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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 SUV의 범람 속에서 하이브리드를 외치다 - 토요타 RAV4 하이브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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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실한 내실로 사랑 받는 세계 최초의 크로스오버 SUV이자, 토요타의 대표 컴팩트 SUV인 `RAV4`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품었다. 토요타 RAV4 하이브리드는 렉서스 브랜드의 RX와 NX 이후로, 한국토요타자동차가 선보이는 세 번째 하이브리드 SUV이자, 국내에는 처음으로 소개되는 토요타 브랜드의 하이브리드 SUV이기도 하다. 우수한 상품성과 신뢰성으로 북미 시장에서 20년 넘게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RAV4의 하이브리드 버전은 어떤 매력을 품고 있을까? 토요타 RAV4 하이브리드를 시승하며 그 견실함과 알뜰함을 경험해 본다. VAT 포함 가격은 4,26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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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RAV4 하이브리드는 근래 페이스리프트를 이룬 일반형 RAV4와 외견 상으로 큰 차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신형 캠리 이후로 토요타 브랜드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인 `킨 룩(Keen Look)`에 충실한 외양으로 디자인된 얼굴은 신선한 느낌을 준다. 얼굴에서는 캠리나 아발론과 비슷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전보다 한층 입체적이고, 도드라져 보이며, 일견 신형 프리우스의 모습이 겹쳐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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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램프는 Bi-LED 헤드램프를 사용하고 있으며, 테일램프에도 LED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테일램프는 내부 반사판을 다소 어둡게 처리하여, 시인성을 높이는 한편, 보다 세련된 느낌을 준다. 휠은 일반 RAV4와 같은 규격의 18인치 알로이휠을 사용하며, 타이어는 235/55R 18 규격을 사용한다. 또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적용된 만큼, RAV4 하이브리드는 하이브리드 전용의 파란색 바탕 엠블럼과 하이브리드 로고가 추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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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기존 RAV4와 같이, 불필요하게 멋을 부리기보다는 쓰임새를 좋게 하는 데 집중한 인테리어 구성을 취하고 있다. 마감재와 색상 등을 다소 변경했으며, 손이 닿는 곳곳에는 부드러운 재질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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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판은 캠리 하이브리드와 같은 에코 게이지와 속도계로 구성된 2-서클 레이아웃을 사용하고 있다. 타코미터를 생략하고, 그 자리에 현재 사용되고 있는 에너지의 양을 나타낸다. 중앙의 정보 창은 고해상도의 LCD 모니터로 되어 있어, 시인성이 양호한 편이며, 내비게이션과 연동도 가능하다. 센터페시아의 오디오 유닛은 디스플레이의 크기가 꽤나 작아진 느낌이 든다. 캠리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에 사용되었던 것과 같은 큼지막한 버튼들이 좌우를 채우면서, 화면의 좌우 폭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인터페이스는 렉서스와 유사한, 신형의 UI를 사용하고 있어, 사용 상 큰 어려움은 없으나, 사람에 따라서는 디스플레이의 크기가 답답해 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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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납 공간 면에서도 기발하고도 유효한 아이디어들이 돋보인다. 글러브 박스 상단의 큼직한 트레이는 호주머니 속 물건을 꺼내 두기 좋으며, 일반적인 상황에서 물건이 쏟아지는 등의 일이 없다. 컵홀더는 앞뒤로 하나씩 배치되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머그컵을 꽂을 수 있도록, 손잡이 부분을 파 놓았다. 컵홀더의 용량도 커서, 패스트푸드점의 대형 음료 용기도 충분히 들어간다. RAV4의 주 무대인 미국시장의 요구가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 앞으로는 담배갑 등을 놓기 좋은 소물함과 스마트폰 등을 놓을 수 있는 트레이가 마련되어 있다. 팔걸이를 겸하는 센터콘솔은 뚜껑을 앞뒤로 움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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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V4의 앞좌석은 기존과 다름 없이, 안락한 운행을 위한 부드러운 착석감을 지니고 있다. 운전석은 요추받침 포함 10방향의 전동 조절 기능을 지원한다. 조수석은 전동 조절 기능이 지원되지 않으며, 전후 슬라이드와 등받이 각도조절만 가능하다. 