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랜드로버를 대표하는 최고급 모델은 레인지로버다. 그리고 오프로드 주행성능에 초점을 맞춘 것이 디스커버리로 분류된다. 또한 파격적인 디자인과 새로운 라인업의 추가 등 랜드로버의 변화를 이끄는 모델이 레인지로버 이보크다.

그에 비해 랜드로버의 입문형 모델 프리랜더에서 떠오르는 것은 많지 않다. 투박하며 고급스럽지도 않다. 온로드와 오프로드 성능도 평범하다. 그렇다고 가격 경쟁력이 높지도 않았다. 때문에 국내시장에서 월 평균 20대 정도만 판매하는데 그쳤다. 랜드로버 라인업 중 가장 낮은 실적이다.

그런 랜드로버의 입문형 모델이 프리랜더라는 이름을 버리고 디스커버리 스포츠로 태어났다.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프리랜더의 바통을 이어받아 입문형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테스트에 나섰다.

디자인은 부드러움을 추구한다. 우락부락한 모습 대신 곡선을 강조했다. 이보크와는 다른 볼륨감이다. 랜드로버는 이를 ‘랩 어라운드 디자인’이라고 표현한다. 헤드램프는 제논(xenon)이 기본이다.

도심형 SUV의 모습이지만 오프로드 주행에 대비한 기본 구조도 갖췄다. 지상고 212mm, 접근각 25도, 이탈각 31도를 가지며, 도강 능력은 600mm 수준이다. 이런 수치를 공개하는 것도 경쟁모델대비 오프로드 능력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실내는 상당히 넉넉한 편에 속한다. 공간만으로 따지면 입문형 모델보다 윗급으로 느껴질 정도다. 2열 시트를 앞뒤로 160mm까지 이동시킬 수도 있다. 이는 필요에 따라 트렁크 공간을 확장하거나 뒷좌석 레그룸 확보 때 쓰인다.

국내 모델은 5인승만 판매된다. 해외 시장에서는 5+2 형태의 3열시트를 갖춘 모델도 판매되고 있다. 국내서도 3열시트를 바라는 수요층이 많다. 충분한 인기를 누릴 수도 있다. 이 급에서 유일하게 3열시트를 갖춘 모델이 되기 때문이다.

인테리어 디자인도 많이 세련된 모습이다. 물론 센터페시아는 다소 투박해 보인다. 벨트라인 쪽으로 올려놓은 윈도우 스위치는 독특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윈도우를 조작하기 위해서 팔을 많이 올려야 하기에 조작성이 떨어진다. 버튼 디자인도 10년전 BMW X5에서 가져온 것을 그대로 쓰는 것 같은 느낌이다.

도어 포켓을 비롯해 차량 곳곳에 다양한 수납공간을 마련했다는 점이 좋다. 8인치 컬러 스크린, 후방카메라, 전동식 테일게이트 등도 기본이다. 보행자 에어백도 랜드로버 모델 최초로 장착했다. 입문형 모델이지만 구성은 좋다.

테스트 모델은 6,660만원의 HSE 럭셔리 트림이다. 기본형 모델에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와 무드 조명, 16개 스피커를 갖춘 메리디안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 등의 장비가 추가됐다. 그리고 6,660만원의 가격표를 달고 있다. 구성은 좋다지만 많이 비싸다. 프리랜더 최상위 트림은 5,900만원에 판매됐었다. 760만원이나 오른 것이다.

그럼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차 값을 해낼까?

시동 버튼을 누른다. 2.2리터 디젤엔진의 회전이 주행 준비를 하고 대기 중이다. 이 엔진은 190마력과 42.8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참고로 현재는 후기형 모델이 판매되고 있으며, 구형 엔진대신 2.0리터 신형 디젤엔진이 장착된다. 물론 유로6 기준 때문이다. 이 엔진은 180마력으로 출력이 하락했지만 토크가 43.9kg.m로 늘었다. 제원상의 가속성능은 두 엔진 모두 동일하다.

아이들링 상태의 정숙성 점검결과 약 45.5dBA의 소음 수준을 보였다. 디젤임을 감안해도 높은 그룹에 속한다. 재미있는 부분은 소음은 높지만 듣기 거북한 ‘겔겔’거리는 소리를 억제시켰다는 점이다. 스티어링휠과 시트에서 느껴지는 진동도 적은 편이다.

하지만 시속 80km로 정속주행하는 환경에서 61.5dBA의 소음 정도를 기록했다. 승용차들의 평균치인 60dBA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특히 노면 소음이 크게 들려온다.

주행하면서 느껴지는 엔진의 느낌은 좋다. 수치적으로 190마력과 42.9kg.m를 발휘해 힘의 아쉬움도 크지 않고 부드러운 회전 질감도 만족스럽다. 2.0리터 인제니움 디젤 엔진의 경우 재규어 XE를 바탕으로 봤을 때 보다 부드럽고 정숙한 모습이다.

승차감은 부드러움에 초점이 맞춰진다. 오프로드 주파능력을 겸비해야 하는 모델인 만큼 당연한 설정이다. 이와 함께 스티어링휠과 페달도 가벼운 편에 속하기 때문에 조작자체는 편하다. 여성 운전자들이 반길만한 부분이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엔진의 출력을 끌어내본다. 반박자 정도 정적이 흐른 후 본격적인 힘이 발휘된다. 디젤 특유의 토크감이 느껴지지만 점잖게 속도를 올리는 성격이다. 우리팀이 측정한 차량 중량 측정 결과는 2톤이었다. 또한 4륜구동 시스템까지 갖췄으니 가속감의 둔화가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매 변속 때마다 소요시키는 시간도 긴 편이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측정했다. 결과는 8.98초. 이는 제조사 발표치인 8.9초와 유사한 수준이다. 차량의 무게를 생각했을 때 충분한 가속력이다.

