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공간은 만들기 나름. 혼다 HR-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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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작아도 더 이상 구조를 바꾸기 힘들어도 만들 공간은 나온다. HR-V는 자동차 공간 활용의 모범사례다. 사소한 아이디어가 광대한 공간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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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쓸모없는 물건이 아닌 이상 새로운 무엇이 나온다면 좋아할 일이다. 요즘 들어 자동차 시장에서 새로운 차를 많이 선보인 분야는 소형 SUV(또는 크로스오버, 이하 SUV)다. 성격이나 쓰임새는 제각각이고 인기도 다르지만 시장이 커지고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데 한몫하고 있다. 쉐보레 트랙스, 르노삼성 QM3, 쌍용 티볼리, 기아 니로 등의 국산차와 메르세데스 벤츠 GLA, BMW X1, 아우디 Q3, 피아트 500X, 지프 레니게이드, 닛산 캐시카이, 푸조 2008 등의 수입차들이 그들이다. 시트로엥 C4 칵투스, 인피니티 QX30 등 앞으로도 소형 SUV들이 줄줄이 출시 대기 중이다. 이들 중 가장 최근에 선보인 차가 바로 혼다 HR-V다.

HR-V의 길이는 4,295mm다. 수치로만 따지면 감이 잘 잡히지 않으니 다른 차와 비교 해보자. 요즘 가장 잘 나가는 쌍용 티볼리가 4,195mm, 쉐보레 트랙스는 4,245mm, 최근 선보인 기아 니로는 4,355mm다. HR-V는 이들의 중간 정도 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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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V는 터보가 아닌 자연흡기 엔진을 얹은 가솔린 SUV다. 한데 국내 SUV 시장에서는 디젤이 우세를 보이고 있다. 디젤 사태로 인기가 한풀 수그러들긴 했지만 여전히 디젤은 SUV의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가솔린이라면 연비가 좋은 하이브리드 정도는 돼야 주목을 받는다. 일반 가솔린 모델도 팔리기는 하지만 여러모로 불리하다. 그러나 소형급에서는 사정이 좀 다르다. 디젤이 연비가 좋게 나오지만 가솔린도 차가 작고 가볍기 때문에 기대 이상의 연비가 나온다. 가솔린이라고 해도 아주 불리하지는 않다. 1.8L 가솔린 엔진을 얹은 HR-V의 공인 연비는 13.1km/L로 기대 이상이다. 또한 가격에 민감한 소형 SUV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솔린의 매력이 두드러진다. HR-V 정도라면 소형 SUV 시장에서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

혼다 모델치고는 얌전한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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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모델은 대중차임에도 디자인이 튄다. 너무 앞서 나가서 기괴하다는 평이 나올 정도다. HR-V는 요즘의 다른 혼다 모델에 비해 단정한 편이다. 아랫부분까지 길게 늘인 그릴을 검게 처리해 독특한 인상을 연출하고, 옆면은 뒤쪽 유리 라인을 쿠페처럼 기울여서 쿠페형 SUV처럼 보이는 착시 효과를 일으킨다. 도어 손잡이를 도어 끝단에 배치해서 손잡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특이하다. 이와 달리 뒷면은 무난한 스타일로 마무리했다. 전체적으로 너무 심심하다거나 튀지 않는 디자인으로 누구나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바로 HR-V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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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디자인은 간결하다. 센터 모니터와 터치식 센터페시아 공조장치 덕에 분위기가 깔끔하다. 공조장치는 시동을 끄면 그래픽이 사라지고 검은 화면만 남기 때문에 더 깨끗하게 보인다. 동승석 송풍구는 대시보드를 가로질러 가로로 긴 특이한 구성이다. 품질감은 보통 수준. 딱히 고급스럽지는 않고 싸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디스플레이 만족도는 떨어진다. 센터 모니터의 경우 메뉴가 적을 뿐더러 그래픽도 촌스럽다. 계기판 우측 정보창은 옛날 전자시계에서나 볼 수 있는 방식이고, 메뉴 변경도 볼펜처럼 긴 막대를 눌러야 한다. 사소한 부분 몇 가지가 차를 보급형 이미지로 만들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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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흡한 부분이 있더라도 기본기가 탄탄하면 용서받는다. SUV의 기본기는 공간 활용이다. 앞뒤 좌석 공간 여유는 소형 SUV치고는 넉넉하다. 뒷좌석 무릎과 머리공간도 여유롭다. 다만 뒷좌석 가운데 자리는 조금 불편하다. 등받이 각도는 조절이 가능하지만 움직일 수 있는 각도는 그리 크지 않다. 트렁크공간도 적당히 여유롭고, 바닥 밑에는 사물공간을 별도로 마련했다. 2열 등받이는 한 번의 조작으로 접히기 때문에 공간활용이 수월하다. 트렁크는 러기지 스크린 대신 그물망 같은 가림막으로 가리게 되어 있다. 