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가솔린 SUV가 주는 기쁨을 누리다 - 인피니티 QX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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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비록 여러 방면에서 공격을 받고 있는 처지이긴 하지만, 아직까지도 대한민국에서 `SUV=디젤차`라는 등식이 성립하고 있다. 이러한 등식이 성립하게 된 배경은 6인승 이하의 자동차를 승용차로, 7~12인승의 자동차를 승합차로 규정했었던 시절부터 내려오는 전통이라 할 수 있다. 이 당시의 수많은 20세기의 국산 SUV들은 너나 할 것 없이 7인승 좌석구조에 디젤 엔진을 얹었다. 그리고 이들 SUV들은 승합차에 부여되는 세제혜택과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저렴했던 경유 시세를 등에 업고 꾸준히 성장해 왔으며, 오늘날에도 그러한 시장의 전통이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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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한국의 SUV 시장에서 가솔린 엔진은 아직도 생소하고, 비효율적이라고 인식된다. 하지만 가솔린 SUV는 디젤 SUV가 줄 수 없는 것들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알아 보기 위해, 3.5리터의 가솔린 V6엔진을 탑재한 인피니티의 SUV, QX60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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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의 SUV 모델인 QX60은 SUV 수요가 높은 미국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과 볼륨 확대를 위해 만들어진 모델이다. 데뷔 당시에는 `JX`라는 이름으로 불렸으며, JX를 시장에 내놓은 인피니티는 EX(現 QX50), JX, FX(現 QX70), 그리고 QX(現 QX80)에 이르는 총 4종의 폭넓은 SUV 라인업을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이 4종의 인피니티 SUV 라인업은 한국 시장에서도 모두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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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브랜드의 SUV 모델들은 대체로 `Inspired by Performance`라는 자사 슬로건에 걸맞은, 우수한 주행성능을 본위에 두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QX60은 이러한 인피니티의 브랜드 성격에서 다소 벗어나, 보다 가족적인 SUV를 지향하는 모델인 점도 특징적이다. 아울러 인피니티의 SUV라인업에서 허리를 담당하고 있는 중~대형급의 7인승 SUV다. 가격은 부가세 포함 6,23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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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QX60은 JX시절부터 인피니티의 주류로 활용되고 있는 디자인 요소들이 적용된 디자인이 특징이다. 물결치듯 굽이치는 곡선과 볼륨감 넘치는 차체, 그리고 초승달 모양의 D필러 디자인에서 대번에 인피니티의 모델임을 알 수 있다. 매끈한 곡선을 자랑하는 차체는 시각에 따라 다소 작아 보일 수도 있게 하지만, QX60의 실제 사이즈는 전장 4,990mm, 전폭 1,960mm, 전고 1,745mm의 대형 SUV이다. 미국 시장 기준에서는 중형(Mid-sized)에 속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형에 속하는 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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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의 디자인과 구성에서도 QX60이 인피니티 가의 일원임을 확인할 수 있다. 완만한 듀얼 콕핏 형태를 취하고 있는 대시보드 둘레와 크게 돌출된 센터페시아, 곡면을 따라 아낌 없이 사용한 가죽과 우드그레인 패널, 그리고 전반적으로 탑승자를 감싸는 듯한 디자인으로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점이 그렇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다른 경쟁차들에 비하면 다소 고전적인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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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어링 휠은 기함인 Q70 세단과 같은 것을 사용하고 있으며, 부드러운 질감과 적당한 크기를 지이고 있다. 림이 가는 편이어서 손이 작은 운전자들도 확실하게 감아 쥘 수 있는 그립감을 제공한다. 계기판은 인피니티의 모델들이 사용하는 단순한 구성으로, 가독성이 좋은 편이다.

