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아니어도 좋다. 랭글러 언리미티드 루비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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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는 비극적이지만 전쟁의 소산물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문에 제작됐다. 독일은 전장에서의 뛰어난 기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4륜 구동차량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그 결과 1937년에 G-5 모델을 탄생시킨다. 메르세데스-벤츠의 G-wagon의 모태가 되는 모델이다. G-5모델은 전장에서 독일군이 활개 칠 수 있는 날개를 달아 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에 크게 자극을 받은 연합군에서는 미국을 필두로 G-5에 대응할 수 있는 차량을 개발하게 된다. 개발될 차량의 기준은 무척 까다로웠다.
기준은 앞 창문을 접을 수 있는 구조를 가진 사각형 차체에 4륜구동 시스템을 토대로 총 중량은 590kg 미만, 적재중량은 270kg이상이었다. 성능적으로는 접근각 45°와 탈출각 35°를 확보하고 3명 이상이 탑승 가능해야 했고, 최고속도는 80km/h까지 달릴 수 있어야 했다. 윌리스 오버랜드(Willys-Overland)사가 개발사로 정해지고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생산은 포드사와 함께 하게 된다. 모델명은 회사명을 따라 윌리스MB(Military B), 포드GPW(General Purpose Willys)로 삼았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총 64만대가 생산되었으며 전장의 험로에서 정찰 및 수송용, 그리고 구급차 등의 다양한 용도로 사용됐다. Jeep라는 이름은 포드 GPW의 발음 또는 뽀빠이 만화에 등장하는 강아지의 이름인 유진 더 지프(Eugene the Jeep)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전후에는 농축산업을 비롯한 다양한 방면의 민수용으로 지속적으로 사용되며 인기가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았다. 이러한 영향으로 1944년, 윌리스사는 CJ시리즈의 선조격인 시민차를 뜻하는 CJ-1A(Civilian Jeep first model of the Army)를 출시한다. CJ시리즈는 국내 최장수 브랜드인 코란도의 토대가 되는 모델이기도 했다.
이번에 소개할 모델은 오프로드에 중심을 둔 모델 랭글러 언리미티드 루비콘이다.
전면은 거의 수직에 가깝게 고추세운 네모 반듯한 유리창과 동그란 헤드램프, 그리고 7개의 수직바 형태의 7슬롯 라디에이터그릴이 지프만의 고유 성격을 대변한다. 특히, 시승차에는 견인 윈치가 장착되어 있어 아웃도어 활동의 폭을 더욱 넓게 해준다. 휠하우스와 범퍼는 튼튼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한다.
측면은 휠하우스와 사이드 스커트, 그리고 하드탑 영역 모두에 동일한 검정색 강화 플라스틱 소재를 적용해 통일성을 고취했다. 시각적으로도 안정적이고 듬직한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미키 탐슨제 머드 타이어를 신겨 더욱 견고해 보인다.
반듯한 정사각형의 뒤 태는 전면과 측면에 비해 다소 나은 미모를 지녔다. 스페어타이어를 트렁크 도어에 질끈 동여매고 목적지 없이 긴 여행을 떠나는 방랑객과 같은 이미지다. 테일램프, 제동등, 리플렉터 모두 사각형으로 통일성을 기했다.
차가운 철의 질감과 통상적으로 매끄러워야 할 면에 경첩과 볼트들이 고스란히 드러나 세련됨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코도 세울법하고 눈도 더욱 예쁘게 틔울 만도 한데 70년이 넘는 세월을 이러한 투박함과 강인함을 무기로 지위를 영위해왔다. 고집스럽다. 그러나 특정 소비자들에게는 한번쯤은 소유하고 싶어 하는 디자인으로 식지 않는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으니 아이러니하다. 제원상 전장X전폭X전고는 4750X1880X1840mm다. 축거는 2950mm, 공차중량은 2175kg이다.
실내는 3분할 하드탑 구조를 머리에 이고 있다. 지형과 주행 조건에 따라 하드탑의 탈부착이 가능해 출중한 존재감을 뽐낼 수 있다. 1열 위의 2 개의 패널은 전용 레버를 이용해 간단하게 탈거시킬 수 있다. 2열과 트렁크 영역을 감싼 패널은 전용 도구를 이용해 8개의 나사를 해체한 후 탈거할 수 있다. 탈거하면 더욱 멋진 몸매를 자랑할 수 있는 롤케이지가 드러난다.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는 직각구조다. 센터페시아는 2개의 원형 송풍구를 중심으로 상단에는 6.5인치 디스플레이 영역이, 하단에는 냉난방 조작부가 위치한다. 6.5인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유커넥트 멀티미디어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블루투스, CD/MP3, USB, 후방카메라 파크뷰 등의 기능이 제공된다.
