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쉐보레, 트래버스 3.6 AWD


대형 SUV는 국내에서 인기 있는 장르가 아니었다. 국산 브랜드도 몇몇 대형 SUV를 내놨지만 해외 모델과 비교하면 크기가 작았다. 가격도 비쌌지만 골목길을 지나거나 주차하는 것도 불편했다.

하지만 지금은 대형 SUV들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우리나라에서 왜 저렇게 큰 차가 필요해?’라는 생각도 잠시.

포드 익스플로러는 이미 국내에서 가장 잘 팔리는 수입 SUV로 자리 잡았고, 현대 팰리세이드는 국산 SUV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물론 연초 수준의 판매량은 아니지만, 대형급으로는 충분한 인기를 가져가고 있다.

생각해보면 대형 SUV의 인기는 당연한 일이다. 한국 시장 일부는 아직 자동차를 과시용으로 탄다. 나의 존재감을 자동차를 통해 드러낸다는 것이다. 중형차를 사느니 준대형 그랜저를 구입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판매량이 증명해주고 있다. 그리고 SUV 시장에서도 이 공식이 통하는 것이다.

이제 국내 시장에 나온 대형 SUV의 종류도 많아졌다. 프리미엄 브랜드로는 메르세데스-벤츠 GLS, BMW X7,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인피니티 QX60 등이 있다.

대중 브랜드도 포드 익스플로러를 선두로 혼다 파일럿, 닛산 패스파인더에 이어 현대 팰리세이드, 쌍용 G4 렉스턴, 기아차는 얼마 전 신형 모하비를 출시했다.

선택지가 많아진 상황에서 쉐보레가 트래버스를 출시했다. 2017 북미 국제 오토쇼를 통해 데뷔했으니 약 2년 만에 한국 땅을 밟았다. 현재의 트래버스는 2세대 모델이고, GM의 최신 플랫폼을 썼다. 이미 현대 팰리세이드가 가성비라는 무기를 앞세워 인기를 끄는 상황. 트래버스가 얼마나 많은 인기를 끌 수 있을까?

들어가기 앞서 SUV 얘기를 조금 더 해보자. 우리가 흔히 말하는 SUV는 사실 트럭에서 발전해온 형태다. SUV 중 UV가 ‘Utility Vehicle’, 다시 말해 트럭을 비롯한 다목적 이동 수단을 뜻한다. 이러한 차로 활동적인 주행을 할 수 있도록 ‘Sport’ 라는 요소를 넣은 것이 바로 SUV 명칭의 유래다.

SUT(Sport Utility Truck)는 뭐냐고? SUV를 기반으로 픽업트럭화한 모델을 뜻한다. 개발 당시부터 픽업트럭으로 만들어진 것과 다르다. 대표적으로 쌍용 렉스턴 스포츠, 허머 H2T,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XT, 혼다 릿지라인 등이 꼽힌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세계 최초의 SUV는 쉐보레가 만들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기서 중론이라는 표현한 것은 과거에는 SUV라는 장르 자체가 없었고, 이에 세계 최초의 SUV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쉐보레는 트럭을 기반으로 만든 다목적 차량이라는 개념으로 지난 1935년, 서버번(Suburban)을 내놨다. 이후 지금까지 84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지금도 서버번은 쉐보레 최상위 SUV이자 가장 큰 SUV로 자리한다. 여기에서 트렁크 공간을 줄인 모델이 타호, 다시 한 체급 낮춘 것이 트래버스다.

가장 큰 SUV를 가장 오랫동안 만들어온 만큼 노하우가 쌓일 수밖에 없다. 특히 큰 차를 만들기 좋은 환경과 문화를 갖춘 미국이라면 더 그럴 수밖에 없다. 이 노하우라는 것은 경쟁사가 쉽게 극복할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다.

사실 SUV 하면 여러 브랜드가 떠오른다. 지프는 오프로드로 유명하고 토요타 RAV4는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SUV 중 하나다. 랜드로버는 고급 SUV를 잘 만든다.

