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볼보, XC90 T6 & T8


중국 지리 자동차가 볼보를 인수한 후 처음 내놓은 모델이 XC90이다. 회사를 되살리는 것은 물론 추락한 이미지까지 되살려야 했던 막중한 임무를 가졌던 것이 바로 XC90이었다. 당연히 볼보도 자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지금, 볼보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안착했고 다양한 상품들이 저마다 인기 차종으로 분류되어가고 있다. 특히 인기 모델 XC40이나 크로스컨트리 V60은 지금도 계약 후 1년 뒤에나 대면할 수 있다.

이제 시간이 흘러 XC90도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됐다. 국내는 페이스리프트 된 XC90가 먼저 들어왔는데, 해외 시장은 S90, 크로스컨트리 V90까지 모든 90 클러스터 모델이 변화를 겪었다.

하지만 첫 대면한 XC90. ‘이게 페이스리프트인가?’하는 생각을 했다. 일부 팀원은 차가 잘못 온 것이 아니냐 농담도 건넨다. 요즘은 페이스리프트에서 큰 변화를 주는 경우가 많기에 다소 아쉽다는 생각이 커진다.

지금은 SUV 전성기다. XC90은 메르세데스-벤츠 GLE, BMW X5, 아우디 Q7, 렉서스 RX, 재규어 F-페이스, 링컨 노틸러스 & 에비에이터, 폭스바겐 투아렉 등 많은 모델과 승부해야 한다. 경쟁차들도 페이스리프트 또는 모델 체인지가 됐다. 여기에 국산 제네시스 GV80까지 나왔다. 사실상 해외에서 제네시스의 밸류는 볼보 대비 크게 떨어져도 여기는 한국 시장이다. 새로운 XC90에게 일부 부담을 주는 모델 중 하나다. 다시 초점을 XC90에 맞춰보자. 여전히 XC90은 살만한 모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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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기존 모델과 거의 같다. 그래도 금속 장식으로 꾸며진 그릴, 카메라 일체형 볼보 엠블럼, 범퍼 부위에 금속 장식을 넣어 변화를 주려 했다. 측면은 도어 하단에 가로줄 금속 장식을 추가한 정도다. 휠 디자인이 달라지긴 했다. 후면은 기존 원형 머플러를 사다리꼴 형태로 바꿨다. 해외 시장에서는 R-디자인 패키지로 조금 더 멋스러운 외관을 보여준다. 국내서도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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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도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기존 상급 모델에서만 선택할 수 있었던 천연 호두나무 장식을 기본 적용했다. 나뭇결 방향까지 맞춰 세심하게 마감한 부분이 눈에 띈다. 고급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이러한 세세한 부분에 감동받는다. 기존 D5 모델에 적용된 유광 우드 트림은 오래전 자동차에서 쓰인 우드 느낌 같았는데, 이번 호두나무 장식은 실제 나무의 질감까지 잘 살렸다.

계기판에는 12.3인치 디스플레이를 썼다. 계기판 테마 변경 기능이 좋지만 디스플레이 크기가 타사 모델 대비 작은 편이다. 또한 다양한 컨텐츠를 보여주는데 제한적인 모습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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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는 9인치. 역시 크지 않다. 하지만 타사와 달리 볼보가 쓰는 터치 패널만의 특징이 있다. 보통은 정전식 혹은 감압식으로 터치를 한다. 하지만 볼보의 것은 적외선 방식이다. 손가락은 물론 다양한 물건을 써도 터치가 된다. 금속, 나무, 종이, 플라스틱 등 가리는 것이 없다.

시트도 좋다. 착석감도 물론이며, 통풍, 열선에 앞좌석 마사지 기능도 있다. 운전석에서 조수석 시트를 조작 할 수도 있고 쿠션 익스텐션 기능까지 있다. 특히나 마사지 기능이 의외로 쓸 만한데, 제법 시원하다.

뒷좌석 공간도 넉넉하다. 시트백 각도 조절과 슬라이딩도 된다. 슬라이딩 기능은 3열 탑승자의 레그룸 확보에 도움을 주기에 7인승 모델에 있어서 의미가 더 커진다. 여기에 2열을 이용하는 어린이가 안전하게 탑승할 수 있도록 부스터 시트도 달았다.

