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롤스로이스 스펙터, 6억원대 최고의 사치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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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ecrmdyu 작성일 24-04-08 09:00 조회 273 댓글 0본문

롤스로이스 스펙터를 시승했다. 스펙터는 보트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된 2도어 쿠페이자 브랜드 최초의 전기차다. 스펙터는 롤스로이스 특유의 승차감과 여유로운 가속 성능, 실내 정숙성 등이 강점이다. 실주행 영역에서 주행거리도 만족스럽다. 슈퍼리치를 위한 전기차다.

롤스로이스는 스펙터에 대해 2008년 팬텀 쿠페 후속으로 첫 번째 전기차를 감성적으로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6월 스펙터를 아시아 태평양 지역 최초로 한국에 공개했는데, 한국은 지역 내 가장 많은 사전 주문을 기록했다. 가격은 6억2200만원부터다.

스펙터는 100%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럭셔리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다. 럭셔리 아키텍처는 8세대 팬텀, 컬리넌, 고스트 등 내연기관과 스펙터와 같은 전동화 모델을 고려해 제작됐다. 정교한 압출 가공 알루미늄 섹션, 통합된 배터리 등 강성은 기존 차량과 비교해 30% 향상됐다.

스펙터의 차체 크기는 전장 5490mm, 전폭 2015mm, 전고 1575mm, 휠베이스 3210mm다. 스펙터는 롤스로이스 기준 레이스보다 크고 팬텀 쿠페보다는 작다. 실제로 운전 중 전장보다는 전폭이 신경 쓰인다. 대부분 도로 차선에 꽉 차는데, 차선 이탈을 자주 확인하게 된다.

스펙터 외관은 현대 미술, 요트 등 다양한 세계에서 영감을 얻은 2도어 패스트백 디자인이 특징이다. 특히 공기 흐름을 위해 완만한 각도로 설계된 전면부 판테온 그릴, 윈드 터널 테스트를 거쳐 제작된 환희의 여신상 등 브랜드 역사상 가장 낮은 항력 계수 0.25Cd를 달성했다.

측면부는 긴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프로포션이 구현됐다. 루프부터 후면부까지 유려하게 떨어지는 실루엣은 스펙터의 강점이다. 양산형 2도어 쿠페 최초로 23인치 휠을 제공한다. 후면부에는 간결하게 디자인된 테일램프가 적용됐다. 차체 표면은 매끄럽게 마감됐다.

실내에는 롤스로이스 최초의 디지털 계기판, 터치 디스플레이, 영국의 맞춤 정장에서 영감을 얻어 새롭게 제작된 1열 시트 등이 배치됐다. 스티어링 휠 림은 기존 롤스로이스 차량과 비교해 두꺼운데, 스펙터는 오너가 직접 운전하는 차량으로 고객 의견을 반영해 설계된 것이다.

스펙터 실내 버튼 레이아웃은 전통적인 롤스로이스 스타일이다. 온도와 바람 세기를 조절하는 다이얼 방식은 직관적이면서도 클래식하다. 환희의 여신상이 각인된 다이얼 컨트롤러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다. 운전석 도어는 브레이크를 밟으면 자동으로 닫힌다.

2열 도어는 센터터널 버튼으로 닫을 수 있다. 스펙터 도어는 외부 도어핸들 터치시 자동으로 열린다. 실내에서는 도어핸들을 당기고 있으면 전자식으로 열린다. 스펙터 실내는 플라스틱 소재를 볼 수 없고, 부드러운 가죽과 나뭇결이 느껴지는 우드 소재는 아주 고급스럽다.

스펙터 시트 포지션은 상당히 낮다. 다만 긴 보닛을 가늠하기 위해 시트 포지션을 일반 차량보다 높게 잡는 것을 추천한다. 시트 착좌감은 단단한 편이다. 2열 공간은 1열 시트를 여유롭게 설정해도 키 180cm 성인이 앉기에 적당하다. 발 공간도 있고 헤드룸 공간도 넉넉하다.

2열 시트 등받이는 각도가 세워져 있고, 리클라이닝 기능은 없다. 2열 시트 등받이 각도가 높은 것은 롤스로이스의 전통 중 하나다. 2열에서도 1열 시트 조작이 가능하다. 2열 시트는 통풍이 포함된 1열 시트와 다르게 열선 기능만 제공한다. 스펙터는 4-ZONE 공조를 탑재했다.