그럼 쉐보레의 SUV는 어떤 성격일까? 초창기 쉐보레 서버번은 SUV라기보다 사실상 왜건에 가까웠다. 사람과 물건을 많이 싣고 장거리 이동을 편하게 하기 위한 성격으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그 방향성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이쿼녹스 때도 그렇지만 트래버스도 차체가 길다. 사람 탑승공간이나 화물을 넉넉하게 싣기 위해서다.

미국 대륙을 이동해야 하기에 장거리 운전이 편해야 한다. 그만큼 운전자가 받는 피로감도 적고 뒷좌석 승차감도 편한 것을 추구한다. 아무래도 온로드만 잘 달리는 SUV들과는 성격이 다를 수밖에 없다. 당연히 기본기도 좋아야 한다.

디자인은 익숙하다. 앞모습은 쉐보레 특유의 얼굴 그대로다. 어떻게 보면 초대형 트랙스를 떠올리게 한다. 그만큼 패밀리 룩이 짙다. 굵고 강인한 선들도 우아함 보다 터프한 성격을 만들어준다. 참고로 1세대 트래버스는 부드러운 유선형의 디자인이 적용됐는데, 미국에서는 달걀 같다며(Egg shaped) 놀림당했었다.

테스트 모델에는 레드라인 패키지가 추가됐다. 국내에서는 별도의 패키지가 아닌 레드라인이 최상급 트림으로 판매된다. 20인치 레드라인 블랙 휠과 다크 테일램프가 적용되고 그릴, 안개등, 측면 윈도 프레임 등을 검은색으로 마감했다. 쉐보레 엠블럼도 검은색이며, 블랙과 레드 컬러가 조합된 배지도 적용된다. 젊고 강력해 보인다.

트래버스의 크기는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 쉽게 다가온다. 테스트 모델은 휠의 크기가 20인치에 이르지만 그렇게 커 보이지 않을 정도다. 여기에 캐릭터 라인도 수평으로 배열해 더 길어 보인다.

후면부는 리어램프를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보이게 했다. 듀얼 머플러로 강력한 성능을 표현한 점도 마음에 든다. 최근에는 머플러 모양만 내는 제조사들도 많다.

앞서 트래버스가 크다고 했다. 그럼 얼마나 클까? 주요 경쟁 모델과 크기를 비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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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길이만 5.2m다. 휠베이스도 3m가 넘는다. 역시 미국차다. 휠베이스가 경쟁 모델보다 커서 실내 공간 경쟁력도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로 모델 체인지를 앞둔 포드 익스플로러도 커진 차체를 갖는다.

실내에서도 쉐보레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동시에 뭔가 다른 느낌도 준다. 익숙한 분위기는 스티어링 휠이나 공조 장치, 윈도 조작 스위치 등에서 느껴진다. 반면 다소 생소한 분위기는 트래버스부터 풀사이즈 SUV나 픽업트럭의 구도를 따른다는 데서 나온다. 부드러운 곡선보다 직선 위주의 인테리어를 바탕에 뒀는데, 어딘지 모르게 군사용 느낌도 풍긴다.

4-스포크 타입의 스티어링 휠 디자인은 콜로라도와 동일하다. 계기판은 일반적인 형태로 시인성에서 부족한 느낌은 없다. 다만 계기판 디스플레이 크기는 이 급의 대형 SUV로는 아쉬운 대목이다. 이는 팰리세이드에서도 동일하게 지적된 것.

센터페시아 모니터에는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됐다. 매우 빠른 반응이 인상적이며 애플 카플레이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도 지원한다.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도 있다. BMW를 통해 소개됐던 기능인 버추얼 360도 뷰 기능도 지원한다. 마치 밖에서 내 차를 바라보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기능이다. 여기에 부분별로 세분화된 장면도 볼 수 있다. 쉐보레답지 않은 기능성의 확장?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버튼을 누르면 슬라이딩 방식으로 위로 올라간다. 안에는 비밀 수납공간이 존재한다. 닫힐 때 손이 끼면 자동으로 다시 열린다. 다른 쉐보레 모델이나 캐딜락 일부 모델에도 비슷한 방식의 기능이 있는데, GM은 비밀 공간을 좋아하나 보다.