3열 시트도 갖춰지는데, 성격상 성인보다 키 170cm 미만의 아이들이 탑승하기에 알맞은 공간이다. 물론 170cm라는 수치도 볼보로부터 나온 것이다. 만약 성인도 편안하게 승차할 수 있는 SUV를 원한다면 어퍼 미들급이 아닌 대형급을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같은 등급을 기준으로 볼 때 XC90은 적정 수준 정도는 보여준다. 송풍구와 컵홀더도 있다.

현재 XC90 라인업은 가솔린 T6를 중심으로 디젤 D5,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T8으로 나뉜다. T8은 측면에 배터리 충전을 위한 충전구를 마련한 것이 특징이다.

실내에도 차이가 있는데, T8 실내는 디자인을 바꾼 오레포스(Orrefors) 크리스털 기어 레버가 눈길을 끈다. 변속도 D5, T6와 달리 전자식을 쓰는데, P에서 D로 조작하려면 N을 거쳐 D로 가야 한다. 두 번 조작한다는 것. D에서 R로 바꿀 때도 두 번 조작한다. 예쁘지만 조작성이 살짝 아쉽다는 얘기다.

뒷좌석 센터터널 높이도 다르다. 스페어 타이어가 있던 자리에 리페어 킷이 들어간다는 것도 차이점. 나머지는 모두 같다.

볼보 상급트림(인스크립션 트림)에는 바워스&윌킨스(Bowers & Wilkins) 사운드 시스템이 탑재된다. 19개 스피커 개수를 떠나 음질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음량을 최대로 키우면 조금 찌그러지는 느낌이 들지만 이를 제외한 일반적 환경에서 부족함은 없다.

정숙성을 위해 전후면 모두 이중 차음 유리를 사용한 것도 특징이다. 부가적인 기능으로 자동 주차 기능이 있는데, 국내 좁은 주차환경에서도 좋은 성능을 내줬다. 주차 자리를 인식하는 능력도 좋았다. 사용법에만 익숙해진다면 의외로 많이 쓰일 기능이다.

물론 소소한 단점도 있다. 스티어링 휠 조절을 수동으로 해줘야 하는 것. 가격을 생각했을 때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나 3명의 시트 저장 정보 기능을 갖춘 모델이기에 아쉬움이 더 커진다.

주행을 시작하기 전에 무게부터 측정했다. 우리 팀이 기존에 테스트했던 모델은 디젤 엔진이 탑재된 D5 모델이었다. 이번엔 페이스리프트 된 T6와 T8이다.

측정 결과 T6는 2122kg, T8은 2357kg 수준의 몸무게를 보였다. D5(모멘텀 트림)가 2080kg이었으니 꽤 무거운 몸무게다. 참고로 메르세데스-벤츠 GLE 450 4MATIC은 2279kg, Q7 45 TFSI 콰트로는 2047kg 내외 수준을 보인 바 있다.

T6와 T8 엔진 모두 2.0리터 가솔린 엔진을 기초로 한다. T6는 슈퍼차저와 고압 터보차저를 사용하며, T8은 여기에 배터리와 전기모터를 더한 것이다. T6 모델은 320마력과 40.8kgf.m의 토크를, T8은 87마력과 24.5kgf.m의 토크를 내는 전기모터가 추가된다. 시스템 출력은 405마력이다. 2.0리터 엔진에서 너무 쥐어짜내는 것 아니냐고? 걱정할 것 없다. 볼보의 드라이브-E 엔진 블록은 설계상으로 450마력까지 대응할 수 있다. 또한 하이브리드가 아니라도 이미 순수 내연기관만으로 367마력 수준의 성능을 뽑아낸 이력도 있다. 국내도 들어온 S60, V60 폴스타를 통해서다.

T6나 T8 모두 2.0리터 급 엔진을 쓴다는 느낌이 적을만큼 충분한 힘을 냈다. 묵직한 듯 고급스러운 주행감각도 잘 전달했다. 특히 T8에 탑재된 에어 서스펜션은 좋은 승차감을 만드는데 일조했다. 누가 타봐도 T6와 T8 사이에 승차감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가속 페달을 밟는다. 두 모델 모두 즉각적인 엔진 반응을 보인다. 터보차저가 아닌 슈퍼차저가 먼저 힘을 만들어내기에 가능한 반응성이다. 이때 엔진 소리를 잘 들어보면 미묘하게 슈퍼차저 사운드가 들린다.

