內: 지각변동 外: 화려한 부활 - 국산 중형차 시장의 새로운 바람
컨텐츠 정보
- 1,088 조회
- 목록
본문
지난 30년간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을 지배해온 중형 세단. 그러나 최근 들어 SUV 열풍에 밀려 인기가 예전만 못한 데다 시장의 판도가 바뀔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중형 세단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아직은 약해질 때가 아니라는 듯 화려하게 예전의 명성을 되찾아가고 있다. 아니, 영향력이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언젠가는 스러지고 약해져서 사라진다. 세계를 지배하는 막강한 기업도 100년을 넘기기 힘들다. 불로장생을 꿈꾼 왕들도 역사책에서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광풍처럼 몰아친 유행이 언제 인기를 끌었는지 모를 정도로 순식간에 사라진 예도 부지기수다. 전통적으로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을 지배한 차는 ‘중형차’다. 최근 들어 SUV 열풍에 밀려 인기가 예전보다 떨어지자 ‘이제 중형 세단의 시대는 갔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렇지만 중형 세단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언제 그랬냐는 듯 부진을 털어 버리고 예전의 명성을 되찾아가고 있다. 아니, 오히려 이전보다 더 활기를 띠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태세다.
국산 중형차 시장은 1980년대 중반 현대차가 쏘나타를 선보인 이후 급성장했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대우 로얄 시리즈가 대표했던 중형차는 ‘성공한 중산층의 차’로 여겨질 정도로 쉽게 살 수 있는 차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쏘나타의 성공으로 중형 세단은 소형차와 준중형차를 제치고 국민차로 우뚝 섰다. 국민 소득이나 지형적으로 좁은 땅덩어리를 감안하면 우리 현실에 국민차는 소형차가 적당했다. 그러나 특유의 과시욕은 큰 차 선호로 이어졌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기를 꺼리는 특성은 세단을 고집하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이 둘이 결합해 ‘중형 세단’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차종이 되었다.
그렇게 30년 가까이 국내 시장을 지배하던 중형 세단의 입지가 최근 들어 크게 흔들렸다. SUV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중형차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 설상가상으로 수입차들이 싼 값으로 시장을 공략하면서 국민 대표 자동차의 지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현대자동차 쏘나타는 지겨워졌고 기아자동차 K5는 정체성 유지를 위해 디자인 변화에 소극적이어서 세대교체의 감흥이 떨어졌다. 르노삼성 SM5와 쉐보레 말리부는 쏘나타에 밀려 별다른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남아 선호 사상만큼이나 강하게 시장을 지배한 중형 세단 선호 사상이 드디어 무너지는가 싶던 찰나, 대반전이 일어났다. 르노삼성과 쉐보레가 신모델을 들고 나오면서 중형차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한 것이다.
신차는 일정 시기가 지나면 나오는 통상적인 일이다. 중형 세단은 물론 각 세그먼트에서 늘 발생하는 일이다. 중형차 시장에서 신차가 감흥을 준 적은 그리 많지 않다. 늘 기대할 수 있는 수준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신차라고 해봐야 적당한 가격에 적절한 수준의 품질을 만족하는 대중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차들만 나왔다. 그나마 가장 살 만한 차였던 쏘나타가 세대교체를 할 때 어떻게 변했는지 관심이 갈 뿐이었다. 2위 이하의 다른 브랜드 중형차들은 쏘나타만큼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유는 명백하다. 다른 브랜드의 차는 쏘나타를 벤치마킹했기 때문에 품질이나 완성도에서 쏘나타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대부분 쏘나타보다 못했다. 그런데다 쏘나타보다 인지도가 떨어지니 쏘나타의 독주가 계속될 수밖에 없었다.
