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아이오닉9, 승차감 좋은 차세대 대형 S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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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아이오닉9 캘리그래피 HTRAC2를 시승했다. 아이오닉9은 현대차 플래그십 전기차로, 전기차 생산 노하우를 집약한 결과물이다. 특히 전기차 특유의 저렴한 실내 소재를 개선하고, 좋은 승차감을 확보하는 동시에, 파워와 효율을 함께 고려한 AWD 설계는 높게 평가받을 만 하다.


현대차는 글로벌 전기차 생산에 있어 선도 기업으로 분류된다. 배경에는 크로아티아의 전기 슈퍼카 브랜드, 리막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발빠른 투자가 2019년 5월, E-GMP 플랫폼 공개가 2020년 12월, 이후 E-GMP 기반 아이오닉5 공개가 2021년 3월이다. 돌이켜봐도 숨가쁜 일정이었다.


현대차그룹이 E-GMP 플랫폼을 공개하고 E-GMP 전기차를 생산한지 만 4년이 지났다. 당시 계획으로 2024년까지 현대차는 준중형 CUV(아이오닉5), 중형세단(아이오닉6), 대형 SUV(아이오닉9)의 3종, 기아는 2027년까지 CV(EV6)를 비롯해 고성능 모델까지 7종의 전기차 계획을 밝혔다.


현대차의 E-GMP 전기차 1차 로드맵은 아이오닉9을 통해 완성됐다. 후속 플랫폼은 eM과 eS, eM 플랫폼은 2025년 이후 선보일 전기차에 적용되며, 기본형은 현대차와 기아에, 고급형은 제네시스에 탑재된다. eS는 PBV에 적용되는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이며, 모두 통합형 아키텍처(IMA)다.


아이오닉9은 E-GMP 플랫폼의 최종형 성격이다. 아이오닉9 개발시 중점을 둔 부분은 전기차(EV) 고객 니즈 부문에서 주행거리(AER, All electric range) 확보와 NVH 성능 확보, 그리고 대형 SUV 고객 니즈 부문에서 승차감과 카고/토잉(2.5톤) 용량 확보다. 까다로운 조건들을 만족해야 한다.


시승차는 아이오닉9 캘리그래피 HTRAC2 6인승 모델이다. 최상위 캘리그래피 트림에 성능형(157kW 전륜 모터) 4WD 시스템이 적용된 모델이다. 외관 디자인은 아이오닉9의 시그니처 컬러 조합인 이오노스피어 그린 펄 외장 컬러와 코냑 브라운/크리미 베이지 투톤, 구성이 고급스럽다.


전면부는 수평형 픽셀 LED 주간주행등과 범퍼에 위치한 세로형 스몰 큐브 LED 헤드램프로 구성된다. 단정한 느낌이지만 포인트 디자인의 부재는 아쉽다. 후면부는 픽셀로 구성된 아치형 리어램프가 눈에 띈다. 외관 디자인의 백미는 후측방에서의 프로포션인데 램프류가 받쳐주지 않는다.


측면에서는 긴 휠베이스와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실루엣을 어색하지 않게 완성했다. 후방 상단에서 보여지는 실루엣은 보트처럼 뒤가 좁아지는 형상인데, 이와 함께 리어 펜더의 볼륨감을 살려 후측방에서 보는 맛이 있다. 전장 5060mm, 전폭 1980mm, 전고 1790mm, 휠베이스 3130mm다.


실내는 수평형 대시보드와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통해 개방감이 강조됐다.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한 디자인을 통해 아늑한 느낌을 전한다. 앰비언트 라이트가 적용된 부분에서 소재감을 살린 점은 EV9 대비 앞서는 부분이다. 3열 공간의 헤드룸을 비롯한 거주성은 신형 팰리세이드를 앞선다.


아이오닉9에는 110.3kWh 리튬이온 배터리팩이 기본으로 적용된다. 싱글 전기모터는 후륜구동으로 공차중량 2510kg, 최고출력 160kW(218마력), 최대토크 35.7kgm, 복합 주행거리 532km, 시승차는 성능형 4WD로 2675kg, 315kW(428마력), 71.4kgm, 복합 501km(도심 544, 고속 449)다.