양쪽 좌석은 모두 2단계의 열선 기능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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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은 안락한 착석감을 지니고 있으며, 바닥이 평탄하고 공간도 여유가 있어, 거주성에서도 나무랄 곳 없다. 등받이는 뒷좌석의 레버를 이용해 각도를 3단계로 조정할 수 있다. 뒷좌석의 머리받침은 접을 수 있게 만들어져 있어, 후방 시야 확보에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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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RAV4 하이브리드는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뒷좌석 후방에 탑재하게 되면서, 기본 트렁크 용량이 일반형 RAV4에 비해 다소 줄어 들었다. 일반 RAV4는 뒷좌석 선반을 제거한 상태에서 美 SAE 기준으로 1,087리터,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2,078리터로 늘어난다. 하지만 RAV4 하이브리드는 여기서 79리터 감소한 1,008/1,999리터의 용량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일반형 RAV4가 동급 최대의 트렁크 공간을 제공하는 만큼, 의외로 용량 감소는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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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RAV4 하이브리드의 심장은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의 NX300h의 것에서 왔다. 이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전방에 실리는 엔진과 변속기, 발전용 모터 등은 캠리, 혹은 ES300h의 것과 같지만, 후륜의 구동을 위한 별도의 모터를 더 탑재하고 있다. 2.5리터 직렬 4기통 맷킨슨 싸이클 엔진은 152마력/5,700rpm의 최고출력을 내며, 전기모터는 총 143마력의 최고 출력을 발휘, 시스템 합산 총 출력은 197마력에 달한다. 변속기는 당연하게도, 토요타의 e-CVT를 사용하며, 정부 공인 표준 연비는 도심 13.6km/l, 고속도로 12.4km/l, 복합 13.0km/l다. 엔진과 변속기 모터 등에서 생성되는 동력은 앞바퀴로, 후륜 쪽에 배치한 별도의 모터는 동력을 뒷바퀴로 전달하여, 별도의 드라이브 샤프트가 존재하지 않는 전기식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을 구성한다. 이것이 바로, 토요타의 `E-Four`다. 이러한 시스템 개념은 신형 프리우스의 일본 내수 시장용 모델에도 적용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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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V4 하이브리드는 시동 버튼이 아닌, `전원` 버튼이 있다. 실제로 일반적으로 쓰이는 `Start`가 아닌, `Power`라고 표기되어 있다. 이 때문에 마치, 전기 제품의 전원을 올리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전원 버튼만 누른다고 해서 바로 시동이 걸리지는 않는다. 물론, 엔진의 예열이 부족하다거나, 공조장치 등의 사용으로 인한 전력 과부하, 혹은 하이브리드 배터리의 용량이 부족한 경우 등의 상황에서는 버튼을 누르고 몇 초 뒤에 곧바로 시동이 걸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엔진의 시동과 정지, 그리고 전기 모터로 동력원이 변환되는 과정이 자연스럽다는 점에서는 가히 하이브리드의 강자다운 토요타의 실력이 가감 없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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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모드로 주행 중에는 그야말로 전기차(Electric Vehicle)와 같은 상태다. 때문에 엔진의 구동음은 전혀 들리지 않는다. 대신, 일반적인 자동차에서는 엔진의 구동음에 묻혀 있는 전기 장치들의 백색 소음이나 타이어 소리 등의 소음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소음들 역시 상당한 수준으로 억제되어 있는 편이기 때문에, 처음 접하는 운전자에게는 그저 아주 조용한 차를 타고 있는 것만 같은 경험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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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감은 가족용 컴팩트 SUV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다. 하지만 마냥 편하기만 했던 기존의 RAV4와는 달리,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하면서 늘어난 중량과 섀시 보강 등의 작업이 더해진 RAV4 하이브리드는 약간 더 조여진 느낌을 준다. 유럽식의 탄탄함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토요다 아키오 사장이 말하는 새로운 토요타의 자동차 만들기 방법론이 약간이나마 작용하고 있다는 것으로도 풀이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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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힘을 얻기 위해 급가속에 들어가면, 정숙함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의외로 거친 엔진의 구동음이 실내로 파고든다. 