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지프, 랭글러 사하라


SUV가 인기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승용차와 비교해 크고 넓으며 개성도 강하고, 도로 사정의 구애도 적게 받는 등 다양한 장점이 많다. 과거에는 세단 대비 주행성능이 크게 부족했고 전복 위험도 컸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다르다. 고성능 모델일 경우 스포츠 쿠페 부럽지 않은 다이내믹한 주행성능까지 갖춘다.

그렇게 모든 제조사들이 편하며 잘 달리고 활용도 높은 SUV를 만들고 있다. 그 속에서 여전히 어떻게 하면 바위를 쉽게 넘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모델이 있다. 바로 지프(JEEP), 그중에서도 랭글러다. 랭글러는 SUV의 원조라고 볼 수 있는데, 11년 만에 신모델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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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랭글러(Wrangler)’라는 이름을 기준으로 하면 현행 모델은 4세대가 된다. 하지만 지프는 1941년 등장한 윌리스 MB(Willys MB)까지 랭글러의 역사에 포함시킨다. 때문에 랭글러의 조상까지 더해 현재의 랭글러는 6세대로 분류된다. 올해로 78년의 역사를 갖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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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에 변했다지만 막상 신모델을 접해보면 ‘엥?’이라는 소리가 나온다. 랭글러 전문가가 아니라면 도무지 알 수 없는 변화만 거쳤기 때문이다. 디자인이 안 바뀌는 것으로 유명한 포르쉐 911이나 미니 쿠퍼도 이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기존 모델의 사진을 꺼내 들면 꽤나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그릴과 범퍼, 휠하우스 디자인까지 세세하게 변했다. 하지만 결국 지프라는 것, 랭글러라는 정체성은 변하지 않았다. 아마 랭글러의 디자인이 변한다는 것은 포르쉐 911의 디자인이 변하는 것만큼이나 마니아들이 들고일어날 사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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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적으로 살펴보자. 이제 트렌드에 맞춰 LED 헤드 램프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LED는 테일램프와 주간주행등에도 사용된다. 윈드실드, 도어, 루프 패널 모두 탈 장착 가능하다는 것도 랭글러의 특징이다. 때문에 차량 곳곳에서 나사로 조이고 풀 수 있는 구조를 볼 수 있다.

휠은 17~18인치가 사용된다. 테스트 모델인 사하라는 18인치 구성이다. 불룩한 타이어는 직경이 33인가 기본이다. 휠하우스가 넓어 본격 오프로드 타이어인 35인치 타이어까지 하체 튜닝 없이 장착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 된다. 온로드 중심에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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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 윈드실드와 휠 등 차량의 다양한 부분에 랭글러의 조상 격 모델 ‘윌리스 MB’를 캐릭터화 시켰다. 헤리티지를 표현한 것이다.

외적인 모습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랭글러의 뼈대가 되는 부분만큼은 확 달라졌다. 새로운 프레임 바디를 사용하고 차체의 많은 부분을 알루미늄으로 만들었다. 덕분에 기존 대비 90kg의 무게를 덜어낼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랭글러가 태생부터 오프로드 주행을 염두에 뒀다는 사실이다. 우선 접근각이 최고 44도에 이른다. 크게 체감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접근각 44도라는 것은 암벽 이외에 사실상 모든 언덕을 통과할 수 있는 수치다. 참고로 일반적인 SUV는 20도에서 많아야 30도 정도 수준이다. 이탈각도 37도나 되기에 바위를 넘는 것이 아니면 범퍼가 망가질 일이 없다.

랭글러의 지상고는 277mm나 된다. 보통 SUV들의 지상고가 250mm가 넘으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참고로 레인지로버가 오프로드 모드를 사용해 차체를 최대한 들어야 295mm까지 높아진다. 랭글러의 지상고가 어떤지 비교가 될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바위 등에 의해 동력축, 차축이 망가지지 않도록 스키드 플레이트로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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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강 깊이도 상당히 중요하다. 도강 깊이는 얼마나 깊은 물을 통과할 수 있느냐를 뜻한다. 랭글러는 760mm나 된다. 일반적인 SUV의 도강 깊이는 400~500mm 내외다. 오프로드를 염두에 둔 랜드로버 차량들이 600mm 전후다. 물론 레인지로버는 900mm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에어 서스펜션으로 차고를 최대한 높이지 않은 상태라면 랭글러만큼의 능력을 갖지 못한다.