엔진 회전수가 4000rpm을 넘어서는 순간부터는 고압 터보차저가 본격적으로 힘을 더한다. 이때부터 엔진 회전수는 6000rpm 부근까지 빠른 가속을 이어 나가게 된다.

T8은 여기서 더 강한 가속감을 보여준다. 전기모터 덕분에 2.3톤이라는 무게감을 느끼기 어렵다. 시원스러운 가속력이다. 특히 가속 페달을 뗐다 다시 밟는다. 엔진이 반응하기 전에 모터가 먼저 차체를 밀어내기 때문에 운전자는 파워트레인 반응이 더 빠르다고 느끼게 된다.

정지 상태부터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을 확인했다. T6는 6.57초, T8은 5.88초를 기록했다. 252마력을 발휘했던 아우디 Q7 45 TFSI가 7.72초를 보였으니 꽤 강력한 성능을 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이 차가 2.0리터 엔진을 사용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말이다.

참고로 메르세데스-벤츠 GLE 450 4MATIC이 5.88초로 XC90 T8과 동일한 가속성능을 기록했다. 3리터 터보+마일드 하이브리드 GLE)와 2리터 터보+슈퍼+플러그-인 하이브리드(XC90)로 각각의 성격이 다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동일한 가속 성능을 보이고 있다. 다만 순수 효율성만 따진다면 3리터 엔진을 쓰는 GLE450 보다 볼보 XC60 T8의 효율이 더 높음에는 분명하다.

속도 오차도 특이했다. 차량의 속도계와 고정밀 GPS를 통해 산출된 속도가 동일했다는 것. 보통의 자동차들은 실제 속도와 약 3~5km/h 가량 차이가 난다. 하지만 대부분의 볼보 모델은 정확한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제동성능도 확인했다. 요즘 볼보의 제동 성능이 수준급이라는 것은 잘 알지만 2톤이 넘는 XC90도 해당될지는 미지수다. 2016년에 테스트한 XC90 D5가 좋은 성능을 내긴 했었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최단 거리는 T6 기준 36.34m, T8은 35.48m다. 대단한 제동성능이다. 강력한 성능을 가진 벤츠 GLE 450 4MATIC도, 아우디 Q7도, 랜드로버의 신형 디스커버리나 링컨 노틸러스도 XC90의 제동성능을 넘어서지 못했다. 더 중요한 것은 제동 때의 내구다. XC90은 테스트를 반복해도 꾸준하게 성능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T6의 평균 제동거리는 36.56m, T8 35.84m였다. 최단 거리와 거의 차이 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안전을 중요시하는 볼보답게 제동성능도 안전을 위해 강화한 것일까? 팀 내 김기태 편집장은 과거 볼보의 브레이크는 중하위권, 특히 제동 내구가 형편없었는데, 이제는 ‘라떼’가 되어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성능을 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타이어에 있다. XC90은 20인치 휠과 275 / 45 R20 사이즈의 타이어를 쓴다. 여기에 일반 4계절 타이어가 아닌 여름용 스포츠 타이어인 콘티넨탈 콘티 스포츠 컨택(CSC) 5를 선택했다. 이보다 높은 성능을 발휘하는 5P, 세대가 바뀐 6도 존재하지만 CSC5도 XC90의 무게와 성능을 충분히 받아낼 수 있을 정도로 좋은 궁합을 보였다. 과거 테스트한 D5 때는 타이어 사이즈에 큰 불만을 냈다. 하지만 출력에 여유가 큰 T6, T8에서 굳이 아쉬움이 될 필요는 없겠다. 그러나 성능과 연비를 중심에 둔 효율성, 승차감까지 감안한다면 휠 사이즈를 줄이는 것이 좋긴 하다.

기본적인 성능을 확인했으니 와인딩 로드로 가보자. 먼저 탑승한 것은 XC90의 중심 모델인 T6 사양.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면 엔진 회전수가 870rpm 부근에서 1000rpm 부근까지 상승하며 달릴 준비를 마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슈퍼차저가 엔진 회전수를 어느 정도 올려준 이후 터보차저가 바통을 이어 받아 힘을 키워나간다. 옛날식으로 표현하면 ‘꽝터보’에 해당하는데, 터보랙의 아쉬움을 슈퍼차저가 잘 잡아냈다.

