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실한 SUV에 하이브리드를 더하다 - 토요타 RAV4 하이브리드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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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요타자동차(이하 토요타)가 자사의 대표 SUV 모델인 RAV4에 하이브리드를 더했다. 토요타 RAV4는 세계 최초의 `크로스오버 SUV`로 통하는 모델이며, 처음 출시된 북미 시장에서 우수한 상품성과 신뢰성으로 데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또한, 기존에는 렉서스 브랜드의 SUV에만 적용해 왔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도입한 첫 토요타 브랜드 차종이기도 하다.
토요타는 토요타 RAV4 하이브리드를 출시한 직후, 익일인 9일부터 미디어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시승 행사에 들어갔다. 하이브리드가 더해진 토요타의 견실한 컴팩트 SUV, RAV4 하이브리드를 시승하며 그 진가를 살펴본다. 토요타 RAV4 하이브리드는 한 가지 모델로만 판매되며, 시승에 사용된 RAV4 하이브리드 역시 같은 모델이다. VAT 포함 가격은 4,260만원.
토요타 RAV4는 지난 11월의 페이스리프트 이후로, 인상이 크게 달라졌다. 얼굴과 뒷모습은 모두 토요타가 최근 새로이 디자인 언어로 내세우고 있는 킨 룩(Keen Look)에 충실한 스타일로 변화했다. 전반적인 선이 모래시계와 유사한 형상으로 집중된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중형 세단인 캠리가 보여주었던 변화와 상통하는 부분이다.
가로로 길었던 헤드램프는 반쪽이 되었고, 거기에 LED로 이루어진 주간주행등과 Bi-LED 헤드램프를 심었다. 뒷모습에서는 면 발광형 LED 램프를 적용하여, 기존에 비해 세련된 감각으로 재구성한 테일램프가 도드라진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적용된 RAV4는 하이브리드 모델 전용의 파란색 바탕 엠블럼과 하이브리드 로고가 추가된다.
실내는 일반형 RAV4와도, 심지어는 기존 RAV4와도 크게 변화한 구석은 찾기 어렵다. 여전히 탁 트인 느낌을 주면서도, 자잘하지만 쓸모 있는 수납공간이 돋보이며, 손이나 무릎 등이 닿는 곳에 꼼꼼하게 소프트 패드와 가죽을 덧댄 점도 같다.
하지만 디테일에서는 다소의 변경 사항이 있다. 센터페시아의 오디오 유닛은 캠리에서 볼 수 있는 큼지막한 버튼이 자리잡은 신형의 시스템으로 변경되었다. 디스플레이는 다소 작아졌지만, 해상도가 다소 향상된 느낌이 든다. RAV4 하이브리드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다른 신형의 토요타 모델들과 같이, 렉서스 모델들의 것과 유사한 UI를 사용하고 있어, 사용이 간편한 편이다.
계기판의 경우, 캠리 하이브리드 모델에서 볼 수 있었던 에코 게이지를 사용하고 있다. 타코미터를 생략하고, 그 자리에 현재 사용되고 있는 에너지의 양을 나타낸다. 중앙의 정보 창은 고해상도의 LCD 모니터로 되어 있어, 시인성이 양호한 편이며, 내비게이션과 연동도 가능하다.
RAV4의 앞좌석은 기존과 다름 없이, 안락한 운행을 위한 부드러운 착석감을 지니고 있다. 운전석은 요추받침 포함 10방향의 전동 조절 기능을 지원한다. 조수석은 전동 조절 기능이 지원되지 않으며, 양쪽 좌석은 모두 2단계의 열선 기능일 지원한다.
뒷좌석 역시 기존과 같은 안락한 착석감을 보인다. 또한 바닥이 평탄하고 여유로운 공간이 확보되어 있어, 거주성에서도 나무랄 곳 없다. 레버를 이용해 등받이 각도를 3단계로 조정할 수 있다. 뒷좌석의 머리받침은 접을 수 있게 만들어져 있어, 후방 시야 확보에 도움을 주는 것 또한, 변함 없다.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뒷좌석 후방에 탑재하게 되면서, 트렁크 용량은 기존 RAV4에 비해 다소 손해를 봤지만, 체감 상으로 피부에 와 닿는 차이라고 말하기에는 어렵다.
토요타 RAV4 하이브리드의 핵심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라 할 수 있다. 이 파워트레인은 기본 구조는 렉서스의 NX300h 등이 사용하는 것과 거의 같다. 전방에 실리는 엔진과 변속기, 발전용 모터 등은 캠리, 혹은 ES300h의 것과 같지만, 뒷바퀴에 구동을 위한 별도의 모터를 더 탑재하고 있다. 이를 통해 `E-Four`라 명명된 전기 모터를 이용한 상시 4륜 구동 시스템을 완성한다. 2.5리터 직렬 4기통 맷킨슨 싸이클 엔진은 152마력/5,700rpm의 최고출력을 내며, 전기모터는 총 143마력의 최고 출력을 발휘, 시스템 합산 총 출력은 197마력에 달한다. 변속기는 당연하게도, 토요타의 e-CVT를 사용하며, 정부 공인 표준 연비는 도심 13.6km/l, 고속도로 12.4km/l, 복합 13.0km/l다.
