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용 타이어 뺨치는 사계절 타이어? 미쉐린 크로스 클라이밋 2 테스트(일본 현지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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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chelin Winter Drive Experience
이상기후로 인해 기록적인 폭설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지하철이 지연 운행되는가 하면 산간 지역 일부 시민은 소방 헬기로 구조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고성 향로봉은 관측 장비 한계치인 1.5m를 넘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눈은 그야말로 세상을 놀이터로 만들어주는 반가운 존재다. 하지만 운전자들에게 눈은 언제든 사고를 발생시킬 수 있는 시한폭탄이다. 우리나라는 눈이 내리면 제설작업을 가장 열심히 하는 나라에 속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도로 위의 눈을 100% 치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불어 점점 심해지는 이상기후로 폭설이 잦아지면 겨울용 타이어의 필요성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미쉐린이 ‘윈터 R&D 2024’ 행사를 일본 홋카이도에서 열었다. 행사를 통해 미쉐린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직접 확인해봤다.
# 테스트 1. 눈길 핸들링 : 미쉐린 X-ICE 겨울용 타이어 vs 미쉐린 크로스 클라이밋 2
타보지 않아도 결과를 예상할 수 있는 조합이다. 겨울용 타이어는 눈길은 물론 마른 노면까지 대응하기 위한 알핀(Alpine) 그룹과 눈길과 빙판길 등 특수한 겨울 노면을 위한 노르딕(Nordic) 그룹으로 나뉜다. 이중 X-ICE는 노르딕 타이어다. 아무리 겨울철 성능이 강화된 크로스 클라이밋 2라 할지라도 완벽한 눈길 환경에는 X-ICE를 이기긴 힘들 것이다.
시험 차는 토요타 RAV4. 먼저 X-ICE가 장착된 차에 올랐다. 출발부터 “뽀드득”거리며 눈길과 확실히 밀착됐다는 신호를 보낸다. 노르딕 윈터 타이어는 알핀 윈터와 비교해도 상당히 부드러운 컴파운드가 사용된다. 사계절 타이어와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 벌어진다. 때문에 마른 노면에서 다소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지만, 시험 환경은 완벽한 눈과 빙판이기 때문에 물 만난 고기처럼 너무도 편안한 주행이 가능하다.
스티어링휠을 조작하고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도 차는 확실하게 노면을 붙잡고 늘어진다. 어느정도 속도가 붙은 상태에서 급제동 하면 ABS가 작동 한다. 하지만 겨울용 타이어 특유의 눈길을 긁는 듯한 감각으로 차를 멈춰 세운다. 겨울용 타이어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저항감이 확실하게 다가온다.
역시 X-ICE는 다르다는 사실을 경험한 후 크로스 클라이밋 2가 장착된 또 다른 RAV4에 올라탔다. 아무리 겨울 성능이 강화된 올웨더 타이어라고 해도 이미 수 시간째 눈길 위에 서있는 상태. 컴파운드 온도가 상당히 낮아져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다행히 출발은 매끄럽다. X-ICE 만큼 확실한 감각은 아니지만 크로스 클라이밋 2도 바퀴가 헛도는 등 불안한 움직임은 보여주지 않았다. 다만 스티어링 휠에서 느껴지는 피드백이 조금 옅어졌다. 동시에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도 적당히 가벼워졌다. 노면 그립감 부분에서의 차이가 느껴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크로스 클라이밋 2는 눈과 빙판이 섞인 노면에서 안정적인 주행 감각을 전달했다. 운전하는 내내 불안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스티어링 휠을 조작해도 미끄러지지 않고 나름 빠르게 앞 머리가 따라오는 감각까지 느껴졌다. 크로스 클라이밋 2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다.
주행 중 오르막길을 만났다. 정지 후 다시 출발하며 접지 성능을 확인해 봤다. X-ICE는 이 정도는 언덕도 아니라는 듯 편안히 올랐다. 크로스 클라이밋 2도 마찬가지다. 가속페달을 조금 깊게 밟으면 살짝 헛돌지만, 적정 수준으로 조작하면 미끄러짐 없이 안정적으로 언덕길까지 주파할 수 있었다.
# 테스트 2. 눈길 원선회 : 미쉐린 크로스 클라이밋 2 vs 던롭 윈터 맥스 3
다음 테스트는 눈길 원선회 비교다. 그런데 비교군이 이상하다. 미쉐린은 크로스 클라이밋 2인 반면 다른 한쪽은 던롭의 윈터 맥스 3가 꽂혀있기 때문이다. 윈터 맥스 3도 노르딕 겨울용 타이어에 속한다. 그렇다면 성능 차이는 명확할 것이다. ‘무슨 자신감이지?’하는 의아함과 함께 토요타 야리스에 올랐다. 먼저 던롭의 윈터 맥스 3가 장착된 차부터 운전을 시작했다.
