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시트로엥 C4 칵투스…당신은 평범하지 않아요

자신이 평범하다고 여기는 것은 어찌보면 큰 착각이다. 우리는 생김새부터 다르다. 각자의 기준도 다르고, 취향도 다르다. 그런 눈으로 보면 우리 서로는 모두 유별나다. 우리가 보통의 존재가 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부 취향이 비슷하다고 우리는 같은 존재가 될 수 없고, 그래서 누군가를 더 알아갈수록 상심이 깊어질 때가 많다. 결국 평범해지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인위적인 것들의 세계는 조금 다르다. 규격화할 수 있고, 누구나 같은 것을 만들 수 있다. 때로는 개성이 없는 물건도 필요한 법이다. 자동차 뿐만 아니라, 다양한 조립 제품에 쓰이는 나사나, 볼트와 너트가 제조사마다 다른 모양과 크기로 만들어진다면 우리의 공구함은 장롱만해야 할지도 모른다.

자동차는 다분히 복잡하다. 디자이너의 고뇌가 느껴지는 겉모습 속에는 엔지니어들의 목적성이 담겨있다. 창조와 규범이 부딪치고, 멋과 안전이 각을 세운다. 멋들어진 클래식카의 디자인을 다시 만날 수 없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오랜 규범과 새로이 부각되는 안전은 분명 자동차를 평범하게 만들고 있다. 1930년대 자동차 디자이너에게 오늘날 자동차를 디자인하라고 시킨다면, 그는 도대체 할 수 있는게 무엇이냐고 되물을 것이다.

유행에 민감해야 하고, 이제는 디자인 변화 주기도 빨라졌다. 그만큼 새로운 시도는 줄어들었고, 브랜드만 다를 뿐이지 약속이라도 한듯 일정한 부위의 디자인만 바꾸고 있다. 클리셰가 가득해졌다.

시트로엥은 오래전부터 이런 진부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극단적으로 실용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것을 추구했다. 진보적인 기술 연구이 동반됐고, 대중들을 위한 친근함도 갖고 있었다. 농부가 모자를 쓴 채로 탈 수 있는 차, ABS 플라스틱 수지로 만들어진 레고 같은 차,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한 차 등 시트로엥은 목적성이 뚜렷한 차를 만들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푸조, 르노 등과도 결이 달랐다. 수많은 자동차 브랜드의 역사를 따져봐도 시트로엥처럼 평범하지 않은 양산차를 많이 만든 회사는 없을 것이다.

시트로엥이 언제나 실험적이었던 것만은 아니다. 무난한 세단이나 왜건도 곧잘 만들었다. 자신의 기준이 아닌, 일반적인 소비자들의 기준을 충족시키려고 노력한 시기도 있었다. 다 돈 때문이다. 중국의 둥펑자동차가 2014년 PSA그룹의 주식 14.1%를 인수하면서 푸조는 더 푸조답고, 시트로엥은 더 시트로엥답게 차를 만들 여력이 생겼다. 그리고 이 시기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C4 칵투스’다.

모두가 금속으로 만들어진 외부 패널을 맨들맨들하게 다듬을 때, 열가소성 폴리우레탄을 문짝과 앞뒤 범퍼 일부에 덧댔다. 이 부분은 우리가 흔히 보는 ‘뾱뾱이’처럼 오톨도톨하게 만들어졌다. 시트로엥은 ‘에어 범프’라 불렀다. 안전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가벼운 스크래치나 문콕 걱정은 사라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도로에서 튀었다. 물방울처럼 동글동글한 모습과 당시에는 몹시 낯설었던 분리형 헤드라이트, 소파처럼 널찍하고 푹신한 시트, 핸드백의 손잡이가 떠오르는 도어 핸들, 고급스러운 서류가방처럼 만든 글로브 박스 등은 C4 칵투스를 참신하게 만들었다. C4 칵투스는 우리나라에서 크게 히트치진 못했지만, 도로에서 보면 괜히 흐뭇해지는 그런 차였다.

그랬던 C4 칵투스가 조금 변했다. 클리셰에 조금 길들여진 느낌이다. C4 칵투스의 상징이었던 에어 범프는 사라졌다. 그 흔적만 남았다. 소재도 딱딱한 플라스틱이다. 범퍼의 디자인도 달라졌다. 양쪽 LED 주간주행등을 이어주는 디자인이 새롭게 적용되면서 사나운 얼굴을 갖게 됐다. 매끈매끈하고 동글동글한 느낌이 많이 사라졌다. 뒷모습은 너무 평범해져 버렸다. 과연 C4 칵투스란 이름을 그대로 붙여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선인장처럼 톡 쏘는 인상이 사라졌다.

여전히 뒷창문은 오르내리지 못하고, 밀어서 여는 구조다. 겨우 찬공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의 틈만 생긴다. 유럽만을 겨냥한 결과다. C4 칵투스는 작은 차고, 쿠페의 감각이 깔려있다. 패밀리의 기준으로 접근하기 힘들다. 시트는 쇼파처럼 푹신한데, 공간은 좁다. 커다란 쇼파가 좁은 거실을 점거한 것 같다.

파워트레인은 한결 나아졌다. 출력에 민감한 우리나라 소비자들도 이견이 없을 것 같다. 단번에 몸으로 느껴질 정도로 힘이 세졌다. 자동변속기가 아이신의 EAT6로 바뀌면서 이전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주행질감이 부드러워졌다. 연비는 살펴볼 것도 없다.

‘프로그레시브 하이드롤릭 쿠션’이라는 어려운 이름을 가진 서스펜션은 2019년형 C4 칵투스의 핵심 중 하나다. 댐퍼 안쪽에 위아래로 두개의 유압식 쿠션을 추가해 급격한 움직임에 대응하는 서스펜션이다. 차의 성격과 어울리게, 시종일관 편안한 감각을 제공하면서 요철이나 방지턱을 지날 때는 여진이 발생하지 않도록 꽉 잡아준다.

C4 칵투스는 유럽 지역을 위해서만 개발됐다. 다른 곳에 팔 생각도 없었다. 유럽인들만 이해하고 수긍할 수 있는 코드가 가득하단 얘기다. 평범함이 스며들기 시작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여전히 C4 칵투스는 우리나라 도로에서 이국적인 매력을 풍기기 충분해 보인다. 그저 너무 도드라진다고 다른 부류로 배제할 게 아니라, 우린 전부 평범하지 않으니깐 다른 사람의 취향이나 다른 차의 생김새를 존중할 필요도 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