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 주목하라 - 쌍용 티볼리 에어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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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이하 쌍용차)는 지난 8일, 티볼리의 차체 연장형 모델 `티볼리 에어`를 툴시하고 판매에 돌입했다. 그리고 공개 2주후인 22일, 미디어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시승행사를 벌였다.
차명의 `에어(Air)`는 말 그대로 공기를 의미한다. 쌍용차는 티볼리 에어의 작명에 대해 ``공기(Air)가 생명 활동에 필수적인 요소인 것처럼 SUV 본연의 다양한 활동을 즐기기 위해 넓은 적재공간을 제공하며, 운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보다 즐겁게 변화시키는 토대가 된다는 의미에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쌍용차의 티볼리 에어를 직접 경험하며 그 매력을 짚어 본다.
티볼리 에어의 외관 디자인은 처음 대면했을 때 티볼리와 크게 차이가 없는 인상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보면 볼 수록 티볼리와는 전반적인 분위기가 꽤나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티볼리 에어의 외관 디자인은 먼저 선보인 티볼리에 비해 선과 면의 쓰임이 한층 다듬어지고 정돈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부릅뜬 눈매의 헤드램프와 맹금류의 날개죽지를 형상화한 활공 중인 맹금류의 날개죽지, 접영을 하고 있는 수영선수의 어깨선 등에서 모티브를 얻은 `숄더 윙` 그릴은 영락없는 티볼리의 것 그대로다. 하지만 얼굴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티볼리와는 다르다. 바로 바벨의 형상을 차용한 전용 범퍼 덕분이다. 티볼리 에어의 바벨 타입 범퍼는 관점에 따라 다소 산만한 느낌을 주었던 티볼리의 얼굴을 한층 깔끔하고 세련되게 정리해 준다. 바벨 타입 범퍼는 차체 외장 색상에 따라, 서로 다른 색상을 적용하여, 더욱 남다른 감각을 뽐낸다.
얼굴에서의 변화는 시작에 불과하다. 티볼리 에어와 티볼리를 명쾌하게 갈라주는 부분은 바로 25cm 연장된 차체에 있다. 지난 제네바 모터쇼에 출품했던 SUV 컨셉트카인 `SIV-2(Smart Interface Vehicle)`의 모습을 차용한 측면 디자인은 왜건형 차체를 지닌 정통 SUV와도 유사한 비례감을 준다. 쌍용차는 티볼리 에어의 진정한 경쟁상대를 일반 티볼리 보다 상위 차급에 속하는 준중형 SUV들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쌍용차는 디자인 과정에서 정통 SUV의 포로포션을 빚어내기 위한 비례를 면밀히 연구했고, 그 결과를 통해 티볼리 에어가 디자인된 것이다.
실내는 전반적으로 티볼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특유의 대시보드 주변을 비롯하여, D-컷 스타일 스티어링 휠, 색상을 변경할 수 있는 계기판, 다양한 형태의 수납공간 등은 여전히 개성적이면서도 매력적인 구성이다. 적어도 운전석과 조수석에서는 티볼리와 티볼리 에어와의 차이점을 잡아 내기 어렵다.
하지만 뒷좌석에 오르는 순간부터 슬슬 차이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물론, 현행의 티볼리만 해도 뒷좌석 공간만큼은 동급에서 손에 꼽는 수준인 만큼, 성인 남성에게도 여유 있는 공간을 제공하지만, 티볼리 에어는 그보다 더 큰 만족감을 준다. 차체 뒤쪽이 길어지면서 머리공간이 더 확보되어 뒷좌석 승차가 한결 쾌적하기 때문이다. 뒷좌석은 32.5도까지 눕힐 수 있어, 더욱 안락하고 쾌적한 승차 환경을 제공한다.
하지만 티볼리 에어의 `공간`이 진정한 핵심 가치로 작용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트렁크다. 소형 SUV를 감안하고 있는 소비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바로 트렁크 공간인데, 차체 뒤쪽을 잡아 늘려 만들어진 티볼리 에어는 그러한 걱정에서 훨씬 자유롭다. 현행의 티볼리가 기본 423리터의 공간을 제공하는 반면, 티볼리 에어는 여기서 300리터 가까이 늘어난 720리터의 공간을 제공한다. 이는 통상적인 준중형 SUV에 필적, 혹은 그마저도 뛰어 넘는 수준의 공간이다. 6:4 분할접이식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총 1,440리터에 달하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이렇게 확대된 공간은 티볼리 에어를 관통하는 핵심 가치다.