RAV4 하이브리드의 시동 걸기는 토요타식 풀 하이브리드 모델들이 언제나처럼 그렇듯, 전자 기기의 전원을 올리는 듯한 느낌이다. 물론, 날씨가 춥거나, 전기 장치에 부하가 걸리게 되는 경우에 따라 바로 시동이 걸리는 때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시동을 걸고 일정 시간이 지나, 배터리 팩의 전력이 부족해졌음을 감지하면 그제서야 엔진에 시동이 걸린다. 엔진의 시동과 정지 과정이 구렁이 담 넘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점은 하이브리드의 강자다운 실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RAV4 하이브리드는 토요타가 만들어낸 하이브리드의 선입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정숙성을 지닌다. 스스로가 경쟁상대로 지목한 유럽계 디젤 SUV들과는 확연히 다른 정숙성을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고 있는 데다, 주행 중에 엔진이 항상 작동하지도 않으며, 각종 소음 방지 대책이 착실하게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빠른 가속을 위해 일부러 회전 수를 크게 높이지 않는 이상, RAV4 하이브리드는 일상을 괴롭히지 않는 정숙성을 일관되게 유지한다. 승차감은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축에 들지만, 항상 그렇지만은 않다. 오히려 특정한 요철에서는 딱딱한 느낌을 줄 때도 있다.
급격한 가속에 들어가게 되면, 상기한 정숙함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꽤나 큰 소음이 엔진에서 들어오기 시작한다. 엔진의 회전 수를 일정 영역에 고정시키는 CVT의 특성 상, 곧바로 최고출력을 내는 회전 수에 이르러 가속을 하는데, 이러한 감각에 익숙하지 못한 운전자는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엔진이 고회전 영역에서 잘 내려오지 않아, 최대한의 응답성을 발휘한다. 하지만 가속 자체는 그다지 활기 찬 느낌은 아니며, 진득하게 속도를 차곡차곡 올리는 느낌에 가깝다.
RAV4 하이브리드는 최근 토요타 계열의 모델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변화를 담고 있다. 그것은 바로, 차체와 하체의 설정과 그 감각이다. 차체의 경우, 한 단계 단단해진 느낌을 준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레이저 스팟 용접 포인트가 증가했으며, 구조 강성을 보강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부드럽기만 했던 하체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롤이 일어나는 정도가 줄었고, 요철을 타고 넘을 때의 동작에서도 약한 모습을 보이는 일도 꽤나 줄어 들었다. 물론, 태생이 가족형 SUV인 만큼, 스포츠카처럼 몰아 붙이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이전에 비해 선회 및 직진 안정성에서 향상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확실하다.
물론, 이러한 향상에는 RAV4 하이브리드 모델에 채용된 E-Four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의 공도 있다. 이 시스템은 뒷바퀴의 구동에 내연기관에서 생성된 동력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전기 모터로 구동을 하는데, 이를 통해 이론 상 전후 5:5의 구동력 배분을 가능하게 한다. 엔진과 비슷한 출력을 지닌 전기모터가 직결된 뒷바퀴는 가속 및 급선회, 미끄러운 노면에서의 접지력 확보에 이르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 시스템 덕에, 오르막길 등판에서 느껴졌던 출력 부족이 상당 부분 해갈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시간적인 여유를 두고 연속적으로 작용이 이루어지는 만큼, 스포티한 주행보다는 일상 주행에서의 안정성 확보에 더 중점을 둔 시스템에 더 가깝다.
토요타 RAV4는 넉넉하고 정숙한 실내 공간 및 짐 공간과 안락한 승차감, 운행의 편의성 등을 빠짐 없이 갖추고 있다. 가족형 SUV의 상품성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들을 높은 수준으로 양립해낸 탄탄한 내실은 RAV4가 한국의 수입 가솔린 SUV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나게 해 준 원동력이 되었다.
여기에 하이브리드를 더한 RAV4 하이브리드는 단순히 연비만의 향상을 꾀한 것이 아닌, 성능 전반에 대한 향상이 함께 이루어진 모습을 보이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가솔린 엔진에 비해 우수한 도심 연비는 일상에서의 운행에서 부담을 크게 덜어주고, 독보적인 완성도를 자랑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신뢰성, 그리고 독특한 방식의 상시 4륜 구동 시스템을 비롯한 운종 성능 전반의 향상을 꾀하여, 한층 매력적인 SUV로 태어났다. 토요타 브랜드 최초의 하이브리드 SUV, 토요타 RAV4 하이브리드는 대한민국에서 공식처럼 만연한 `SUV=디젤`이라는 고정관념을 흔들 수 있을 만한 매력적인 SUV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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