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까운 독일산 SUV - 폭스바겐 티구안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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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간, 대한민국의 수입차 시장은 폭스바겐 티구안의 전성시대라 부를 만했다. 티구안은 2010년대 초반부터 SUV 시장의 성장과 함께, 착실히 판매량을 늘려 나감에 따라, 골프, 파사트와 함께 폭스바겐코리아의 판매량을 선두에서 견인하는 볼륨 모델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2014년에는 몇 년째 수입차 판매 부동의 1위였던 BMW의 520d를 기어코 2등으로 내려 앉히기에 이른다. 그 다음 해인 2015년에는 2014년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 2년 연속 수입차 판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시장에서 폭스바겐의 성장을 선두에서 이끌어 온 티구안을 직접 경험해보면서 티구안의 성공 비결을 짚어본다. 시승한 티구안은 엔트리급 모델인 2.0 TDI 블루모션 모델이다. VAT 포함 가격은 3,860만원이다.
폭스바겐 티구안은 벌써 데뷔 9년차에 접어 든 노장이다. 3년 전의 페이스리프트 이후로 크게 변화한 것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여전히 탄탄하고 균형 잡힌 몸매와 비례를 뽐낸다.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자사 SUV 라인업의 맏형인 투아렉을 쏙 빼닮은 외모를 지니게 된 티구안은 폭스바겐 가(家)의 일원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부여했다.
시승차인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 모델은 엔트리급 모델로, 티구안의 바탕을 이룬다. 가장 비싼 R-라인 모델에 들어가는 19인치휠이나 스포츠 타이어, 에어로 파츠 등의 호화스런 구성은 일절 보이지 않지만, 합리성을 지향하는 엔트리급 모델에 어울리는 구성이다.
티구안의 인테리어는 페이스리프트 이후로도 큰 변화 없이 이어져 왔다. 페이스리프트 이후로 존재한 변화로는 스티어링 휠을 비롯한 몇 가지 구성품의 변경 정도다. 초기 모델부터 내려오고 있는 특징인 4곳에 상하 2개 한 쌍으로 총 8개가 배치된 원형 송풍구도 여전히 존재한다. 전반적으로 기능적인 면에 집중한 인테리어라 할 수 있으며, 버튼의 위치와 쓰임새도 좋은 편. 시승차인 2.0 TDI 블루모션 모델에는 라디오 및 오디오 기능만을 제공하는 RCD 310 시스템이 설치된다. 3천만원 이상을 지불하고 구입하는 수입차의 구성품이라 하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일 수 있는 부분이다.
가죽을 탄탄하게 여며 마감한 티구안의 앞좌석은 대체로 단단한 느낌의 착좌감을 전달한다. 사이드 볼스터가 적당히 돌출되어 있어, 급격한 기동 상황에서도 적당히 몸을 잡아주는 재주도 겸비하고 있다. 운전석에 한하여, 8방향의 전동조절 기능과 4방향의 허리 받침을 제공한다. 조수석의 경우, 펌핑식 레버와 다이얼식 각도 조절기를 이용한다. 3단계로 작동하는 열선 기능은 양쪽에 모두 제공된다.
뒷좌석은 등받이의 각도조절이 가능하며, 앞좌석과 비슷한, 탄탄한 착좌감을 지닌다. 뒷좌석에는 총 4개의 컵홀더가 제공되는데, 2개는 플로어 콘솔 하단에, 나머지 2개는 스키스루 기능을 겸하는 중앙 팔걸이의 커버를 뽑으면 나타난다. 이 외에도 12V 전원 단자와 뒷좌석용 에어벤트 등이 설치되어 있다. 뒷좌석의 성인 남성에게도 충분히 여유가 있다. 가족용 SUV로서 부족하지 않은 공간을 제공한다.
티구안의 기본 트렁크 용량은 470리터로, 수치 상으로는 크게 부족하지는 않다고 볼 수 있다. 현재의 티구안이 동급에서도 크기가 가장 작은 축에 드는 만큼, 사이즈에 비해 실용적인 수준의 공간을 확보했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트렁크 내부는 격벽을 설치하여 돌출부를 없앴고 뒷좌석을 모두 접을 경우, 바닥이 평탄해지는 덕분에 짐을 부리기가 편하다. 또한, 4:2:4 비율의 접이 기능을 지원하는 뒷좌석 덕에, 긴 짐을 차내에 싣더라도 뒷좌석 탑승객의 불편함이 적은 점은 장점이다.
