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 번 솔직하게 평가해보는 제네시스 EQ900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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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립니다. 보배드림에서 활동은 잘 안하던 눈팅 회원입니다.
하지만 차를 워낙 좋아하는 덕에 여기서 많은 분들께서 정성스럽게 써준 시승기를 잘 보고 있습니다. 물론 운전을 좋아해서 새로 나온 차를 시승해보는 것 좋아하지만 모든 차를 다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사는 게 바빠서 주로 시승기로만 궁금했던 차에 대해서 해결하고 사네요. 하지만 제네시스 EQ900의 경우 운이 좋게도 직접 타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수입차 오너 대상 시승회였는데, 제가 요번에 구형이 된 7시리즈를 가지고 있어서 요런 재밌는 기회도 오네요.
그런데 제가 타봤던 EQ900의 느낌과 보배드림에 몇몇 시승기에 내용이 의아할 정도로 상이한 것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EQ900 시승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이건 그동안 많은 시승기를 써준 분들에 대한 작은 답례이자, “저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하는 고견을 묻는 자리로 받아주셨으면 좋겠고요. 물론 여기에는 현대를 싫어하시는 분들도 많은 걸로 알고 있으나, 그래도 거짓 없이 솔직하게 평하는 만큼 그저 무조건 흠잡으러 노력하지 않고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굳이 이렇게 말씀드리는 건 제 7시리즈와 비교 안하고 쓰려고 하지만, 제가 비교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 있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고요. 사실 독일차라고 그렇게 상상처럼 환상적이지 않아요. 예를 들어 7시리즈가 스포티한 주행성능과 럭셔리카의 편안함을 모두 갖춘 최고의 차로 알았지만, 막상 굴려보니 진짜 재밌게 타려면 스포츠카나 스포츠 성향이 있는 세단(M5 같은 차)을 사는 게 맞다 싶을 정도니까요.
이야기가 딴 데로 샜네요. 이제부터 써내려갑니다. 참고로 사진은 핸드폰으로 몇 장 찍은 것 말고는 없어서, 그냥 현대자동차 홈페이지나 공식 블로그 같은데서 퍼왔습니다.
파워트레인 : 3.3 V6 터보 엔진은 의외로 거대한 바디와 궁합이 잘 맞습니다.
3.3 V6 터보는 스포츠카에 어울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런 큰 차에도 괜찮네요.
일단 7시리즈(F01)보다도 더 크고 아마 무거울 것 같은데 과연 괜찮을까 싶었습니다. 그러나 전혀 비실대지 않네요. 역시 터보차답게 저rpm부터 터지는 풍부한 토크로 발진감이 우수합니다. 그렇다고 막 지려 밟아 고rpm까지 쏘아 붙여도 지치는 기색이 없네요. 토크 곡선에 엄청 플랫한 엔진이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그 덕에 가속은 그저 부족함 없는 정도가 아니라 재밌는 수준인데요. 체감 속도가 워낙 낮아서 그렇지 80-150도 가볍게 치고 올라갑니다. 아마 한 급 아래로 더 가벼울 제네시스(혼동되는 앞으로 DH라 부르겠습니다.) 3.8보다도 더 빠르지 않나 싶네요. 제 740Li랑 직접 달려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더군다나 터보차 치고 반응성도 괜찮습니다. 예전 현대차들이 간혹 가속 페달의 반응성이 떨어질 때도 있었는데, EQ900은 정말 많이 좋아졌습니다. 물론 요즘 차들 워낙 잘 만들어져서 터보렉도 거의 없습니다. 근데 싱글 트윈스크롤터보 달린 차보단 EQ900이 미세하게나마 더 좋습니다. 역시 트윈 터보가 반응성에는 더 우수한 것이 사실인가 보네요. 아마 조그마한 한 쌍의 터보차저도 공이 컸을 것입니다. 의아함이 부러움으로 바뀌는 순간이더라고요.
그렇다고 가벼운 느낌을 주며 고급차의 품위를 해치는 것도 아닙니다. 마음이 급해 조금 깊게 가속 페달을 밟아도 절대 경박하게 튀어가질 않고 진중하게 밀어줍니다. 이 정도는 되어야 고급차답다고 할 수 있죠. 개인적인 생각하지만 가속 페달 무게감 세팅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가볍지도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은 딱 적당한 감도인데 그 어떤 차보다 제겐 딱 적당했거든요. 그렇다고 움직임이 답답한 것도 아닙니다. 이건 순수하게 엔진 파워가 넉넉한 덕인데 그래서 제가 차량과 조합이 좋다고 표현한 것입니다.
단, 변속기는 EQ900이 달리는 차는 아니라는 걸 명백히 선 긋는 요소인데요.
일단 구성이 그렇습니다. 조이스틱 같은 전자식 기어레버는 요즘 이 정도 클래스에선 다 스탠다드인데요. 다만 EQ900의 경우 따로 수동모드가 제공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말하면 안 되겠고, 스티어링 휠 뒤에 패들쉬프트가 있으니 아예 없는 것 아니고요. 사실 패들쉬프트 달리면 기어레버에서 수동모드 사라지는 차량 많습니다. 벤츠 S클래스도 이 방식이고요. 다만 EQ900은 아예 수동으로 변속하는 모드 자체가 없습니다. 그저 패들쉬프트를 사용하면 잠시 동안 수동모드에 들어갔다가, 몇 분 뒤 D로 복귀하는 부가적인 기능으로써만 제공될 뿐이죠.
