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같은 곳을 바라보는 세 가지 다른 시선 : ATS-V vs BMW M3 vs MERCEDES-AMG C63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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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브랜드의 고성능 콤팩트 세단 세 대를 꼬부랑길에서 탔다. 캐딜락은 ATS-V, BMW는 M3, 메르세데스-AMG는 C63 S를 보내왔다. 다들 겨눈 과녁은 비슷하다. 하지만 공략 과정과 방식은 제각각이었다. ATS-V는 제일 과격하고 거칠었고, M3는 백전노장답게 노련했다. C63 S는 셋 중 가장 고급스럽고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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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쉽지 않았다. 무려 두 달이나 걸렸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성능 콤팩트 세단 세 대는 일정이 빡빡했다. 하지만 기어이 셋의 스케줄을 맞췄다. ‘언제’와 ‘무엇을’은 해결했다. 이제 ‘어떻게’를 고민할 차례. 그 사이 일부 매체가 이미 이들을 서킷이나 일반도로 혹은 양쪽에서 저울질했다. 기존 기획과 차별화할 뾰족한 아이디어가 마땅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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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 시장 노린 마이너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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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끝에 그냥 즐기기로 했다. 우선 주인공 소개부터. 이 급의 절대 강자 BMW M3를 빼놓을 수는 없었다. M3와 애증의 관계인 메르세데스-AMG C63 S는 자동 참전. 이 둘에 대한 승부욕을 대놓고 드러낸 캐딜락 ATS-V도 안 부르면 서운하겠지. 우린 이 세 대를 끌고 경기도의 어느 고갯길을 향했다. 최종 목적지는 굽잇길 마니아의 언더그라운드 성지인 00산.

이들은 태생적으로 틈새 시장을 노리는 마이너리거다. 섹시한 스포츠 쿠페 대신 이 차를 사는 소비자의 심리는 곰곰이 연구해볼 가치가 있다. 흉흉한 성능을 의뭉스럽게 감추고픈 장난기도 있을 테고, 화끈한 재미를 원하되 시선을 끌고 싶지 않다는 의도 또한 영향을 미칠 테다. 제조사로선 최소한의 개발비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으니 외면할 수도 없는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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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하루 전날 캐딜락 ATS-V를 먼저 받았다. 개인적으로 엔진이 살아 숨쉬는 ATS-V는 신차발표회 이후 처음이다. M3는 지난 겨울 BMW 윈터 드라이빙 스쿨에서 ‘옆걸음질’로 잠깐 탄 적이 있지만 AMG C63 S는 코빼기조차 본 적이 없다.

다음날 아침, 경기 모처의 접선 장소가 시끌벅적해졌다. 목청으론 어디에 내놓아도 지지 않을 ‘가왕’ 셋이 모인 까닭이다. 성량으로 으뜸은 프로모션으로 스포츠 머플러까지 챙긴 BMW M3. AMG C63은 요란한 비트박스로 시선을 끌었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뗄 때마다 머플러로 딱총을 쏘고 콩을 볶았다. 둘의 악다구니에 캐딜락 ATS-V의 포효는 슬그머니 묻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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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은 각 브랜드 콤팩트 세단의 꼭짓점에 있는 모델이다. 그런데 세대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역사로 치면 1980년대 중반에 나온 M3가 왕고참. 그리고 10년 뒤 C36 AMG가 첫 울음을 터뜨렸다. 현행 M3는 2013년, C63은 지난해에 나왔다. 이 둘에 비하면 지난해 데뷔한 ATS-V는 핏덩이다. 실질적 전신인 CTS-V도 2004년에서야 나온, 비교적 신상이다.