시트는 학교의 의자와 걸상처럼 반듯하다. 무릎의 각도가 수직에 가까운 포지션을 취해야 하는 구조적 특징을 가진다. 가속과 제동 페달도 위에서 아래로 밟아야 한다. 다소 불편한 구조이지만 오프로드에서는 효율적인 조작이 가능하게 하는 구조다. 아쉽지만 공간은 외형에 비해 넓지 않다.
트렁크는 기본적으로 넉넉한 편이다. 기본적으로 897리터가 제공되며 2열 시트 모두를 접으면 최대 2,009리터까지의 공간 확보가 가능하다. 2개의 침낭만 준비하면 동계 캠핑에도 적절히 사용 가능한 취침 공간으로의 활용이 가능해진다.
트렁크 사용 시에는 먼저 스페어타이어가 거치된 문짝을 개방한 뒤, 유리창문을 들어 올리면 된다. 닫을 경우에는 역순으로 수행하면 된다. 간혹 문짝을 먼저 닫는 경우가 발생한다.
파워트레인은 직렬 4기통 2.8ℓ 디젤 터보에 자동 5단 변속기를 물려 최고출력은 200마력, 최대토크는 46.9㎏·m의 성능을 발휘한다. 굴림 방식은 Rock-Tracⓡ 파트타임 4WD 시스템을 채택했다. 노면상태에 따라 네 가지 모드로 4륜 구동 시스템을 구동할 수 있는`4륜 구동 변속 컨트롤`이 제공된다. 제원상 복합연비는 7.6km/l다.
이전 랭글러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안전사양도 추가됐다. 오토 라이트, 후방 카메라, 타이어 공기압 디스플레이, 전자식 주행안전장치(ESC), 전자식 전복방지 시스템(ERM), 내리막 주행제어장치(HDC), 언덕 밀림 방지 장치(HSA) 등의 기능이 적용됐다.
운전석에 앉아 전통적인 방식을 키를 꼽고 돌려 시동을 걸면 우렁찬 엔진음이 아무런 여과 없이 고스란히 실내로 유입된다. 진동도 큰 편이다. 소음과 진동이 엉덩이와 등 짝을 사정없이 흔들어댄다. 여타의 도심 중심의 SUV라면 용서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오프로드만 상대하겠다는 오만한 기갑병사처럼 타협이 없는 모습이다.
육중한 몸집을 움직이려면 처음부터 가속페달에 사정을 두면 안 된다. 일반 승용차처럼 조심스럽게 다독이면 고집 센 당나귀처럼 좀처럼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높은 기어비 때문이다.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으며 거동을 채근하면 못된 성질 내세우며 사납게 전방으로 돌진한다. 연신 가뿐 숨을 내쉬며 반응하지만 조향에 따른 엔진의 반응은 반 박자 느린 편이다. 와인딩 구간에서는 육중한 몸무게 때문에 더딘 반응을 보인다. 노면의 충격을 포함한 엔진 소음과 진동은 그대로 전달된다. 나긋나긋하게 말 잘 듣는 반응은 기대하지 말자.
오프로드로 방향을 틀면 견고한 프레임차체와 Rock-Tracⓡ 파트타임 4WD 시스템은 지나는 곳마다 길을 만들어 낸다. 4륜구동 제어장치는 차체 기울어짐 감소 장치인 스웨이바와 차축 잠금장치인 액셀락이 설치되어 있어 노면 상황에 따라 운전자가 4바퀴를 조정해 안정감 높게 주행할 수 있게 돕는다. 높은 지상고도 안정적인 주행을 한 몫 거드는 요인이다. 이와 맞물려 범퍼 높이도 높다. 덩치가 큰 돌과 바위 등을 탈 때 도움이 된다. 진입각이 높아도 치고 올라갈 수 있도록 설계가 되어 있다.
고속도로에서 힘껏 채근해도 속도는 140km/h 대에 머문다. 실내에서는 동승자와 대화가 어려울 정도로 N.V.H 대책도 엉망이다. 더구나 승차감도 만족스럽지 못해 장거리 주행 시 몸은 쉽게 찌뿌둥해지기 일쑤다.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기 좋은 조건들이다. 그러나 지프가 그 주인공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선문답같지만 전술한 차량의 특성들은 지프 랭글러에 있어서, 구매에 따른 장벽으로 작용하지 못한다.
지프 랭글러 언리미티드 루비콘의 국내 판매 가격은 VAT포함해 5,14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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