르노삼성 SM520이 2000년대 전반에 잠시 쏘나타를 따라 잡았었고, 2010년 디자인 혁신을 이룬 기아 K5가 데뷔 초기 몇 개월 동안 쏘나타를 앞지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때를 제외하고는 쏘나타 천하에 큰 변화는 없었다. 기후변화라기보다는 잠시 몰아친 돌풍에 그쳤다. 그러나 최근 르노삼성이 내놓은 SM6와 쉐보레 말리부는 지금껏 나온 신차와는 아주 다른 모습을 보이며 이 요지부동의 시장을 크게 뒤흔들고 있다. 이 차들은 ‘대한민국 중형차는 이래야 한다’는 선입견을 통째로 뒤엎고 있다. 잠시 왔다 가는 돌풍이 아니라 기후 자체가 변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SM6는 ‘중형 세단=대중차’라는 등식을 깨뜨렸다. 한계를 정해놓고 그 이상은 넘어가지 않으려는 대중차의 특성을 과감하게 벗어던졌다. 디자인은 개성이 넘치고 인테리어는 혁신적이고 고급스럽다. 국산 중형차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를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보여준다. 품질이나 수준을 쏘나타에 맞추던 관행을 집어 던지고 중형 세단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스타일링이 수입차라고 해도 될 정도로 존재감을 발한다. 쉐보레 말리부는 브랜드에 대한 선입견을 깨뜨렸다. 대우 시절부터 이어지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도 떨쳐냈다. 쉐보레의 중형 세단은 GM 소속이라는 한계 때문에 미국차 분위기가 스며들 수밖에 없고, 그 점이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인상이 강하다. 국내에서 생산하더라도 미국에서 개발한 모델이기에 미국차 느낌이 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과거와 다른 점은 신형 말리부의 완성도와 상품성이 상당히 개선됐다는 점. 미국적인 색채는 여전하지만 글로벌에도 통할 수 있을 정도로 수준이 확연하게 높아졌다.
르노삼성 SM6와 쉐보레 말리부가 쏘나타를 뛰어 넘는 수준으로 나오면서 중형 세단 시장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살 차는 쏘나타 정도밖에 없다는 인식에 변화가 생기면서 SM6와 말리부의 판매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었다. 오히려 2위를 지키던 K5가 4위로 떨어지며 고전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 구도의 변화는 중형차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SUV의 영향으로 한 발 뒤로 물러선 중형 세단이 다시금 시장의 선두 자리를 확고히 굳혀가는 상황이다. 굳건하리라 여겼던 쏘나타가 흔들리면서 국산 중형차 4파전의 경쟁 구도 역시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현대자동차는 전에 없던 파격적인 프로모션으로 대응에 나섰다. 서로 비슷비슷하던 과거와 달리 각 차의 개성과 특성이 차별화되면서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이제 다음 세대 쏘나타와 K5는 SM6와 말리부를 뛰어넘어야 한다. 틀에 박힌 대중차의 모습에서 벗어나 혁신을 보여줘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 것. 이는 전체적인 중형차의 수준 향상과 더불어 국산 중형 세단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Power train
쏘나타는 파워트레인 종류에서 강점을 지닌다. ‘7개의 심장’이라는 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심장의 종류가 다양하다. 가솔린 자연흡기(2.0), 가솔린 터보 2종(1.6/2.0), 디젤(2.0), LPG(2.0), 하이브리드(2.0), 플러그인 하이브리드(2.0) 등 없는 게 없다. 2.0L 자연흡기와 터보(그 이전에는 2.4L 가솔린 자연흡기), LPG만 갖췄던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 중형차의 파워트레인 확대에 기여한 점은 높이 살 만하다. 하지만 파워트레인 다양화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7개 파워트레인은 내놓을 당시만 해도 디젤과 터보 비중을 30~40%로 예상했지만 지난해 7월 출시 이후 비중은 12% 정도에 그치고 있다. 구체적으로 디젤 8%, 터보 4% 정도다. 10%를 예상한 하이브리드는 9%로 그나마 예상치에 근접했다. LPi는 43%로 쏘나타 판매의 상당수가 렌터카와 택시에 몰려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2.0L 가솔린 자연흡기는 36%로 LPi를 제외하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파워트레인을 다양화했지만 터보나 디젤은 아직까지 별다른 선호도를 얻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쏘나타와 형제차인 기아 K5도 파워트레인 구성은 동일해서 선택의 폭이 넓다. 그렇지만 여전히 2.0L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의 비중이 56%로 높다. 디젤은 14%, 하이브리드는 5%, 터보는 2% 선에 그친다. 쏘나타와 다른 점은 LPi 비중이 21% 정도로 낮다는 점이다.
