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BMW 528i, F10 5시리즈의 완성형

일단 BMW에 오르면 평소보다 시트포지션을 바짝 앞으로 당긴다. BMW가 주는 긴장감은 남다르기 때문이다. 차체는 갈수록 커지고 엔진은 작아짐에도 BMW는 스티어링의 감각을 잘 고수하고 있다. 또 이를 브랜드 정체성으로 잘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BMW를 탈때면 언제나 기대감을 갖는 동시에 엄혹한 기준으로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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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면에서 승차감이나 연료효율에 충실한 520d는 다소 실망이었다. 충분히 훌륭한 차지만, BMW에게 응당 바라는 '짱짱함'이나 '짜릿함'은 느끼기 힘들었다. 그뒤로 5시리즈는 한차례 부분변경을 거쳤다. 겉모습은 큰 차이가 없지만 완전히 새로운 엔진이 적용됐다. 특히 528i에는 ‘실키식스’란 애칭으로 불리던 직렬 6기통 엔진이 사라졌다. 그리고 국내 판매되는 BMW 브랜드의 모든 엔진이 터보로 바뀌었다. 

# 새로운 시대, 새로운 엔진

실키식스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535i에는 여전히 직렬 6기통 엔진이 실린다. 그 아래 모델에는 새로운 2.0리터 4기통 터보 엔진이 올라가고, 상위 모델에는 V8 터보 엔진이 장착된다. 5시리즈의 라인업이 웬만한 브랜드 전차종에 버금갈 정도로 세분화되면서 다양한 엔진으로 차별화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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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8i의 새로운 엔진은 배기량을 낮춤과 동시에 터보 차저가 적용됐다. 작고도 성능이 출중한 엔진을 요구하는 시대고 여기엔 터보 차저가 필수라서다. BMW는 누구보다 터보 차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브랜드다. F1에서 터보 엔진으로 처음 우승을 차지한 것도 BMW였다. 그들은 배기량과 관계없이 터보 차저를 통해 원하는 만큼 힘을 뽑아낼 수 있는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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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키식스에 대한 향수가 있을 뿐 신형 엔진의 부족함은 느낄 수 없다. 오히려 크기는 작지만 힘은 더 세졌다. 더욱이 힘이 발휘되는 영역도 넓어졌다. 

계기바늘은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인다. 터보 차저가 장착됐음에도 예전 엔진만큼 회전수를 높일 수 있고, 가솔린 엔진 특유의 까랑까랑한 음색도 여전하다. 특정 영역대를 넘어서야 힘이 발휘되거나, 고회전에서 주춤하는 모습도 없다. 어느 시점에서나 생기가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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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솔린 엔진과 디젤 엔진은 서로의 장점을 공유하며 점차 성격이 비슷해지고 있다. 528i의 터보 엔진은 마치 디젤 엔진처럼 낮은 속도에서도 불끈불끈 힘을 낸다. 처음부터 꽤 강력한 토크를 뿜어내고 한계점에 가까워져도 지친 기색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엔진의 반응이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는 점도 놀랍다. 

환경만을 생각하는 엔진 다운사이징이 능사는 아니다. BMW는 이에 확고한 철학이 있다. 배기량을 낮추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개선했지만 성능을 양보하진 않았다. 말이 쉽지 기술력이 따라 주지 않으면 못할 일이다. 

# BMW는 사용하기 나름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콘트롤은 에코 프로,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등 총 네가지 주행모드를 지원한다. 각 모드에 따라 주행성격은 확연하게 변한다. 핸들 감쇄력만 바꾼다거나, 변속 시점만 제어하는 '무늬만 스포츠' 모드와는 차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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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효율이 극대화된 에코 프로는 공조장치와 시트, 사이드 미러 히팅에 필요한 전력을 최대한 줄여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한다. 가장 주목할 점은 코스팅 기능. 시속 50-160km 사이에서 주행 중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즉시 동력계와 차단돼 엔진브레이크 없이 관성을 극대화 하며 나아간다. 오토 스타트-스톱과 함께 연료효율을 높이는 일등공신이다.