공조장치 하단에는 USB 포트와 스마트폰 무선 충전 데크가 갖춰진다. 갤럭시 노트 시리즈나 아이폰 맥스 등 대형 스마트폰도 얹을 수 있을 만큼 사이즈가 넉넉해서 좋다. 한때 쉐보레가 즐겨 쓰던 끼워 넣는 방식을 피해서 좋았다.

기어 레버 주위에 구동방식과 지형 조건을 선택할 수 있는 다이얼이 있다. 구동방식과 변속 패턴을 견인에 최적화한 토우/홀(Tow/Haul) 모드까지 지원한다. 미국에서 어떤 기능이 강조되는지 알게 해주는 부분이다.

위를 살펴보자. 리어뷰 미러에는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을 보여주는 후방 디스플레이 룸미러 기능이 추가됐다. 하지만 캐딜락에 적용된 기능처럼 밝기나 각도를 조절하는 등 일부 메뉴 설정이 안된다.

두 개의 독립적인 패널로 이뤄진 듀얼 패널 선루프도 눈길을 끈다. 천장에는 2열과 3열까지 송풍구가 마련돼 뒷좌석 탑승객도 배려했다.

공조 장치는 3-존 오토 기능을 지원한다. 설정 온도에 따라 열선이나 통풍시트, 스티어링 휠의 온도 조절 기능이 자동으로 작동하는 오토 클라이밋(Auto Climate) 시스템도 탑재됐다.

앞좌석에는 통풍과 열선 기능 모두가 탑재됐다. 메모리 기능도 있다. 통풍 기능은 국내 소비자들이 매우 좋아하는 기능이기 때문에 하위 트림에도 넣어줬으면 좋겠다.

2열 시트는 캡틴 시트로 불린다. 전후 슬라이딩도 가능하고 시트백 각도도 조절할 수 있다. USB 이외에 220V 소켓도 갖추고 있어 충전도 용이하다. 대신 시트백을 더 눕힐 수 있으면 좋겠다. 어정쩡한 각도로 눕게 되기 때문.

3열로 드나들려면 레버를 당겨야 한다. 조금 힘이 들어가는 편이다. 혼다 파일럿이나 현대 팰리세이드처럼 원터치 기능을 지원하면 좋겠다.

3열 공간도 넉넉하다. 성인 남성이 탑승해도 불편하지 않을 정도다. 2열 시트를 조절하면 소형 SUV 정도의 공간이 만들어질 정도다. 이외에 컵홀더와 SUV 충전 포트가 마련되는 등 구성적으로 무난하다.

다만 경쟁 모델들과 달리 3열 시트 조작을 수동으로만 해야 한다. 혼다 파일럿이나 현대 팰리세이드처럼 후석 대화모드도 지원하지 않는다. 이런 자잘한 기능은 GM이 잘 못하는 부분이다. 실용성을 떠나 소비자들에게 조금 더 있어 보이고 좋아 보이게 만들어주는 요소들이 강화되면 좋겠다.

트렁크 공간은 넉넉하다. 3열 시트가 펼쳐진 상태에서도 기본 공간이 확보된다. 트렁크 바닥 안에도 수납공간이 있다. 2열 시트까지 폴딩 하면 정말 넓은 공간이 만들어진다. 냉장고도 들어갈 듯하다.

테일게이트는 전동식이다. 범퍼 하단에 발을 차는 모션을 취해 자동으로 여닫을 수 있다. 지금까지 센서 위치가 어디 있는지 몰라 헛발질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쉐보레 로고 불빛으로 킥 센서 위치를 알려주는 기능이 있다. 국내에서는 캐딜락 CT6 페이스리프트 버전을 통해 접했는데 정말 유용한 아이디어다. 부가적으로 테일게이트를 열고 닫을 수 있는 각도 조절 기능도 있다.