한마디로 랭글러는 태생 자체가 오프로드에 초점이 맞춰졌고, 현재까지 그 특성을 유지시켰다고 보면 된다.

인테리어도 외관 디자인과 같은 연장선에 있다. 하나하나 살펴보면 달라졌지만 큰 틀은 같다. 수평적인 대시보드와 원형 송풍구가 마치 랭글러의 그릴과 헤드램프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오프로드 주행 때 몸을 지지할 수 있도록 대시보드와 A-필러에 손잡이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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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페시아에는 8.4인치 디스플레이와 유커넥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탑재된다. 이 시스템은 간결하고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하면서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기능까지 지원한다. 하단에 위치한 버튼들도 큼지막하기 때문에 조작도 쉽다. 참고로 도어 패널이 탈장착이 가능한 구조로 만들어져 윈도우 조작 스위치도 센터페시아에 있다. 하지만 마감에 신경 쓸 필요가 있겠다. 윈도우 문양이 벌써 지워졌기 때문이다. 1만 3천 km 달린 차가 10년 된 중고차와 같은 느낌을 주는 것 같다.

기어 레버와 함께 구동방식 선택하는 4륜 레버도 있다. 선택적 4륜 방식을 갖췄기 때문인데, 이제 다른 차에서 찾아보기 힘든 랭글러 만의 전통이 됐다.

일반 승용차만 접하다 랭글러를 만나면 당혹스러울 수 있다. 도어 패널의 금속이 그대로 노출된 실내, 편의 장비라는 것이 있을까 싶은 구성 등 그야말로 투박한 모습만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급스러움이 강조된 사하라 모델에는 나름대로 고급스러운 요소를 가미하고자 했다. 프리미엄 가죽 마감, 9개의 알파인 스피커, 오토 에어컨,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 시스템 등이 그것이다. 일반 소비자들은 ‘뭐야 이게’라고 할 수 있지만 랭글러에게는 사치스러운 구성들이다.

우람한 덩치를 가졌지만 뒷좌석 공간은 좁은 편에 속한다. 더군다나 내부에 랭글러의 뼈대를 지지하는 구조물이 자리하기에 시각적으로 더 좁아 보인다. 뒷좌석에 별다른 편의 장비도 없다. 어디까지나 뒷좌석은 추가적인 탑승을 위한 공간이며, 랭글러를 즐기기 위한 자리는 오직 운전석뿐이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 898리터이며, 뒷좌석을 접으면 2050리터까지 늘어난다. 수치적으로는 넉넉하지만 돌출 공간이 많고 여러 구조물로 인해 활용도가 높다고 보기 힘들다.

본격 테스트에 앞서 랭글러의 모델 분류를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승용차는 모델 분류는 옵션 구성 정도로 갈린다. 하지만 랭글러는 모델 분류에 따라 치량의 성격 자체가 변한다. 그만큼 오프로드 주행에 특화된 모델이라는 것이다.

랭글러는 일종의 기본형 모델인 스포트(Sport), 본격 오프로드 모델인 루비콘(Rubicon), 고급형 모델인 사하라(Sahara)로 분류된다.

가장 큰 차이는 차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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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제원은 차축 링기어 사이즈를 나타낸 것이다. 높은 숫자일수록 두껍고 강한 차축을 사용한다는 뜻한다. 한마디로 통뼈일수록 산을 타거나 모래를 밟아도 차축이 망가질 일이 적어진다. 여기에서 M220이라는 사양은 전문 트럭용이 아닌 일반 승용차에서 가장 크고 두꺼우며 강력한 차축이다.

때문에 진정으로 오프로드 주행을 위한 구성을 갖는 루비콘이 사하라보다 더 강력한 차축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그만큼 무게도 더 무겁고 연비도 나쁘다. 그야말로 오프로드에 ‘올인’한 차라는 얘기다.