변속기가 가지고 있는 전체적인 성향도 스포티함과는 거리가 멀어요. 정말 한없이 부드럽고 느긋합니다. 보통 기어가 8단 수준으로 다단화 되면 일일이 변속하는 것보단 그냥 킥다운으로 몇몇 단을 스킵해서 가속하는 게 추월할 때 더 편리합니다. 근데 EQ900은 킥다운을 실시하면 최대한 부드럽게 소화하려고 노력하느라 그리 썩 시원스럽진 못합니다. 설마 가속할 때마저도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튜닝이었을까요? 그만큼 전반적으로 변속기 자체가 언제 변속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부드럽게 움직입니다. 생각해보면 이 차를 직접 모는 사람보단 뒤에 타고 다니는 사람이 더 많을 텐데, 이렇게 움직이는 게 풀사이즈 럭셔리 세단에겐 더 맞는 방향이겠네요. 그렇다고 변속할 때 그 자체가 느리다던가, 패들쉬프트로 기어를 내렸을 때 멍하다는 이야기는 아니고요. 성능의 문제보단 이 차의 방향성이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드라이빙 모드는 총 4가지로 제공됩니다.
에코/스마트/스포츠/인디비주얼로 나눠져 있고, 계기판에서 안내 불빛이나 LCD 배경색(에코 : 녹색 / 스포츠 : 붉은색)이 바뀌는 정도로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디비주얼 모드는 제 차가 아니라서 특별히 사용해보진 않았고요. 에코 모드는 잠깐 사용하다가 넘어갔습니다. 아시다시피 에코 모드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모드로 스로틀을 최소화해서 늦게 열고, 최고단 기어를 사용하는 모드인데요. 특히 현대 쪽의 경우 추월할 때나 오르막에선 다소 답답하기도 합니다. 보통은 이럴 때 일부로 버튼을 눌러서 노멀 모드로 사용하지요.
그런데 EQ900은 스마트 모드가 있어서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운전자 성향 따라 알아서 에코/노멀/스포츠로 제어한다는데 정말로 추월 시 답답하지 않았거든요. 그냥 스마트 모드에 놓고 쭉 사용했습니다. 스포츠 모드는 재밌는 게 엔진과 변속기만 제어하는 게 아니라 MDPS 세팅과 전자식 서스펜션, H트랙(4륜구동)의 성향까지도 바꾸는 걸로 아는데요. 근데 따로 와인딩 코스는 타지 않아서 모르겠고, 그저 서스펜션이 조금 단단해진 게 아닐까 기분 상 느꼈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건 제가 경험이 없었던 만큼 말을 아끼겠고요. 크게 느낀 건 변속기가 기본적으로 1, 2단은 낮게 사용하는 것 정도였습니다.
한편 연비도 궁금하실 텐데 따로 확인하진 못했어요. 그냥 연료 게이지가 4칸으로 표현되어 있으니 잘 안 떨어지는 것 같은 착각만 있을 뿐이었죠. 근데 가격표 보니까 EQ900은 기본이 4륜구동이네요? 연비에 불리할 텐데? 나중에 2륜도 추가되려나요?
N.V.H. : 분명히 조용한 건 맞는데 왜 이상한 욕심이 더 생길까요?
이건 아마 제가 EQ900은 아무 소리가 안 나야 한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사실 지적한 소음원은 없습니다. 지저분한 노면을 달릴 때 튀어 오른 이물질이 부딪쳐서 나은 하부 소음부터, 실내 어딘가에서 무엇이 변형되어 나오는 삐꺽거리는 잡음, 고속 주행 시 거친 풍절음까지 잘 억제되어 있으니까요. 현대차가 자랑하듯이 정말 터널에서 울리는 바람 소리마저도 정말 많이 잡혀 있었습니다. 오히려 다른 차 지나갈 때 그 소리가 더 크게 느껴지긴 하더라고요.
그저 딱 하나, 엔진 투과음은 완벽하게 숨기려고 노력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엔진음은 듣기 좋은 소리잖아요? 보통 요즘 나오는 차량 추세들도 그렇고, 당연히 독일산 차량들도 엔진음은 솔직한 편이죠. 그마저도 앞좌석에서 가속 페달은 제대로 눌러봐야 은은하게 들릴 정도이지, 뒷좌석에선 별 신경도 안 쓰일 정도로 작은 소리입니다. 이정도 체급이면 연료 직분사 시스템 특유의 찰찰대는 소리와 진동은 잡고 가야하고, 터보 특유의 고주파음마저 잘 잡아냈더라고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소리에 민감한 만큼 에쿠스는 전통적으로 소리에 대해선 참 잘 막아냈는데 EQ900도 그에 부끄럽지 않은 수준임은 분명합니다.
그런데도 왜 성이 안찰까요? 제 차라고 해서 엄청 조용한 것도 아닌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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