각 브랜드의 개성 물씬한 안팎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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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통이 대수랴. 어차피 세대교체는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는 과정이니까. 그러나 외모는 좀 따져봐야겠다. M3는 겉모습으로 풍기는 자극이 가장 적다. 화려한 컬러로 튀지 않는 이상 존재감이 이전 세대만 못하다. 앞뒤 범퍼와 보닛, 화끈하게 솟은 뒤 펜더 정도를 빼면 인치업한 휠을 끼운 3시리즈와 구분이 쉽지 않다. 그건 BMW의 의도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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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메르세데스-AMG C63 S는 민망할 정도로 눈에 띈다. 안 그래도 아래턱과 꽁무니에 금속빛 치장이 기본인데, 휠의 림과 차체 옆면에 시뻘건 띠까지 그렸다. 캐딜락 ATS-V의 겉모습은 기본형과 뚜렷이 차별했다. 보닛은 파워돔을 부풀리고 칼집을 저몄다. 꽁무니엔 스포일러와 디퓨저를 달았다. 그러나 지나치게 튀지 않고 적당한 긴장을 풍긴다.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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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은 겉모습만큼이나 속살도 천차만별. 하지만 서로 다를 뿐, 각각은 외모에서 풍기는 분위기를 실내로 고스란히 이어담았다. M3는 외모처럼 실내 또한 3시리즈와 차별이 아쉽다. 오랜 세월 진화를 거듭하며 과장과 생색의 덧없음을 깨달은 듯하다. 대신 운전자세 만큼은 끝내준다. 시트 역시 마찬가지. 딱히 화려하진 않지만 몸을 효과적으로 잘 떠받치고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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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63 S의 실내는 다른 둘보다 확연히 고급스럽다. 겉모습처럼 ‘블링블링’한 장식을 과감하게 썼다. 그러나 절묘하게 수위를 조절해 화려하고 풍요롭되 천박하지 않다. 동급이면서도 오너들에게 “난 너희들과 다르다”는 우월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또한 울룩불룩 과격하게 빚은 스티어링 휠로 여느 C클래스가 넘볼 수 없는 방점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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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S-V는 셋 중 가장 미래지향적인 실내를 자랑한다. 시동을 걸기 전 스티어링 휠 스포크와 센터페시아를 보면 먹물 쏟은 것처럼 까맣다. 하지만 시동을 걸면 각 버튼은 이름을 띄워 정체성을 드러낸다. 온도조절 등 일부 스위치는 터치뿐 아니라 문지르는 방식으로도 조작할 수 있다. 그야말로 첨단. 하지만 V만의 차별이 아쉽다. 전반적으로 색감이 칙칙한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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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가솔린 트윈 터보 엔진 얹어

셋의 심장은 가솔린을 마시고, 트윈 터보를 달았다는 점 외에는 구성과 폐활량이 제각각이다. 우선 BMW M3의 엔진은 직렬 6기통 3.0L(2,979㏄) 트윈 터보. 이전 V8 4.0L 자연흡기를 대신하는 유닛이다. 최근 ‘다운사이징’ 엔진이 그렇듯 이전보다 배기량을 줄이되 힘은 키워 최고출력이 431마력으로 이전보다 11마력, 최대토크는 56.1kg·m로 40%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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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V8 엔진은 레이싱카를 연상케 하는 고회전으로 유명했다. 8,000rpm을 넘어설 때 고막을 찌르는 금속성 회전음은 전율 그 자체였다. 그래서 더욱 이번 M3의 느낌이 궁금했다. 일단 제원과 자료에 따르면 이번 엔진은 한층 더 이성적이다. 특히 BMW는 “터보 엔진이지만 토크 밴드를 최대한 넓히고, 정점을 뒤쪽으로 밀어 자연흡기의 감성을 살렸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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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G의 경우 사실 C63이 나머지 둘과 격이 맞다. 하지만 운영 중인 시승차가 S뿐이어서 마땅한 대안이 없었다. C63 S도 이전 세대 V8의 레이아웃을 쓰되 폐활량을 4.0L(3,982㏄)로 줄이고 트윈 터보를 붙인 ‘다운사이징’ 심장을 품었다. AMG GT도 함께 쓴다. 두 개의 터보는 엔진의 V형 실린더 사이에 심었다. 엔진의 부피를 줄이면서 반응은 높일 묘안이다.

C63 S의 최고출력은 510마력으로 셋 가운데 가장 높다. 최대토크도 71.3kg·m로 압도적. 게다가 뿜는 시점이 1,750rpm으로 제일 낮다. 체중이 가장 많이 나가는 게 걸리긴 하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 마력당 무게비가 3.54kg으로 셋 중 으뜸이기 때문이다. 고급스러운 실내에 탁월한 스펙을 자랑하는 C63 S. 일단 서류전형에서는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그가 그는 과연 실제 주행에서도 다른 두 차를 압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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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S-V는 V6 3.6L(3,564㏄) 가솔린 트윈 터보 엔진을 얹는다. 캐딜락 V 시리즈 최초의 트윈 터보 엔진이다. 최고출력은 464마력, 최대토크는 61.5kg·m로 C63 S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그러나 최대토크를 뿜는 회전수가 3,500rpm으로 M3(1,850rpm)과 C63 S(1,750rpm)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이 같은 특성이 실제 운전감각에선 어떤 차이를 낼지 궁금하다.