스티어링 시스템은 운전자의 조작에 날카롭게 반응한다. 덩치와 무게를 생각했을 때 둔할 것 같지만 즉각적이고 정확하게 차량의 거동을 만들어냈다. 메르세데스-벤츠 GLE와 비교해도 좋은 수준의 민첩함이다.

하중이 걸렸을 때 롤링을 방어하는 서스펜션의 능력도 좋았다. 코너를 돌며 눌려 있던 서스펜션이 반대쪽 코너에 진입하기 전 빠르게 자세를 잡아내는 모습도 좋았다. 노면의 충격을 감각적으로 처리해주기에 승차감도 좋았다. 후륜 서스펜션이 리프 스프링이건 어떤 구조이건 간에 잘 만들면 만족감이 높을 수 있다는 것을 볼보가 잘 보여주고 있다. 일부 국내 소비자들은 눈에 보이는데 연연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경험이 많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구조가 무엇이건 최종 결과는 셋업 능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구조만 보고 좋고 나쁨을 따지는 동네 형들의 얘기에 현혹되지 말자. 그들이 나쁜 것이 아니다. 그들도 경험이 부족하기에 상식선에서 얘기해주는 것이니까.

다만 짧고 날카롭게 치고 들어오는 충격이 발생했을 때 섀시 및 차체에 미세한 여진이 남을 때가 있다. 일반 댐퍼와 스프링을 사용하는 서스펜션 구조를 사용했을 때 발생하는 한계다. 특정 조건이지만 이를 제외한다면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만족할 만하다. 뒷좌석 승차감도 무난한 수준.

제동 시험에서 인상적인 능력을 보이던 타이어도 충분히 좋은 접지력을 발휘했다. 차체 무게로 인해 제한적인 접지 성능을 보일 수도 있었지만 일반 소비자가 타면서 타이어에 대한 불만을 낼 일은 없겠다. 전문가가 타도 마찬가지다. 충분한 성능을 갖췄기 때문.

변속기 성능도 무난하다. 아이신에서 가져온 8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하는데 부드러운 감각을 잘 살렸다. 또한 스포츠 모드에서 제법 빠른 반응도 보인다. 물론 이 속도가 매우 빠른 편은 아니다. 하지만 SUV에 적용된 자동변속기로는 중상위권에 속할 수준이다.

그렇다면 T8은 어떨까?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에어 서스펜션이 지상고를 낮춘다. 오프로드 모드를 선택하면 지상고가 높아진다. 덕분에 주행 모드에 따라 적극적으로 성격을 바꾼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와인딩 로드에서 XC90 T8의 가속감은 정말 일품이었다. 전기모터의 도움을 받긴 하지만 엔진 배기량을 생각했을 때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미래 기술일까?

XC90 T8의 주행모드를 퓨어(Pure)로 설정하면 EV 모드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부근까지 가속할 수 있다. 가속감도 꽤 괜찮다. 실용 구간에서 전기모터만으로 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스티어링 휠로 전해지는 감각은 T6와 다르지 않다. T8의 차체 무게가 더 증가했다고 해도 특별히 둔한 느낌도 없다.

코너에서 재 가속 하는 상황은 더 재미있다. T6도 슈퍼차저 도움 덕에 터보랙을 줄였지만 T8은 페달을 밟는 즉시 전기모터가 가진 최대 토크가 차체를 밀어내기에 더 빠르고 적극적인 재가속을 이어 나간다. 2.3톤의 무게를 잊게 해주는 파워트레인 반응이자 성능이다.

브레이크 페달 감각도 칭찬할 부분이다. S90 T8 엑셀런스 시승 때도… 브레이크 페달 감각은 토요타(렉서스)의 한 세대 전 모델과 유사한 이질감을 냈다. 하지만 이번 XC90 T8은 그런 아쉬움이 없었다. 세부적인 완성도가 올라간 것을 알게 해주는 부분이다. 일반 소비자라면 페달 조작만으로 하이브리드 모델임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물론 브레이크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답력 변화 없이 쑥 들어가는 모습을 보이긴 한다.

에어 서스펜션이 탑재된 만큼 노면의 충격을 걸러내는 능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노면 요철에 의한 여진을 잡는 부분도 잘 해내고 있다. 고급 차량이 에어 서스펜션을 사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적어도 돈값은 해낸다.

