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맥시마를 경험하다 - 닛산 맥시마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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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의 플래그십 세단 맥시마(Maxima)는 닛산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모델 중 하나다. 1981년 데뷔 후 지금까지 7번의 세대교체를 거친 맥시마는 2015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 공개된 8세대 모델에 이르러, 스포티한 외모의 스포츠 세단을 표방하며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8세대로 거듭난 맥시마는 지난 해 10월 1일부로 한국 시장에서도 정식 데뷔했다. 한국닛산은 맥시마의 한국 상륙을 `아시아 최초`라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 한편, 높은 상품성과 가격 경쟁력으로 유럽 브랜드 중심의 고급 세단 시장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각오를 내세웠다. `스포츠 세단`을 표방하는 맥시마를 직접 시승하며 그 진면목을 짚어 본다. 시승한 맥시마는 `플래티넘(Platinum)` 모델이다. 국내 판매 가격은 4,370만원(부가세 포함).
맥시마의 첫인상은 매우 독특하다. 전면부 중앙에 위치한 V모션 라디에이터 그릴을 중심으로 부메랑 모양의 LED 시그니처 헤드램프가 좌우로 자리 잡았다. 끝이 두 갈래로 나뉘어 흡사 집게발처럼 보이기도 하는 헤드램프는 맥시마의 독특한 첫인상을 만드는 디자인 요소다. 비슷한 형태의 램프가 테일램프에도 적용된 것으로 보아 이러한 형태의 램프는 맥시마만의 상징적인 디자인으로 보아도 좋을 듯 하다.
맥시마의 측면에는 입체적이면서도 커다란 벨트 라인이 새겨졌다. V 모션 그릴에서 시작된 라인은 보닛을 타고 앞 펜더까지 이어진 다음, 측면에 새겨진 벨트 라인을 타고 뒤 펜더와 트렁크 리드까지 차체를 물결치듯 가로지른다. `닛산 스포츠 세단 콘셉트(Nissan Sports Sedan Concept)`를 통해 선보였던 에너제틱 플로우(Energetic flow) 디자인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A, B, C 필러에는 모두 블랙 가니쉬를 적용하여 플로팅 루프(Floating roof)를 완성했다. 특히 유연하게 흐르는 C 필러는 맥시마를 보다 날렵하고 스포티하게 만든다.
도어를 열고 내부를 살펴보면 비교적 고급스럽게 꾸며진 실내가 탑승자를 맞이한다. 내장재의 질감이나 마감 등은 프리미엄 브랜드인 인피니티를 따라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신경을 쏟은 흔적이 역력하다. 대시보드는 스티치가 적용된 가죽으로 꾸며져 고급스러운 느낌을 한층 더한다.
가죽으로 마감 처리된 3 스포크 타입의 D컷 스타일 스티어링 휠은 스포티한 느낌을 물씬 풍긴다. 그립감이나 가죽의 감촉은 좋은 편이다. 닛산 엠블럼을 중심으로 좌우 스포크에 다양한 기능을 손쉽게 수행할 수 있는 리모컨 버튼이 오밀조밀하게 자리 잡았다.
센터페시아는 운전자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운전자에 편의에 맞게 약 7도 기울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모니터는 8인치 크기의 터치 스크린을 적용하여 시인성을 높였다. 네비게이션은 3D 버전의 아틀란맵을 사용한다. 스크린은 터치는 물론, 기어봉 옆에 위치한 다이얼 형태의 커맨드 시스템으로도 조정이 가능하다.
7인치 너비의 중앙 정보창은 양호한 시인성을 지닌다. 짙은 남색을 배경으로 한 중앙 정보창에서는 연비와 총 주행 거리, 잔여 주행 가능 거리뿐만 아니라 타이어 공기압, 나침반까지 확인할 수 있다. 좌우로는 심플한 디자인의 타코미터와 속도계가 들어섰다.
1열 중앙에 불쑥 솟아오른 플로어 콘솔에는 시동 버튼을 비롯하여 기어봉과 다이얼 형태의 커맨드 시스템 등이 배치했다. 시동 버튼 옆에는 스마트폰을 충분히 수납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을 갖췄다.
앞좌석에 설치된 전용 스포츠 시트는 세미 버킷 형상을 취하고 있다. 착좌부의 타공 가죽에 퀼팅 패턴을 넣는 등 고급스러운 느낌을 가미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운전석은 8방향 전동 조절 기능 및 2개의 메모리 기능을, 조수석은 4방향 전동조절 기능을 제공한다. 또한 운전석과 동승자석 모두 전동 조절식의 2방향 허리받침, 3단계의 열선 및 통풍 기능을 제공한다. 닛산의 저중력 시트 개념이 반영되어 부드러운 착좌감을 제공하면서도, 사이드 볼스터는 단단하게 만들어져 몸을 든든히 고정시킨다.