홈 사이에 끼워 넣는 방식인데 흐물흐물해서 선반 역할은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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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열 매직 폴딩 시트는 평범한 소형 SUV를 독특한 공간활용의 귀재로 만드는 기능이다. 2열 시트를 수직으로 세워 2열을 짐공간으로 만드는데, 꽤 실용적이다. 시트를 올린 후 바닥을 받치는 철제 프레임을 접으면 고정된다. 공간 높이가 126cm이기 때문에 화분이나 여행용 가방, 유모차 등 큰 물건을 싣기에 좋다. 굳이 트렁크를 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짐을 가지고 타고 내리기도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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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활용 아이디어는 매직시트만이 아니다. 꽤 깊은 컵홀더 중간에 접이식 바닥을 만들어서 키가 크고 작은 컵을 상황에 맞게 집어넣을 수 있다. 또한 센터페시아 밑 부분에도 공간을 만들어서 작은 물건을 깔끔하게 수납하기에 좋다. 특히 USB와 HDMI 단자를 이쪽에 배치해서 휴대폰에 전원을 연결했을 때 어디에 놓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완성도 높은 파워트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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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활용도와 함께 파워트레인의 만족도도 꽤 높다. 1.8L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의 최고출력은 143마력, 최대토크는 17.5kg·m다. 변속기는 무단변속기(CVT)를 쓴다. 수치만 보면 평범한데 나가는 맛이 남다르다. 경쾌하게 치고 나가는데 모르고 타면 터보 엔진 차를 탄 기분이 든다. 힘 좋은 소형 해치백을 타는 것처럼 움직임이 가볍고 가속이 산뜻하다. 엔진회전이 부드럽고 변속기도 CVT라서 주행감각은 매끈하다. 주행 모드 변경 스위치는 따로 없다. 변속기가 D-S-L 구성이라 S에 맞추면 좀 더 힘차게 튀어 나간다. 에코 모드만 ‘ECON’이라는 별도의 스위치로 조작한다. 수동 변속 기능은 아예 없다. 일상적인 용도로 탈 차라 크게 필요하지 않다지만 동급 차들이 대부분 갖추는 기능이라 부재에 따른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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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감은 단단한 편이다. 푹신한 느낌보다는 편안한 안정감을 우선시한다. 스티어링 감각도 약간 탄탄하다. 자세 유지 능력이 우수하고 움직임도 어디 하나 치우치지 않고 중립을 유지한다. 안정성을 바탕으로 편안함을 이끌어내는 유럽차 감성을 슬쩍 내비친다. SUV이지만 바닥에 착 달라붙는 듯한 모양새가 크로스오버에 가깝다. 움직임 역시 껑충한 정통 SUV와 달리 재빠르고 민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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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SUV는 경제성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HR-V의 복합연비는 13.1km/L다. 하이브리드인 기아 니로의 20.1km/L(16인치 타이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트랙스나 티볼리 디젤의 14.7km/L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오히려 가솔린 트랙스(12.2km/L)나 티볼리(11.4km/L)보다 좋다. 수치로만 보면 일부 동급 수입 디젤 SUV보다도 연비가 좋다. 실제 연비도 나쁘지 않다. 제한속도 잘 지키고 무리하지 않고 운전하면 에어컨을 켜고 달려도 공인연비에 근접한 연비를 보인다. 계기판 가운데 속도계에는 컬러 띠가 달려 있어서 차의 주행 특성에 따라 색이 변한다. 녹색이면 연비 운전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가속을 급하게 하는 등 연비에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는 붉은색으로 변한다. 녹색만 잘 유지하려고 노력하면 연비가 제법 잘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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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V는 공간활용성이 좋고 파워트레인도 우수해 만족도가 꽤 높다. 문제는 역시 가격이다. HR-V의 경쟁상대는 국산차다. 요즘 국산차도 잘 나오기 때문에 수입차라고 해서 무조건 유리하지 않다. HR-V의 값은 3,190만원. 수입차치고는 그리 비싼 편은 아니지만 국산차와 비교해 값 대비 가치를 따지면 불리해진다. 옵션이나 장비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편의장비보다는 기본기에 충실한 차를 찾거나 국산차는 아예 구매 리스트에 올리지 않는 사람이라면 만족할 수 있는 차다. 프로모션을 잘 활용해 2,000만원대 후반 가격으로 살 수 있다면 국산차와 격차는 더 줄어든다. 흔한 국산 소형 SUV 대신 새로운 차를 찾는 이들이라면 HR-V에 눈을 돌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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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성현
사진
최재혁
제공
자동차생활(www.carlif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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