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형 아반떼 오너의 신형 아반떼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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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아반떼 AD가 나왔다. 이제는 구형이 된 아반떼 MD의 오너, 기자가 시승에 나섰다. 좀 까탈스러운 마음으로 말이다.
촬영 전날. '아방이'를 꺼내 정성스레 세차를 하고 고체 왁스를 열심히 발랐다. 아방이는 기자가 애차에 붙인 애칭. 2011년식 현대 아반떼 MD. 휘발유 모델이다. 아방이는 큰 맘 먹고 산 내 인생 최초의 '새 차'다. 기존 모델인 HD와 비교하면 차원이 다른 패키징에 감탄했고, 당시 능력과 고를 수 있는 차종 범위 내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만 4년 동안 우리 가족의 발로 뛰며 일상을 함께한 아방이가 다시금 고마웠다.
물론 신형 아반떼 AD의 출시 소식을 듣고 마음이 살짝 쓰렸다.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다. "할부금 다 갚은 지 얼마나 됐다고!" 이젠 '구형' 아반떼 오너가 됐다. 신형 때문에 졸지에 구형 오너가 됐으니 신형에 좀 까탈스럽게 굴게 됐달까. 아주 냉정하게 판단해주겠다는 마음으로 시승에 나섰다.
5년 만에 등장한 신형 아반떼의 코드 네임은 AD. 아반떼 AD로 부르기로 한다. 조금은 빠른 변경이 아닌가 싶지만, 삶의 속도가 빠른 한국에서는 딱 알맞은 시간이란 생각도 든다. 정말 빠르게 유행이 지나가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두 대를 같이 보자 5년의 시간이 실감난다. 이름은 같아도 다른 디자인 언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 그래도 아반떼 AD의 디자인에서 MD가 살짝 보인다. MD의 것을 기반 삼아 세련되게 다듬었단 생각이다.
둘의 디자인 언어는 시대에 따라 달라졌지만, 비율과 프로포션은 그대로다. AD가 약 20mm 더 길지만, 휠베이스는 2,700mm로 같다. 부풀린 뒷바퀴 펜더가 범퍼와 연결되는 라인, 차체 옆면을 가로지르는 캐릭터 라인 등은 MD와 비슷하다. 다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는 생각이다. 아반떼 MD의 시대는 둥글한 곡선을 맞물려 날카로운 선을 만드는 디자인 기법을 강조했다. 부풀린 면이 맞닿을 때 생기는 선으로 양감을 강조했다. 반면 AD는 차분하게 직선 한번 쓱 긋고 말았다. 더욱 간결한 방식. 그만큼 차체를 그은 선이 도드라져 보인다.
반면, 실내에서는 어떤 연관성도 찾을 수 없다. 새가 날개를 펼치는 모양에서 따온 '글라이드' 콘셉트를 버리고, 가로형 대시보드 디자인을 적용했다. 센터 페시아나 대시보드의 모양을 보면 마치 쏘나타의 것을 축소 버튼 눌러 앙증맞게 만든 것 같다. 멀티미디어 조작부를 터치스크린에 통합하고, 에어컨 공조기도 새롭다. 부품을 최대한 줄이고 간결하게 만든 부분이 돋보인다. 통풍 및 온열 시트 버튼도 기어레버 옆으로 전부 가지런히 모았다.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의 실내를 만든 점은 높게 평가할 부분이다. 뒷좌석 에어벤트를 둔 것도 마음에 든다. 다만 오르간식 가속페달을 일반식으로 바꾼 것은 조금 아쉽다.
신형 아반떼는 출시와 동시에 휘발유와 디젤 모델 모두 내놓았다. 디젤 엔진이 인기를 끄는 국내 실정상, 동시 출시가 가장 적합한 선택이란 생각이다. 시승차는 직렬 4기통 1.6L 엔진 얹은 디젤 모델. 최고출력 136마력을 4,000rpm에서, 최대토크 30.6kg.m을 1,750~2,500rpm에서 낸다. 기존 아반떼 디젤에 비해 엔진 출력이 8마력 올랐고, 변속기가 바뀌었다. 기존의 자동 6단 변속기 대신 7단 DCT(듀얼클러치) 변속기를 맞물린다. 이는 액센트 디젤에서도 먼저 경험한 조합이다. 이제야 아반떼에 적용된 셈. 생소함에 따른 거부감은 버려도 좋다. 토크 컨버터식 자동변속기에 비할 수 있을 정도로 DCT의 작동이 매끄러운데, 이는 현대 측의 개발 과제 최우선 사항 중 하나였다. 효율성이 좋아진 만큼 연비도 좋아졌으나, 연비 측정 방법이 바뀌어 수치상 표기는 내려갔다고 현대 측은 밝혔다.