SM6와 말리부는 파워트레인의 다양성 면에서는 쏘나타와 K5에 비해 떨어진다. 그렇지만 판매 양상은 판이하게 다르다. SM6는 1.6L 가솔린 터보, 2.0L 가솔린 자연흡기, LPG 등 3개의 엔진을 마련해놓고 있다. 디젤은 현재 준비 중이다. 2.0L 자연흡기 엔진이 주력이지만 터보 비중이 전체 판매의 25~30%에 이를 만큼 높다. 다운사이징 트렌드를 만족시키는 터보 엔진이 진가를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말리부는 아예 자연흡기 모델이 없다. 1.5L와 2.0L 터보로 구성돼 있다. 조만간 하이브리드 모델도 나올 예정이다. 예약 당시만 해도 1.5와 2.0의 비중을 75:25 정도로 예측했는데 실제로는 2.0L 터보가 40% 정도를 차지할 만큼 예상 밖의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1.5L 터보와 달리 2.0L 터보 엔진은 미국에서 가져와야 하기 때문에 출고 지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자연흡기 엔진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말리부는 터보 대중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2.0L 고성능 터보의 판매 확대로 국산 중형 세단 시장의 파워트레인 선호도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Handling & Performance
쏘나타 시승차는 1.7L 디젤 엔진과 7단 더블 클러치 변속기(DCT)를 얹었다. 최고출력 141마력, 최대토크는 34.7kg·m다. 디젤의 넉넉한 토크 덕분에 가속이 여유롭다. 변속 속도는 DCT치고는 아주 빠르진 않지만 매끈하게 단수를 오르내린다. 엔진과 변속기의 조화도 만족스럽다. 주행 모드는 노말·에코·스포츠로 구분해 놓았다. 각 모드의 차이가 확연하게 구분되지는 않지만 주행상황에 따라 적절히 활용하면 차의 성능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소음과 진동은 확실하게 잡았다. 대중차 급에서는 상당한 수준이다. 시승차의 주행거리는 5,300km 정도로 많지 않았기에 주행거리가 늘어난 다음에 어떻게 될지는 현재 상황에서는 판단하기 힘들다. 승차감은 이전 쏘나타의 물컹한 특성과는 거리가 있다. 노면 충격도 잘 흡수하고 단단한 기운이 살짝 느껴진다. 급격한 움직임 때 자세를 다잡는 능력도 많이 개선됐다. 세팅의 묘미도 이전보다 나아졌지만 그보다는 차체 강성이 강해진 데 따른 부수적인 효과가 더 크게 다가온다.
K5 시승차도 쏘나타와 같은 1.7L 디젤과 7단 DCT를 얹었다. 다만 같은 구성인데도 쏘나타와 차이가 느껴진다. 주행거리는 2만5,500km로 쏘나타의 5배 수준. 시승차로 험하게 굴린 점도 감안해야 한다. 가속할 때 힘의 여유는 쏘나타와 별반 다를 바 없이 만족스럽다. 정숙성 면에서는 급가속할 때 엔진 소리와 터빈 작동소리가 좀 크게 들린다. 변속할 때 순간적으로 주춤하는 점도 매끄러운 주행에 감점 요소로 작용한다. 승차감은 쏘나타보다 단단하다. K5는 스타일에서 쏘나타보다 역동성을 강조한다. 하체 세팅에서도 그런 점을 반영한 듯하다. 역동적인 주행에 주안점을 두는 사람과 패밀리카의 부드러운 승차감을 원하는 이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릴 만하다. K5는 스티어링이 문제가 됐었다. 직진을 유지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쏠리는 문제가 불거진 적이 있다. 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듯 고속으로 달릴 때 조금 불안한 면이 없지 않다. 같은 플랫폼에 동일한 파워트레인인데도 쏘나타와 차이가 좀 크다. 세팅 차이이거나 조립 수준 차이 때문으로 여겨진다.
SM6 시승차는 1.6L 터보와 7단 더블 클러치 변속기가 결합됐다. 최고출력 190마력에, 최대토크는 26.5kg·m다. 자연흡기 2.0L보다 한 수 위의 성능이다. 가속은 매우 경쾌하다. 스포츠 주행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반도로에서 쾌감을 느낄 정도의 여유를 부린다. 뒤쪽 서스펜션에 토션 빔을 쓴 게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실제 주행 때는 별다른 약점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변속은 쏘나타와 마찬가지로 더블 클러치이지만 그리 빠르지는 않다. 주행 모드는 가장 다양하다. 스포츠·에코·뉴트럴·퍼스널·컴포트의 다섯 가지다. 주행모드별 차이도 두드러진다. 승차감은 시승에 나온 네 개 차종 중에서 가장 단단하다. 컴포트 모드에서도 푹신한 느낌을 기대하기 힘들다. 대신 단단한 하체에서 우러나는 안정성은 우수하다. 스티어링 반응도 예리한 편이고 그에 따른 차의 움직임도 민첩하다. 대중차의 무난한 편안함과 유럽차의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조합하기 위한 의도가 느껴진다.
