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Jeep, 체로키 리미티드 2.0 4WD


SUV 전문 브랜드 짚(JEEP)은 매니악한 색이 짙은 브랜드다. 랭글러를 중심으로 하는 특유의 이미지는 도심형 SUV와 다른 전문적인 오프로더를 연상시킨다. 무엇보다 강력한 험로 주파 성능이 강점이다. 덕분에 신모델 출시 없이도 수년간 무난한 판매량을 이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시장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2014년 10월과 11월, 2015년 1월 짚(JEEP)이 현대자동차보다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것이다. 국내시장에서도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 중심에 체로키가 있다. 체로키가 어떤 모델이기에 이처럼 관심을 받고 있는지 궁금증을 안고 테스트에 나섰다.

체로키는 2013년 이미지 공개를 시작으로 얼굴을 알렸다. 이제는 익숙해질 정도로 시간이 지났지만 디자인만큼은 여전히 새롭다. 전면부를 장식하는 7개의 직사각형 그릴을 제외한다면 과거 짚 모델들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특히 3등분으로 이뤄진 램프 구조가 특징이다. 상단 램프는 LED 주간주행등과 방향지시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실질적인 헤드램프 기능은 중간 램프가 담당한다. 하단 램프는 안개등이다. 범퍼 하단도 이색적으로 꾸며 입체적인 느낌을 강조해냈다.

측면부는 도심형 SUV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부드러운 루프라인과 높은 벨트라인을 갖추고 윈도우 프레임도 조금 날카롭게 디자인했다. 과거의 투박함을 버리고 세련된 모습을 받아들인 것이다. 물론 짚의 일원임을 상징하는 사각형의 휠하우스 디자인은 여전히 유지된다.

후면부의 중심은 리어램프다. 무엇보다 얇게 처리된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출시 전에는 기아 스포티지 R을 닮았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실제로 보면 제법 다른 느낌이다. 그밖에 범퍼를 높게 끌어 올리고 하단 디자인을 멋스럽게 꾸몄다. 전체적으로 디자인에 대한 마무리가 눈에 띄게 향상 됐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듯 하다.

인테리어의 변화도 외관만큼이나 크다. FCA가 어떻게 바뀌고 발전해 가는지를 체로키가 보여주는 듯 하다. 특히 가죽시트를 비롯해 대시보드까지 부드러운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시킴으로써 마무리에 대한 완성도를 높인 점을 높이 살만하다.

스티어링휠은 직경이 다소 큰 편에 속한다. 하지만 오프로드 성격까지 갖고 있는 차량 특성상 수긍 할 내용이 된다. 계기판 구성은 센터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이뤄지며 양 측면에 속도계와 타코미터를 달아 간결한 느낌을 보여준다. 특히 센터 디스플레이는 풀-컬러 구현은 물론 크기가 7인치에 달해 시원스러워 보인다. 물론 다양한 정보를 보여준다는 점도 좋다.

센터페시아는 8.4인치 디스플레이를 상단에 두고 공조장치 버튼을 하단에 위치시킨 구성이다. 디스플레이가 정사각형에 가까운 모습을 한 점이 독특하다. 유커넥트(Uconnect)라는 이름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라디오, 내비게이션, 공조장치와 차량 설정 등 다양한 기능을 지원한다. 화려함은 떨어지지만 쉽게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특히 한국형 전용 내비게이션이 탑재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FCA의 한국시장에 대한 의지를 옅볼 수 있다는 생각도 잠시… 차라리 시중에 나와 있는 아무 제품이든 바꾸고 싶어진다. 우선 맵 자체의 정보가 거의 없다. 주면 건물 정보는 물론 도로 노선에 대한 정보도 상당히 부족하다. 지도만 보면 이곳이 사막 한가운데인지 도심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또한 안내 음성은 수십년의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것 같다. 분명 한국말로 말하고 있지만 알아듣기 힘들다. 국내 JEEP 직원들은 이 내비게이션을 사용이나 해보고 장착을 결정한 것일까?

아직 완벽하지 못한 한글화도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일부 글자는 폰트 지원 문제로 한 화면에 서로 다른 글씨체가 나오는가 하면 윗부분은 한글, 아래 부분은 영어가 나오기도 한다. 내비게이션과 함께 개선시켜야 할 부분이다.

공조장치 버튼은 큼지막해서 조작성이 좋다. 변속 레버 디자인이 다소 투박하다. 이후 하단에 구동 시스템을 설정할 수 있는 다이얼을 달았다.

시트 포지션은 다소 높게 설정됐다. 높낮이 설정 폭도 크지 않기 때문에 다소 불편하다. 시트 디자인은 두툼하고 펑퍼짐해 보이지만 등받이 부분이 다소 단단했다는것이 의외다. 시트 질감 면에서는 부족하지 않다.