30m 지름의 원형 코스를 돌며 타이어 성능을 확인하는 코스다. 크게 3가지 방법으로 타이어 성능을 확인할 수 있다. 첫 째는 동일한 속도로 원선회 하는 상황에서의 스티어링 각도 차이, 둘째는 동일한 스티어링 각도에서 어느 정도 속도까지 코스를 돌 수 있는지, 마지막으로 차가 미끄러진 후 그립력을 회복하는 성능이 어떤가 등이다.
윈터 맥스 3가 꼽힌 야리스는 안정적으로 속도를 올리기 시작한다. 미쉐린 측에서 알려준 속도는 35km/h 정도. 이 영역에서 스티어링휠은 약 90도 정도만 조작한 상태로 원형 코스를 돌 수 있었다. 속도를 천천히 높여보니 약 40km/h 부근부터 라인이 부풀기 시작했다.
30~40km/h 속도가 느려 보여도 절대로 그렇지 않다. 생각해 보자.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인터체인지 원형 도로를 40km/h의 속도로 돌아나가는 상황을 말이다. 일반 사계절 타이어로는 불가능한 주행을 겨울용 타이어로 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약간의 아쉬움은 남았다. 원형 도로를 돌다 한계 이상의 속도를 만나 차가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그립력을 회복하는 데 다소 시간이 소요됐다는 점 때문이다. 아무래도 그립 한계가 높다 보니 미끄러지는 속도 자체가 높아 그립을 되찾는 데 시간이 걸리는 탓이다. 이 부분이 조금 더 선형적으로 운전자에게 전달되면 좋겠다. 실제 운전 환경에서 이런 움직임을 보인다면 운전자는 놀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음은 크로스 클라이밋 2다. 노르딕 겨울용 타이어를 상대로 어느 정도 성능을 보일지가 관건이다. 이번에도 출발은 안정적이다. 스티어링 휠로 전달되는 감각이 살짝 희미해지긴 했지만, 일반 사계절과는 차원이 다른 접지 성능이다.
35km/h 속도에 이르렀다. 이때 스티어링 휠의 조향 각도는 90도보다 조금 더 들어갔다. 아무래도 접지 성능에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스티어링 휠의 조향각과 별개로 확실히 노면을 붙잡고 도는 느낌이다. 일반적인 겨울용 타이어는 앞뒤 방향의 접지 성능인 종 그립 성능이 중요한데, 크로스 클라이밋 2는 횡 그립 성능도 기대 이상을 보인 것이다.
속도를 조금씩 올려봤다. 던롭 윈터 맥스 3보다 조금 더 이른 시점에서 선회 라인이 부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1~2km/h 속도 차이이기 때문에 일반 운전자 입장에서는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차가 미끄러진 이후 다시 그립을 회복하는 부분에 있었다. 선형적이다. 그립을 잃어도 대처가 가능하고 다시 돌아오는 감각도 명확하다. 언제나 읽기 쉽고 안정적인 조작이 가능하다는 미쉐린 타이어의 장점이 눈길 위에서도 부각됐다.
분명한 것은 성능에서 던롭 윈터 맥스 3쪽이 우위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크로스 클라이밋 2의 성능도 결코 뒤처진다고 볼 수 없다. 아니, 오히려 겨울용 타이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성능을 발휘한다는 점이 놀랍다. 이제서야 미쉐린이 왜 크로스 클라이밋 2와 타사 겨울용 타이어를 직접 비교했는지 알 수 있었다.
# 테스트 3. 눈길 슬라럼 : 미쉐린 크로스 클라이밋 2 vs 한국 키너지 4S2
마지막은 슬라럼 성능 비교다. 여기서 미쉐린이 꽤나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바로 크로스 클라이밋 2와 한국타이어의 키너지 4S2를 직접 비교해 보기로 한 것이다. 이 결과를 양사 모두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정신 바짝 차리고 토요타 캠리에 올라탔다.
먼저 크로스 클라이밋 2다. 이번 코스는 눈보다 얼음이 조금 더 많아 출발부터 타이어가 살짝 헛돌며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부터 진득하게 노면을 붙잡으며 속도를 올렸고, 이어 슬라럼 섹션에 진입했다. 50km/h 부근에서 콘 사이를 오간다. 속도가 다소 빠른 것처럼 느껴졌지만 크로스 클라이밋 2는 스티어링 조작에 맞춰 좌우로 이동시켰다. 심지어 여유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물론 마른 노면에서의 슬라럼 감각과 전혀 다르다. 스티어링 조작에 따라 차는 반박자 늦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리듬만 몸에 익으면 운전자 의도에 따라 자연스럽고 안정적으로 다룰 수 있었다. 크로스 클라이밋 2를 너무 얕본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슬라럼 경험이 인상적이었다.