말리부 시승차는 1.5L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었다. 최고출력 166마력, 최대토크는 25.5kg·m다. 같은 터보 엔진이지만 SM6보다 배기량이 0.1L 작은 탓에 출력과 토크는 좀 떨어진다. 하지만 차체 무게는 말리부가 1,420kg으로 1,510kg인 SM6보다 90kg 가볍다. 가속 느낌은 SM6와 다를 바 없이 경쾌하게 치고 나간다. 초반 가속보다는 중고속에서 밀어붙이는 느낌이 더 여유롭다. 변속기는 네 차 중 유일하게 일반 토크 컨버터 방식의 6단 자동변속기다. 덕분에 변속은 느긋하다. 가속 특성은 스포츠 주행보다는 패밀리카로서 여유로운 달리기에 초점을 맞췄다. 주행 모드는 따로 없다. 가장 아쉬운 점은 수동 변속 모드다. 시프트레버를 L로 내리고 레버 위의 토글스위치로 변속해야 한다. 토글을 누르기가 불편해 활용성이 떨어진다. 때문에 급할 때 엔진 브레이크를 걸 때에만 사용하게 된다. 승차감은 쏘나타와 SM6의 중간 정도. 적당히 단단해서 편안하다. 쉐보레 하체는 탄탄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데 신형 말리부는 안정감은 유지하면서 부드러운 특성을 좀 더 강조한다. 승차감과 운동성능의 조화가 우수하다.
Design & Space
현대 쏘나타 쏘나타는 한국을 대표하는 중형 세단이다. 국내 베스트셀러의 지위를 거의 놓치지 않은 판매량에서도 그렇고, 3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장수 모델이라는 측면에서 보아도 그렇다. 스텔라의 차대를 이용해 만든 1세대 쏘나타는 그리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으나 그랜저의 메커니즘을 이용해 개발한 2세대 쏘나타는 국내 중형차 시장 부동의 1위였던 대우자동차의 로얄 시리즈를 밀어내고 왕좌에 등극했다. 그 이후 쏘나타는 국민차로 불릴 만큼 많이 팔리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차종으로 자리잡았다. 쏘나타의 지속적인 인기비결은 현대자동차가 꾸준히 품질과 상품경쟁력을 높여온 것과 함께 마땅한 경쟁 모델이 없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쏘나타가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후 국산 중형차 시장에서 월간 판매량 1위를 놓친 것은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8월이 처음이었다. 그 달의 국산 중형차 베스트셀러는 기아 크레도스였다. 이유는 크레도스가 쏘나타의 상품경쟁력을 앞선 것이 아니라 당시 기아차가 부도위기 상황에서 30% 할인판매라는 카드를 꺼냈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 쏘나타는 다시 국산 중형차 시장 1위 자리를 굳건히 유지해왔다.
전작인 YF 쏘나타는 4도어 쿠페형 스타일링이면서 곡면과 에지를 과감하게 사용해 이전 세대 NF 쏘나타에 비해 파격적인 모습이었다. 뉴 EF 쏘나타는 일부분 재규어를 연상시켰고 후속인 NF는 아우디가 떠오르는 등 주된 테마가 달랐다. YF는 이름과 등급만 물려받았을 뿐 이전 세대 쏘나타와는 아무런 연관성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독창적인 디자인이었다. 어찌 보면 디자인 방향성이 일관성이 없었다고도 할 수 있다. 짧은 기간 동안 압축성장을 해오는 과정에서 진화보다는 큰 폭의 변화를 추구하는 다양한 시도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YF 쏘나타는 미국 시장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물론 당시의 환율이나 토요타 리콜사태 등의 간접적인 요인도 무시할 수 없지만 디자인이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 21세기 들어 현대자동차는 미국 시장에서 더 이상 싸구려 차가 아닌, 저렴하지만 제값 이상을 해내는 차로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차의 품질과 성능이 올라가면서 동급 차들과 가격 차이도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혁신적이고 과감한 디자인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만한 훌륭한 세일즈 포인트가 됐다. 