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당신이 성공한 사람이라면 과연 그랜저를 탈까 K9을 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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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90과 다르게 기아자동차 플래그십 더 K9은 간결하고 담백하다. 전면의 헤드 램프, 라디에이터 그릴이 그렇고 측면도 다르지 않다. 후면 역시 체급과 비교해 크지 않은 리어 램프와 배기구가 자리를 잡았다. 같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최고의 프리미엄 세단, 메르세데스 벤츠가 추구하는 간결한 맛이 더 K9에 녹아있다.

대형 세단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은색과 흰색이 벤츠 S클래스, 기아차 K9에 유독 많은 것도 이런 간결한 맛이 전체의 풍모를 더 위엄있게 보이도록 하는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스노우 화이트펄 2020년형 K9 5.0 퀀텀 AWD가 친근하면서도 기품있게 다가온 것도 같은 이유였다.

2020년형으로 업그레이드된 더 K9에는 이전의 간결함에 약간의 멋을 더 부려놨다. 라디에이터 그릴 테두리, 범퍼 몰딩, 사이드 가니쉬,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베젤과 같은 곳에 크롬 라인이 적용됐다. 휠 디자인에도 약간의 변화를 줬다. 간결함의 특성은 실내도 다르지 않다.

베이지 색상 VIP 시트의 착좌감, 은은한 엠비언트 조명, 운전대와 콘솔을 감싼 고급 가죽과 우드의 기분 좋은 촉감, 고급스럽고 잘 정돈된 버튼류까지 빈틈이 없다. 12.3인치 터치스크린, 같은 크기의 LCD 클러스터는 다양한 기능을 품고 있다. 클러스터는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기본 구성과 색상, 표시되는 정보가 변화무쌍해진다.

크고 색상이 다양한 헤드업 디스플레이의 시인성도 만족스럽다. 오너에 더 적합한 플래그십이지만 쇼퍼 드리븐을 위한 2열의 편의사양도 잘 갖춰져 있다. 1열 등받이에 배치된 모니터는 독립적으로 사용이 가능하고 센터 암레스트에는 1열 동승석 시트, 오디오, 공조시스템, 그리고 앉은 자리를 조절할 수 있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도 마련돼 있어 완벽한 독립 공간을 만들어 준다. 기존 연식과 다르게 앰비언트 라이트는 매우 밝아진 것도 특징이다. 내비게이션 자동 무선 업데이트, 터널이나 악취가 심한 비청정예상 지역에 접근하면 알아서 창문을 올려주는 외부 공기 유입 방지 제어 장치가 전 트림에 기본 적용된 것도 2020년형의 변화다.

소리에 둔감하지만 완벽에 가깝게 외부 소음을 차단시켜 놓은 덕분에 렉시콘 사운드의 풍부한 음역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었다는 것도 기억에 남는다. 최고급 트림인 퀀텀의 V8 타우 5.0 GDI 엔진이 주는 운전의 감성과 주행 질감은 완벽하다. 다른 트림과 차이는 1열 등받이에 2열 탑승자를 듀얼 모니터가 장착된 것, 센터 암레스터에 무선 충전 시스템과 같은 일부 편의 사양이 추가된 정도다.

가격은 기본 9179만원, 여기에 렉시콘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과 AWD(전자식 상시 사륜 구동 시스템) 등 선택 품목을 모두 갖추고 있어 1억이 넘는 차다. 이런 편의 사양의 차이보다 확실한 것이 국내 최고 배기량의 타우 엔진이 주는 굵직한 질감이다. 425마력, 53.0kgf.m의 넉넉한 제원에 AWD까지 적용돼 있어 원하는 만큼 속력을 내고 이 큰 덩치를 거칠게 다뤄도 흐트러짐 없이 순종을 한다.

스포츠 모드로 달리면 잘 튜닝된 배기음까지 더해져 스포츠 세단을 모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다. 멀티링크로 전, 후륜의 서스펜션을 구성하고 쇼크업소버의 댐핑 스트로크를 적절한 강도로 조절해 놓은 덕분에 어떤 노면이나 경사, 굽은 길에서도 차체의 놀림이 적당한 수준의 안정감을 보여준다.

다만 AWD가 적용된 것이 분명한데도 코너를 깊게 공략하면 후미의 균형이 간혹 무너지기도 했다. 운전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전자식 변속레버도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비게이션을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고속도로 주행 보조와 같은 첨단 운전 보조 시스템도 안전하고 재미있는 운전에 기여한다. 잠시 한눈을 팔아도 불안하지 않게 때로는 제법 길게 알아서 주행한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성공한 사람이라면 과연 그랜저를 탈까 K9을 탈까?". 수입차라고 얘기할 사람이 많겠지만 그랜저와 K9을 놓고 얘기한다면, 글쎄 성공을 어떤 기준이나 가치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더 K9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을까.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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