안전 장비 중에서 에어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열 센터 에어백이 탑재됐는데, 측면 충돌 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와 동승자 사이에 에어백이 펼쳐지면서 직접적인 2차 충돌을 막는다. 자동차의 안전은 언제나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에 이러한 장비 확대는 언제나 환영이다.

사운드 시스템은 보스의 10개 스피커를 기반에 뒀다. 큰 차체에 맞춰 음향이 중앙 위치에 맞춰진 느낌이라 혼자 운행하거나 앞좌석에만 승객이 탑승한 경우 밸런스를 조금 뒤쪽에 설정하는 것이 좋겠다. 참고로 보스에는 프리미엄 라인업인 퍼포먼스 시리즈(Performance Series)가 있는데, 향후 이 시스템까지 도입되면 만족감이 더 높아질 듯하다.

본격적으로 트래버스 테스트를 진행해보자. 차량에 탑승한 것만으로도 넓은 시야가 펼쳐진다. 타호를 탄다면 시트 포지션이 더 높아질 것이다. 지나가는 기아 쏘렌토가 귀여워 보인다.

시동은 당연히 버튼을 눌러 건다. 콜로라도처럼 열쇠는 사용하지 않는다. 부드러운 6기통 사운드가 잔잔하게 실내에 울린다. 조용하다. 미국 SUV니까 정숙성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을 것 같다는 선입견이 깨진다.

아이들 정숙성을 확인한 결과 35.0 dBA로 나타났다. 현대 팰리세이드 가솔린의 36.5 dBA보다 낮은 수치다. 1.5dBA 차이는 꽤 크다.

인상적인 정숙성은 2열 시트에서다. 이곳에서 34.5를 기록했다. 메르세데스-벤츠 S560과 동일한 정숙성이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주행을 해도 마찬가지다. 미끄러지듯 바퀴가 굴러가는 감각, 정숙성까지 유지된다. 속도가 상승하면 SUV 특성상 풍절음이 부각된다. 그럼에도 80km/h 정숙성은 57.0 dBA 수준을 나타냈다. 제네시스 EQ900 3.3T, 캐딜락 CT6 3.6과 동등한 정숙성이다. 참고로 팰리세이드 3.6의 주행 정숙성은 59.0 d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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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버스의 정숙성을 즐기면서 주행을 이어나간다. 가속 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부드럽게 움직여준다.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이기 때문에 가속 페달 조작에 따른 엔진 반응도 빠르다. 엔진이 낮은 회전수에 있을 때도 무난한 토크감을 낸다. 이것을 달리 말하면 운전자가 조작하는 대로 스트레스 없이 움직여 준다는 것을 뜻한다.

느낌이 좋다. 뭔가 대단한 느낌이라는 것이 아니라 편하다. 다른 차들은 어땠냐고? 현대 팰리세이드는 엔진의 저 회전 영역에서 힘 부족이 느껴졌다. 그래서 가속 페달을 더 밟아야 했다. 닛산 패스파인더는 특유의 스티어링 시스템(일렉트로-메커니컬 : 유압을 기초로 하지만 엔진이 아닌 전기모터가 유압 펌프 역할을 해주는 방식)으로 인한 특유의 소음, 조작감도 거슬렸다. 포드 익스플로러는 2.3리터 터보 엔진 특성상 엔진 회전수에 따른 토크 기복이 승차감에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했다. 유일하게 파일럿이 여러 분야에서 아쉬움이 없었고, 때문에 우리 팀도 파일럿에 많은 칭찬을 보탰다.

길이 5.2m, 폭 2m에 이르는 거구다 보니 주행 시 살짝 헐거운 감각도 느껴진다. 하지만 이는 트래버스뿐만 아니라 이 급의 대형 SUV나 카니발 같은 RV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다. 참고로 트래버스에는 C1XX라는 이름의 GM의 최신 플랫폼이 사용됐는데, 어마 무시한 강성보다 효율적이고 유연함에 초점을 맞춘다. 이 플랫폼은 향후 국내에도 출시될 캐딜락 XT6에도 사용된다.

