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고한 고성능 내면의 따뜻함, 아우디 Q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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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음악대학 재학 시절 그때는, 수입차가 드물었던 만큼 무언가 동경이 있었다. 당시 학교에 출강하는 강사 한 분이 타고 다닌 수입차가 있었다. 소형 세단으로 탄탄한 볼륨감이 있던 엉덩이에 'AUDI 88'이란 모델명이 붙어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길에서 가끔 보았던 벤츠나 BMW에 비하여 암팡지고 단단하면서도 수수한 분위기가 멋져 보여 주차장에서 만나면 차 주변을 한참 서성이곤 했다. 그것이 나와 아우디의 첫 만남이다.
이후 세월이 지나 필자도 대학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같은 전공을 가르쳤던 여자 선배는 서글서글한 성격과 외모에 훤칠한 키로 여장부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는 두 아이의 엄마로서 평소 타고 다니던 아우디 Q7이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Q7은 큼직한 덩치에도 활달하며 강한 이미지임에도 어머니 같이 포근한 느낌이었다. 나와 가족을 모두 보호해줄 것 같은 믿음이리라.
88과 Q7은 세월의 차이도 크고 전혀 다른 스타일의 차종이었지만 나에겐 공통적으로 다가오는 기분 좋은 느낌이 있다. 그 사이 다른 차들을 경험해 보았지만 독일의 여타 프리미엄 브랜드에 비해 언제나 친숙하고 편안한 느낌, 아우디만의 감성은 필자에게 여전히 특별하다.
2005년 처음 선보인 아우디 Q7은 아우디 최초의 SUV이다. 최초로 앞 글자에 Q가 사용되었으며 폭스바겐 투아렉, 포르쉐 카이엔과 동일 플랫폼을 쓰는 풀사이즈 SUV로 출시되어 그간 40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그러나 Q7은 플랫폼이 같은 다른 차종에 비해 큰 덩치로 인해 가족들이 함께 타는 차로서의 이미지가 강했다. 물론 실제 거주성이나 적재량도 타 차량에 비해 여유로웠으며 얼핏 승합차량 같은 실루엣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부드러운 외모와 달리 막강한 성능을 자랑하였으며 2006년에는 럭셔리 SUV 부문 '올해의 사륜구동 모델'을 수상했다.
11년 만에 풀 체인지 된 2세대 Q7은 첫 만남에서 거대한 싱글 프레임 그릴이 인상적이다. 1세대에 비하여 혹독한 체중 감량과 몸만들기를 위한 트레이닝을 거친 듯 직선이 강조된 세련되고 남성적인 디자인으로 다시 태어났다. 자세히 살펴보니 보디 디자인 곳곳에 섬세하게 잡힌 에지가 오랫동안 디자인에 힘을 기울인 아우디를 실감케 한다. 헤드램프에 들어간 감각적인 주간주행등과 면발광 디자인이 적용된 테일램프가 고급스럽다. 다부지고 믿음직한 선의 흐름은 전면부에서 자연스럽게 흘러 후면부에 이르기까지 통일감이 뛰어나다.
외모를 충분히 살펴볼 여유도 없이 새로운 Q7의 주행 느낌이 궁금해 스티어링 휠을 잡았다. TT에도 사용되었던 버추얼 콕핏은 시원스럽게 운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며 여전히 느낌이 신선하다. 하지만 주행 중에는 접어 넣어 넓은 시야를 확보하는 편을 선호한다. 계기판에서 제공되는 디스플레이만으로도 내비게이션에서 각종 주행에 필요한 정보까지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아우디의 놀랄 만한 기술력은 디자인에서 뿐만 아니라 실제 차량의 중량도 325kg이나 감량했다고 했다. 32.5kg도 아니고 325kg이라니 길이와 너비도 조금 줄었으나 여전히 5미터가 넘은 풀사이즈 SUV의 모습이다. 하지만 연료의 효율성이 향상되었고 한층 민첩한 퍼포먼스를 기대하게 한다.
시승차는 '뉴 아우디 Q7 35 TDI 콰트로' 모델로 V6 3.0 TDI 엔진과 8단 팁트로닉 변속기를 탑재했다. 제원표에서 최고출력 218마력, 최대토크 51kg·m, 0→시속 100km 가속시간 7.1초, 복합연비 11.9km/L를 확인할 수 있다.
첫 액셀러레이터에 반응하는 차의 움직임이 묵직하다. 하지만 곧 힘 있게 뻗어나간다. 그 체구를 생각하면 경쾌하다고 해야겠다. 적당하게 풍부한 배기음이 기분 좋게 울리며 순식간에 속도는 시속 120km를 넘기고 있다. 도로 상황만 아니었으면 순식간에 최고속도에 다다를 기세다. 하지만 느껴지는 체감 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낮다. 이번 2세대 Q7은 하위 모델인 35 TDI의 주행성능이 45 TDI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소문을 익히 들은 터이다.