전동기로 제어되는 e-CVT는 풀리와 벨트로 구동되는 CVT와도 같이, 엔진의 회전 수를 일정 영역에 고정시키며 최대한의 힘을 쓸 수 있도록 돕는다. 스포츠 모드를 사용하면, 엔진의 회전수를 되도록 고회전에 맞춰서 최대한의 응답성과 동력 성능을 끌어 쓸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주로 돕는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RAV4 하이브리드의 가속력과 질감 자체는 그다지 정력적인 느낌은 아니다. 다만 운전자가 원하는 속도에 도달하기 위해, 천천히 진득하게 속도를 높일 뿐이다. 에코 모드에서는 스로틀의 작동 및 응답에 개입하여, 연료 소모를 제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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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링에서는 차체 강성의 증대와 하체 설정의 변화를 확실히 체감할 수 있다. 차체 강성 증대를 해, 레이저 스팟 용접 포인트가 증가했으며, 구조 강성을 보강했다. 물론, 이러한 방식의 차체 구조강성 증대는 이는 어디까지나 충돌안전성능 강화를 위한 것이고, 이로 인해 나타나는 든든해진 느낌은 부수적인 효과에 가깝다. 하체의 경우, 한 단계 단단해진 느낌을 준다. 롤이 일어나는 정도가 줄었고, 요철을 타고 넘을 때의 동작에서도 약한 모습을 보이는 일도 꽤나 줄어 들었다. 물론, 태생이 가족형 SUV인 만큼, 스포츠카처럼 몰아 붙이는 것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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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전에 비해 선회 및 직진 안정성에서 향상된 모습을 보인다. 조종 성능 부분에서의 기본기를 갈고 닦은 것은 분명히 RAV4의 만족도를 올려줄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RAV4 하이브리드의 향상된 기본기의 뒤편에는 E-Four 상시 4륜구동 시스템 역시 큰 몫을 하고 있다고 본다 이 시스템은 국내에서는 렉서스 NX300h를 통해 처음 소개되었고, 4세대 프리우스의 일본 내수시장용에도 탑재되고 있다. 필요한 때에 뒷바퀴로 동력을 보내어, 안정적이고 원활한 회전 구간 주행을 도우며, 눈이나 빗길 등에서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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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V4 하이브리드에 탑재된 E-Four는 엔진과 비슷한 출력을 지닌 전기모터를 통해 이론 상 전후 5:5의 구동력 배분을 가능하게 한다. 전기모터가 직결된 뒷바퀴는 가속 및 급선회, 미끄러운 노면에서의 접지력 확보에 이르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 제한적이지만 독특한 상시 4륜구동 시스템 덕에, 오르막길 등판에서 느껴졌던 체감 상의 힘 부족을 의외로 상당 부분 해결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본격적인 자연 탐사를 위한 용도와는 거리가 멀지만, 일반적인 상시 4륜구동처럼 연료 소모가 심하지 않으면서도 유사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은 큰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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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심장을 품은 토요타 RAV4의 연비는 공인 연비 기준으로 도심 13.6km/l, 고속도로 12.4km/l, 복합 13.0km/l다. 하지만 시승을 진행하며 트립컴퓨터로 기록한 평균연비는 크게 달랐다. 시승하고 기록한 연비 결과에 비추어 보면, RAV4의 공인 연비는 이른 바, `뻥연비`가 아닌가 의심스럽다. 여기서의 뻥연비란, 연비를 부풀려 기록한 것이 아닌, `축소`되었다는 의미에서다.

기자가 RAV4 하이브리드를 시승하며 운행한 구간은 총 638km. 도심, 국도 및 지방도 구간을 30%, 고속도로 구간을 70% 운행하였다. 연료 탱크를 가득 채운 시점에서 출발했으며, 승객은 운전자 포함 5명이 승차했다. 도심에서는 평균 14.5km/l의 평균연비를 기록하였으며, 혼잡한 경우에도 14.0km/l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국도 및 고저차가 높은 지방도 구간에서는 평균 16.0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고속도로에서는 최고 17.2km/l의 평균 연비를 기록했다. 상기와 같이 고속도로가 7할, 국도 및 지방도를 3할 정도를 차지하는 여정에서 16.1km/l의 총 평균 연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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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X300h에 사용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가져온 RAV4는 향상된 기본기를 비롯하여, 동급에서 가장 넉넉하고 정숙한 실내와 가장 넉넉한 짐 공간을 겸비한 SUV로 손꼽히는 RAV4가 갖는 운송수단으로서의 견실함, 그리고 토요타-렉서스의 검증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무기로 한다. `SUV=디젤`이라는 고정관념이 공식처럼 만연한 대한민국 시장에 대한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SUV를 제안했다. 디젤 SUV에 비해 우수한 정숙성을 비롯하여, 높은 신뢰도와 낮은 유지비용 등의 매력을 지닌 토요타 RAV4 하이브리드는 디젤 SUV의 바다에서 나타난 매력적인 대안이라 할 수 있다.

글, 사진
박병하 기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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