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남자는 직진, 기아 모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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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만의 신차? 앞으로의 8년이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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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교외, 왕복 4차로의 굽잇길을 돌던 중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트럭에 한눈을 팔았다. 위장무늬 군용트럭의 꽁무니 트레일러엔 자주포가 실려 있었고, 그것이 모하비의 제품설명 프레젠테이션에 나온 탱크 사진을 떠올리게 했다. 그러고 보니 새 모하비의 프론트 그릴 가로줄도 총포의 방열판 형상이다. M-클래스 등 다른 SUV의 디자인을 흉내낸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전보다 튼튼한 차, 군용차 이미지가 더욱 강조됐다.

“삐삐삐삐~”

경고음에 정신을 차려보니 굽잇길 끝 사거리 신호등은 빨간 불이고, 앞서가던 차들이 정지선에 멈춰 있었다. 본능적으로 힘껏 브레이크를 밟아 사고는 면할 수 있었다(그 와중에 동승자는 제동력이 좋다고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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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추가된 최신 안전장비들이 모하비의 오래돼 보이는 생김새와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투박한 이미지에 맞게 가장 저렴한 모델을 옵션 없이 사서 타는 게 낫겠다던 생각이 확 바뀌었다. 역시 안전장비는 많이 있는 게 좋다. 6개월간 쉬었다가 부분변경 후 돌아온 2016년형 모하비에는 하이빔 어시스트, 차로이탈 경고, 사각지대 경고, 전방추돌 경고 기능이 더해졌다. 고급승용차들처럼 위험을 감지해 속도를 줄여주진 않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오토 스타트 스톱, 전동식 테일게이트 및 사이드미러 폴딩 기능도 없지만 오래된 플랫폼의 차임을 생각하면 감지덕지다.

외관은 앞뒤를 조금 손봤다. 프론트 그릴 외에 범퍼 형상이 바뀌면서 LED 주간주행등이 추가됐다. 테일램프 안쪽 디자인이나 앞범퍼 하단 스키드 플레이트 형상 등 ‘기왕 손댈 거 제대로 좀 하지’ 싶은 부분들이 있지만 기존 모델보다 알게 모르게 강인하면서도 깔끔해진 인상을 풍기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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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전용 스티어링 휠과 새로운 센터페시아 디자인으로 칙칙하고 오래돼 보이는 인상을 걷어냈다. 계기판에 적용된 4.2인치 수퍼비전 클러스터와 8인치 내비게이션 화면도 요즘 차 같은 느낌을 살려주는 부분. 사이드스텝을 밟고 차에 오르면(그러기에 딱 좋은 높이다) 퀼팅 가죽시트부터 눈에 들어오지만, 보이지 않는 부분의 변화도 많다. 흡차음재 보강과 서스펜션 튜닝으로 정숙성과 험로 승차감을 개선한 것 등이다.

물론 부활한 모하비의 핵심은 유로6 배기규제 대응이다. 이걸 제때 못해 한동안 판매가 중단됐었다. 새 모하비는 기아 승용차 중 최초로 배출가스 질소산화물 저감수단인 SCR을 적용했다. 주기적으로 요소수를 보충해야 해서 신경 쓰이지만 성능에서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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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동급 SUV 유일의 V6 디젤로 남은 모하비의 3.0L ‘S2’ 엔진은 최고출력(260마력)은 그대로이고, 최대토크는 아주 약간 개선되어 57.1kg.m다. 하지만 이젠 기존에 46kg.m의 토크를 내던 1,500rpm에서 최대토크를 뽑아내고, 80km/h에서 120km/h로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빨라지는 등 실용영역의 성능이 강화됐다. 그 덕분에 2.3톤의 덩치를 가뿐하게 움직여 제법 시원하게 내달릴 수 있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정숙성이다. 시동 걸 때의 소리가 가솔린 엔진의 고급승용차 부럽지 않다. 주행 중 가속페달을 갖고 놀 때는 어쩔 수 없이 디젤임이 드러나지만 느긋한 주행에선 소음도 진동도 꽤나 고급지다. 고속주행시 각진 차체에서 비롯되는 풍절음을 제외하면 주행소음도 잘 억제됐다. 여기에다 차고까지 높으니 슬렁슬렁 편안하게 놀러 다니며 경치 구경하기에 이만한 차가 또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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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고급승용차의 대안으론 어떨까? 아쉽지만 조금 부족하다. 아무래도 뒷좌석 승차감이 떨어지고 고속주행 시 조향성이나 차로 변경 때의 거동도 부드럽지 못하다. 오프로드에서 나고 자란 뼈대 있는 SUV이니 이 정도는 이해해야 한다. 오히려 정통 SUV치곤 온로드 주행성이 꽤 좋은 편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시승행사에 오프로드 코스가 마련되어 있었지만 코스가 평탄해 엄홍길 대장이 나오는 TV 광고와 같은 험로 주파력을 맛볼 순 없었다. 어차피 대다수 고객은 험로 주파력보다는 프레임 보디 SUV의 안전하고 강인한 이미지에 끌려 이 차를 고를 것이고, 그런 관점에서 보면 8년째로 접어든 모하비의 각진 보디도 흠잡을 요소는 아니다.

상품 정보
개요표
2016 모하비
가격 4,025~4,744만원
제조사 기아자동차
차종 국산 / 대형
연비 10.3~10.7km/ℓ
연료 디젤
판매 국내출시
민병권 기자
사진
이영석
제공
탑기어
연간 3,700여 종의 학습교재와 교과서를 발간하는 교육출판 전문기업 천재교육의 계열사 ㈜프린피아에서 '탑기어' 한국판을 2015년 10월호부터 발행하고 있습니다. 1993년 10월 창간한 '탑기어'는 영국을 비롯한 미국, 중국 등 전세계 50개국 1,500만 독자들에게 15개 언어로 매달 발행되어 신차 구매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매체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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