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V80, 프리미엄 SUV의 조건을 충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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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의 첫 번째 SUV GV80이 출시됐다. 2015년 브랜드 런칭 후 4년이 지난 시점에서 등장한 GV80은 현대자동차의 역량이 어느 수준에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리는 모델이다. 평가는 사용자의 몫이지만 제네시스만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과 디지털화를 중심으로 한 커넥티비티 기능 등 이 시대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망라하고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번째 SUV인 GV80의 면모를 살펴 본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제품이 곧 마케팅이다.
디자인과 기능, 성능을 통해 브랜드가 추구하는 것을 보여 준다. 제품을 통해 시장과 소통하고 발길을 잡을 수 있어야 다음 단계의 마케팅이 가능하다.

제네시스는 브랜드 런칭 당시에는 기존 모델의 이름을 바꾸는 수준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변화를 알린 것은 성능면에서는 G70가, 스타일링 디자인면에서는 G90가 브랜드의 정체성을 표현했다. 런칭 당시 현대자동차는 2021년까지 세단과 SUV의 라인업을 완성하겠다고 했다. 오늘 첫 번째 SUV가 나왔기 때문에 내년까지 한두 개의 SUV가 더 나온다는 얘기가 된다.

제품은 시대를 반영한다. SUV는 이 시대 필수 요소다. 양산 브랜드와 프리미엄 브랜드, 하이퍼카 브랜드를 가리지 않는다. 제품이 시대를 반영한다는 것은 제품이 곧 마케팅이라는 것에 속하는 내용이다. 트렌드 세터로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느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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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면에서 GV80이 SUV가 대세인 시대에 기존 전통적인 프리미엄 브랜드들과 어떤 요소를 통해 차별화했는가를 짚어 보는 것이 포인트다.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캐딜락과 링컨도 프리미엄 반열에 오르지 못하고 있고 렉서스를 제외하면 인피니티와 아큐라 등 1980년대 말 등장한 일본 럭셔리 브랜드들도 아직은 본격적으로 경쟁 상대로 부상하지 못했다.

여기에 뛰어든 제네시스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조건인 헤리티지를 내 세울 입장이 못 된다. 그것이 약점인 것은 분명하지만 100년만의 대 전환이라고 하는 시대에 전혀 새로운 컨셉으로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는 얘기도 된다.

오늘 선 보인 GV80에 대해 제네시스 디자인팀을 이끄는 이상엽 전무는 ‘디자인이 브랜드다’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모든 브랜드들에게 공통된 내용이지만 제네시스만의 차별화 포인트가 있다는 얘기이다.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제네시스만의 언어를 바탕으로 아이콘을 만들며 독창성을 완성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세단 모델들의 경우 전체적인 형상은 밸런스를 중시하는 완고함이 주제다. 전체 인상을 결정짓는 앞 얼굴의 경우 세 개 모델이 라디에이터 그릴 안쪽의 패턴을 제외하면 프레임이 조금씩 다르다. 가장 늦게 등장한 G90의 경우 새로운 형태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 지메트릭스를 기반으로 5각에 가까운 싱글 프레임에 가까운 그래픽을 선보였다. 포로포션을 중시하는 균형잡힌 몸매에 헤드램프와 측면의 방향지시등을 하나의 선으로 연결하는 것으로 중심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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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GV80에서는 리어 컴비내이션 램프까지 이어지는 두 개의 라인으로 바뀌었다. 과도한 선이나 면의 사용보다는 간결한 선으로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일맥 상통한다. 그릴의 형태가 5각인 것은 G90와 같지만 좀 더 작고 뚜렷한 각을 주었으며 범퍼와 에어 인테이크의 구분을 확실히 한 것도 차이점이다. 그러니까 세단과 SUV의 얼굴이 같은 디자인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디테일로 차별화 포인트를 주고 있는 것이다. 그 두 개의 선은 LED 헤드램프와 함께 빛을 디자인 소구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최근 등장하는 현대기아의 신차들과 같지만 심플함을 극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엠블럼과 보닛 위의 캐릭터 라인은 세단과 같은 컨셉이다.