티볼리 에어는 1.6리터 e-XDI160 디젤 엔진과 아이신제 자동6단 변속기로 파워트레인을 구성한다. 현행 티볼리의 디젤 모델에 탑재된 것과 같은 파워트레인이다. 최고출력은 115마력/4,000rpm, 최대토크는 30.6kg.m/1,500~2,500rpm이다.
티볼리 에어의 승차감은 전반적으로 중도를 지향하는 원판의 감각보다는 다소 부드러운 느낌이 든다. 전반적으로 전형적인 가족형 SUV에 더 가까운 느낌을 준다. 차체가 커지고 더 무거워지면서 하체에도 다소 변화가 생긴 듯한 기분이다. 정숙성의 경우, 이미 동급에서 우수한 수준을 보인 현행 티볼리와 큰 차이가 없다. 내부에서 발생하는 소음 대책도 우수한 편이지만, 무엇보다도, 외부에서 유입되는 소음을 차단하는 능력이 체급에 비해 높은 편이다.
가속 페달의 반응은 영락없는 티볼리다. 반절 정도만 조작해도 회전 수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민감함이 나타난다. 브레이크 페달의 답력 특성도 역시 티볼리와 같아서, 이쪽도 민감한 편이다. 그러나 티볼리 에어를 본격적으로 가속하기 시작하면, 티볼리의 경쾌함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는다. 파워트레인은 그대로고 차체가 커졌다. 차체가 커지면 차는 무거워진다. 따라서 파워트레인은 그대로지만 차체는 더 무거워져서 가속감이 그리 시원스럽지는 않은 편이다. 물론, 티볼리 특유의 팔팔한 초기 반응은 의외로 잘 살아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본격적인 고속 영역에 들어서기에도 다소 힘겨운 느낌이다. 티볼리가 일상적인 영역에서 특별히 부족함을 느끼기 어려운, 적절한 가속력을 제공한다면 티볼리 에어는 여기서 2할 정도 부족하다는 느낌으로 생각하는 것이 이해가 빠를 듯 하다.
주행 모드 변경은 기본 설정인 에코 모드는 물론, 파워 모드에 들어서도, 스로틀의 개도량이나 반응 면에서 크게 변화하는 것을 느끼기 어렵다. 파워모드는 단지 회전수를 다소 올려 잡아 주는 느낌만이 들 뿐이다. 현대기아의 플렉스 스티어링을 참고한 듯한 스티어링 휠의 감도 조절 장치도 마련되어 있는데, 이것도 그다지 유의미하게 느껴지지는 않는 부분이다.
코너링에서는 확실히 티볼리보다 둔한 모습을 보인다. 뒤 차축 이후를 제외한 나머지 지오메트리는 모두 같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늘어난 중량과 무게중심의 변화는 티볼리와 티볼리 에어 사이의 차이를 드러낸다. 회전 시 발생하는 롤이 큰 편이고, 차체 후방의 움직임이 다소 둔한 느낌이 든다. 티볼리가 대체로 경쾌한 소형차의 움직임에 가까운 몸놀림을 보여준다면, 티볼리 에어는 전형적인 가족형 크로스오버 SUV들이 보여주는 몸놀림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코너에 진입하고 탈출하는 모든 과정에서부터 나타난다. 연비는 추후 별도의 시승을 통해 전하도록 하겠다.
쌍용차의 신차, 티볼리 에어는 그동안 시장의 선발주자들이 이룩한 소형 SUV의 이미지 내지는 선입견과는 사뭇 다른 감각을 지닌 모델이다. 시장의 쟁쟁한 경쟁자들이 보여주는, 소형차에 필적하는 경제성과 주행 질감 등의 요소가 주가 되는 이 세그먼트에서 `공간`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이 `공간`은 티볼리 에어를 관통하는 핵심 가치다. 비록 소형 SUV 특유의 경쾌한 주행질감을 다소 덜어내기는 했지만, 티볼리 에어는 이 세그먼트에서 항상 구매자들이 아쉬움을 드러내는 `공간`의 부족함을 해소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는 모델이다. 기본적으로 실내공간의 할당을 여유롭게 가져간 티볼리에게 추가적인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실용성을 더욱 높였으니, 가족용 자동차로서의 매력은 배로 상승한다. 티볼리와의 가격 차이도 적은 편이다. 시장에서 흥행할 만한 요소들은 충분히 갖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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