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실력은 확실하다, 닛산 알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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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기고 못생긴 건 나중에 얘기하자. 제법 많이 바뀌었으니까
“이거 맥시마 아니야?”
새차와 대면하자마자 필자의 혀를 타고 바보 같은 소리가 나왔다. 첫인상이 한국닛산의 기함인 맥시마의 판박이였기에 그럴 만했다. 시승차는 5세대 알티마의 페이스리프트 버전인 올 뉴 알티마. 차분하고 짐짓 따분하기까지 했던 겉모습을 일신해, 기존 알티마와 완전히 다른 차처럼 보이는 걸 세일즈 포인트로 내세운다.
찬찬히 살펴보면 도어와 루프를 제외하고 패널이 모두 바뀌었다는 걸 알 수 있다. V기조의 앞모습과 날선 뒷모습은 맥시마의 그것을 고스란히 옮겨온 듯하다. 둘을 구분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지붕 끝자락을 보는 것. 맥시마는 유행하는 플로팅 루프 스타일이지만 알티마는 평범하다.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페이스리프트의 한계인 셈이다.
한편 맥시마에서는 괜찮았던 비례감이 알티마에서는 흐트러져 있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 바퀴에 비해 앞뒤 램프가 너무 커서 거슬리고, 앞오버행이 길어 주걱턱처럼 다가온다.
시승차는 I4 2.5L 엔진(QR25DE)에 엑스트로닉 CVT를 물린 조합이다. 180마력의 최고출력이 약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그저 수치일 뿐.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제법 호쾌한 가속감을 선사한다. 이 정도면 굳이 273마력의 V6 3.5L 버전을 탐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대신 일상 영역에서 속도를 끌어올릴 때 CVT 특유의 미끄러지는 느낌이 있는 점, 저회전 토크가 살짝 부족한 점은 왈칵거리며 튀어나가는 국산 중형차에 익숙한 이들에게 약점으로 지적될 것이다.
하체감각은 묘하다. 자세히 말하면 ‘조금 애매하지만 좋은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는 소리다. 평소에는 철저히 미국적인데 반해 빠르게 달릴 때는 돌변하는 게 재미있다. 일단 일상영역에서는 국산차보다 더 물컹거린다. 최고의 착좌감으로 꼽을 만한 저중력 시트와 어우러져 편안하다. 전기유압식(EHPS) 스티어링 감각도 대한민국의 전통적인 고급차처럼 노면정보를 거의 전하지 않으며 입력에 따른 차체 반응도 느슨하다. 60대인 필자의 부친이 몰면 좋아할 것 같다.
하지만 굽잇길에 접어들어 한계까지 몰아붙이면 성격이 변한다. 빠르게 달리는 상황을 고려해 만들었다는 게 느껴져 믿고 내몰 수 있다. 조향 초기의 반응이 과장스러운 건 여전하지만 그 이상으로는 기울어지지 않은 채 운전자의 의도를 잘 반영한다.
V6 3.5L가 부럽지 않다. 수동변속 모드까지 있었더라면…
앞바퀴가 그리는 궤적을 산뜻하게 따라오는 뒤쪽의 움직임도 세그먼트 최고 수준. 일종의 전자식 LSD인 AUC(액티브 언더스티어 컨트롤) 덕분인지 가속하며 코너를 빠져나가면 뉴트럴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인다. 언더스티어 일색의 파사트, 뒤쪽이 낭창대는 어코드보다 우위를 점하는 코너링 감각이다.
그렇다면 맥시마 얼굴에 좋은 코너링 성능으로 무장한 올 뉴 알티마를 사야 할 것인가? 패밀리 세단으로 접근한다면 고민이 될 수도 있겠다. 가족을 태운 채 달리기를 즐기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다 아내가 코너링 성능에 감탄할 거라고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도 고만고만한 동급 모델들 가운데 알티마처럼 달리기 실력 하나라도 확실하게 우위를 점한 차를 또 찾긴 어렵다. 그래서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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