국내에 수입되는 티구안의 파워트레인은 2.0리터 TDI 디젤 엔진과 자동 7단 DSG 변속기 구성의 한 가지뿐이다. 이 엔진은 유로6 규제를 만족하는 엔진으로, 150마력/4,200rpm의 최고출력과 34.7kg.m/1,750~2,500rpm의 최대토크를 낸다. 기존 유로5 엔진에 비해 출력과 토크가 각각 10마력, 2.0kg.m가 증가했다. 엔진에서 생성된 출력과 토크는 7단 DSG를 지나, 폭스바겐의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인 4모션으로 이어진다.
시동 초기의 정숙성은 체급과 첫 등장 시기를 감안해도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최근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는 경쟁사 디젤엔진들의 정숙성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디젤 엔진의 소음과 진동이 비교적 크게 들어 오는 편이다. 또한, 기어 변속 후 저회전 영역서 유입되는 웅웅거리는 소리는 운전자에 따라 불쾌함을 느낄 수도 있는 부분이다. 일정 시간 후 조금은 잔잔해지지만 정숙함이나 쾌적함과는 약간 거리가 있다. 승차감은 다소 부드러운 편에 속한다.
티구안의 가속은 SUV로서는 경쾌하다. 무난한 성능을 지닌 파워트레인과 기어비를 잘게 쪼갠 7단 DSG 덕분이다. 하지만 힘이 넘친다는 느낌과는 거리가 있다. 그저 적당한 성능으로 스트레스 없이 꾸준하게 추진을 이어 갈뿐이다. 티구안의 7단 DSG는 변속 속도와 반응이 6단 DSG에 비해 다소 무디기는 하지만, 티구안을 추진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다. 전반적으로 딱히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을 만한 동력 성능은 아니지만 일상적인 운행 상에서 스트레스를 안겨줄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고속 주행 중의 안정성은 무난한 편.
시승한 티구안은 R-라인 모델의 스포츠 서스펜션 등이 없는 모델이지만, SUV로서는 승차감이 다소 부드러운 편임에도 불구하고 무난한 수준의 조종성을 보인다. 물론, 스포츠 서스펜션을 장착한 R-라인만큼 스포티하게 몰아 붙일 수는 없다. 단지 통상적인 SUV들보다 롤 및 피치 안정성 면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일 뿐이다. 조타에 따른 회두는 비교적 빠른 편이고 직결감이 나쁘지 않으며, 뒷바퀴가 따라오는 속도도 느리지 않다. 덩치를 조금 키운 해치백 승용차와도 다소 유사한 느낌이다. 브레이크는 티구안의 동력 성능에 걸맞은 제동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조작성도 좋은 편이다.
티구안의 공인 연비는 도심 11.8km/l, 고속도로 14.0km/l, 복합 12.7km/l이다. 시승 중 트립 컴퓨터를 통해 기록한 구간별 평균 연비는 혼잡한 도심에서 10.3km/l, 교통 상황이 원활(규정속도대로 통행 가능)한 경우 12.0km/l를 각각 기록했다. 고속도로에서 100km/h로 정속 주행하는 경우에는 평균 17.0km/l의 연비를 보였다.
티구안은 현재 시승차인 2.0 TDI 블루모션, 2.0 TDI 블루모션 프리미엄, 2.0 TDI R-라인의 세 가지 트림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VAT포함 가격은 2.0 TDI 블루모션 3,860만원, 2.0 TDI 블루모션 프리미엄 4,520만원, 2.0 TDI R-라인 4,880만원이다.
티구안이 국내 시장에서 성공적인 성과를 이룩한 요인은 국내에서 무한한 신뢰를 받고 있었던 `독일` 브랜드의 SUV를 가장 합리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골프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탄탄한 기본기와 SUV의 실용성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충실한 제품력도 한 몫을 했다고 본다.
하지만 현재의 티구안은 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 데뷔 9년차에 접어들었고 8년여에 이르는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하지만 티구안은 시장의 요구에 부합하며 판매량으로 시장에서 인정을 받았고, 이는 차기 모델의 성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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