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인 순수함에서 오는 짜릿함 - 로터스 엑시지S 로드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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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Lotus)는 영국의 대표적인 코치빌더(Coachbuilder)로, 창립 이래 반 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경량 스포츠카 전문 제조사로 알려진 기업이다. 이번 시승기의 주인공도 바다 건너 영국에서 온 차다. 바로, 로터스의 고성능 스포츠카인 엑시지(Exige) S다.
로터스 엑시지는 에보라와 함께, 현재 로터스에서 3리터 이상의 엔진을 사용하는 스포츠카로, 동사의 대표 경량 스포츠카인 엘리스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초기에는 엘리스(Elise)의 동력 성능 중시형 파생 모델로 만들어지기 시작했으며, 오늘날에도 엑시지를 바탕으로 한 각종 트랙용 및 경주용 모델들이 꾸준히 개발되고 있다. 오늘날의 로터스가 추구하는 고성능을 표방하는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로터스 엑시지, 그 중에서도 수퍼차저를 추가하여 350마력의 성능을 내는 고성능 모델인 S의 로드스터 모델을 시승했다. VAT 포함 차량 기본 가격은 1억 2,600만원.
로터스 엑시지 S 로드스터는 처음 본 순간부터 신선하고 색다른 첫인상을 받게 된다. 바닥에 넙죽 엎드린 듯 현저히 낮은 높이 때문이다. 차의 지붕 끝이 기자의 허리춤에 가까울 정도다. 엑시지 S 로드스터의 제원 상 전장X전폭X전고는 4,084X1,802X1,192mm로, 짧고, 낮고, 넓은 스포츠카의 전형을 보여준다.
엑시지 S 로드스터는 엔진이 후륜 차축을 기점으로 휠베이스 내부에 들어 와 있는 리어 미드십 레이아웃을 사용한다. 이 때문에 전반적인 차체의 형상은 같은 방식으로 엔진을 배치하는 차들에서 볼 수 있는, 극단적으로 낮은 전면과 볼륨감이 강조된 후면 디자인을 취하고 있다.
헤드램프는 LED 주간주행등이 탑재되어 있으며, 제논 헤드램프를 채용하고 있다. 보닛 아래에는 라디에이터가 설치되어 있으며, 범퍼의 좌우 공기흡입구 내부에도 별도의 보조 라디에이터가 배치되어 있다. 따라서 보닛 내부에 별도의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로터스 엑시지 라인업은 기본적으로 고정식 지붕을 가진 하드탑 모델이 기본이고, 시승차인 로드스터가 별도의 모델로 존재한다. 엑시지 S 로드스터는 기본적으로 소프트탑을 채용하고 있으며, 선택 사양으로 탈착식 하드탑이 마련되어 있다. 소프트톱의 탈착은 간단한 편이다. 좌우 지지대의 릴리즈 레버를 안쪽으로 당겨서 분리시키고, 돌돌 말아, 활대와 함께 수납하면 된다. 지붕의 모양을 잡아주는 활대 역시 간단하게 탈착이 가능하다.
내부는 극단적으로 간소한 모습을 보인다. 그야말로, 운전에 필요한 것`만` 갖춰 놓은 기분이 든다. 일반적인 양산차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없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수준이다. 하지만 경량화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로터스의 전통적 설계 이념에 비춰 보자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것이자, 그들의 철학에 충실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에게 휘황찬란한 실내 마감재나 화려하고 최첨단 분위기를 드러내는 온갖 편의사양들은 그저 쓸모 없이 무게만 늘리는 체지방 덩어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시승차의 경우, 별도의 선택 사양이 추가되어 있어, 도어 패널과 좌석 등이 가죽으로 마감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수동식 에어컨과 간단한 오디오도 준비되어 있다. 에어컨의 성능은 부족하지 않은 편이지만, 오디오는 그냥 존재한다는 것에 의의를 두면 된다. 글러브 박스는 금속제로 된 트레이로 대체해 놓았다. 이 외에도 좌우에 조그만 수납공간을 마련해 두기는 했으나, 그다지 유의미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컵홀더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위치가 잘못됐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1개가 배치되어 있는데, 어떠한 용기를 넣어도 좌석과 간섭이 생긴다.