실제로 루비콘의 전륜 펜더 부분은 사하라와 달리 더 높게 자리한다. 더 큰 타이어를 끼우고 험한 산길을 갈 수 있도록 휠하우스 공간을 더 넓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루비콘과 사하라의 차이점은 또 있다. 바로 스티어링 시스템이다. 스티어링 휠을 돌려 바퀴를 조작하는 과정에 사용되는 일종의 연결고리가 다르다. 튼튼한 것이 중요한 루비콘은 조작 질감이 투박해도 유니버설 조인트 방식을 사용한다. 반면 주행감각이 우선시되는 사하라 모델은 CV 조인트, 흔히 등속 조인트라고 부르는 방식을 사용한다. 그만큼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통해 느껴지는 감각에서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루비콘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전륜, 중앙, 후륜 디퍼렌셜을 모두 잠그는 것이 가능하다. 일반적인 SUV에서 4륜 LOCK이라고 말하는 것은 중앙 디퍼렌셜을 잠그는 것이다. 전후 구동 배분을 50:50으로 나누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구동력이 전후로 반반씩 나뉜다고 해도 구동력이 왼쪽 바퀴 혹은 오른쪽 바퀴로만 몰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차량이 헛바퀴 도는 것은 똑같아진다. 때문에 일부 고사양 SUV는 후륜 디퍼렌셜 락 기능을 지원한다. 이렇게 되면 뒷바퀴의 좌우 바퀴 구동력이 균일하게 분배돼 견인력을 높이는 것이 가능하다. 랭글러 사하라도 여기까지 가능하다.

랭글러 루비콘은 여기에 앞바퀴까지 디퍼렌셜 락 기능도 갖췄다. 이렇게 되면 엔진에서 나오는 구동력이 4개의 바퀴에 25%씩 전달할 수 있게 된다. 바퀴 하나쯤 공중에 떠있어도 험로를 통과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기능을 지원하는 차량이 있긴 하다.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다. 하지만 가격이….

또 있다. 루비콘에는 스웨이바 분리 장치까지 갖춰진다. 쉽게 말하면 서스펜션을 고정하는 장치가 분리된다는 것이다.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자유자재로 탈골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그 덕분에 큰 바위도 바퀴의 접지력을 잃지 않고 넘는 것이 가능해진다.

지금까지 열거한 각종 기능들은 일반 SUV에게는 없는 기능들이다. 사실 필요치도 않다. 하지만 정말 오프로드 주행을 원하는 소비자라면 차량 구입 후 수천만 원 이상을 투입해야 만들 수 있는 구조들이다. 그런 것들을 랭글러는 기본으로 갖췄다는 것이다. 굳이 루비콘까지 가지 않고 기본형 모델만 해도 일반 SUV가 꿈도 못 꾸는 험로 주행이 가능하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랭글러에 열광하고 랭글러를 구입한다. 차량 라인업에 따라 성격에서 차이를 보이는 만큼 편안한 운전 환경이 필요하다면 사하라를, 정말로 오프로드 주행에 도전해보겠다면 루비콘을 구입하면 된다.

본격적으로 랭글러 (사하라)와 달려보자.