가속 성능뿐 아니라 코너링도 만족스럽다. 지상고가 꽤나 높은 차임에도 고속으로 코너를 빠져나오는 데 전혀 불안함이 없다. 도리어 안락하게 느껴져 탄탄한 주행 위주의 하체 세팅이라 해도 가족들 모두가 안심하고 편안하게 탈 수 있는 1세대의 유전자가 그대로 남아 있는 듯하다.
노면의 소음과 흔들림도 잘 걸러주었고 본격적인 오프로드 차량이 아니라 해도 비포장도로에서 노면의 진동을 잘 잡아주어 안정감과 함께 여유 있는 주행이 가능하다. 노면의 상황에 따라 서스펜션을 다이내믹, 오토, 컴포트로 지정할 수 있는데 생각보다 그 차이는 크지 않다. 아무래도 확실한 차이를 느끼려면 45 TDI에 장착되는 적응식 에어서스펜션 정도 되어야 하나보다. 브레이크 세팅은 그리 민감하지 않지만 정확하다. 차의 성격에 잘 어울린다. 실내는 매우 정숙하여 고급 프리미엄 SUV의 면모를 확실히 보인다.
'뉴 아우디 Q7'에는 아우디의 최근 첨단 기술력을 모두 적용한 듯하다. '교통 체증 지원 시스템'(Traffic Jam Assist)은 도심 속 차량 정체 시 자동으로 가속 및 제동, 조향을 하는 시스템으로 0~65km 구간에서 실행이 가능하며 Q7 35 TDI 모델 중 제일 상위 모델인 프리미엄 테크 모델에만 달려 있다(컴포트/프리미엄 제외). 다행히 해당 시승차에 적용되어 있어 경험해볼 수 있었다.
정체구간에서 조심스럽게 작동 시켜보는데 그것이 참 신기하다. 앞차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따라 움직이며 앞차와의 간격을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끼어드는 차가 있어도 적당히 완충하며 부드럽게 작동하여 스티어링 휠에 가볍게 손만 얹고는 체증 구간을 스트레스 없이 지날 수 있다.
커다란 차체에 비하여 '사륜 조향 시스템'(All-wheel Steering)으로 작은 반경에서의 회전도 가능하다. 저속주행 시에는 뒷바퀴가 앞바퀴와 반대 방향으로 최대 5도까지 회전하여 회전 반경을 줄이며(최소 11.4m) 고속주행 시에는 뒷바퀴가 앞바퀴와 같은 방향으로 조향하여 안정적인 차선 변경이 가능하다. 그 느낌은 마치 물고기가 강의 흐름을 타고 방향을 틀 듯 자연스럽고 타이어의 접지감이 더 쫀득하기도 하다. 한 차례 주행을 마치고 실내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3스포크형 스티어링은 커다란 차체를 가진 Q7의 조정석을 더욱 스포티한 느낌으로 만들어준다. 수많은 정보를 나타내고 지시를 내릴 수 있는 디스플레이와 버튼, 공조 장치들은 느낌이 고급스럽고 간결하게 잘 정돈되어 있다. 조작 버튼들의 작동감이 부드러우면서도 정확하다. 버튼에 손끝을 대면 해당하는 LCD의 크기가 볼드 되는 섬세함이 귀엽다. 망치형 변속 레버는 운전자의 오른쪽 손목 받침대의 역할을 하는데 터치 패드를 작동할 때뿐 아니라 주행 중에도 팔을 얹어놓기에 매우 편하다.
4존 공조 장치는 사용해 볼수록 정말 편리하다. 첫 시승 이후 이어진 가족과 함께하는 짧은 여행에서 몸에서 느끼는 체감온도가 모두 다른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여섯 살배기 아이로 구성된 시승단(?)은 Q7의 4존 공조 장치 덕을 톡톡히 보았다. 널찍한 실내와 편안한 시트는 다섯 명의 식구가 한 번도 3열 시트를 넘보지 않게 만들었다.
3열 시트는 버튼으로 작동하여 세울 수도 평평하게 눕힐 수도 있어 편리한데 그 아래에는 보스 오디오의 앰프 시스템과 우퍼가 자리 잡고 있다. 19개의 스피커로 입체적인 음감을 제공 한다는 3D 시스템은 매우 자연스럽다. 처음에는 같은 보스 시스템 임에도 필자가 사용하는 시스템의 진한 사운드가 아니라 수채화같이 부드럽고 화사한 느낌이라 의아했는데 들을수록 편안했다. 특히 Q7의 커다란 공간을 잘 이용하여 훌륭한 음감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최첨단의 카 오디오 시스템답게(?) 역시 CD플레이어는 탑재되어 있지 않다. 대신 스마트폰과 연결되는 애플 카 플레이는 매우 유용해 보였는데 다만 독일 수입 차량 특유의 어려운 내비게이션의 작동 요령과 함께 최소한의 학습이 필요하다.
혁신의 브랜드 아우디가 장고 끝에 내놓은 2세대 Q7. 아우디가 전 세계 SUV 팬들에게 걸출한 물건을 또 하나 내놓은 듯하다. 2세대 또한 1세대 못지않게 롱런 할 스테디셀러임을 직감한다. 시승차의 키를 내주고 돌아서는데 자꾸 차로 고개가 돌아감은 아버지의 본능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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