고속도로에 오른다. 속도감이 크지 않다. 시속 100km로 주행해도 체감은 60~70km/h 전후로 이동하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시트 포지션이 높으면 속도감이 둔화되는 경향이 있다. 트래버스는 물론 다른 대형 SUV도 그러하며 트럭이나 버스는 더 느린 속도감을 만든다.

그런데 트래버스는 여기에 안정적인 감각까지 더했다. 고속 안정성이 좋다는 것이다. 속도를 많이 높이더라도 불안한 느낌을 전달하지 않고 스티어링 휠의 보정 조작 없이 앞으로 잘 달렸다. 다만 2WD 모드에서는 최상의 안정감이 나오지 않는다. 만약 속도를 높여 주행한다면 AWD를 써야 한다. 이 때는 차량에 설정된 최고 속도까지 별 어려움 없이 달릴 수 있다. 최고 속도는 디지털 미터 기준 218km/h 내외.

그런데 불편한 점이 있다. 고속 안정성도 뛰어나고 편안하지만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빠졌다. 어느 정도 교통흐름이 있는 경우에는 가속 페달 조작을 지속적으로 해줘야 한다.

이외의 액티브 세이프티 시스템은 잘 갖췄다. 보행자까지 인식하는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차선이탈 경고 및 방지, 사각 및 후측방 경고 기능이 있다. 오토 하이빔도 갖췄다. 하지만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나 차로 중앙 유지 기능이 빠진 점은 아쉽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애초에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 사양에는 최상급 트림인 하이 컨트리(High Country)가 존재한다. 이 모델에만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탑재된다. 반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델은 그 아래 단계인 LT Leather와 프리미어(Premier), 레드라인 에디션에 해당한다. 다른 건 몰라도 이 기능은 가져왔어야 하는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 성능을 확인했다. 그 결과 7.82초였다. 팰리세이드 3.8 AWD가 7.78초를 기록했으니 0.04초 차이다. 사실상 동일한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수회 테스트에 따른 평균 편차는 0.02초 정도. 하지만 이 미미한 수치로 싸우지 말자. 혼다 파일럿은 7.38초를 기록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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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저속에서 급가속을 시작하면 토크 스티어가 크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300마력 급 힘을 앞바퀴에만 전하니 어쩔 수 없나 보다.

트래버스의 AWD 시스템은 운전자가 2WD와 AWD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2WD는 연비 향상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최대 힘을 몰아 쓸 때 안정감이 떨어진다. 이런 환경, 고속주행에서 안정감을 얻고 싶다면 AWD 모드를 써야 한다. AWD는 앞바퀴 굴림에 기반을 두지만 상황에 따라 리어 휠로 구동력을 보내 안정감을 높여준다. 또한 험로 주행을 위한 모드도 있다. 다이얼을 통해 선택하는데, 랜드로버의 터레인 리스폰스 시스템 보다 기능성이 작지만 일상에서 필요한 조건을 만드는데 아쉬움은 없다.

이번에는 제동력을 보자. 현대 팰리세이드는 딱 한 번 좋은 기록(38.2m)을 낸 이후 쭉쭉 밀려나갔다. 반면 트래버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39m 대를 유지했다. 테스트를 지속하면 거리가 늘어나기 마련인데, 트래버스의 제동 시스템은 편차 없는 성능을 보여 좋았다. 이는 신뢰도 향상을 이끈다. 내 차에 강한 제동력을 끌어냈을 때 얼마만큼의 거리에서 설지를 알 수 있기 때문. 특히나 많은 승객이 탑승하는 자동차에겐 이 부분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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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는 콘티넨탈의 ‘크로스컨택 LX20 ECO Plus’라는 제품을 쓴다. 에코 타이어라고 하면 보통 마른 노면 성능이 크기 떨어진다. 하지만 트래버스의 OE 타이어는 의외로 좋은 성능을 보였다. 사이즈는 255 / 55 R20인데, 휠 인치수를 줄이는 것도 좋겠다. 물론 큰 차체에는 어울리는 규격이지만 효율성을 감안하면 18~19인치가 유리하다.

