 작동하는 듯한 강렬한 가속감을 느낄 수 있다. 확실히, 페라리의 488 GTB(더 가벼울뿐더러 거의 101마력을 더 낸다)만큼 빠르진 않지만 여기엔 가속도란 목적에 충실한 소음의 울림이 있다. 기어 변속은 올리거나 내리거나 과정 모두가 빠르다. 브레이킹으로 인해 엔진회전수가 떨어지는 것을 전기모터가 메우는 과정은 정말 극적일 정도로 멋지다. 상당한 수준의 기술이 드라이브 트레인에 사용되었기에 만약 그 느낌이 비선형적인 것이라면, 그 감각은 무척 쉽게 느껴진다. 심지어 브레이크도 전자식 제어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제동 시에 발생하는 에너지를 모터로 되돌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감각은 완전히 통합된 것처럼 느껴진다. 이 디지털 방식 슈퍼카는 완전히 아날로그적인 느낌이다.
핸들링 역시 마찬가지다. 스티어링 휠은 1.9바퀴 돌아가는 것으로 페라리의 스티어링 회전 비율에 맞먹을 만큼 빠르다. 하지만 훨씬 덜 신경질적이다. 그 느낌은 무척 희박하지만, 기분 좋은 쪽으로 완전히 치우치며(또한 그 세팅까지도), 무척이나 정확하다. 핸들링 감각을 통해 스스로를 정의하는 셈이다. 혼다는 NSX가 슈퍼카의 정의를 무너뜨릴 차, 즉 종결자라고 말한다. 그 자체로 독특하다. 하지만 트랙 위에서의 느낌은 완전히 자연스럽다.
만약 당신이 옵션으로 가능한 카본 세라믹 버전만큼 충분히 강력한 브레이크를 걸어 코너로 진입하면 리어 서스펜션이 온전히 지탱해주는 동안, 리어 타이어는 차가 더 잘 돌 수 있도록 미끄러지듯 움직인다. 하지만 그 감각은 토요타의 GT86이 만드는 드리프트같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R8이나 람보르기니 우라칸보다 더욱 공격적이다. 힘은 프론트에서도 똑같이 전달된다. 생각해보라, 그 트랙션이 얼마나 강력할지를. 그럼에도 스로틀 조작으로 NSX의 방향을 전환할 수 있다. 기계적 슬립 제한 리어 디퍼런셜과 ESC 스위치를 끄면 드리프트로 다룰 수 있다. 서킷에서 사용하기에 너무 긴장되긴 하지만. NSX를 너무나 부드럽고, 너무나 빠르게 핸들 조작을 줄이면서 달리는 것은 최고로 행복한 순간이다. 정말 놀랄 정도로 빠르다(혹은 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매우 경쟁력 있다). 실제로 초를 재봐도 그렇다. 나는 NSX가 911 터보처럼 코너를 탈출하면서 빨리 달릴 수 있을지 의심했다. NSX는 911과 같이 하중이 리어 액슬 뒤로 쏠리지 않아 더욱 자신만만하게 코너를 탈출할 수 있다. 그들은 분명 옳았다. NSX는 훌륭한 트랙용 자동차다.
일반도로에서는 어떨까? 사실 NSX는 일반도로에서도 사랑스럽다. NSX가 영국의 도로에서 충분히 잘 달릴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렇게 되길 바란다. 비록 사이드미러를 포함한 폭이 2,217mm나 되지만 다루기 어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NSX의 섀시는 자연스러운 리듬과 흐름을 찾아내기에 무척 쉽기 때문이다. 당신은 스스로 기어 시프트 패들을 많이 딸깍거리게 될 것이다. 기어비가 짧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거라도 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모든 기술적인 목표와 욕망들은 겉모습에서도 조금 엿보이며, 조금은 파괴적으로도 보인다. 내 판단에 따르면 NSX는 어떤 자동차와 비교해도 될 정도로 경쟁력이 있다. 물론 혼다의 엔지니어들은 '동급 차량들과 비교했을 때, 무척이나 경쟁력이 있다'고 표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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