운전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되는 부분들에서는 꽤나 충실하게 만들어져 있다. 극단적으로 작은 직경의 스티어링 휠은 그 시작에 불과하다. 경주차의 것을 연상시킬 정도로 작은 스티어링 휠은 단단하게 손에 잡히는 그립감이 일품이며, 림의 상단 중앙에는 중앙을 나타내는 듯한 마감이 되어있다. 각도를 비롯한 조절 기능은 일절 없다. 이 때문에 체격이 큰 사람은 스티어링 휠의 림에 계기판이 가려지게 된다. 스티어링 휠 뒤편으로는 갈비뼈처럼 생긴 고정식 시프트 패들이 배치되어 있다. 스티어링 휠 만큼이나 작은 계기판은 좌측에 타코미터, 우측에 속도계를 두고 있으며, 필요한 정보만을 제공한다. 하단의 액정 창에는 연료 게이지와 주행거리 적산계가 배치되어 있다. 자동변속기의 제어는 레버가 아닌 버튼으로 이루어진다. 로터스가 이러한 방식을 사용하는 이유는 분명 `가벼우니까` 선택한 것이리라.
승하차도 쉽지 않다. 소프트탑까지 달아 놓은 상태에서는 그야말로 차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차에 몸을 구겨 넣어야 한다. 도어를 열었을 때 문턱이 굉장히 높은데, 이는 엑시지 S의 뼈대를 이루는 욕조 모양의 통 알루미늄 섀시 때문이다. 이러한 욕조 형태의 섀시는 하부 구조만으로도 뛰어난 강성을 확보할 수 있어, 컨버터블로의 변형에 유리하며, 중량 절감에도 유리하다. 근래 들어 멕라렌 등의 슈퍼카 제조사에서도 두루 쓰이고 있는 방식이다.
경량화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로터스의 설계 사상은 좌석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착좌부와 등받이가 하나의 단단하면서도 얄팍한 패널 형태로 만들어져 있으며, 이 때문에 각도 조절 같은 사치도 부릴 수 없다. 조절되는 부분이라곤 전후 거리 조절뿐이다. 그리고 그마저도 운전석 한정이다. 이러한 좌석 구조 때문에 고정되어 있는 스티어링 휠과 함께, 운전 자세를 차가 정한 대로 강요 받게 된다. 좌석의 착좌감은 아주 딱딱하지만 신기하게도, 그리 불편하지는 않다. 선택 사양으로 열선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공간은 비좁아서, 성인 남성 2명(운전자 포함)이 승차하면 어깨와 어깨 사이의 거리가 불과 몇 cm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공간이 비좁은 것도, 상기한 섀시 구조 때문이다. 이러한 실내 설계 및 구성은 오로지 운전자가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로터스 엑시지 S에는 토요타의 GR계열 V6 엔진이 사용된다. 배기량 3.5리터의 가솔린 직분사 엔진으로, 가로로 배치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로터스는 이 엔진에 슈퍼차저를 달아, 최고출력을 350마력/7,000rpm까지 올렸으며, 최대토크는 40.7kg.m/4,500rpm에 이른다. 변속기는 아이신의 자동 6단 변속기가 탑재된다. 스로틀은 전자식 스로틀을 사용하고 있으며, 로터스의 다이나믹 퍼포먼스 매니지먼트(Dynamic Performance Management, 이하 DPM)를 통해, 스로틀의 리스폰스를 조정할 수 있다. 운전석 좌측에 배치된 DPM 컨트롤 레버를 +로 돌리면 스포트 모드로 넘어간다. 이 단계에서 DPM 컨트롤 레버를 +로 3초 가량 돌리고 있으면 그제서야 레이스 모드로 넘어간다. 레이스 모드에서는 차체 자세제어장치가 완전히 작동을 멈추고, 100%의 스로틀 반응을 활용할 수 있으며, 오로지 운전자의 실력과 감각으로 주행해야 하는 상태가 된다.