똑같은 차들도 주변 환경에 따라 달라 보이는데, 쏘나타의 경우 국내에서는 매우 파격적인 디자인 요소들로 호불호가 나뉜 반면, 미국의 넓은 공간에서는 차의 전체 비례와 디테일이 잘 어우러지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연극배우의 화장을 가까이서 보면 오버한 느낌이지만 무대와 어느 정도 떨어진 객석에서 보면 적당해 보이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YF 쏘나타가 미국 시장에서는 성공적인 디자인으로 인식된 반면 국내에서는 안티 진영이 존재했다. 판매량은 많았으나 디자인에 있어서는 삼엽충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다소 급진적인 디자인에 대한 반등이었는지 YF의 후속 모델인 LF 쏘나타는 많이 차분해졌다. 어떻게 보면 LF가 먼저 나오고 YF가 그 후속으로 나오는 것이 맞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큰 틀에서 본다면 LF도 4도어 쿠페의 형식을 취한 YF 쏘나타와 비슷한 비례감으로 세단이면서도 스포티한 느낌을 살렸다. 롱노즈는 아니지만 숏데크 형태를 취하고, 측면에서 볼 때 패스트백에 가까운 C필러 라인으로 스포츠 세단의 느낌을 더했다. 미학적으로는 역동적인 느낌을 주면서 실질적으로는 실내공간을 넓힐 수 있는 비례감이다. 사이드 캐릭터 라인이 과감한 곡선에서 직선에 가깝게 바뀌고 전반적인 디테일의 조화가 자연스러워지면서 전체적으로 밋밋해졌다. 이 점을 제외하면 YF 쏘나타와 비슷하지만 먼발치에서 바라볼 때 존재감은 확실히 YF보다 떨어진다.
겉모습뿐만이 아니다. LF 쏘나타의 인테리어는 화려했던 YF와는 완전히 다른 안정적인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대시보드의 기본 형상은 좌우 대칭에 가깝다. 센터페시아가 입체적이고 화려하던 이전과 달리 직관적이고 간결하다. 수평 기조의 대시보드 디자인은 시각적으로 다소 무덤덤해 보이지만 기능적이고 사용편의성이 높다. 실내공간을 넓게 뽑아내는 기술이 현대차의 주특기 중 하나인 만큼 LF 쏘나타의 실내도 상당히 여유롭다. 그러나 뒷좌석의 경우 르노삼성 SM6나 쉐보레 말리부에 비해 헤드룸은 좀 낮은 편이다.
기아 K5 상품경쟁력에 있어서 쏘나타의 직접적인 경쟁자로 가장 먼저 등극한 차는 한집안 식구인 기아자동차 K5였다. K5는 2010년 5월 출시되자마자 돌풍을 일으키며 그해 6월 현대 쏘나타를 제치고 국산 중형 세단 판매량 1위에 올랐다. K5 인기의 가장 큰 이유는 디자인이었다. 당시 YF 쏘나타는 과감한 디자인으로 호불호가 명확히 갈렸던 반면 피터 슈라이어가 총괄한 K5는 혁신적이고 보편적인 취향의 소비자들이 받아들이기에 무리가 없는 스타일이었다. 기아 K5는 기본 비례감이 좋고 각 디자인 요소간의 전체 조화가 뛰어났다. 다른 차들을 연상시키는 점이 없이 독창적이면서도 거부감을 주지 않는 디자인으로 실수요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제품 디자인 부문 수송 디자인 분야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LF 쏘나타와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2세대 기아 K5는 뒷좌석 헤드룸이 동급차종 중에서 가장 낮다. LF 쏘나타는 뒷좌석 중앙에 있는 수납식 암레스트를 내렸을 때 도어트림의 암레스트보다 약간 낮았던 반면 K5는 높이가 똑같아 양팔을 모두 암레스트에 올렸을 때 좀 더 편한 느낌을 준다. K5의 뒷좌석 레그룸과 앞좌석 공간은 상당히 여유롭다. 동승석 시트를 운전석이나 뒷좌석에서 버튼으로 이동하고 젖힐 수 있도록 한 기능은 이 급의 차에서는 흔치 않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LF 쏘나타에 비해 좀 더 세련되고 트렌디하다. 대시보드를 살펴보면 모니터와 공조컨트롤, 오디오 헤드유닛의 기본 배열은 LF 쏘나타와 비슷하지만 에어 벤트의 위치가 다르고 각부 모서리를 좀 더 다듬어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준다. LF 쏘나타와 마찬가지로 많은 기능을 모니터를 통해 조작할 수 있지만 자주 사용하는 버튼을 센터페시아에 달아 사용편의성을 높였다.
