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쉐보레 말리부 E-터보(1.35 터보)


다운사이징(Downsizing). 많이 들어 본 단어다. 다운사이징은 한마디로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차체 무게도 줄이고 엔진 기통수와 배기량도 줄인다. 생산 공정의 간략화로 자동차를 만드는데 필요한 원가를 낮추는 것도 다운사이징의 범주에 포함된다. 사람이 다이어트하듯 자동차도 다이어트를 한다고 보면 쉽다. 그래야 성능도 좋아지고 연비까지 향상되니 말이다. 배출가스 저감이라는 것 또한 중요한 이유가 된다.

그리고 현재 자동차 시장 중심에는 다운사이징 엔진이 있다. 이 흐름에 맞춰 최근 출시되는 상당수 자동차들이 4기통 엔진을 사용한다. 참고로 BMW는 7시리즈(740e PHEV)에도 4기통 엔진을 넣었다. 또한 미래지향적 성격을 가진 스포츠카, i8은 3기통 엔진을 얹고 있다. 물론 이런 일부 차량들은 보편적인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차량들과 거리가 멀다.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 브랜드들도 다운 사이징에 많은 힘을 보태고 있다. 현대차는 쏘나타에 1.6 및 2.0 가솔린 터보 엔진을 넣었는데, 이들은 2.5리터 및 3.0리터 급 자연흡기 엔진을 대체하는 성격을 가진다. 자연흡기 엔진을 즐기던 일본의 혼다도 1.5 및 2.0 가솔린 터보 엔진을 쓴다. 쉐보레도 말리부에 1.5 및 2.0 가솔린 터보 엔진을 넣어 2~3리터 급 자연흡기 엔진을 대체해 왔는데, 이번 페이스리프트(부분 변경)를 통해 1.5 가솔린 터보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대체하는 새로운 파워트레인을 내놨다. 이 차는 말리부 E-터보라고 불린다. 그리고 말리부 E-터보는 9세대 말리부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자 확 바뀐 파워트레인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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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엔진은 3기통이다. 맞다 경차에서나 사용하던 그 3기통이다. 배기량도 1.35리터에 불과하다. 참고로 GM은 차세대 엔진으로 3기통 1.0 터보와 1.35 터보 엔진을 내놓은 바 있다. 그리고 이 가운데 1.35리터 급 터보 엔진을 말리부에 얹었다.

1.35 터보 엔진은 중국형과 기타 해외용으로 구분된다. 중국형은 옥탄가가 낮은 휘발유를 사용하는 시장 환경에 맞춰 MPI 인젝터 2개를 사용하는 듀얼-인젝터 방식으로 구성했다. 반면 국내 시장용 엔진에는 직분사 시스템을 달았다.

이 엔진은 작은 배기량으로는 꽤나 높은 156마력과 24.1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4기통 2.0~2.5리터 자연흡기 엔진을 대체하는 성능이다. 또한 이 엔진은 기존에 쓰이던 4기통 1.5리터 터보 엔진까지 대체한다.

물론 최대 토크나 최고 출력의 수치는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을 때 나오는 숫자에 불과하다. 보통 배기량이 작아지면 엔진의 저회전 영역에서 힘이 부족해지는데, 이때 운전자는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GM 엔지니어들은 엔진의 부담을 줄이고자 각종 전동화 기술을 추가했다.

먼저 냉각수를 돌려주는 워터펌프를 모터 방식으로 바꿨다. 터보차저의 부스트 압력을 조절해주는 장치도 모터가 한다. 브레이크 시스템에 유압으로 힘을 보태는 역할도 모터가 대신한다.

덕분에 엔진은 다른 곳에 힘을 빼앗기지 않고 동력을 만드는 데만 집중하게 됐다. 자연스레 실제 구동 효율이 상승하게 된다. 엔진이 제 역할만 하기에 연비까지 높일 수 있다. 이것이 이번 엔진 변화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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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속기도 달라졌다. 6단 자동에서 CVT로 변경된 것. 경차인 스파크에 자트코(Jatco) 제품이 쓰였으니 이번에도 자트코의 것을 썼을 것이라 예상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변속기는 GM이 직접 개발한 것이다.