컴팩트 SUV인 만큼 뒷좌석 공간이 넉넉한 편은 아니다. 2인 승차 환경서 무난한 공간을 갖추고 있으며, 레그룸도 보편적인 수준이다. 단, 헤드룸이 다소 부족해 보인다. 반면 230v 플러그 등은 편의성 향상에 도움을 준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 702리터 용량을 갖는다. 바닥부터 지붕까지 전체 공간을 기준으로 하기에 이와 같은 수치가 나오는 것. 실질적인 공간은 400리터 내외로 보이지만 하단의 바닥 공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뒷좌석 접으면 1,554리터까지 사용할 수 있다. 파노라마 선루프가 기본사양인 점도 눈에 띄는 부분 중 하나다.

시동을 걸고 체로키의 본격 테스트에 나섰다. 시동을 걸면 디젤엔진 특유의 소음과 진동이 전달된다. 하지만 적당하게 억제된 느낌이다. 나름대로 조용한 느낌이랄까? 아이들 상태 소음을 측정해본 결과 43dBA로 계측됐다. 폭스바겐 티구안의 46.5dBA보다 조용하며 현대 싼타페 2.0(43dBA)와 동일한 소음 수준이다. 크게 정숙하다고 할 수 없지만 짚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짚이 이 정도면 대단히 조용한 거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주행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변속기에 집중했다. 체로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9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됐다는 것. JEEP 역시 이 변속기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변속기 전문 회사인 ZF가 앞바퀴 굴림 전용 사양으로 제작한 9단 자동변속기는 기존 6단 변속기보다 6mm 커졌을 뿐 무게를 7.5kg까지 감소시켜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체로키의 9단 변속기는 절망감을 줬다. 우선 반응이 무척이나 느리다. 과거 ‘보령미션’으로 놀림 받았던 GM의 Gen I 변속기의 반응 속도가 더 빠르게 느껴진다. 과장 같다고? 하지만 사실이다.

9단을 만나기 위한 여정도 험난하다. 1~6단까지는 다른 차량처럼 무난하게 변속된다. 하지만 7단부터 기어비가 상당히 길어지더니 8단을 지나 9단까지 넘어가기 위해서는 차량의 속도를 140km/h 이상까지 올려야 한다. 이후 속도를 조금 내리면 2,000rpm 내외의 환경서 120km/h 내외의 속도로 정속 주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경사도가 적은 오르막길이라도 만나면 바로 8단이나 7단으로 기어를 내려버린다.

수동모드로 변경해 테스트를 계속했다. 계기판 디스플레이가 현재 단수를 표시해준다. 그런데 실제로 변속은 되지 않는다. 4단 정도까지는 수동 조작이 가능했다. 운전자가 기어 단수를 지정해주면 해당 기어 안에서 스스로 변속해주는 방식인 것이다. 이는 토요타 렉서스가 활용하고 있는 빙식이기도 하다.

무려 9단을 가진 변속기다. 하지만 완성도 높은 6단 변속기가 나아 보인다. FCA는 자사 여러 모델이 ZF 변속기를 사용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FCA는 ZF 변속기의 라이선스만 사들여 자체 생산을 하고 있다. 이런 부분서도 완성도 차이가 나게 된다. 실제 300C와 BMW 5시리즈는 동일한 ZF 8단 변속기를 사용하고 있지만 성능 차이는 확연하다. 얼마 전 출시한 크라이슬러 200에도 동일한 9단 변속기가 탑재된다는데 다소 걱정스럽다.

정밀 계측기로 0-100km/h 가속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11.53초를 기록했다. 제조사 발표 결과치인 10.3초와 큰 차이다. 수 차례 테스트를 반복했지만 10초대로 진입할 수 없었다.

발진가속은 다소 처지지만 70~80km/h 속도 영역까지의 가속은 크게 불편하지 않은 수준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가속력은 답답한 마음을 키운다. 물론 제원상 최고속도인 192km/h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인내와 시간이 필요하다.

테스트 모델에 탑재된 사양은 2.0 디젤 엔진으로, 170마력과 35.7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수치적으로 보면 토크보다 마력에 집중한 모습이지만 체감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관심을 체로키에 탑재된 다양한 장비로 돌렸다. 짚에 따르면 체로키에 탑재된 기능이 70여종에 이를 정도다. 차선이탈 방지 시스템은 스티어링에 까지 직접 개입한다. 이 등급은 물론 고급 세단에도 흔치 않은 구성이다. 어댑티브크루즈 컨트롤은 차간거리 유지를 시작으로 차량의 정차까지도 지원한다. 물론 전방추돌경고, 사각경고, 후측방 모니터링 시스템도 당연한 듯 탑재돼 있다.