K5의 익스테리어는 초대 K5를 다듬고 숙성시킨 모습이다. 다양한 방향성을 시도하는 쏘나타와 달리 K5는 이전 세대에서 진화해나가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전면부에서 보았을 때는 1세대 K5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지만 측면과 후면 디자인은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변화의 폭이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아 초대 K5가 등장했을 때만큼 강렬한 존재감은 없지만 상당히 세련된 디자인이다. 단지 YF 시절에는 쏘나타와 K5의 디자인이 분명한 개성을 가졌던 반면 현재는 둘 다 보수적이고 얌전해져서 그 차별화가 예전 같지 않다.
르노삼성 SM6 쏘나타가 주도하던 중형차 시장에서 K5가 강력한 도전자로 나서는 동안 다른 업체들의 중형차는 여러 가지 면에서 현대·기아차보다 디자인이 떨어지는 느낌이 없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한 번에 반전시킨 주인공이 르노삼성 SM6다. 르노삼성 SM 시리즈는 디자인에서 트렌드를 리드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초대 SM5의 바탕이 된 닛산 세피로(맥시마)는 원래부터 보수적인 스타일이었다. 국내 도입시 이미 트렌드가 한참 지난 뒤였고 닛산 티아나를 베이스로 한 2세대 SM5 역시 트렌드세터와는 거리가 먼 스타일이었다. 3세대는 르노 라구나를 바탕으로 개발해 상당히 독특하고 개성 넘쳤다. 그러나 독특한 개성이 반드시 좋은 것이 아니라는 사례도 남겼다. 기괴할 만큼 긴 프론트 오버행 때문에 ‘죠스바’라는 별명이 붙었다. 아랫급의 SM3 역시 디자인을 선도하는 차는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등장한 SM6는 고급스럽고도 개성이 강하며 완성도 높은 디자인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프랑스산 앞바퀴굴림 플랫폼이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린 SM5와 달리 뒷바퀴굴림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비례다. 19인치 휠과 넓고 낮은 자세, 안정적인 면처리와 비례, 캐릭터 라인과 각 디자인 요소가 이루는 조화가 어우러져 안정적이면서도 확고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보수적으로 돌아선 쏘나타나 이전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K5에 비하면 상당히 신선하고 파격적이다. 동급 차종 중 가장 전통적인 세단의 프로포션을 보여주면서도 오히려 역동적이다. 익스테리어를 본 뒤 실내로 들어서서 느끼는 인테리어 디자인도 감성적이다. 가죽으로 처리한 대시보드를 비롯해 동급 모델보다 고급성을 강조한다.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세로배치로 태블릿 PC를 연상시킨다. 화면이 큼직하고 내비게이션 작동시에도 가로배치보다 판독이 편하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작동하듯이 터치스크린을 통해 거의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자주 사용하는 기능은 스티어링 칼럼이나 기어레버 근처에 달린 버튼을 통해 조작할 수 있다. 국산 경쟁 모델과 비교하면 뒷좌석 레그룸은 조금 작지만 트렁크 용량은 더 크다.
쉐보레 말리부 트렁크 용량에 있어서 동급 챔피언은 쉐보레 말리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존재감이 미미했던 말리부 또한 올해 4월 말 신모델 발표 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말리부는 차폭이 경쟁차들보다 살짝 좁지만 높이와 휠베이스는 가장 길어 늘씬한 비례감과 함께 넓은 실내 및 화물공간을 뽐낸다. 쉐보레의 경트럭부터 시작된 듀얼 매시 그릴은 승용차에는 잘 어울리게 디자인하기 쉽지 않은데, 신형 말리부는 그리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전면부의 각 디테일은 물론 사이드 캐릭터 라인도 입체적이면서 조화롭게 배치했다. 자칫하면 지나쳐 보일 수 있는 캐릭터 라인을 적절하게 잘 활용했다. 실내는 이전 세대보다 공간이 더 여유롭다. A필러의 각도가 너무 낮지 않고 대시보드도 낮기 때문에 실내에서의 개방감이 좋다. 계기판은 약간 아래로 기울어진 반면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위를 향해 누워 있어서 약간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내장재와 마무리가 쏘나타나 K5보다 조금 떨어지는 부분도 보이나 차이는 크지 않다. C필러 라인은 쿠페처럼 자연스럽게 떨어지지만 뒷좌석 머리공간은 여유가 충분하다. 6:4 분할 접이식 뒷좌석 등받이도 경쟁 모델과 차별화된 부분이다.