엑시지 S의 시동 방법은 키를 키홀에 넣고 돌리는, 고전적이면서도 기계적인 방식이다. 대신, 일반적인 키와는 다르게, 키에 내장된 버튼을 누른 상태를 유지하여 이모빌라이저를 해체시켜야 한다.
엑시지 S의 시동을 걸면 우렁찬 박력의 소음이 차의 안팎으로 울려 퍼진다. 로터스의 경량화 철학에 충실하면서도 강력한 힘까지 갖춘 종마인 엑시지 S에 어울리는 발성이다. 배기음은 별도의 버튼 조작 하나로 작동하는 배기 바이패스 밸브 오버라이드 시스템을 통해 보다 통쾌한 음색으로 발성법을 바꿀 수 있다. DPM을 이용해, 스포트(Sport)나 레이스(Race) 모드로 전환하면, 한층 빠르고 격렬해지는 파워트레인의 반응을 통해 더욱 짜릿한 경험을 제공한다.
엑시지 S의 승차감은 탑승자의 신체에 대한 자비를 모른다. 오로지 달리는 능력에만 집중되어 있는 서스펜션 설계라 보여진다. 엑시지 S의 서스펜션은 노면의 충격을 흡수하기보다는 버텨 내는 데 목적이 있다고 보일 정도다. 요철 하나하나에 거칠고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로 인한 차체의 자세를 바로 잡는 데에는 눈 한 번 깜빡이는 시간이면 충분하다. 도심에서 저속 주행을 이어가다 보면, 노면의 상태를 운전자의 손과 척추를 통해, 그야말로 필터 하나 거치는 법 없이, 운전자의 육체에 실시간으로 직접 입력하는 느낌이다. 그 흔한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마저 없어서 앞바퀴의 상태가 어떠한 지를 더욱 생생하게 손끝과 손목으로 전달한다.
이 때문에 엑시지 S는 일상생활을 함께 하기에 적당한 자동차라고 볼 수는 없다. 물론, 일상 운행에 꼭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은 갖춰져 있지만, 이마저도 일상 운행에서의 편의성을 증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일반 도로용 자동차로서 법규를 준수하기 위한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브랜드의 전통인 `경량화`와 그를 통한 달리기 성능의 증대를 위해 의도적으로 일상 운행에서의 편의성을 배제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하지만 후술할 달리기 성능과 주행 감성은 일상 운행에 대한 불만을 어린 아이의 사소한 투정으로 바꿔버린다.
가속 페달을 밟아, 3.5리터 수퍼차저 엔진의 힘을 뒷바퀴에 싣는 순간, 1.1톤 가량의 가벼운 차체가 공격을 시작한 맹수처럼 쏜살같이 튀어나가기 시작한다. 3.5리터에 이르는, 로터스로서는 대배기량의 엔진은 그야말로 호랑이의 심장을 늑대에게 이식한 결과를 보여준다. 회전 수가 오를수록 배기음에는 굶주린 늑대와 같은 살기(殺氣)가 차 오른다. 격렬하게 요동치는 엔진은 연신 흉폭하게 울부짖으며 뒷바퀴에 힘을 쏟아 붓는다. 스로틀 반응이 빠른 탓에, 가속 페달에 발을 대는 족족 차체가 앞으로 튀어나가려고 몸부림을 친다. 이러한 자극적인 반응들로 인해 빚어진 긴장감은 연신 운전자의 가슴팍과 목을 사정 없이 조여온다.
