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전설, 혼다 NS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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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혼다가 주행은 물론, 구매까지 할 수 있는 신형 NSX를 내놓았다. 더 이상 수정해야 할 문제점이 없다면 내년 봄부터 미국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시승 차량은 회전계에 오류를 일으켰고, 일정의 절반을 날려버려야 했다. 하지만 혼다의 기술자들은 서둘러 문제를 바로 잡았고, 정상으로 돌아온 신형 NSX는 조용하고 민첩한 트랙의 정복자로서 자신의 면모를 유감 없이 발휘했다. 일단 스포츠카 영역에서 혼다가 상당히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기 때문에 다시 돌아온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포르쉐 918 스파이더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아는 사람들에겐 NSX의 요소들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전면에는 총 72마력의 출력을 내는 두 개의 전기모터가 자리 잡았다. 따라서 네바퀴굴림 구동이 구현됐고, 전기 모드에서는 스텔스 기능을 탑재한 것처럼 조용하다. 증속 구동을 위해 높게 책정된 변속 세트를 통해 토크 벡터링도 구사한다.
후면에는 최고출력 500마력의 V6 3.5L 트윈터보 엔진과 9단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가 자리하고, 그 사이에 50마력의 3번째 전기모터가 배치됐다. 덕분에 구동계가 최고출력 1.05bar에 다다를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저회전 구간에서 적절한 토크를 활용할 수 있다. 실제 주행 시 최고출력은 573마력이다. 슈퍼카라는 서식이 부끄럽지 않을 정도다.
이런 하드웨어와 리튬 이온 배터리 팩, 자기유동식 서스펜션과 많은 컴퓨터들이 모두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 안에 들어갔다. 이들을 감싸고 있는 차체는 의도적으로 각이 지게 만들어졌고, 군데군데 열을 배출해내기 위한 구멍들로 마무리됐다.
영국에서 신형 NSX는 12만 파운드 이상(약 2억1천만원)의 가격으로 책정되어 출시될 예정이다. 그리고 앞으로 혼다의 다른 모델들에게 NSX의 기술이 어떻게 흘러내려올지 보여줄 것이다. 하이퍼카에서만 볼 수 있었던 기술이 언젠가는 혼다 재즈에도 탑재될 것이다.
이상하면서도 매력적인 75° 각도로 설계된 V6 엔진은, 예전 혼다의 레이싱 프로그램으로부터 혈통을 이어받았다. 이 사실은 후방에 모아진 4개의 작은 배기 파이프들로 미미하게나마 알아챌 수 있다. NSX의 개발진은 더 큰 파이프가 필요 없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에 대해 반박하고 싶다. 흡입구에서 뽑아낸 사운드 튜브가 실내로 세밀하게 조작된 음을 유입시키고, 일본식 경자동차에서 따온 전자식 스로틀 바디가 사운드를 컨트롤하지만 NSX는 너무 조용하다.
시동을 걸면 엔진이 페라리처럼 회전하면서 포효하지만 고속으로 질주할 때 귀를 자극시킬 만큼의 음향적 드라마는 없다. 물론 모든 스포츠카가 괴성을 내지르며 정열적일 필요는 없지만 약간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가미됐다면 더 나았을 거다.
중앙에 마련된 둥근 스위치를 눌러 네 가지의 드라이브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콰이어트(Quiet)는 시속 64km까지 전기 구동만으로 작동하는 효율성 위주의 모드다. 물론 페달을 매우 정교하게 다뤄야 하지만. 연비는 아직 측정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미국에서 평균 7.2km/L 정도를 기록할 것이라 예상된다. 고속도로 정속 주행 시는 8.5km/L 언저리가 될 듯하다.
그 위에는 스포트 모드가 있다. 스티어링은 매우 빠르지만 너무 가볍다. 그래서 고속에서는 간혹 부드럽고 정교한 코스를 그리기가 어렵다. 하지만, 직장으로 향하면서 교통체증 속에 끼여 통화를 즐긴다면, 스포트 모드가 곧 출퇴근용 모드가 될 것이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전환하면 이제서야 적절한 핸들링 감이 전해지고, 전자식 가상 회전계도 레드라인을 더 높게 그려놓는다. 아우디의 인디비쥬얼 세팅이나 BMW의 수많은 모드 버튼처럼 개별적인 조율을 할 방법은 없다. 아쉽다. 운전자들이 어느 모드에서나 자신이 원하는 세팅을 조작할 수 있게 한다면 NSX는 더 나아질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마지막으로 트랙 모드에서는 사냥꾼 기질이 온전히 드러난다. 특히 옵션으로 제공되는 미쉐린 파이럿 스포트 컵 2 타이어를 장착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물론 타이어의 수명은 매우 짧겠지만 코너에서 나올 때 발생되는 광적인 가속이야말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가장 큰 혜택이다. 전면부 전기모터들이 1,725kg의 자동차를 말도 안 되는 속도로 끌어낸다. 시승차에는 심지어 옵션인 카본세라믹 브레이크도 장착됐다. 페달 반응은 탄탄하며, 제동력은 정밀하게 조절 가능하다.