제동력도 무난하다. 시속 100km에서 정지까지 이동한 거리는 40.9m로 나타났다. 부드럽고 스트로크가 긴 서스펜션을 갖추고 있어 급제동시 노즈다이브가 다소 부각되긴 한다. 그럼에도 제동 안정성은 좋았다. 스티어링이 좌우로 흔들리거나 불안한 거동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브레이크 페달을 끝까지 밟는데 필요한 힘도 크지 않았다. 누구나 쉽게 큰 제동력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고속주행 능력도 무난하다. 속도를 높이면 시속 170km까지 어렵지 않게 가속된다. 차체가 낮은 세단이나 쿠페보다는 부족한 안정감이지만 SUV로는 충분한 수준이다. 넓은 시야도 고속주행에 도움을 주는 요소다.

마지막으로 와인딩 로드를 달렸다. 차량 특성상 한계는 분명하다. 아무래도 바디 롤이 많았으며 스티어링휠의 조작 범위도 넓었다.

하지만 핸들링 성능은 나쁘지 않았다. 차체를 단단하게 지지해주는 느낌은 아니지만 핸들링 자체는 무난했다는 것이다. 묘한 셋업이다. 새로운 서스펜션의 적용을 통해 민첩성을 높였다는 랜드로버의 설명이 어느 정도 수긍된다.

코너를 돌아나가는 위해 스티어링휠을 조작한다. 역시나 가벼운 답력이다. 물론 오프로드 주파 성능을 위한 설정이다. 하지만 SUV를 구입하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온로드만 주행한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조금 묵직한 답력을 설정해도 좋을 것 같다. 혹은 주행 조건에 변동되는 시스템을 장착해도 좋을 것 같다. 스티어링휠의 답력도 심리적인 안정감 향상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다만 주행 안전장치인 DSC의 작동이 거칠다. 최근 대부분의 모델은 운전자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부드럽고 안정적으로 개입하지만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너무나 급작스럽게 작동한다. 주행 중 DSC가 개입하면 마치 코너링 중 급브레이크를 조작한 것처럼 속도가 확 줄면서 차체가 휘청거린다. 물론 롤링을 억제해주는 RSC(Roll Stability Control)와 연동되어 작동하는 특성이긴 하다. 하지만 이런 특성이 운전자를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세련된 제어가 가능하도록 조율해야 할 것 같다.

가벼운 오프로드에 들어선다. 부드러웠던 서스펜션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다양한 굴곡을 지나는 환경에서도 차체의 기울어짐은 최소화된다. 하체가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차체의 일정한 자세를 유지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 풀/자갈/눈, 진흙, 모래의 4가지 지형조건을 선택할 수 있는 터레인 리스폰스(Terrain Response) 시스템은 초보 오프로더의 주행 능력을 전문가급으로 키워준다. 물론 입문형 모델로써의 한계는 있지만 여타 SUV와는 차별화된 오프로드 성능이다. 지프 레니게이드와의 오프로드 성능 대결을 한다면 어떨까?

다양한 주행 환경서 연비를 테스트한 결과 고속도로 100~110km/h로 주행하는 조건에서는 약 17km/L를 전후하는 연비를 나타냈으며 80km/h의 속도로 정속 때 약 19km/L 부근의 연비를 기록했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연비다. 디젤엔진과 9단 변속기까지 갖췄음에도 2톤이 넘는 무게와 4륜구동에 의한 동력 손실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체구간 상황인 평속 15km/h의 주행환경에서는 12.8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스톱/스타트 기능 덕분에 효율이 올라간 것이다. 다양한 환경서 주행해도 평균 15km/L 이상의 연비를 보였다. 실연비의 만족감은 충분하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외관처럼 둥글둥글한 주행 성격을 갖는다. 정확한 일부 소비자만을 타깃으로 하기보다 누구나 접근하기 쉬운 입문형 SUV의 성격을 갖게 된 것이다.

부드러운 주행감각은 세단과 별반 차이 없는 수준이었으며 단단한 승차감을 보이는 일부 도심형 SUV 대비 유리한 입장이 될 수도 있다. 여기에 레포츠를 좋아하는 소비자도, 여행을 좋아하는 소비자도, 단순 출퇴근만 하는 소비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접근성이 좋다는 것이다.

다만 이 접근성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다. 바로 가격이다. 기본형 모델이 5,960만원, 상급트림은 6,660만원이다. 물론 구성과는 어울리지 않게 6,600만원부터 시작하는 고가의 이보크보다는 낮은 가격이지만 가격에 대한 아쉬움만은 분명하다. 특히나 6천만원대에서 구입할 수 있는 수입차가 매우 많다. 벤츠, BMW, 아우디의 미드사이즈 세단을 선택할 수 있으며, SUV를 좋아한다면 지프 그랜드 체로키나 렉서스 NX로도 접근할 수 있다.

사실 랜드로버는 비싼 가격을 갖고 있다. 아무래도 제한적인 소비자 층을 상대하기 때문일 수도있다. 하지만 가격 경쟁력을 갖춤으로써 더 많은 소비자들과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가격만 제외하면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랜드로버에서 내놓은 아주 괜찮은 차다. 실제로 지난 5월 출시 후 10월까지 710대나 팔렸다. 가격이 좋다면 상승세를 더 길게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재규어랜드로버 코리아가 욕심을 버리고 공격적인 가격정책을 펼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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