측면에서는 도어 패널을 중심으로 위아래 캐릭터 라인으로 엑센트를 주고 있다. 어깨 부분의 라인이 도어 핸들 위쪽에 위치하는데 뒤쪽으로 갈수록 완만하게 하강한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는 수평 기조가 강조되어 보인다. 그러나 윈도우 프레임의 처리로 쿠페 라이크한 루프 라인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린 하우스의 비중이 적은 것은 역동성을 강조하기 위한 기법이다. D필러가 경사지게 설계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만큼 적재공간은 손해를 보게 된다. 전체적으로는 그보다는 헤드램프와 펜더 위 추가적인 방향지시등과 리어 컴비내이션까지 이어지는 두 개의 라인이 전체 분위기를 지배하고 있다. 22인치 휠까지 소화활 수 있는 휠 하우스도 자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뒤쪽에서는 해치 게이트 중간 부분에 크롬도금 바를 사용하거나 좌우 램프를 연결하는 유행과는 달리 도어 자체에 각을 주고 있다. 이 새로운 시도는 두 개의 라인과 함께 제네시스 브랜드 SUV의 아이콘으로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범퍼 아래쪽에서도 머플러 형태의 프레임을 사용하는 유행을 따르지 않고 아예 보이지 않게 처리하고 있다.


인테리어의 주제는 웰빙 공간이다. 디자인 측면에서 두 개의 라인을 중심으로 하는 것은 익스테리어와 같다. 다만 전체적인 컨셉은 ‘여백의 미’를 강조한 간결한 구성이다. 대시보드를 가로 지르는 두 개의 라인은 시동을 걸면 가운데 부분의 패널리 열리며 에어벤트가 나타나는 것 등에서 그런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 리얼 우드 트림 등으로 고급성을 살리고 있지만 그 역시 화려함보다는 간결함으로 고급성을 표현하고 있다. 렉시콘 18스피커 시스템도 고급성을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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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어 보이기 위해 과도한 라인을 사용하거나 스위치나 버튼으로 화려하게 처리하기 보다는 대부분의 기능을 디지털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센터 페시아 위 14.5인치나되는 거대한 디스플레이창이 압권이다. 대부분 12.3인치인 것과 비교하면 거대하다고 할 정도다. 그러나 실제 운전석에 앉아 보면 그로 인해 시야가 답답하다거나 과장되어 보이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12.3인치 3D계기판과 함께 디지털화의 극을 보여 준다. 디스플레이창을 통해 대부분의 기능을 작동할 수 있다. 음성인식제어는 물론이고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AR(증강현실) 내비게이션 등 이 시대에 가능한 모든 것이 동원됐다. 지도 위에 진행 방향을 선만으로 표시되는 것과 달리 앞쪽의 카메라로 도로를 촬영하고 그 위에 노면의 차로 전체를 파란색으로 표시해 주는 것으로 하만과 공동으로 개발했다.

공조 시스템을 위한 패널도 터치 타입이다. 그 아래 있는 통합 컨트롤러는 글씨를 입력할 수 있는 기능까지 포함되어 있다. 이 기능이 처음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제네시스의 디지털화는 커넥티비티 기능과 함께 제네시스의 장점으로 꼽힐 것 같다. 미세먼지 99%를 포집하는 공기 전화 시스템과 디지털 키, 제네시스 카 페이 기능도 마찬가지이다.

2스포크 스티어링 휠도 새로운 것이다. 기능성보다는 예술성을 위한 것으로 보이는데 마찬가지로 두 개의 라인이라는 컨셉을 따른 결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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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열까지 있는 시트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현대 브랜드의 제네시스 때부터 달라지기 시작한 시트는 GV80에서는 또 한 단계 진화했다. 7개의 공기 주머니를 활용해 운전자의 자세 변화에 대응하는 에르고 모션 시트는 독일 허리 건강협회의 인증을 받았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독일 자동차 메이커들은 시트를 설계할 때 혈액순환에 대한 것을 중시한다. 푹신하거나 딱딱하지 않으면서 운전 자세를 안락하게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사지 기능도 있지만 다른 모델과 마찬가지로 효용성에 대해서 사용자의 평가는 높지 않은 것 같다.