50km/h를 유지한 상태로 코스 마지막에 이르러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다. ABS 소리와 함께 차를 멈춰 세우기 위해 노력한다. 아무래도 겨울용 타이어보다 밀려나는 감각이 부각된다. 아무리 타이어가 좋다고 해도 과속을 하면 사고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다음은 한국타이어의 키너지 4S2다. 기대반 걱정반으로 출발한다. 어라? 첫 출발 때 그립감은 키너지 4S2가 조금 더 앞선다. 스티어링 휠에서 느껴지는 감각도 조금 더 직관적이다. 그대로 슬라럼 코스에 진입한다.
하지만 여기부터 한계를 보이기 시작한다.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면 움찔거리는 반응은 키너지 4S2가 조금 더 앞섰지만 이후 차를 선회시키는 부분에서 크로스 클라이밋 2보다 부족했다. 조금은 그립 성능이 부족하다고 해야 할까? 운전자가 의도한 움직임을 조금 늦게 알아차리고 반응해 준다는 감각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슬라럼을 통과하는 속도 자체에서 차이를 보일 정도는 아니었다. 키너지 4S2도 50km/h 속도로 슬라럼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다만 운전자가 느끼는 일체화된 감각 부분이 다소 아쉬웠다. 접지 성능 자체는 비슷하지만, 세분화된 감각 부분에서는 미쉐린이 한 수 위인 듯 싶다.
마지막으로 50km/h에서 제동을 시험했다. 크로스 클라이밋 2보다 조금 더 밀린 후 멈췄다. 제동거리가 1m 차이로 사고 유무가 판가름 날 수 있는 만큼 민감한 부분이다. 이 역시 미쉐린의 크로스 클라이밋 2가 좀 더 우위다. 물론 정밀 계측장비를 활용한 비교 테스트가 아니기 때문에 오차 부분은 감안해야 한다.
# 미쉐린 행사를 마치며…
이번 행사에 참가한 후 미쉐린이 의도한 방향을 파악할 수 있었다. 크로스 클라이밋 2의 우수성을 직접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겨울용 타이어를 능가하지는 못하지만, 그에 필적하는 성능을 발휘한다는 것, 그리고 국산 타이어와 비교했을 때 우위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하는 취지이기도 했다.
크로스 클라이밋 시리즈는 2015년 처음 공개됐다. 당시 미쉐린은 여름과 겨울 모두 사용 가능한 타이어라고 설명했다. 물론 믿지 않았다. 과장이 심하다 싶었다. 하지만 국내에 크로스 클라이밋+와 후속 모델인 크로스 클라이밋 2가 출시됐고, 실제로 여름과 겨울 모두에서 훌륭한 성능을 발휘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한 가지 더 있다. 이제는 다양한 브랜드에서 올웨더 타이어를 선보이고 있지만 크로스 클라이밋 시리즈만큼 내마모 성능이 우수한 타이어는 아직 없다는 점이다. 성능 부분이 비슷할 수 있어도 내마모 성능과 미세한 주행 감각까지 챙겼다는 데서 ‘원조의 노하우’는 다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은 4계절이 뚜렷하다. 한여름은 아프리카보다 더 덥고 한겨울은 러시아보다 춥다. 그래서일까? 이제 크로스 클라이밋 2는 한국에서도 찾기 어려운 타이어가 됐다. 번거롭게 시즌마다 타이어를 바꾸지 않아도 마른 노면과 겨울 노면 모두 걱정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큰 강점이다.
한국만큼 올웨더 타이어가 어울리는 나라는 흔치 않다. 미쉐린만큼 올웨더 타이어를 잘 만드는 제조사도 흔치 않다. 그리고 학습한 이론과 경험을 통한 검증과 확인의 경험 또한 흔치 않다. 미쉐린 코리아가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작심하고 준비한 특별한 이벤트였다. 그래서일까? 이미 시중에서 크로스 클라이밋 2는 높은 인기로 구하기 어려운 타이어가 됐다.
아무리 타이어 성능이 뛰어나다고 해도 이를 믿고 과속 혹은 험한 운전을 하면 바로 사고로 이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제 아무리 좋은 차와 네바퀴 굴림 시스템, 최고의 타이어를 겸했다 해도 안일하고 부주의한 운전까지 막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안전운전이라는 기본 위에 타이어의 좋은 성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부디 잊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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