뒷좌석은 맥시마가 경쟁해야 할 타 제조사의 플래그십급 세단에 비하면 부족한 편이다. 아주 비좁거나 답답한 수준은 아니지만 맥시마가 준대형급에 해당한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납득하기 어려운 정도다. 이는 닛산이 그만큼 운전자를 위한 차량을 완성하는데 집중했다는 반증으로 해석할 수 있다. 1열 시트와 마찬가지로 퀼팅 패턴의 디자인이 적용되었으며, 좌석 한가운데는 암레스트가 자리 잡았다. 그러나 뒷좌석의 공간과 마찬가지로 플래그십 세단임을 고려한다면 아쉬움이 남는 완성도다. 트렁크 용량은 405리터로 이 또한 경쟁사의 준대형이나 대형급에 비해 넓은 편은 아니다.
맥시마의 파워트레인은 3.5리터 신형 VQ 엔진과 신형 XTRONIC CVT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이 엔진은 본래 닛산의 고급 브랜드인 인피니티에서 사용하던 엔진으로, 인피니티 G35, G35쿠페, M35 등에 사용하고 있었다. 303마력의 최고출력과 36.1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엔진이다. 또한, 이 엔진은 미국 워즈오토(WardsAuto)에서 선정한 `2016 10대 엔진`으로도 선정된 바 있다.
닛산 맥시마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세단에 걸맞은 정숙성을 보여준다. 특히 회전 수가 3,000rpm을 넘기지 않는 일상적인 주행 환경에서는 중형 이상의 6기통 세단에서 기대할 수 있는 매끄러운 회전질감과 정숙함을 선보인다. XTRONIC CVT 변속기의 변속은 일반적인 자동변속기를 연상케 할 만큼 부드럽고 여유로워, 일상적인 운행 환경에서 스트레스가 적다. 변속충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매끄러운 변속 질감은 CVT에 대한 좋지 못한 편견을 뒤로 할 수 있을 정도다. 뿐만 아니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주행 상황에 맞춰, 변속 특성을 일반적인 CVT처럼 한 번에 몰아서 진행하기도 하는 등의 융통성 또한 지니고 있다. 승차감은 부드러운 느낌이 강하다. 노면의 자잘한 요철을 솜씨 좋게 걸러낸다. 굴곡이 심한 노면이나 과속 방지턱을 지나게 되면 일순간 출렁이는 듯싶더니, 부드럽게 다시 자세를 바로잡는다.
가속력은 우수한 편이다. 1,640kg라는 비교적 가벼운 차체에 303마력을 발휘하는 강력한 엔진을 탑재한 결과다. 가속 페달을 바닥에 닿도록 꾹 밟자 잠시 숨을 고르는 듯 하더니, 전장만 4.9m에 달하는 덩치가 순식간에 앞으로 내달린다. 고속 주행 중에서도 차체는 안정감을 유지한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는 5.7초만에 도달한다. 제동력도 양호하여 빠른 속도에서도 무난하게 잘 서는 모습을 보여준다.
조향 감각은 덩치에 비해 대체로 준수한 편이다. 조향에 따른 앞바퀴의 반응은 덩치에 비해 빠른 편이다. 그러나 차체 앞쪽의 움직임에 비해서 뒤쪽의 반응은 다소 늦은 편이다. 작은 곡률의 고속 코너에서는 노면을 안정적으로 움켜 쥔다. 이 때까지는 강력한 동력성능을 충실히 뒷받침해준다. 그러나 큰 곡률의 저속 코너에서는 섀시가 한계를 드러내며 다소 서툰 모습을 보인다. 몸놀림은 가벼운 편이지만 운전자의 의도대로 철저하고 똑 부러지게 움직이지는 않는다. 저속 코너에서의 롤 안정성에서는 스포츠 세단보다는 전형적인 미국식 패밀리 세단에 더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맥시마가 지닌 걸출한 동력성능을 감안하면, 섀시를 보다 탄탄하게 다져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맥시마의 복합연비는 9.9km/l(도심연비 8.5km/l, 고속도로 연비 12.4km/l)다. 실제연비를 확인하기 위해서 운전자 혼자 탑승하고, 규정 속도를 지키며 정속 운행한 결과 도심연비는 8.3km/l로 공인연비와 비슷하거나 조금 낮았다. 도로가 혼잡할 경우에는 7km/l대나 그 밑으로도 떨어졌다. 고속도로 연비는 14.1km/l로 공인연비를 상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외에도 맥시마에는 `전방 충돌 예측 경고 시스템(PFCW, Predictive Forward Collision Warning)`을 비롯해 `전방 비상 브레이크(FEB, Forward Emergency Braking)`, `운전자 주의 경보(DAA, Driver Attention Alert)`, `후측방 경고(RCTA, Rear Cross Traffic Alert)`, `사각 지대 경고(BSW, Blind Spot Warning)` 등 닛산의 다양한 안전사양이 탑재되었다.
8세대 모델로 돌아온 맥시마는 스포츠 세단이라는 소개와 함께 한국 소비자 앞에 섰다. 전륜구동과 CVT에 대한 편견을 넘어 서는 우수한 동력성능은 확실히 인상적이다. 다만, 본격적인 스포츠 세단으로서는 다소 부족한 주행 감각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전형적인 패밀리 세단을 한 발 넘어 서는 맥시마의 감각은, 동급의 패밀리 세단들에 비해 차별화된 매력으로 다가온다. 여기에 풍부한 편의사양과 매력적인 가격은 맥시마의 상품성을 크게 끌어 올려준다. 닛산의 플래그십 세단, 맥시마가 향후 한국닛산의 성장에 있어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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