디자인은 취향이 크게 작용하지만 보편적인 정서로 볼 때 네 대의 중형차 가운데 어색하거나 디자인 완성도가 확연하게 떨어지는 차는 없다. 자동차의 성능과 품질이 엇비슷해진 오늘날, 중형차 선택의 폭이 넓어진 사실은 소비자 입장에서 반길 만한 일이다.
Positioning & Character
제품을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제품을 어떤 고객들에게 판매할 것인가를 정하고 대상 고객군이 만족할 만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중형 세단은 자연스럽게 보편적인 가치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섬세한 젊은 여성부터 보수적인 노년층 남성에 이르기까지 대상으로 하는 고객층이 매우 넓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성비나 중고차 가격, 연료 경제성과 보험료, 수리비와 같이 계수화할 수 있는 상품성에 집중하는 한편, 디자인과 캐릭터 같이 주관적-정성적인 감성 만족도와 관련된 항목에 대해서는 넓은 계층으로부터 평균 이상의 평가를 받는 안전하고 보수적인 방향을 선택하게 되었다. 감성적 만족도를 위한 제품의 이미지와 캐릭터는 광고 등의 마케팅 활동으로 쌓아간다. 즉, 중요한 시장이고 넓은 고객층을 상대하다보니 ‘실패하지 않는’ 방향으로 안전하게 기획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 고객들은 ‘얼마나 싼 값에 샀는가’ 하는 할인 조건에 집중하고 가장 즐거워야 할 새차를 고르는 순간부터 이 차를 팔 때를 위한 중고차 가격을 염두에 뒀다. 그 결과는 다시 제품의 수익성을 떨어뜨렸다. 또한 고객들은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1위 모델로 몰리고, 2등부터는 홀대를 받는 대세 편승에 의한 1위 독식 현상이 점차 강해졌다. 이러한 결과는 결국 빈익빈 부익부로 이어져 2위 이하의 모델은 신모델 개발 여력까지 위축됐다. 승자만이 회자될 뿐 2위 이하의 모든 모델이 고객들의 관심에서 점점 밀려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바로 2010년 이후 2015년까지 중형 세단 시장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부동의 1위인 쏘나타는 신형 LF에 ‘7개의 심장’을 투입하는 공격적인 모델 플랜에도 불구하고 YF 시절에 비해 판매량이 3분의 2 수준에 그쳤고, 잃어버린 시장은 대부분 SUV 쪽으로 흡수되었다. 세계적으로 SUV의 바람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 중형차 시장의 감소폭은 이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중형차 시장이 항상 이렇게 보수적이고 안정 지향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2009년 가을에 등장한 YF 쏘나타는 대중 중형 세단으로서는 혁신적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한 디자인으로 실용적인 도구에 불과했던 미국 중형 세단 시장에 디자인과 고급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YF 쏘나타의 영향은 현대자동차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컸다. 그러나 현대차는 YF 쏘나타가 중형 세단에 걸맞지 않게 좋다는 평가만큼이나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이 중형 세단의 정체성에 걸맞지 않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LF 쏘나타는 기본기와 상품성에서 전작보다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디자인에서는 보수성으로 회귀했다. 이번에는 YF 쏘나타와는 반대인 남성적이고 다분히 권위적인 디자인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리고 2016년 현재 우리나라 중형 세단은 새로운 중흥기를 맞이하고 있다. SM6는 국산 중형 세단에 프리미엄이라는 새로운 코드를 제시했다. K5는 1세대의 남성적인 코드에 고급스러운 품질을 더했다. 말리부는 기존의 보수적인 디자인을 벗어던지고 공격적인 디자인과 상품성으로 반격하고 있다. 이런 개성이 되살아난 중형 세단들의 출현으로 우리나라의 중형 세단 2차 중흥기가 시작되었다.
그동안 우리나라 중형차 시장을 이끌어온 쏘나타는 현행 LF에 와서 감성적으로는 중립적이지만 객관적인 가치와 완성도에서는 여전히 최고 수준이다. 디자인은 보수적이지만 소재나 조립 품질 등 감성 품질에서는 섬세한 여성들도 만족시킬 수 있는 세심함이 돋보인다. 승차감은 안정 지향적이지만 한계에서도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 주행 안정성이 인상적이다. 실제로 서킷에서 이루어진 비교 시승에서도 LF 쏘나타는 가장 짧은 시간에 빠르게 서킷을 공략할 수 있는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조종 성능을 보여주었다. 즉, LF 쏘나타는 가슴이 뛰는 감성적인 흥분은 억제한 채 꾸준히 자신을 연마해온, 열정이 없는 운동선수와 같은 모습이다. 함께 겨루면 1등을 할 수는 있지만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세계 신기록을 세울 도전 정신은 없다고나 할까. 어쩌면 LF 쏘나타는 자신을 뛰어넘는 존재를 잉태할 훌륭한 배지일지도 모른다. 쏘나타 기반의 프리미엄 모델이 기대되는 순간이다.