고속도로를 정속 주행한다. 100km/h로 달리고 있는데, 속도계는 108km/h를 가리킨다. 과거 GM 차들은 3~4km/h 내외의 오차를 보였는데, 트래버스의 것은 의외로 차이가 조금 컸다. 고속도로 최대 주행속도가 110km/h인 경우 계기판상으로 118km/h 정도로 달리면 된다는 얘기다.

정속 주행 상황, 이때의 연비는 12.5km/L 수준을 기록했다. 좋다고 생각되지 않지만 그래도 동급 모델 기준으로 볼 때 중간 정도는 한다. CVT 변속기의 이점을 앞세운 닛산 패스파인더는 정속 주행 연비가 일품(13.5km/L)이다. 그래도 직접 경쟁 모델인 팰리세이드의 것보다 조금 나은 연비를 보였으니 위안을 삼으면 될 듯.

정체구간에서의 연비는 6km/L 내외였다. 이는 대부분의 대형급 SUV들이 보여주는 연비다. 잘 나오면 7km/L 대 부근. 즉, 가솔린 SUV는 편안함을 위해 타는 것이지 연료비에 민감한 소비자가 선택할 상품은 아니다.

정속 주행 환경에서 스티어링 휠을 급격하게 조작하면 살짝 느린 반응과 함께 뒷바퀴도 늦게 따라온다. 부드러운 서스펜션이 스티어링 조작에 따른 차체 반응을 어느 정도 흡수하고 긴 차체와 휠베이스에 의해 리어축이 늦게 반응하는 것이다. 길고 무거운 차체인 만큼 요 모멘텀이 보다 길게 지속되는 것도 원인이다. 이는 대형 SUV와 세단 등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요소다.

하지만 진짜 트래버스의 장점은 다른 것이다. 바로 승차감. 우리 팀은 현대 팰리세이드가 다소 이기적인 차라고 말했다. 운전석에서 즐길 수 있는 기능성, 감각적 요소는 좋은데, 뒷좌석 승차감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 반면 트래버스는 2열 승차감이 최상이다. 3열도 좋다. 공간 이점보다 그 편안함이 모든 것을 용서하게 만든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의 부재. 아쉽다. 하지만 운전하는 아빠(엄마)와 달리 2~3열을 이용하는 가족은 편하다. 다리 이음매를 지나도, 과속 방지턱을 만나도, 일정하게 쇼크를 전하는 도로에서도 부담은 없다.

경차 시장을 보자. 기아 모닝과 쉐보레 스파크가 경쟁한다. 모닝은 무난함을 내세우는데, 스파크는 승차감이 좋다. 정확이 모닝의 것이 나쁘다. 하지만 한국지엠은 이런 좋은 아이템을 살리지 못했다. 이번 트래버스의 최대 장점도 승차감이다. 그리고 경쟁차는 이것이 약점이다. 더욱이 다인 승차 환경을 위해 대형 SUV를 구입하는 것이지, 앞좌석을 즐기고자 이런 장르로 접근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한국지엠에 ‘똑똑이’가 있다면 앞으로 이 아이템을 잘 살릴 것이다. 다만 있어도 자랑하지 못하는 것이 그들의 스타일이다. 그들에겐 전문가가 없다. 쌍용을 보라. 갖은 것이 없어도 티를 잘 내서 시장 장악력을 높였다. 적어도 한국지엠은 쌍용의 마케팅 능력을 본받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 시장이 더 재미있게 됐다. 그리고 이제 진짜 강자가 돌아온다. 포드 익스플로러 얘기다. 팰리세이드의 시작 가격은 3천만 원대 중반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4천만 원대 팰리세이드를 구입한다. 그리고 수입 SUV들은 5천만 원대 가격에서 경쟁한다. 의외로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즉, 이제 수입차와 국산차가 직접 경쟁하는 구도에 있는 것. 진짜 이 시장의 경쟁은 내년(2020년)에 이뤄지게 된다. 그때까지 어떤 전략들을 구사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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