빠르게 토크를 뽑아내는 디젤 엔진과 더불어 각 단의 기어비를 좁혀 다듬은 7단 DCT 덕분에 가속은 상당히 부드럽고 빠르게 진행된다. 엔진의 감각이 무척 매끈하고, 회전수를 높여도 시끄럽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다. 물론 디젤 엔진의 숨결이 들리는 것은 맞다. 하지만 차급 이상의 정숙성을 자랑한다. 공회전 상태에서도 차급을 고려하면 디젤 진동의 유입이 아주 적었고, 주행 중에는 아주 조용하게 느껴진다. 엔진만 고려한다면 분명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다는 생각이다.
주행 중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차이는 승차감. 서스펜션이 충격을 받아내고 되돌리는 과정이 좀 더 세련되게 바뀌었다. 사실 아반떼 MD의 서스펜션도 차급을 고려하면 뛰어난 축에 속했다. 조금 물렁이는 감은 있었지만, 자잘한 충격을 잘 받아냈다. 큰 충격을 받았을 때는 살짝 잔 진동을 남기긴 했지만, 그것은 단단한 스프링과 약간 물렁한 서스펜션의 조합 때문이려니 했다. 그런데 신형 아반떼 AD는 자잘한 충격을 부드럽게 걸러내는 이상이다. 주행감이 꽤 부드럽고, 큰 충격을 받아도 한 번에 그 충격을 끊어내는 것이 인상적. 충격을 자꾸 되돌리며 증폭하던 기존의 세팅과는 제법 다른 인상이다. 더 단단해진 차체 강성 및 서스펜션 구성, 세팅의 차이다.
또한 기존 모델의 약점이던 뒷바퀴 서스펜션을 상당히 개선했다. 토션 빔 방식을 적용한 것은 같지만, 이를 다루는 방법을 좀 더 끌어 올렸달까. MD의 경우 조금 빠르게 뒷바퀴 접지력을 잃어버리고 차가 비틀리는 느낌이 드는 편이었다. 특히 갑작스러운 제동을 할 때 뒷바퀴가 든든하게 버티는 힘이 부족했다. 하지만 AD의 경우는 좀 다르다. 코너링이든 급제동이든 뒤가 단단하게 버티는 느낌이 들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불안감을 쉽사리 느끼지 못할 정도다. 또한 갑작스러운 정지로 타이어 접지력을 넘어섰을 때도 쉽사리 거동을 잃지 않는다.
주행 모드는 에코, 노멀, 스포트의 세 가지. 스포트 모드는 이번에 추가됐다. 에코 모드에서는 드로틀의 반응을 강제로 조절하는 느낌. 가속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강도를 의도적으로 약하게 조절한다. 드로틀을 밟는 정도의 반만 움직이는 느낌이랄까. 스포트 모드는 엔진회전수를 높이며 변속을 미룬다. 가속페달의 반응도를 높여 빠르게 움직이는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스티어링 감각 또한 좀 더 좋아졌는데, 가운데 유격 부분이 줄어들었고, 모호했던 직진성도 상당히 줄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달리고 싶은 마음을 부추기지는 않는다. 기존에 비해 고속주행 성능이 좋아지고, 스포티한 부분도 더 늘어났다는 점에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까탈스럽게 살펴봤지만, 아반떼 AD에서 아쉬운 점을 찾긴 좀 어렵다. AD는 아반떼 MD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종합적으로 보강한 완성판이라는 생각이다. 승차감과 주행감각은 기존의 것을 넘어 상당히 좋은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구형과 비교해서 엄청난 차이가 나느냐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기존의 것을 철저하게 갈고닦아 얻은 진화라는 생각이다. 훌륭하긴 하지만, 좀 더 나은 차가 되기 위해서는 스티어링의 감각을 더 또렷하게 개선하고, 반응성도 좀 더 직관적일 필요가 있다.
개선이 필요하고, 개선을 기대하는 부분은 억지스러운 트림 구성과 내구성이다. 실용성을 따지는 준중형에서 필요한 장비인 뒷좌석 6:4 분할 폴딩 시트를 상위 트림 중 하나인 모던 스페셜부터 적용한다는 것은 레저를 즐기는 데 큰 약점이다. 경쟁모델인 쉐보레 크루즈는 기본형부터 달아주는 것을 고려하면 납득하기 어렵다.
그리고 시승차로는 확인할 수 없는 장기 내구성에 대해서는 개선을 기대한다. 보증기간이 지나자 엔진과 변속기의 맞물림이 약해진 기자의 아반떼 MD를 볼 때, 현대차가 노력해야 할 부분은 신차 품질이 아닌 장기 품질이다. 부품에 수명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그 내구성에는 좀 의구심이 든다.
촬영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아방이'를 탔다. 여러모로 신형의 완성도와는 제법 차이가 난다. 하지만 익숙한 '내 차'다. 그래서 불만은 사그라든다. 오히려 비싼 엔진오일 하나 먹이지 못했는데도 적당히 잘 달려주니 고마울 뿐이다. 미운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고마운 우리 가족의 발. 행여나 녀석이 걱정할까 싶어 스티어링을 쓰다듬다 내렸다. "신형이 나왔지만 걱정 마. 우린 함께 간다." 키를 누르자 "삑!" 하며 대답하는 녀석의 얼굴이 웃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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