후면에 위치한 작은 트렁크 속으로 불쑥 튀어나온 부분은 신형 9단 변속기다. NSX의 무게중심을 가운데로 모으기 위해 최대한 짧게 설계됐다. 패들을 이용한 수동 조작이 가능하지만, 짧은 변속비와 시도 때도 없이 한계치로 치솟는 엔진 때문에 너무 자주 변속을 해야 돼서 귀찮아질 수도 있다. 페라리에서 볼 수 있는 변속 라이트는 없다. 대신 한계치에 다다르면 가상 회전계가 빨간색으로 번쩍인다. 하지만 도로에 집중하고 있으면 눈에 잘 띠지 않는다.
따라서 변속기를 자동으로 놓고 컴퓨터가 조작하도록 맡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트랙 모드에서도 언제나 올바른 기어에서 마법을 부렸기 때문에 컴퓨터 프로그램을 원망한 적은 없었다. NSX의 여러 요소들과 마찬가지로 결국엔 미래를 미리 보여주는 힌트와도 같다. 언젠가는 버튼 몇 개로 변속 컨트롤을 조작할 것이니.
혼다는 스티어링 휠이 손 안에서 꿈틀거리지 않길 바랐다. 그래서 웬만한 충격은 걸러내고, 적절한 양의 관성력만 느껴지도록 절제된 정보만 손으로 전달되는 GT 스타일로 설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으로 장착된 콘티넨탈 컨티 스포츠 콘택트 타이어로는 언더스티어가 상당히 많이 발생됐다. 개발 팀에 의하면 오너들의 운전 실력은 다양하기 때문에 약간의 압력을 일부러 만들었다고 한다. 드라이브 모드를 트랙으로 상향 조절하면 토크 벡터링이 가해지면서 언더스티어는 사라진다. 옵션인 미쉐린 타이어를 장착하고 자세 제어 장치를 꺼버리면, 포르쉐 911과 아우디 R8처럼 이 가격대에 있는 모든 자동차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 같다는 인상을 준다.
차 문을 열 때엔 스틱형 핸들을 잡아당기면 된다. 넓은 시트는 대부분 가죽으로 만들어졌고, 중앙 척추 지대 부분은 꽉 잡아주는 알칸타라 재질로 마감됐다. 좌석은 낮게 위치하고 그 둘 사이에는 주차-전진-후진 버튼과 전자식 브레이크 버튼이 자리 잡은 중앙 콘솔이 솟아올라 있다. 스티어링 휠에는 카본파이버처럼 생긴 재질이 NSX의 임무를 나타낸다. 그리고 빨간 글씨가 새겨진 커다란 스타트 버튼은 운전자의 손가락을 유혹한다.
소규모 글러브박스를 제외하고는 수납공간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휴대전화를 놓아야 할 위치가 직관적으로 떠오르지 않을 정도다. 중앙에 놓인 인포테인먼트 화면은 혼다의 재고 창고에서 그대로 나온 것 같다. 계기판도 그에 못지않게 평범하다. 큼직한 중앙 회전계와 여러 가지 하이브리드와 관련된 계기들이 TFT 화면에 나타나지만, 그 주변은 아날로그 연료 및 온도 다이얼로 채워졌다.
기술진은 A필러를 얇게 유지하려고 노력했지만 운전석에서 내다보는 시야는 오리지널 NSX의 것과 견줄 만큼 좋지는 않다. 역대 혼다 자동차에 장착된 것 중 가장 두꺼운 12mm짜리 유리가 실내와 엔진 공간 사이에 들어가 있다. 실내로 유입된 엔진음이 계속 머물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기술로 자아낸 율동적인 사운드가 들리기도 하고 컴프레서들이 내쉬는 소리도 섞여 있다. 하지만 전율이 느껴질 정도는 아니다.
신형 NSX는 역사적인 슈퍼카가 필요로 한 도구들은 모두 갖췄지만, 감동을 주는 드라마는 사라졌다. 하지만 루머로 들려오는 미래의 컨버터블과 타입 R 모델에서는 아마도 다를 것이다. 그때까지는 일단 다시 싸움터로 되돌아온 혼다를 환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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