제원상 특이사항으로는, 2WD 모델은 19인치 휠 모델의 전비와 주행거리가 우세하나, 항속형 4WD(HTRAC1)와 성능형 4WD(HTRACT2)는 19인치와 21인치 모델의 전비와 주행거리가 동일하다. 또한 항속형 4WD와 성능형 4WD도 전비와 주행거리가 동일하다. 참고할 필요가 있다.


운전석에서의 시트포지션은 여느 대형 SUV와 다르지 않다. 시트가 살짝 높게 느껴지는데, 인테리어와의 어울림이 좋아 안정적이다. 전방은 물론 측후방 시야가 좋다. 디지털 사이드미러는 풍절음을 줄여주나, 여전히 거리감에서는 부족하다. 가파른 A필러로 선바이저가 다소 가깝다.


일상주행에서 실내 정숙성은 대단히 좋은 수준이다. 외부 소음을 차단하는 것을 넘어서 적막한 느낌도 든다. 중간 트림부터 기본 사양인 보스 사운드 시스템은 현대차 라인업 중에서는 가장 풍부한 소리를 낸다. 보스 오디오에는 액티브 로드 노이즈 컨트롤과 액티브 사운드가 포함된다.


가상 기어 변속(VGS)은 HTRAC2와 보스 사운드가 동시에 적용될 경우 별도의 구독 서비스로 제공된다. 아이오닉5의 방식과 유사한데, 회생제동을 조절해 변속감을 연출한다. 가속시 보다는 감속시 다운시프팅 감각과 사운드를 강조했다. 회전계까지 계기판에 보이는데, 가격은 10만원이다.


가속시에는 매끄럽게 가속을 진행한다. 가속시 과도한 초반 토크를 제어해 부드러운 가속을 유도한다. 8기통 내연기관 SUV의 여유롭지만 부드러운 가속감을 닮았다. 풀가속시에는 막강한 가속력을 보여준다. 성능형 4WD 기준 100km/h 가속은 5.2초, 풀가속시에도 거동이 안정적이다.


아이오닉9의 승차감은 부드러운 셋업에 가깝다. 일상주행에서의 부드러운 움직임과 쇼크 처리에 집중한 모습이다. 다만 과격한 주행에서는 단단한 감각이 분명 남아있다. 먼저 출시된 EV9이 강건한 주행감각에 부드러움을 가미했다면, 아이오닉9은 부드러운 가운데 단단함이 엿보인다.


아이오닉9과 EV9의 하체 셋업은 접근 방향의 차이일뿐 근본적으로 드라미틱한 차이는 없지만, 일상주행 기준으로 상당히 다른 승차감 평가가 예상된다. 굽은 길을 빠르게 진입하면, 코너링 중간에 코너 안쪽으로 차체가 감기는 토크 벡터링을 구현한 점은 의외로 스포티한 감각이다.


최소회전반경은 늘어난 휠베이스를 고려하면 상당히 개선됐다. 별도의 장비가 추가되지 않았지만 조타각을 늘리는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적어도 후진주차시 이상한 궤적을 그리지는 않는다. 디지털 사이드미러의 돌출된 크기를 비약적으로 줄여 주차시에도 접히지 않는 방식이다.


초고속주행시 전비가 의외로 좋은 모습을 보이는데, 아이오닉9에 듀얼 커패시터(Capacitor)가 적용됐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커패시터 특성에 따라 도심주행에서 고효율을 내거나, 고속주행에서 높은 효율을 보이는데, 모두를 만족시킨다. 전륜에는 디스커넥트 액추에이터가 적용됐다.


아이오닉9(7941만원)과 신형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6326만원)의 가격차이는 6~7인승 2WD 캘리그래피 기준 1500만원 수준이다. 신형 팰리세이드 터보(5706만원)와는 2200만원 전후다. 아이오닉9 기본형(6715만원, 7인승 익스클루시브)의 가격이 내연기관차에 근접한 점은 이색적이다.


아이오닉9은 전기차로서 동급 내연기관차에 준하는 가격과 상품성을 갖춘 최초의 전기차로 생각된다. 내연기관 3열 대형 SUV 풀패키지 구매시 7천만원 전후의 비용을 고려할때, 아이오닉9의 가격대는 사정권에 들어온다. 현대차의 E-GMP 기반 전기차 마지막 라인업으로 완성도가 좋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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