컴포트 모드는 일반적인 국내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할 모드다. 느긋하고, 부드럽다. 때론 푹신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8단 변속기와 가장 잘 궁합이 맞는 모드다. 생기 넘치는 엔진의 힘을 차근차근 바퀴로 전달한다.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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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모드로 설정하면 10.25인치 LCD 디스플레이의 그래픽이 붉게 변하며 비로소 본색을 드러낸다. 물 흐르듯 진행되던 변속은 투박할 정도로 단계를 밟고 올라간다. 저속에서도 엔진회전수를 최대한 높인다. 부드럽던 서스펜션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단단하게 차체를 부여잡는다. 본격적인 고성능 세단과 비할바는 아니지만, 528i는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극한에서의 움직임과 반응을 운전자에게 솔직하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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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는 꽁무니를 살짝 돌려버릴 수 있을 정도의 힘과 50:50의 무게 배분을 가진 후륜구동차가 주는 즐거움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다.

하지만 5시리즈는 확실히 크다. 경쾌하게 와인딩을 즐기기엔 부담스럽다. 또 스포츠 모드를 통해 차의 성격이 크게 변한다 해도 산길에서는 한계가 쉽게 찾아온다. 한쪽으로 쏠린 무게중심을 되돌리는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연속되는 코너나 헤어핀 탈출 순간에서는 육중함을 숨기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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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하게 내실 다듬기

국내 수입차 시장은 유독 대형차의 판매가 두드러진다. 웬만한 대형 수입차는 전세계 판매순위 다섯 손가락에 꼽힌다. 그러다보니 528i 정도는 아주 표준적인 세단으로 여겨졌다. 실제로 부분변경 이전의 5시리즈는 상위 모델이 아니면 특히 내세울 것이 없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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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해 9월 출시된 부분변경 모델은 기본적인 패키지가 무척 좋아졌다. 528i의 경우 7시리즈에 적용되던 LCD 디스플레이나, 어라운드뷰 모니터, 헤드업 디스플레이, 터치패드가 적용된 iDrive, 전동식 트렁크, 컴포트 액세스, 무드등 등이 기본으로 적용됐다.

키드니 그릴과 앞뒤 범퍼, 헤드 및 리어램프의 디자인이 조금씩 변경됐지만, 쉽사리 알아채기 힘들다. 실내 디자인의 변화도 미미하다. 실내 디자인은 대대적인 변화를 겪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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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부족하지는 않은 뒷좌석 공간이지만 경쟁 모델들이 워낙 넓어진 탓에 상대적으로 좁게 느껴질 수 있겠다. 트렁크 공간도 좁은 편이어서 골프백 한개를 넣더라도 나름대로 연구가 필요한 정도다. 

# F10 5시리즈의 완성형

최근들어 BMW는 빈 숫자를 하나씩 채움과 동시에 기존 모델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부분변경이나 세대 교체의 주기도 짧아졌다. 소비자들의 취향은 예전보다 훨씬 빠르게 변하고, 덩달아 눈도 높아지고 있다. 이젠 3년 또는 7년 주기로 실시하던 변경으로는 그들의 부족함을 달래기 힘들다. 또 각종 규제도 엄격해지면서 세대교체 시기에 맞춰 신형 엔진을 내놓기도 힘든 상황이 됐다.

발빠른 BMW는 그때그때 부족한 점을 개선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세대교체가 예전같은 파급력은 없지만 그동안 꾸준하게 개선한만큼 완성도 면에서는 부족함이 없다. 그래서 풀체인지 직전의 ‘말년’ 모델도 허술하지 않다. 오히려 진정한 그 세대의 완성형이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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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면에서 시승한 2014년형 528i는 F10 5시리즈의 완성형에 가까운 모델이다. 세대교체까지 2-3년이 더 남았지만 앞으로 여기서 더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굳이 현재 모델에서 무엇을 추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상품성이 우수하고, 가격도 허무맹랑하지 않다. 많은 브랜드들이 ‘타도 5시리즈’를 목놓아 외치지만 그것이 설득력 있게 받아지기 위해서는 정말 각고의 노력이 필요할 것만 같다. 

* 장점

1. 핵심은 엔진 교체, 중심은 8단 자동변속기.

2.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콘트롤은 긴 이름값을 한다.

3. 기본으로 적용된 편의사양이 대폭 늘었다.

* 단점

1. 지도는 눈에 확 들어오나, 안내가 친절하진 않다.

2. 크기에 비해 뒷좌석과 트렁크가 좁은 편이다. 

3. 기본 오디오 시스템의 성능. 그러고보니 세가지 모두 5시리즈의 고질적인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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