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차체, 극적인 변화 쉐보레 올 뉴 말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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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이 내놓은 새로운 중형 세단 말리부를 시승했다. 실로 오랜만에 쉐보레를 타고 만족했다. 아마도 몇 년 전 경기도 광주에서 아베오 터보를 탄 뒤로 처음인 듯하다. 쉐보레는 그동안 캡티바나 크루즈처럼 너무 오래 같은 모델을 유지해 '사골'을 우려낸 것이 아니냐는 소리를 듣는 차가 주류를 이뤘다. 말리부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생산을 시작하고 판매를 한 뒤에 한국에 뒤늦게 선보였다. 디젤 엔진까지 추가했지만 우리나라의 터줏대감 쏘나타와 K5의 아성을 위협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다르다. 쉐보레의 말리부가 완전히 바뀌었다. 완전변경 모델이니 그게 당연한 결과겠지만 이렇게 바뀐 데는 아마도 '뼈를 새로 만드는' 노력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도 한국지엠 관계자들은 섀시 설계부터 모든 것을 새로 만들었고 1.5 가솔린 터보 엔진은 GM의 글로벌 플랫폼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놀라운 변화는 단단한 차체다. 디자인은 어찌됐건 이 차를 탄 뒤로 차체의 느낌만으로 충분히 그리고 완전히 변했다는 감상을 적을 수 있다. 한국지엠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충격과 비틀림을 극대화해 문제가 있는 곳을 보강하는 '스마트 엔지니어링' 기술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짧게 선보인 영상에서는 스티어링휠이 천정을 뚫고 날아갈 듯 움직이던 차체가 스마트 엔지니어링을 이용해 차체 보강을 시작하자 크게 안정된다. 설계부터 시험주행까지 거의 전 과정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해결하는 최신 기술에서 한국지엠의 이 같은 노력이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놀라운 것은 결과물이다. 새로운 말리부는 기존의 움직임을 모두 뛰어넘었다. 최신형 캐딜락의 짱짱한 움직임과 비교해도 좋을 정도다. 가장 대중적인 미국의 중형 세단의 차체가 이렇게 단단하게 발전한 것은 확실한 진보다.
시승에서는 차체 강성을 향상한 것이 가장 크게 느껴진다. 고속으로 달리며 균일하지 못한 도로를 만나도 차가 요동치지 않는다. 한쪽 바퀴가 고인 빗물에 빠져도 차체가 울컥이는 문제는 없다. 요철을 넘을 때에는 국산과 미국 차의 비슷한 특성인 말랑한 느낌은 살아있지만 차체가 균일하게 요철을 타고 넘는 느낌이어서 경쾌하다.
쉐보레는 신차를 선보이며 국내에서 판매하는 중형 세단과 길이와 무게를 비교했다. 말리부는 길이 4925mm로 가장 크다. 국내에서 한 급 위로 평가하는 현대차의 그랜저 (4920)에 비해서도 더 크다. 반면 무게는 가볍다. 공차중량은 1400kg이다. 그간 가장 가벼운 차였던 SM6의 1.6터보(1420)에 비해 더 가볍다. 차체 강성을 강화하고 경량화에 성공했으니 차는 자연스럽게 거동이 경쾌하고 핸들링이 좋아졌다. 간단한 물리적 개선이 가져온 훌륭한 결과다.
터보 엔진을 장착해서 출력이 부족하거나 터보랙 때문에 굼뜬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우려는 접어두어도 좋겠다.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경기도 양평의 중미산천문대를 오가는 길에서 추월이나 급가속과 같은 과격한 운전이 아니면 엔진회전수는 1500rpm에서 머물렀다. 이 차의 엔진이 최대토크를 뿜어내는 2000~5000rpm이 아닌데도 일반적인 주행에는 문제가 없다. 스포티한 주행을 추구하는 차가 아닌 점을 고려하면 넘치는 성능이다. 하지만 말리부를 이야기하면서 엔진에 대한 평가는 잠시 보류해야겠다. 6000명의 소비자가 사전계약을 하면서 선택한 트림은 1.5리터 모델이다. 25%의 선택을 받은 상대적으로 마이너 모델인 2.0 터보를 타고 말리부를 모두 평가하기는 무리다. 이날 시승 행사에는 2.0 터보 모델만 등장했다.
시승차는 2.0리터 엔진에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까지 포함된 풀 옵션 모델이다. 기본 차 값만 3318만 원에 파노라마 선루프(89만 원), 2.0 내비게이션팩(79만 원), HID헤드램프(40만 원), 지능형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이 포함된 스마트 드라이빙 팩(158만 원)까지 더하면 차 값은 무려 3546만 원까지 올라간다. 아마도 실제 구매자가 이렇게 비싼 말리부를 사는 경우는 극히 드물 것으로 예상된다.
스티어링휠은 익숙하게 보던 그것이다. 기존 모델과 같은 것을 사용해 통일감이 있다. D컷 디자인을 적용하거나 크기를 줄여 스포티한 느낌을 주는 최근 추세와는 다르다. 센터페시아는 크게 3조각으로 구성했다. 상단에는 플라스틱 재질로 내비게이션 옆까지 넓게 덮었다. 그 아래는 가죽 재질을 사용해 혹시라도 버튼을 누르다가 손이 닿을 경우 좋은 촉감을 주도록 했다. 촉감을 고려한 것은 문짝도 마찬가지다. 창문을 열고 팔을 걸쳤을 때 닿는 부분까지만 가죽을 사용하고 그 앞은 플라스틱 재질을 이용했다. 시트의 촉감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는 디자인이다.
과거 히든포캣 따위를 강조하던 한국지엠의 디자인은 사라졌다. 내비게이션은 조금 누워있는 듯 보이지만 적절한 가시성을 확보했다. 오디오는 CD플레이어 대신 라디오, MP3를 전면에 내세웠다. 최근 고급 차에도 CD를 삭제하는 추세와 맞닿았다.
스마트폰은 기어노브 뒤쪽 콘솔박스 앞에 따로 넣는 공간을 마련했다. 그 외에는 컵홀더에 두거나 그 앞에 좁은 공간에 얹어두어야한다. 국산 신차들이 스마트폰의 누울 자리를 완벽히 마련해주는 것에 비하면 아쉬운 구성이다. 이외에도 선글라스 홀더가 없고 수동변속 버튼이 변속레버 상단에 붙어있다. 대신 스티어링휠 뒤에 (보통 변속버튼을 두는 그곳)는 오디오 볼륨 조절이 있다. 급히 스티어링휠에서 킥다운을 시도했다가 오디오 볼륨만 줄이는 해프닝도 일어났다.
정리하면 쉐보레의 신형 말리부는 기존 모델과 확실하게 선을 긋는 압도적 변화를 이뤘다. 이런 느낌은 현대자동차의 쏘나타가 YF에서 LF로 바뀌며 강성을 크게 강화했을 때와 비슷하다. 또, 르노삼성이 SM6를 내놓았을 때의 변화와 비슷하다. 그래서 기대가 크다. 어디까지가 국산인지 애매모호한 상황이 되었지만 국산 3사의 중형 세단이 모두 완벽한 환골탈태를 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경쟁이 있으면 소비자가 득을 보는 법. 말리부의 신차 시승행사가 열린 이 날. 현대자동차는 아반떼스포츠의 시승행사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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