스펙터는 전륜과 후륜에 전기모터가 각각 배치된 듀얼 모터 사륜구동 시스템으로 합산 총 출력 571마력, 최대토크 91.8kgm를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100km/h 가속까지 4.5초가 소요된다. 전비는 3.2km/kWh다. 스펙터 파워트레인 제원은 팬텀 V12 엔진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실제로 스펙터 가속 감각은 내연기관과 유사하다. 이질감이 적다. 대배기량 엔진 특유의 풍부하면서도 부드러운 가속감이 구현됐다. 가속 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급가속하는 일반적인 전기차와는 다르다. 모든 부분에서 럭셔리를 추구하는 롤스로이스의 전기차 방향성을 볼 수 있다.

스펙터의 공차 중량은 2945kg으로 성인 2명이 탑승하면 3000kg을 넘는다. 그럼에도 발진 가속은 물론 고속도로에서도 출력에 대한 부족함을 느낄 수 없다. 110km/h 주행 중 선행차 추월을 위한 급가속시 느껴지는 펀치력은 제원을 앞선다. 스펙터는 주행 모드 선택이 없다.

회생 제동 ON/OFF만 지원한다. 회생 제동 사용시 가속은 소폭 더뎌진다. 전기차 사운드는 하프 저음에서 영감을 받았다. 급가속시 사운드는 1열 스피커에서 2열 스피커로 이동해 입체적이다. 스펙터의 승차감은 고급스럽고 부드럽다. 롤스로이스 컬리넌 2열만큼이나 편하다.

요철과 작은 포트홀 등은 탑승객에게 큰 느낌을 전달하지 않고, 높은 과속방지턱도 아주 낮게 느껴진다. 고르지 못한 노면도 깔끔한 아스팔트를 주행하는 감각이다. 스펙터에는 인공지능 기술과 플레이너 서스펜션이 적용돼 둥둥 떠서 이동하는 듯한 승차감이 한층 강화됐다.

매직 보디 컨트롤 구현은 스펙터가 최상이다. 주행 속도 혹은 노면 상황에 따라 승차감은 조금 단단해지지만, 여전히 부드럽다. 그럼에도 고속 코너링에서 차체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지지하는 능력이 좋고, 연속된 코너링에서는 차체 좌우 롤링을 최대한 억제해 안정적이다.

고속에서는 차체가 지면으로 낮게 가라앉는 감각이다. 특히 고속 주행의 체감 속도는 계기판에 표시되는 것보다 한참 적다. 섀시의 완성도가 파워트레인 성능을 이긴다고 표현한다. 다만 고속에서 급제동시 차체 앞부분이 가라앉는 노즈 다이브와 제동 밸런스는 조금 아쉽다.

스펙터 스티어링 휠 기어비는 여유롭고 가볍다. 가벼운 스티어링 휠도 롤스로이스 헤리티지 중 하나다. 스티어링 휠 직결감은 BMW 맛이 섞여 있다. 스펙터 기본인 후륜 조향은 회전반경을 큰 폭으로 줄여줘 도심 주행과 주차에 부담이 없다. 고속에서는 사선으로 움직인다.

스펙터에는 102kWh 리튬 이온 배터리가 적용됐다. 1회 완충시 국내 주행거리는 복합 기준 383km다. 도심과 고속도로 위주의 약 185km 시승에서 배터리 사용은 45% 정도다. 단순 계산시 인증 거리를 넘어선다. 회생 제동을 1km도 사용하지 않았기에 효율은 더 높일 수 있다.

또한 스펙터는 환경부 기준 상온 대비 저온 주행거리가 97% 이상 유지됐다. 롤스로이스는 스펙터 첫 테스트 주행을 혹한기에서 진행하는 등 다양한 주행 환경에 노출했다. 스펙터는 200kW 급속 충전을 통해 배터리 10->85%까지 35분이 걸린다. 완속 충전은 최대 11kW다.

스펙터 실내 정숙성은 롤스로이스 내연기관 대비 더 좋다. 700kg에 달하는 배터리는 흡음재 역할을 한다. 노면 소음, 휠 하우스를 통해 들려오는 소음 차단은 완벽에 가깝다. 프레임리스 도어로 고속 풍절음은 일부 유입된다. 비스포크 사운드 시스템은 단점을 찾기 어렵다.

스펙터는 최상급 럭셔리 전기차를 기다려 온 고객에게 정답에 가깝다. 승차감과 정숙성, 실내 고급감, 외관 존재감은 물론 가격까지 경쟁 모델이 없다. 롤스로이스 최초의 차로 유지 보조도 눈에 띈다. 완충을 기준으로 롤스로이스 V12 모델과 주행가능 거리도 유사해 보인다.
김한솔 기자 〈탑라이더 hskim@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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