센터페시아의 수많은 버튼들은 차량의 기능에 보다 빠르고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QX60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중앙의 컨트롤러 외에, 터치로도 모두 작동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오디오는 15개의 스피커와 우퍼, 외장 앰프 등으로 구성된 BOSE 사의 5.1채널 캐빈 서라운드 시스템을 사용하여, 우수한 음질을 제공한다. 이 외에도, 다수의 수납공간을 제공하여, 탑승자의 편의성을 고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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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좌석은 부드러우면서도 몸을 알맞게 감싸주는 착석감과 함께, 양쪽 모두 3단계의 통풍식 냉/난방 기능, 그리고 각각 8방향의 전동 조절 기능을 제공한다. 운전석에는 요추 받침과 함께, 2개의 메모리 기능을 추가로 제공한다. 냉/난방 기능은 모두 팬으로 작동하며, 성능도 준수한 편이다. 하지만, 팬의 작동 소음이 다소 큰 점이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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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열 좌석은 부드럽고 안락한 착석감을 제공하며, 별도의 공조장치와 열선기능까지 제공하여, 편의성을 높였다. 뿐만 아니라, 대형 SUV의 넉넉한 플랫폼 덕에, 성인 남성에게도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한다. 평면을 이루고 있는 바닥면과 널찍한 파노라마 썬루프도 체감되는 공간감을 한층 늘려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3열 좌석은 성인 남성에게는 다소 부족한 공간을 제공하지만, 체구가 작은 여성이나 어린이에게는 충분한 수준의 거주성을 제공한다. 2열 좌석을 다소 전진시켜서 공간을 더 확보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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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승 구성의 대형 SUV인 QX60은 체구에 걸맞은 넉넉한 실내 공간과 함께, 넉넉한 트렁크 용량을 제공한다. 2열 좌석는 6:4 비율로 접히고 전/후 슬라이딩 기능을 통해 좀 더 다양하게 시트 구성을 변화시킬 수 있다. 5:5 비율로 접을 수 있는 3열 좌석은 전동으로 전개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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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X60의 파워트레인은 닛산 브랜드의 대형 SUV인 패스파인더와 공유하는 V6 3.5리터 가솔린 엔진과 무단 CVT 변속기 구성으로 이루어진다. 엔진은 닛산의 유서깊은 VQ계열 유닛이고 265마력/6,400rpm의 최고출력과 34.3kg.m/4,4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변속기는 자트코의 엑스트로닉 CVT가 적용되어 있다. 이 파워트레인 구성을 가진 패스파인더는 시종일관 부드럽고 정숙한 반응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를 그대로 사용하는 인피니티 QX60 역시, 발군의 정숙함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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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정숙하고 매끄러운 회전질감을 보여주는 자연 흡/배기 6기통 가솔린 엔진의 특성과 동력이 끊어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CVT의 장점을 모두 살렸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다. 소음과 진동이 적으면서 가속 시 동력이 끊김 없이 부드럽게 전달되기 때문에 아주 매끄러운 느낌을 준다. 이는 동급의 디젤 SUV에 비해 확실한 강점이 된다. 물론, 비교적 근래에 출시된 3리터급 6기통 디젤 엔진을 장착한 동급 SUV들의 경우, 기술의 진보와 함께, 소음과 진동을 줄이고, 각종 방음 솔루션의 채용으로 정숙성을 놀랄 만큼 향상시켰다. 하지만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과 진동을 가솔린 엔진과 유사한 수준으로 억제하는 데에는 여전히 한계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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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배기량 가솔린 엔진과 CVT를 사용하는 QX60은 가속 면에서도 디젤 SUV와는 다른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초장부터 기운차게 밀고 나간다기 보다는 대부분의 영역에 걸쳐서 일관되게 힘을 뽑아내는 느낌에 더 가깝다. 이는 동급의 디젤 SUV들이 막강한 저속토크를 이용하여 가속 초기에 세차게 몰아치듯 가속하다가 고속영역에서 힘이 빠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길이만 5m에 가까운 육중한 덩치지만, 답답한 느낌을 주지 않고, 매끄럽게 가속을 이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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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승차감을 중시하는 대형의 SUV인 QX60은 급회전 구간을 빠르게 내달리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는 데다, 덩치에 비해 작으면서도 기어비가 짧은 스티어링 시스템이 적극적인 조종을 뒷받침해주기는 한다. 그러나 높은 무게 중심과 함께, 승차감을 중시하는 부드러운 설정의 하체 때문에 회전 구간에서는 페이스를 크게 늦춰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러한 성격은 밑바탕이 되는 패스파인더와 닮은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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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X60의 공인 연비는 도심 7.9km/l, 고속도로 10.4km/l, 복합 8.9km/l이다. 그러나 QX60을 운행하며 기록한 구간별 평균 연비는 이와 다르게 나타났다. 혼잡한 도심에서는 5.6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한산한 교외에서는 평균 7.8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반면, 고속도로에서 100km/h로 정속 주행을 한 결과는 공인 연비를 상회하는 12.9km/l를 기록했다. 대배기량의 엔진과 상시 4륜구동, 7인승 SUV의 육중한 몸무게 등의 여러 요인을 감안하면, 다소 선전한 연비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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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QX60은 디젤엔진을 앞세운 유럽산 SUV들의 우수한 연비를 제공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가솔린 SUV의 장점은 오롯이 맛볼 수 있는 차다. 대배기량 6기통 가솔린 엔진의 매끄러운 회전질감과 완성도 높은 CVT의 끊김 없는 동력 전달을 통해, 승용차에 필적하는 정숙하고 매끄러운 주행 질감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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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주행 질감은 디젤 SUV로서는 구현해내기가 어려운 부분이다. 디젤 SUV의 소음과 진동을 불쾌하다고 인식하는 운전자에게는 해방감이 가장 먼저 앞서게 될 것이다. 이 덕에 QX60과 함께 하는 여행은 더 조용하고, 더 편안한 여행으로 남게 된다. 여기에 미국 시장을 겨냥한 SUV다운 넉넉하고 여유로운 공간 설계와 부드러운 승차감으로 여행을 더욱 쾌적하게 만들어 준다. 디젤에서 벗어나, 가솔린 SUV가 주는 기쁨을 만끽하고 싶은 운전자에게 인피니티 QX60은 매력적인 선택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글, 사진
박병하 기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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