이에 비해 기아 K5는 주어진 하드웨어 안에서 최대한 차별화를 꾀하는 치밀한, 그러나 소심한 도전자다. 특히 K5는 쏘나타와의 차별화에 집중한다. 주행 감각에서 남성적인 감각을 첨가하고자 약간 단단한 서스펜션 설정으로 노면 감각을 좀 더 전달한다. 실내는 각종 스위치의 감각을 포함한 세부 튜닝에서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도록 감성 튜닝에 심혈을 기울였다. 전반적으로 LF 쏘나타에 비해 공들인 흔적이 보이지만 동시에 ‘싫어하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적절한 수준에서 멈추는 보편성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K5를 젊은 남성들이 스포츠 세단처럼 꾸며서 타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실제로 수준 높은 달리기 성능으로 발전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진정한 스포츠 세단은 아니기 때문이다.
SM6는 르노삼성의 가장 소중한 자산인 SM5라는 이름을 버리고 새롭게 출발할 정도로 기존 틀과의 차별화를 꾀한다. 이 차별화의 핵심은 디자인과 디지털 기술로 대표되는 프리미엄 코드다. 뒷좌석 실내공간이 상대적으로 좁다는 점이 패밀리 세단으로는 감점이지만 오히려 오너 취향의 프리미엄 세단이라는 이미지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유럽풍 디자인을 우리나라의 승차감 취향에 맞추려 노력한 점, 유럽 세단에서 응당 기대할 만한 높은 수준의 조종 성능과 달리기 성능을 보이지 못하는 점 등 유럽 세단의 맛을 자신 있게 내세우지 못한 점은 아쉽다. 프리미엄 코드를 주장하면서도 보편성을 버리지 못한 주력 모델의 한계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보다 확실한 차별화가 필요했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르노삼성은 앞으로 이미지 모델과 볼륨 모델의 포지셔닝 전략이 가장 큰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물량으로는 이미지 모델까지 국내에서 생산하기는 어려운 만큼 르노의 제품 가운데 이미지 모델을 선정해 적절하게 활용해야 하는 숙제를 SM6는 남기고 있다.
말리부는 훌륭한 기본기에 비해 승차감과 정숙성, 그리고 지나치게 보수적이었던 디자인 등 상품성이 뒤떨어진다는 기존 쉐보레 중형 세단의 단점을 대폭 개선한 제품이다. 승차감과 정숙성이 쏘나타와 대등한 수준으로 향상되었으며 조종 성능은 넷 중 가장 우수하다. 아직 소재의 질감이나 세부적인 마무리에 아쉬운 점도 보이지만 상품성을 해칠 수준은 아니다. 게다가 1.6L 터보 다운사이징 엔진을 갖고 있으면서도 2.0L 자연흡기 엔진을 버리지 못하는 경쟁자들에 비해 과감하게 1.5L 터보 엔진만으로 대중 시장을 공략하는 등 디자인만큼이나 공격적인 모습이다. 다소 위험해 보이는 시도였으나 초기 계약 및 판매 추이를 살펴보면 이러한 공격적인 접근이 SM6에 의해 마음이 열린 중형 세단 고객들에게 성공적으로 다가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앞으로 더 품질 향상에 노력해야 하며 추후 출시될 다른 쉐보레 모델들에도 말리부가 시작한 상품성 강화의 노력이 전파되어야 브랜드 전체의 파워가 안정적으로 향상될 것이다.
새로운 중형 세단 시장의 중흥은 상품 기획자들에게 복잡한 숙제를 던졌다. 이제는 고객의 ‘만족’이라는 말을 좀 더 세심하게 이해해야 한다. 감성적인 만족도, 그리고 차량을 소유함으로써 자신에게 없던 무언가를 채울 수 있을 것만 같은 환상까지도 제품 기획과 마케팅에서 신경 써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어렵긴 하겠지만 이것은 바로 회사의 부가가치로 연결된다. SM6와 말리부가 기존의 쏘나타나 K5보다는 가격이 약간 더 높은 것이 이를 증명한다.
관련자료
-
링크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