2열 시트도 전동으로 리클라이닝과 슬라이딩, 틸팅이 가능한 것을 포함해 모든 기능을 전동으로 조작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2열과 3열 시트를 조절할 수 있다.

엔진은 3.0리터 직렬 6기통 278마력 사양의 디젤이 먼저 탑재됐다. 가솔린과 전동화 모델은 아직 적용되지 않았는데 새로 개발한 디젤 엔진을 먼저 탑재한 것은 조금은 의아하다. 오늘날 등장하는 플랫폼은 대부분 모듈러 타입이기 때문에 엔진의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당장에 제네시스가 판매되고 있는 시장이 미국과 캐나다, 중동, 러시아, 호주라는 점을 감안해도 가솔린이 우선이다. 유럽과 중국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지만 해외 시장보다는 새로 개발한 디젤 엔진에 대한 현대자동차 나름의 의도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가솔린과 같이 출시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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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속기는 토크 컨버터 방식의 8단 AT이며 구동방식은 전자제어 네바퀴 굴림방식이다. 프리뷰 ECS를 채용하고 있으며 E-LSD를 기반으로 하는 터레인 모드도 채용하고 있다.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도 처음으로 적용되어 승차감 개선을 꾀하고 있다.

안전장비로는 센터 사이드 에어백을 포함해 10개의 에어백이 장착되는 등 이 시대 등장한 대부분의 것들이 채용되어 있다. ADAS도 진 일보했다. 깜박이를 켜면 옆 차로의 상황을 인식해 차로를 자동으로 변경해 주는 기능이 채용됐다. ACC기능인 스마트크루즈 컨트롤도 머신 러닝으로 운전자의 운전 스타일을 학습해 운전자와 비슷하게 주행하도록 하는 기능이 추가됐다. 물론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안전구간이나 곡선구간, 진출입로 등에서 속도를 조절해 준다. 지금까지 레벨 1.5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이 법규에 따라서 한 단계 진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모델이 등장할 때마다 후발주자라고 서두르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4년이 지나 첫 번째 SUV인 GV80을 보면서 느낀 것은 현대자동차의 차만들기 역량이 또 한 단계 진보했다는 점이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에게 적용되고 있는 ‘가장 최근에 나온 차가 가장 좋다.’는 명제에 걸맞는 내용의 차만들기를 보여 주고 있다. 세계 최초로 적용한 능동형 노면 소음 저감 기술 등은 물론이고 주문형 생산방식으로 10만 4,000가지 이상의 트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 등 럭셔리카 수요자들을 위한 요소들이 많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갖추어야 할 제품으로서의 내용은 부족함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제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형상화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것보다는 다른 것을 찾는 고가 럭셔리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서는 제품에 더해 왜 구매해야 하느냐에 대한 답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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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여타 프리미엄 지향 브랜드들과 다른 점이다. German Engineering이라는 기본 전제를 바탕으로 각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이 뚜렷하고 바로 그 점 때문에 소비자들은 제품을 넘어 브랜드를 구매하고 있다.

지금 프리미엄 지향 브랜드들은 그 독창성을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구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확고하게 뿌리 내리지는 못하고 있다. 제네시스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를 경쟁 상대로 표방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당장에는 여타 프리미엄 브랜드들을 넘어서는 단계와 과정이 필요하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빛을 발하고 있는 한국 제품들이 적지 않다. 디지털 제품에서는 삼성 갤럭시가 애플 아이폰과 경쟁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화장품을 중심으로 한 K 뷰티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K팝과 영화 등 문화상품에서도 한국의 힘을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제네시스도 제품으로써는 일단 평가할만한 수준에 달했다. 물론 각 모델의 베리에이션 다양화와 세분화 등에서는 한계가 있지만 이제는 정체성을 정립해 가면서 만들어 가면 된다. GV80은 그런 점에서 중요한 임무를 부여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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