앞서 언급한 것처럼 랭글러는 전통적으로 오프로드를 지향하는 모델이다. 때문에 온로드 성능에 대한 비중이 다른 모델 대비 높지 않다. 온로드 주행 성능이 나쁘다는 것이 아닌, 다른 SUV들 대비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적어진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번 랭글러는 기존과 다르다. 또한 우리 팀이 테스트한 사하라(Sahara)는 온로드 비중이 높은 모델이기에 기대감이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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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엔진부터 보자. 과거 랭글러는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을 썼지만 지금은 2.0리터 4기통 터보 엔진으로 다운사이징 추세에 맞췄다. 출력도 272마력을 낼 수 있다. 사실 270마력대라는 출력은 2.0리터 급 터보 엔진이라도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 현대차의 고성능 모델 벨로스터 N이 275마력, 동급 최고 성능을 가졌다는 캐딜락 ATS 2.0T도 272마력을 낸다. 물론 수작업으로 만드는 381마력의 메르세데스-AMG의 것이 2.0T 엔진 영역에서 최고 출력을 자랑한다지만 어차피 이 모델은 스페셜 한 차에 속한다. 즉, 대중을 위한 일상용으로 270마력은 넘치는 출력임에 분명하다. 다만 아이들링, 또는 저속 구간에 있을 때 디젤 엔진과 유사한 음색을 낸다. 단점 같지만 랭글러이기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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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엔진은 8단 자동변속기와 짝을 이룬다. 크라이슬러가 200C를 통해 9단 자동변속기를 선보였을 때 의외로 실망감이 컸다. 다단화 추세에 따르긴 했지만 실제 9단이 들어가는 환경을 만나기 어려웠다. 반면 8단 변속기는 상황에 맞는 대응 능력을 잘 갖췄다. 반응 속도는 평범하지만 차량 성격상 아쉬움이 되지는 않는다. (아무래도 랭글러이기에 앞으로도 ‘성격상’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할 것이다.)

가속력은 어떨까? 랭글러에서 가속력이라….

직접 랭글러를 타보면 꽤나 놀라게 된다. 출력에 걸맞은 성능을 여과 없이 구현한다는 점이 좋다. 최대토크는 40.8Kg.m 수준인데, 이와 같은 성능 덕분에 빠른 성능을 이어감에 부족함이 없다. 그렇다면 랭글러는 얼마나 빠른 성능을 보였을까? 계측장비를 이용해 성능을 확인해 봤다. 그 결과 랭글러 사하라는 7.27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했다. 측정은 2WD 모드에서 진행했다. 7초대라는 성능은 분명 잘 달리는 축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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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 손실은 얼마나 될까? 우리 팀이 테스트한 결과 2WD 모드에서의 순수 구동 토크는 약 36Kg.m 내외. 최고출력은 212마력으로 측정됐다. 사실 272마력짜리 엔진이니 효율이 다소 떨어진다고 볼 수 있는데, 일반유 사용과 더불어 구동계가 다른 차와 조금 다르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적어도 이 차의 성격으로 본다면 타협할 수준은 된다. 참고로 270마력대 차량을 기준으로 효율이 좋은 차량들이 240마력 내외, 떨어지는 경우 200마력 전후의 성능을 내는 것이 보통이다. 3천 rpm을 중심에 두고 토크가 플랫하게 전개된다는 점은 장점이 된다.

정숙성은? 아이들링 상태에서 39.5 dBA 수준이라면 보편적인 가솔린 세단과 비교된다. 다만 80km/h 주행 때 62.5 dBA 수준의 소음을 보였는데, 이는 N.V.H 부분에 조금 인색한 소형차와 유사한 수치다. 아무래도 차체 특성, 타이어의 영향에 의한 것인데, 랭글러 소비자는 이를 크게 문제 삼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과거보다는 조용한 편이니까. 하지만 실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잡소리’가 거슬린다. 랭글러 마니아들이 보기엔 애교스러운 소리겠지만, 최근 자동차 트렌드에 비춰봐도 이는 거슬리는 소음임에 분명하다. 아무래도 오픈형, 프레임 구조 차체 영향 때문이겠지만 불필요한 소음을 억제하는데 조금 더 신경 써주면 좋겠다.

자세제어장치도 안정적으로 개입한다. 과거엔 이를 다루는 기술이 부족한 제조사들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제어 기술이 상향 평준화된 모습이다. 여기에 브레이크 어시스트나 전복 방지 시스템을 더해 한층 안정적인 드라이빙을 가능케 했다.

타이어는 브리지스톤의 듀얼러(Dueler) H/T를 쓴다. 온로드를 중심에 두고 가벼운 오프로드까지 감안할 수 있는 타이어다. 너비는 255mm 급이며 편평비는 70이다. 타이어 규격만 봐도 차의 성격이 명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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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링 성능이 좋은 편은 아니다. 랭글러 치고 좋은 성능이지만 타이어의 성격이나 차량 컨셉, 높은 지상고로 본격 코너링을 즐긴다는 것은 맞지 않는 내용이다. 온로드 중심의 성능을 누리고 싶다면 다음 달 출시될 인피니티 QX50을 선택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유사한 가격에 포르쉐 마칸과 맞먹는 때로는 능가하는 성능을 낼 수 있다.

