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바퀴만 굴리는 화끈한 우라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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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르도의 뒤를 잇는 우라칸. 람보르기니의 작명법에 따라 전설적인 투우 이름을 이번에도 받아들였다. 스페인어로는 허리케인, 강풍이라는 뜻도 있다.
우라칸 LP610-4. 이름에서 알 수 있듯 610마력에 네바퀴굴림이다. 가야르도가 그랬듯 뒷바퀴굴림 모델도 등장했으니 이름하여 LP580-2. 가야르도 LP550-2의 뒤를 잇는 모델로 네바퀴굴림 모델 대비 최고출력은 30마력 줄었지만, 모든 힘을 뒷바퀴에만 보내기 때문에 뒤를 날리며 즐기는 ‘드리프트 캐릭터’로 태어났다.
비가내리는 스즈카 서킷에 피어난 형형색색 무지개
무게는 33킬로그램 줄어들었다. 전체적인 인상은 앞쪽 에어인테이크의 변화가 가장 크다. 물론 네바퀴굴림 모델이 더욱 과격한 인상이다. 외관상의 차이점은 옆구리 하단에 자리했던 ‘LP610-4’의 배지가 없다는 점 정도. 물론 뒷바퀴굴림 전용 휠이 독창적 멋을 뽐내며, 타이어로는 우라칸 580-2만을 위해 새롭게 개발된 피렐리 P제로를 신었다.
당당히 드리프트 캐릭터로 태어났지만, 한국에서 드리프트를 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이번 스즈카 서킷에서 만나게 될 우라칸 LP580-2가 기대됐다. 일본은 람보르기니 전세계 3대 시장으로 미국과 중국의 뒤를 잇는다. 화끈하게 몰아보게끔 해주지 않을까?
시승 전 날, 람보르기니 일본 관계자 및 미디어 20여 명과 함께 고기 굽는 시간을 가졌다. 왠지 모를 한일전 분위기? 술을 계속 권하는 게 심상치 않다. 스포츠 경기에서 약체로 평가받는 국가에 질 수는 있어도, 일본에게 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한국 미디어는 단 둘. 중요한 시승이 있는데 술을 너무 많이 권하는 게 아닌가? 순간, 가슴엔 태극기가 선명하게 나부끼고 있었기에 절대 질 수 없었다. 폭탄주 여러 잔을 만들어 돌린 뒤, 우리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성큼성큼 숙소로 돌아왔다.
총 넉 대의 우라칸 LP580-2가 스즈카 서킷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어제부터 비는 그칠 줄 모르고 계속해서 퍼붓고 있었다. 안전을 위해 광기 모드인 코르사는 절대금지. 드리프트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이었기에 아쉬움이 컸다.
드디어 운전석에 자리를 잡았다. 안전벨트를 하고, 얌전하던 황소를 깨워본다. 우렁찬 배기음을 토해낸다. 소에 오른 카우보이 느낌? 설렘과 긴장감이 함께 전해진다.
패들시프트는 오른쪽이 ‘업’, 왼쪽은 ‘다운’이다. 양쪽을 모두 당기면 ‘N’이다. 핸들을 잡은 손에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다. 인스트럭터는 우라칸 LP610-4 모델로 앞장서고, 두 대가 뒤따르며 세 바퀴씩 돌게 된다.