정지 상태서 출발 후 1단에서 65km/h까지 가속하여 2단으로, 2단에서 이미 100km/h를 가뿐히 넘기며 115km/h까지 줄기차게 가속을 이어 나간다. 이 말은 곧 정지 상태서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단 한번의 기어 변속이 있을 뿐이라는 이야기다. 이 덕분에 레이스 모드에서 0-100km/h 가속은 3.9초에 불과하다.
6단 자동변속기는 기어가 체결되었을 때의 질감 하나는 일류다. 고회전에서 변속을 하면 더블클러치 변속기와도 같은 변속 충격과 함께, 기어가 야무지게 물리는 느낌이 가속을 더욱 박진감 넘치게 만들어 준다. 1~2단 기어비가 약간 큰 편이긴 하지만, 1단부터 4단까지는 기어비가 꽤나 고르게 분포되어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직선과 와인딩을 가리지 않고 엔진의 힘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물론, 이 보다 더욱 하드고어한 기계의 맛을 즐기고 싶다면 수동변속기를 고르는 것이 정답이다. 그러나, 6단 자동변속기도 엑시지 S의 성능을 즐기는 데 있어, 특별한 부족함은 없다고 본다. 심지어 자동변속기가 장착된 엑시지 S는 제원 상 수동 변속기 사양에 비해 0-100km/h가속이 0.1초 더 빠르기까지 하다.
경량화를 골자로 만들어지는 로터스의 모델들은 그야말로 늑대 같은 발놀림을 선보인다. 그 비결은 1,172kg에 불과한 체중이다. 물론, 살인적인 감량을 통해 양산차 대부분의 공차중량이 1톤을 넘기는 경우가 거의 없었던 과거의 로터스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렇지만 일상을 배려하기 위해 여러 모로 살을 불린 여타 스포츠카들에 비하면, 독보적으로 가벼운 체중이다.
코너링에서는 가볍고 영민한 늑대의 몸을 가졌음을 한 점의 여과 없이 보여준다. 파워스티어링 시스템 없이 직결된 스티어링 휠은 감을 때마다 카트와도 유사한 감각을 주면서 앞바퀴의 각도가 손목과 팔을 통해 뇌로 직접 전달되는 느낌을 받는다. 워낙 직관적이고 기계적인 연결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손목과 팔까지 조향 시스템의 일부가 된 듯한 느낌을 준다. 여기에 살인적인 감량으로 만들어진 늑대의 몸은 엑시지 S를 다른 차들보다 한층 높은 속도로 코너 진입을 가능케 한다. 엑시지 S의 브레이크 시스템은 AP 레이싱의 제품을 사용한다. 밟을수록 제동력이 상승하는 특성을 비롯하여, 강력한 제동력으로 짐승 같이 날뛰는 파워트레인의 힘을 제어하는 임무에 부족함이 없다.
단단하면서도 탄력이 충만한 섀시는 저속 코너와 고속 코너를 막론하고 차의 불필요한 동작들을 배제한다. 전후륜 모두 더블 위시본을 사용하고 있는 서스펜션의 능력은 가히 걸출하다. 하지만 엑시지는 누구나 쉽게 몰아 붙일 수 있는 호락호락한 차가 아니다. 중량 배분이 유리한 리어 미드십 후륜구동 구조 덕에 코너링에서의 한계가 높지만 오버 스티어 상황에서의 제어가 어렵다. 이러한 점은 특히 레이스 모드에서 부각되는데, 전자장비의 도움이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이기에, 한 순간의 조작 실수로도 스핀과 같은 상황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엑시지 S의 이러한 특성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다루기 시작하면, 마치 고성능 엔진을 장착한 카트와도 같은 경험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선형이 구불구불한 산악도로에서 보여주는 매서운 코너 진입 속도와 칼 같이 움직여 주는 짜릿한 몸놀림, 그리고 단순하고 직관적인 기계적 특성이 각별한 일체감으로 연결되면서 실로 순수하고 원초적인 감각을 온 몸으로 만끽하며 달릴 수 있다. 이러한 일체감은 운전자로 하여금 늑대에 올라탄 것이 아니라, 운전하고 있는 사람이 스스로 늑대가 된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다. 여기에 필요 이상의 단계를 한참 넘어 선 심장은 통렬하고 짜릿한 달리기를 더더욱 부추긴다.