즉, 일반적인 온로드 SUV에서 랭글러로 접근했다면 안정감과 성능이 다소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차는 분명 특별한 모델이다. 여기에 타이어 특성까지 감안한다면 순수 코너링 성능이 떨어진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스티어링 휠의 조작량이 적은 편이다. 과거 SUV들, 여기에 오프로더들은 스티어링 휠의 조작 범위가 컸다. 이 특성은 오프로드 주행 때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온로드 주행에서는 꽤나 불편한 요소가 됐다. 반면 이번 랭글러 사하라의 스티어링 시스템은 적정한 기어 비율을 갖춰 조작성을 떨어뜨리지 않았다. 스티어링 시스템의 묵직함도 무난하다.

핸들링이 좋은 편은 아니다. 특히 스티어링 휠이 중앙부에 있을 때 조금 무딘 느낌이 크다. 하지만 서스펜션의 특성 및 차량의 지향점으로 볼 때 아쉬움이 크지 않다.

승차감은 무난하다. 부드러운 느낌이 짙은데, 이는 오프로드를 감안한 부드러운 서스펜션 채용에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흐느적거리는 편도 아니다. 패션카로 접근한 소비자의 경우라도 큰 아쉬움을 토로하지 않겠다.

4륜 구동 시스템은 셀렉 트랙(Selec-Trac)으로 불리는데 당연히 풀타임이 기본이다. 또한 오프로드 주행을 위한 로우기어, 미끄러운 노면이지만 고속화 환경에서 4WD 사용을 위한 4WD High 모드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막강한 오프로드 능력을 자랑하게 된다. 참고로 오프로드에 특화된 루비콘 버전은 내부 기어비가 조금 다르다.

아울러 BLD(Brake-Lock Differentials)라는 기능이 있는데, 이는 미끄러지는 휠에 브레이크를 걸어 구동력이 살아있는 휠로 토크를 보내주는 기능이다. 전반적인 구동력을 향상시켜 주는 기능으로 보면 되는데, 휠 스피드 센서의 정보를 기초로 한다.

제동성능은 어떨까? 시속 100km로 달리던 랭글러는 최대 제동 결과 41.5m 수준의 제동거리를 냈다. 사실 이 기록은 SUV라고 해도 중후반 사이에 속하는 기록이다. 하지만 타이어나 차량의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제동성능이 떨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확히 타이어 성능만 보강해도 제동력이 크게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립 좋은 온로드 타이어를 장착할 소비자는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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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 연비는 고속도로 정속 주행을 기준으로 12km/L 수준이었다. 좋은 편은 아니다. 참고로 시내 주행에서는 5~6km/L 수준을 봐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이차의 소비자들을 망설이게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 팀이 테스트한 다양한 환경 안에서 랭글러는 약 7~8km/L 수준의 연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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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글러는 정말 특별한 차다. 특히나 전통적인 SUV를 좋아하는 소비자들에게 자신만의 존재감을 뽐낼 수 있는 모델이다. 여기에 다른 차들이 흉내 내기 힘든 오프로드 성능도 기본이다. 가격은 6천만 원대로 비싸다. 하지만 3천만 원대 SUV를 구입해 오프로드 주행을 위한 튜닝을 하다 보면 결국 랭글러 가격만큼 비싸질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다면 애초부터 제조사 튠이 확실하게 적용된, 또한 검증된 완성형의 차를 구입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뭔가 눈에 띄는 단점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미워하기 힘든 이유가 있다면 아마도 랭글러가 갖는 특수성 때문일 것이다.

우리 팀은 온로드 환경에 익숙하다. 그리고 도심형 SUV가 좋다. 하지만 기회를 만들어 루비콘 버전과 함께 우리가 접하지 않았던 곳을 달려보고 싶다는데 의견이 모였다. 랜드로버 모델을 탈 때는 이런 의견이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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