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데이터로 분석한 쏘나타 2.0T와 말리부 2.0T의 성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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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마력대 중반 성능을 내는 쉐보레 말리부와 현대 소나타. 제원상 중량과 엔진 출력 모두 말리부에게 유리한 모습이다. 말리부는 공차중량 1,470kg, 최고출력은 253마력을 가진다. 소나타는 공차중량 1,565kg, 최고출력 245마력으로 말리부 대비 무겁고, 최고출력도 8마력 가량 낮은 성능을 갖는다. 자동차의 성능은 무게와 출력의 영향을 받는다.

위와 같은 제원을 더 쉽게 비교하려면 무게당 마력비를 따져보면 편하다. 편의 상 무게는 톤(Ton) 단위를 사용해보면, 말리부는 1톤당 172마력, 소나타는 1톤당 156마력을 갖는다는 결과가 나온다. 물론 이와 같은 수치 비교에도 일부 오차 가능성이 발생하는데 제조사 발표 수치와 실제 차량의 무게 차이, 구동계에서 발생하는 출력 손실, 변속기의 다단화, 기어비, 휠의 크기 등의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제조사에서 발표한 자료를 근거로 한 가장 간단한 비교법으로 이해하면 쉽다.

제조사 발표 제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말리부가 빠른 랩타임을 낸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참고로 서킷이 좋은 점은 이러한 성능 차이를 데이터를 통해 객관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물론 값어치 있는 정보를 얻기 위해 고정밀 계측장비가 필수로 사용되어야 한다.

우리 팀 테스트 결과 서킷 테스트의 결과는 말리부는 2분 4초 42, 소나타는 2분 7초 85의 베스트 랩을 달성했다. 서킷 안에서 두 차량들 간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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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속도 그래프


최고속도는 역시 말리부가 소나타를 앞섰다. 인제 스피디움의 메인 스트레이트(직선로)는 긴 내리막과 평지로 이뤄져 있다. 이 구간에서 말리부는 최고속도 193.28km/h, 소나타는 182.75km/h를 기록했다. 위의 최고속도 그래프를 참고하면 그 차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참고로 말리부는 19인치 휠, 쏘나타는 18인치 휠을 사용한다. 만약 동일한 18인치 휠을 사용했다면 구동계 부담이 적어진 말리부의 가속이 조금 더 빨라졌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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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20 그래프


위의 그래프를 참고해 보면 코너링 성능에서도 말리부가 소나타를 미세하게 앞섰다. 소나타 보다 가벼운 말리부의 차체가 유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인제 스피디움의 마지막 코너인 턴19, 20에서 말리부는 최저속도(코너링 한계속도) 97.71km/h, 소나타는 96.84km/h를 기록했다. 이는 오차 범위에 해당할 정도의 미세한 차이다. 하지만 1km/h 미만의 속도 차이도 서킷에서 랩타임에 큰 영향을 준다.

그렇다면 모든 것이 소나타에게 불리했을까? 시승기에서 언급했듯 소나타의 셋업은 서킷에 조금 더 유리한 모습이었다. 정확히 단단한 서스펜션의 이점이 컸다. 이는 운전자가 차량의 움직임을 파악할 때 많은 정보를 전달해 주는데 도움을 준다. 또한 고저차가 심하고 가혹한 레이아웃을 갖는 인제 스피디움을 주행해 나가는데 조금 더 유리한 모습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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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5 그래프


특히 급격한 고저차, 가속도에 의한 하중으로 서스펜션이 많은 부하를 받아야 하는 코너에서는 소나타의 코너링 성능이 말리부보다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진입 구간이 내리막, 이후 오르막으로 변하며 급하게 왼쪽으로 회전해야 하는 턴5 구간에서 소나타의 경쟁력이 커졌다. 턴5의 횡가속도 그래프를 살펴보자. 소나타는 코너 진입 이후 발생한 횡 가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패턴을 보인다. 반면 말리부는 그래프의 중간 지점에서 가속도가 떨어졌다. 언더스티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언더스티어는 가속도가 급감하는 형태로 (계측장비에) 기록된다.

이유는 말리부의 서스펜션에 있다. 말리부의 서스펜션은 일상에서의 편안한 주행에 초점을 맞춘다. 때문에 빠른 코너링 속도에 의한 하중이 댐퍼와 스프링을 끝까지 눌러버리게 만든다. 결국 타이어는 코너 밖을 향해서 미끄러져 나가게 된다. 반면 서스펜션이 단단한 소나타에서는 별다른 불만이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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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20 제동 그래프


서킷 내에서의 제동 성능에서도 소나타가 말리부를 앞섰다. 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쏘나타의 성능이 더 좋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가속력이 좋았던 말리부가 더 높은 속도부터 브레이크 시스템의 부담을 견뎌야 했기 때문이다. 쉽게는 소나타가 말리부보다 제동 시점에서 부담해야 할 속도가 낮았다.

말리부의 패드와 디스크의 마찰 시간이 더 길었다. 하지만 말리부의 차체는 소나타보다 더 가볍다. 순수하게 제동 시점의 종방향 가속도를 보면 소나타가 평균적으로 조금 더 높은 값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말리부 보다 답력도 일관적으로 유지했으며 조금 더 안정적인 제동성능을 보였다. 대표적으로 턴20의 종방향 가속도 그래프를 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참고로 말리부는 19인치 휠, 쏘나타는 18인치 휠을 사용한다. 19인치 휠을 사용한 말리부 쪽이 불리한 조건을 갖는다. 미국형 말리부에는 18인치 옵션도 존재하는데 말리부 2.0T의 가속력을 높이며 브레이크 부담을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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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17 그래프


‘쏘나타 2.0T vs 말리부 2.0T’ 시승기를 통해 소나타의 자세제어시스템이 재가속에서 손해를 만들었다고 언급했다. 턴17의 속도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다. 강한 제동 이후 급격한 헤어핀을 돌아 나간 후 오른쪽으로 꺾인 오르막을 오르는 구간인데, 속도가 증가하다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인다.

변속기 반응 속도라 하기엔 너무 길고 또한 감속의 범위가 크다. 마치 수동 변속기를 미숙하게 조작했을 때와 유사한 패턴으로도 볼 수 있겠다. 이는 엔진 출력이 낮고, 차체가 무거운 쏘나타의 기록에 가중하며 빠른 달리기를 하는데 발목을 잡았다. 물론 말리부의 제어 시스템도 코너링 때 개입했지만 쏘나타 대비 주행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서킷 주행으로 두 차의 모든 것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두 모델의 존재 목적이 대중을 위한 패밀리 세단에 맞춰지기 때문이다. 서킷 주행을 통해 우리가 얻은 결과 역시 여유로운 엔진 성능과 가벼운 무게로 가속력의 이점을 살려낸 말리부, 단단한 서스펜션으로 감각적 이점을 살린 쏘나타. 이렇게 정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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