연비는 현재 제조사 공개 자료 기준으로 도심 7.4km/l(13.6l/100km), 교외 13.9km/l(7.2l/100km), 복합 10.4km/l(9.6l/100km)이다. 엑시지 S를 시승하는 중에는 대부분 연비와 관계 없이 주행하였다. 약 500km를 주행한 총 평균 연비는 8.4km/l 였다. 격렬한 주행, 혹은 연비에 구애 받지 않고 운전했으면서도 스포츠카로서는 그다지 나쁘지 않은 연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연비를 일궈 내는 배경에는 로터스의 극단적인 경량화 역시 한 몫을 하고 있다. 다만, 연료 탱크의 크기는 40리터로 작기 때문에, 연료의 소모가 더욱 빠르게 느껴진다.
로터스의 종마, 엑시지 S 로드스터의 국내 판매 가격은 1억 2,600만원부터 시작한다. 이는 시작가이고, 선택 사양 추가 여부에 따라, 가격은 더 올라간다. 시승차의 경우, 자동변속기(450만원)와 프리미엄 팩(가죽 스티어링 휠, 가죽 내장재, 가죽 시트 포함. 550만원), 후방 주차센서(150만원), 열선시트(150만원), 컨비니언스 팩(크루즈 컨트롤, USB, 액세서리 트레이 포함. 150만원), 메탈릭 페인트(200만원) 등의 온갖 선택사양이 추가된 모델이다. 선택 사양을 모두 포함한 시승차의 차량 가격은 1억 4,250만원에 이른다. 이 외에도 로터스를 정식으로 수입/판매하는 로터스 코리아는 최근 `퓨어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프로모션`을 실시 중이다. 선수금 30%, 유예율 50%를 기준으로, 월 100만원 납입으로 엑시지 S를 경험할 수 있다.
로터스 엑시지 S는 창립 때부터 가벼움을 철칙으로 삼았던 로터스의 철학에 충실하면서도 강력한 심장으로 그 즐거움과 자극을 한층 더 끌어 올린, 제대로 된 의미의 퓨어 스포츠카다. 비록 오늘날에는 시장의 요구에 따라, 살집도 미묘하게 붙고, 요모조모 꾸미려 한 티를 냈다. 그러나 엑시지 S는 로터스만이 양산차로 내놓을 수 있는 극도의 `가벼움`과 극도의 `단순함`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것들로 인해 나타나는 극도의 원초적인 쾌감을 첫 만남부터 헤어지는 그 순간까지 뼛속 깊이 선사한다.
이제는 스포츠카들도 시장에서의 경쟁을 위해, 자신의 캐릭터를 조금씩 억제하고, 더 고급스러우며, 더욱 편안하게 만들어 나가고 있는 시대다. 이는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 안기 위해서다. 하지만 로터스는 다르다. 비록 현대의 각종 규제에 준수하기 위해 이래저래 살이 붙기는 했으나, 여전히 극한의 경량화를 통해 나타나는 로터스 스포츠카의 캐릭터를 굉장히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차다.
이렇게 뚜렷한 캐릭터를 지니고 있다는 것은 곧, 취향에 따라 그 호오가 확실하게 갈라진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스포츠카라는 세그먼트 자체가 취향에 의해 좌우되는 세그먼트인 만큼, 이러한 점은 로터스 엑시지 S에 있어 나쁜 점이라고 볼 수는 없다. 물론, 로터스 엑시지를 타기 위해서는 차가 가진 모든 불리한 요소들을 견뎌낼 수 있는 준비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차가 가진 모든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는 순간, 로터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순수하고 짜릿한 운전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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