1단으로 부드럽게 출발하고, 2단으로 올리니 금세 피트 제한속도(시속 60km)에 다다른다. 생각보다 승차감이 좋다. 데일리카로 써도 충분할 만큼 부드러운 설정이다. 요즘 수퍼카는 빠르면서도 누구나 쉽게 몰 수 있게 바뀌고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까지일 줄은 몰랐다. 단단한 승차감의 세단이다. 인스트럭터가 속도를 조금 올리겠다고 했다. 이제 영혼을 깨울 시간이다. 핸들 6시 방향에 자리한 ANIMA(편집자주: 이탈리아어로 ‘영혼’) 버튼을 스포츠 모드로 바꾼다. 두건과 헬멧을 쓰고 있는데도 한층 카랑카랑해진 배기사운드가 귓속을 때린다. 피트를 벗어나자 선두차가 맹렬히 달린다. 2단에서 이미 시속 100km를 넘어섰고, 가속페달이 들어가는 정도와 두 배로 비례하며 속도는 끊임없이 올라간다. 이는 코너에서도 마찬가지. 보통의 차라면 분명 미끄러지거나, 차체자세제어장치가 개입한다. 그런데 람보는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깔끔하게 라인을 물고 나간다. ‘헤어핀’ 이라는 짧은 무전에 앞차의 브레이크 등이 무섭게 들어온다. 우라칸의 브레이크 성능은 초반에 많이 몰려있다. 살짝만 밟아도 노즈가 땅에 처박힐 정도로 강하게 내려앉는다. 빗길이지만, 미끄러짐 없이 바로 세운다.
헤어핀을 빠져 나가며 한 박자 일찍 가속페달에 힘을 실었다. 스포츠 모드에서 얼마나 미끄러지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겁을 먹었는지, 생각보다 덜 밟았나 보다. 전혀 미동도 없이 앞으로 질주. 긴 코너를 3단으로 끝까지 밟아 8천 rpm을 넘기니 계기반에 자세제어장치가 깜빡인다. 경고등이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부드럽게 개입한다. 마지막 직진구간에 풀 가속하라는 무전이 날아온다. 스즈카 서킷은 직진구간이 길지 않지만, 속도계는 이미 시속 230km를 넘어섰다.
젖소와 투우의 경계
두 번째 랩에서는 속도 무제한이다. 매 코너를 지날 때마다 계기반에 요란하게 제어장치가 들어온다. 하지만 전혀 불안하지 않다. 전자장비의 개입은 눈치채기 힘들고, 슬립도 거의 허용하지 않는다. 그냥 믿고 달리면 그만이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수퍼카의 모습이다. 그리고 전자장비가 부드럽게 개입되기에 운전자는 자신의 놀라운 운전실력에 감탄하기 딱 좋은 설정이다. 그래서 코르사 모드가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는 투우 그대로의 모습 말이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펑펑펑’하며 울부짖는다. 재가속을 위해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불길처럼 화끈하게 치솟는 분당 회전수. 포효하는 배기사운드는 운전자를 들뜨게 만든다. 우라칸에 적용된 7단 듀얼클러치는 580마력의 최고출력을 남김없이 아스팔트에 뿌리며 또 다른 코너를 찾아 매섭게 질주한다.
40:60의 무게 배분. 람보르기니는 우라칸 LP580-2를 위해 앞쪽 무게를 더 줄여야만 했다. 서스펜션 세팅 역시 최대한의 접지력을 위해 많은 연구가 진행됐으며, ESC·TCS 역시 새롭게 프로그래밍했다. 더블위시본 서스펜션에는 새로운 스프링과 안티롤바가 자리한다. 이런 결과물과 가변식 스티어링 조향비의 만남은 어떤 코너를 만나도 날카롭게 파고드는, 그래서 화끈하게 코너를 짓이기며 돌아나가는 완벽한 뒷바퀴굴림 모델로 태어났다. 가야르도 LP550-2와 비교하면 비틀림 강성은 50퍼센트 향상된 수치.
타도 페라리를 외치며 등장한 람보르기니는 아직까지 터보차저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물론, 곧 등장하게 될 우루스는 터보엔진이다. 우라칸과 아벤타도르에는 현재 사용중인 V10, V12 자연흡기 엔진을 계속 사용하겠다고 했다. 물론, 이전 CEO였던 슈테판 윙켈만 시절 이야기다. 지금은 페라리 F1팀을 지휘했던 스테파노 도미니칼리가 람보르기니 CEO를 맡고 있다. 물론, 자연흡기를 버리고 터보엔진을 받아 들일 수도 있지만, 아직 새로운 회사 적응 중인지 별다른 이야기는 없는 상태. 람보르기니만은 자연흡기엔진을 고수 했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멋지게.
[본 기사는 car 매거진에서 GEARBAX와의 제휴로 제공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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