하지만 코너에서 한쪽으로 눌린 차체가 반대 코너에서 자세를 바꿀 때, 서스펜션이 원상복귀되는 시간이 T6 대비 느렸다. 물리적인 스프링과 공기압력을 사용하는 스프링의 차이 때문이다. 물론 XC90 T8을 와인딩 로드 주행용으로 구매할 소비자는 없을 테니 문제가 되진 않겠다. 또한 특별한 상황에서의 얘기일 뿐 소비자의 99.9%는 이런 특징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그 정도를 요구하는 소비자라면 슈퍼카를 타야 만족할 것.

T6와 T8의 정숙성은 어떨까? T6의 아이들 정숙성은 38.5dBA, T8은 40.0dBA을 보였다. T8은 하이브리드 특성상 엔진이 배터리를 충전시키기 위해 가동하고 있는 환경에서 측정됐다. T6의 아이들 엔진 회전수가 약 870rpm인 것에 비해 T8은 1400rpm까지 높아진 것이 정숙성 부분에서 차이를 만들었다.

반면 80km/h의 속도로 주행 중인 상황에서 T6는 60.0dBA, T8은 58.5dBA의 정숙성을 보였다. 같은 수준의 정숙성을 보일 것 같았는데, T8이 더욱 조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비는 어땠을까? 시속 100km의 속도로 주행 중인 환경에서 T6는 13km/L 내외, T8은 14km/L 내외의 연비를 기록했다. T8은 100km/h 전후의 속도에서도 전기모터만으로 주행할 수 있기 때문에 연비를 높이는데 유리했다. 반면 배터리를 소모해 엔진이 배터리를 충전하며 차량까지 구동시키는 환경을 만나면 연비는 급격히 떨어진다.

그보다 두 차량 모두 연료탱크가 작다 보니 체감 연비가 떨어진다고 느끼게 된다. D5와 T6는 71리터, T8은 70리터의 연료탱크 크기를 갖는다. 승용 세단과 유사한 수준이다. 연비 자체는 무난했지만 연료 게이지가 생각보다 빠르게 내려가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왠지 연료 소모가 많은 것처럼 보여 아쉬웠다.

이제 정리해 보자. 지금 XC90은 살 만한 가치가 있을까? 우리 팀의 대답은 ‘그렇다’였다.

2016년 우리 팀이 처음 2세대 XC90을 만났을 때만 해도 비싸진 가격을 단점으로 지적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메르세데스-벤츠 GLE는 2.0 디젤이 9400만 원, 가솔린 모델은 1억 1800만 원이나 한다. BMW X5는 어떨까? 모두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데 기본 시작 가격이 1억 50만 원부터다. 폭스바겐 투아렉은 그나마 저렴해서 8890~1억 90만 원, 렉서스 RX는 8450만 원을 시작으로 최상급 하이브리드 모델을 9070만 원에 판다. 제네시스 GV80은 국산차라는 장점 덕분에 6천만 원대부터 시작하는 모습이지만 최상급 트림에 모든 옵션을 더하면 9천만 원을 넘나든다. 아직 밸류가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저렴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XC90은 디젤(D5)이 8030만 원부터 팔린다. 경쟁차에 제한적으로 탑재되는 모든 ADAS 기능도 기본이다. 최상급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T8 인스크립션)은 벤츠의 마일드 하이브리드 모델(GLE 450) 보다 소폭 저렴하다. 4년 전을 생각해 보자.

당시 상품성은 무난했지만 브랜드 밸류가 낮았다. 경쟁차 가격을 감안해 보면 가격이 비싸 보였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브랜드 밸류는 높아졌고, 동급 경쟁 모델보다 저렴한 가격을 갖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디자인, 구성, 가격, 주행성능 이런 것을 모두 뒤로하고 운전을 했을 때 만족감이 높은 차가 바로 볼보다. 물론 타사에 비해 화려하거나 신기한 기술들을 내세우지는 않는다. 하지만 수수하면서 오래 타도 질리지 않는 매력을 갖춘 것. 볼보의 매력이다. 최근 같은 등급의 경쟁 모델이 많아졌지만 볼보는 확실히 볼보만의 매력을 잃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페이스리프트 치고 뻔뻔한 변화(?)를 들고 왔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내실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것. 어쩌면 그것이 볼보 다운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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