세 브랜드 모두 엔진의 효율이 높고 반응이 빠르며, 힘이 자연스럽게 무르익는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터보 엔진과 관련해 제조사가 강조하고 싶은 장점은 소비자가 우려하는 단점과 정확히 겹친다. 이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실제 재미를 결정지을 터. 변속기는 M3이 듀얼 클러치 7단, C63 S가 7단 자동, ATS-V는 8단 자동을 짝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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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놈, 노련한 놈, 능청스러운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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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ATS-V의 운전석에 앉았다. 수치상으로 실내공간은 M3에 이은 두 번째. 헌데 체감하는 공간은 제일 좁다. 시동을 걸자 우렁찬 기침과 함께 차체가 깨어난다. 가속이 엄청나다. 특히 초반 추진력은 공포스러울 정도. 성능 제원으로도 그렇다. ATS-V는 0→시속 100km 가속을 3.9초에 마친다. 셋 중 가장 빠르다. M3과 C63 S는 모두 4.1로 ATS-V에 0.2초 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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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해외 매체의 계측 결과를 살펴보면, 0→시속 160km 가속 시간이 셋 다 8.8초로 똑같다. 서로(혹은 나머지 둘)가 얼마나 집요하게 벤치마킹하는지 엿볼 수 있는 단서다. 중저속으로 제동과 가속을 반복하는 이번 시승 코스에서 ATS-V의 순발력은 빛나는 장점이었다. 그런데 경주차처럼 시종일관 전투적이다. 움직임의 마디마디가 삐죽삐죽 드러난다.

때문에 나머지 둘보다 상대적으로 거칠었다. 세 차 모두 양산차와 경주차의 경계를 표방하지만 좀 더 면밀히 따지면 ATS-V가 경주차 쪽에 한층 가깝게 느껴졌다. 각종 서킷에서의 계측에서 ATS-V가 보다 나은 기록을 낸 비결을 알 것 같았다. ATS-V는 세련된 매너보다 상대방을 이기는 데 초점을 맞췄다. 후발주자 특유의 조바심이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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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M3의 운전대를 쥐었다. 숨통을 트는 순간 시속 80km로 달리는 것처럼 으르렁거린다. 다행히 실내엔 많이 여과되어 스민다. M3가 빠른 거야 전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정작 돋보인 장점은 노련함이었다. 사실 교과서적인 운전자세를 경험하는 순간 예감할 수 있었다. 앞서 전통과 역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 말을 취소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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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가 M3으로 30년 간 갈고 닦은 내공은 차의 움직임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전 세대는 엔진이 압도적이었다. 반면 신형은 전반적인 균형이 환상적이다. 가령 움직임은 예리하면서도 매끈했다. 스티어링은 상대적으로 풍성한 정보를 머금었다. 무게중심의 이동은 투명해서 예측이 쉬웠다. 지나친 의욕으로 뻣뻣이 굳은 ATS-V와 작지만 위대한 차이였다.

각자의 개성 뚜렷해 선택도 쉬워

사람의 첫인상이 3초 내에 결정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때론 자동차도 그렇다. 운전석에 앉아 운전대를 쥐는 순간 느낌이 온다. C63 S에 앉는 순간 어리둥절했다. 기대보다 훨씬 편안해서다. 예상대로 이 같은 느낌은 운전감각으로 이어졌다. 이전 세대 C63 AMG는 꼬랑지에 불이 붙은 야생마 같았다. 한마디로 천방지축이었다. 펄펄 끓는 토크를 주체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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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C63 S는 표정을 싹 바꿨다. 혈기왕성했던 싸움꾼이 온화하고 인자한 신사로 변했달까. 하이드에서 지킬로 돌아선 것이다. 심장은 여전히 뜨겁지만 훨씬 세련된 방식으로 풀어낸다. 가속과 감속, 물리력을 휘젓는 과정이 더없이 우아하고 부드러웠다. 불쾌한 느낌은 악착같이 발라내고, 흥분과 성취감을 북돋울 요소만 남겼다. 진정한 희대의 포커페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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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3는 두 세대 전까진 과격파로 활개를 쳤다. 이전 세대엔 고회전 엔진으로 정밀기계 기술의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이젠 모든 요소의 균형과 조화를 꿈꾼다. ATS-V는 과거의 M3를 떠올리게 한다. 이기겠다는 집념으로 이글이글 타오른다. C63 S는 이전 세대와 극적 반전을 이뤘다. 고만고만한 애들 싸움에 끼고 싶지 않다는 듯 돌연 고급스럽고 여유로운 감각을 강조했다.

개인적으로 비교시승의 승자를 결정짓는 방식이 있다. 아주 명확하고 간결하다. 집에 돌아갈 때 타고 싶은 차를 고르는 것. 이날 ATS-V와 한바탕 또 씨름하기엔 심신이 많이 지쳤다. 그렇다고 모든 긴장을 내려놓고 C63 S에 몸을 파묻긴 싫었다. 과격한 자극은 부담스럽고 지나친 친절은 원치 않는 기자를, M3가 ‘앞트임’ 시술을 받은 눈으로 물끄러미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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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범
사진
최진호
제공
자동차생활(www.carlif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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