자동주차 시스템의 활용폭도 크다. 평행주차는 물론 직각주차까지 가능하며 인식률도 상당한 편이다. 직각주차는 어느 정도 넓은 공간을 가져야 인식되지만 일단 인식되면 꽤나 반듯하게 주차를 잘 해준다. 또한 삐뚤어지면 다시 앞으로 나가 정렬한 뒤 주차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정통 오프로드 브랜드인 만큼 4륜구동 시스템도 남다르다. 동급에서 유일하게 로우 레인지 기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능을 실행 시키려면 먼저 변속기를 'N'으로 바꿔야 한다. 이후 로우 레인지 버튼을 누르면 된다. 이때 ‘지잉’거리는 뭔가 결합되는 듯한 소리다 들린다. 이후 로우 레인지가 활성화됐다는 표시등이 계기판에 점등된다. 그 다음 변속 레버를 D로 변경시키면 바로 주행 가능하다.

가볍게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차가 움직인다. 2.92:1이라는 감속비 덕분에 변속기의 클리핑 상태 만으로도 가벼운 브레이크의 힘을 이겨내는 것. 이 상황서는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아야 한다. 가속페달을 밟아도 속도 상승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모든 힘이 견인력으로 바뀐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기능 하나만으로도 체로키는 동급 컴팩트 SUV 중 가장 뛰어난 험로주파 능력을 갖추게 된다.

또한 지형 설정에 따라 맞춤식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셀렉-터레인(Selec-Terrain) 시스템도 갖춰졌다. 다이얼 조작에 따라 오토, 스노우, 스포츠, 샌드/머드 기능을 선택할 수 있다. 각 기능은 12개 항목의 시스템을 최적화시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러한 장치가 없었던 과거에는 상당한 운전 기술을 요구했지만 이제는 버튼만 누르면 된다. 오토 모드로 설정하면 후륜 차축을 분리시켜 연비를 향상시킬 수 있는 뒷차축 분리(Rear Axle Disconnect) 시스템이 작동하기도 한다.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다.

이번에는 테스트 장소는 와인딩 로드다. 다른 도심형 컴팩트 SUV에 견줄만한 성능을 보여줄까?

스티어링휠 조작에 따른 차체 반응은 부드러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빠른 조타에서도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하지만 매우 민첩한 모습을 보이는 체로키를 상상하기도 어려울 듯 싶다.

서스펜션도 부드럽게 설정돼 있다. 코너링을 위한 것이 아닌 다양한 노면에 대응하기 위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겠다. 하지만 노면에 대한 정보를 운전자에게 전달함에 있어 부족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코너링 속도 자체가 높은 편은 아니다. 주행안전장치의 개입도 빠르다. 체로키의 4륜 시스템은 코너링이 아니라 장애물 주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보다 OE타이어가 의외다. 체로키에는 브리지스톤의 듀얼러 H/P 스포츠라는 모델이 달려있다. 이 타이어는 고성능 SUV들이 널리 이용하는 타이어다. 체로키의 성격을 생각하면 다소 맞지않는 설정이다. 산에 올라가는데 런닝화를 신은 조합이랄까? 게다가 타이어 값 자체도 비싼 편이기 때문에 차량 성격에 맞는 4계절 타이어를 사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하겠다.

복합적인 코너를 돌아가보니 차체에 다양한 잡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특히 선루프 부위의 소리가 크게 부각된다. 물론 테스트 차량만의 문제일 수 있지만 차체 강성 또는 품질에 대한 의문을 만들어 내는 듯 하다.

제동성능은 충분하다. 정밀 계측기를 통해 100-0km/h 제동력을 측정한 결과 41.42m라는 거리를 기록해 냈다. 이 정도의 수치라면 SUV로써 충분한 성능이다. 초기 반응은 여유롭지만 이후부터 강력한 제동력이 발휘되는 타입이다. 물론 차량을 빠르게 정지시키는데 어려움이 없다.

짚이라는 모델의 이미지는 양면성을 갖는다. 오프로드에 특화된 전문 차량을 만들고 있는 만큼 수 많은 매니아들도 갖고 있다. 반대로 이러한 이미지 때문에 가족용 차량을 구입할 때 우선 순위에서 제외되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체로키는 짚의 오프로드 노하우를 살리되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 모델이다. 딱딱한 이미지를 벗기 위해 전신성형을 감행했으며 소비자들을 유혹할만한 화려한 편의 및 안정장비를 탑재하고 있다. 또한 무늬만 SUV가 아니라 탄탄한 험로 주파 능력도 갖추고 있다. 물론 버튼 하나로 모든 주행을 가능케 한다.

무엇보다 과거 미국차의 단점이었던 저렴한 실내 구성이 사라졌다. 물론 절망적인 내비게이션과 변속기가 발목을 잡았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선방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경쟁모델인 랜드로버 프리랜더와 비교하면 가격 경쟁력에서도 앞선다. 체로키는 4,990만원부터 5,640만원의 가격대를 갖고 있다. 반면 프리랜더는 5,320만원부터 5,900만원에 팔린다. 프리랜더의 단종, 탑재되는 장비 차이를 보면 사실상 비교 대상이 되지 않을 것 같다. 짚이라는 브랜드가 대중에게 더 깊이 파고들 수 있다면 그 중심에 체로키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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