사실 GM은 CVT 변속기를 잘 못 만들었다. 이질감이란 부분은 모든 CVT들이 극복해야 할 부분이니 넘어간다 해도 성능 자체가 제한적이고 고장이 잘 났다. 대표적인 차가 마티즈 CVT였다. 때문에 2004년 이후로 CVT를 사용하지 않았다.

반면 이번에 GM이 내놓은 VT40이라는 이름의 변속기에 사용되는 벨트를 유독 강조하는 모습이다. 변속기 자체보다 CVT의 핵심이 되는 부속의 출처를 강조한다는 것이다. 이는 LuK 제품인데, 독일 자동차 부품 업체인 셰플러(Scaeffler) 그룹 소속 업체로, 변속기 부품 쪽에서 꽤나 인정받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만든 체인 벨트는 최대 40kg.m가 넘는 토크 대응력을 보여준다. 과거처럼 쉽게 망가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번 변속기의 기어 폭은 7.0:1 정도다. 6단 기어비가 6.1:1이고 아직 국내에 적용되지 않은 9단 변속기가 7.6:1이니까 그 중간 정도의 기어비라고 보면 된다. 덕분에 기존 6단 변속기 대비 5% 정도 효율 개선 효과를 가져왔다.

여기에 최신 CVT들에 있는 기능을 다 넣었다. 다단화된 변속기의 감각을 보여주는 로직을 적용하는 한편, 수동모드로 바꿔 7단 자동 변속기 효과도 낼 수 있다.

하지만 신기술에는 부담도 따르는 법. 우리 팀은 신차 출시 이후 일정 부분 시장의 검증을 거친 후 차량을 구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국내차에만 해당하는 얘기일까? 엔진 잘 만드는 벤츠, BMW, 심지어 포르쉐도 신차 투입 초기엔 실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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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부분 변경된 말리부의 디자인을 보자. 변화는 주로 앞모습 위주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듀얼 포트 그릴의 디자인. 막혀 있던 윗부분을 뚫어 버리니 조금 더 시원스러운 이미지가 살아난다. 범퍼와 안개등의 디자인도 슬림한 모습으로 바꿨다.

헤드 램프도 LED 타입으로 변경됐다. 드디어 말이다! 동급에서 가장 늦게 적용된 부분이다. 우리 팀이 기존의 말리부 1.5T와 비교해본 결과 확실히 어두울 때 광량에서 차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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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부에서 변화는 없다. 휠도 18인치 없이 16인치와 17인치, 19인치 사양만 달린다. 테스트 차량의 휠은 19인치. 3기통 1.35리터 배기량에 19인치 휠이라니. 쉐보레… 너라는 미국적 취향 어쩔 거니?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우리 팀은 17인치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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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면부 변화도 소소하다. 리어램프를 클리어 타입으로 바꾸고 내부 그래픽을 ‘Y’자 형태로 변경했다. 기존 말리부가 중후한 모습을 강조했다면 이번에는 보다 날렵한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적어도 ‘메기’ 소리는 안 들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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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는 사실상 기존과 같다. 눈에 보이는 부분보다 보이지 않는 부분 개선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그래도 의외로 큰 부분에 변화를 줬는데, 계기반이 그렇다. 최신 트렌드에 맞춰 아날로그 게이지와 디스플레이를 섞은 형식인데, 중앙 디스플레이 사이즈는 8인치 크기를 갖는다. 덕분에 화려한 분위기와 더불어 표시하는 정보도 한층 다양해졌다. 테마도 바꿀 수 있는데 캐딜락이 사용하는 디자인과 유사하다. 결론적으로 운전석 분위기를 바꿔 줌과 동시에 깔끔한 인상을 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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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페시아에 자리 잡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변경됐다. 외적으로 보이는 디스플레이 패널 디자인은 같지만 내부 인터페이스가 완전히 변경됐다. 우선 해상도를 800 x 400에서 1280 x 768로 높였다. 여기에 맞춰 UI도 한층 간결하면서 세련된 모습으로 꾸몄다.

무엇보다 디스플레이를 터치할 때 반응이 상당하다. 단순히 터치만 빠른 것이 아니라 앱 실행 속도 역시 빨라졌다. 한국지엠은 스마트폰의 빠른 속도와 견주려는 모습인데, 실제 프리미엄 스마트폰 정도의 성능은 아니어도 유사한 수준 정도는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많은 소비자들이 이 부분에서 만족감을 키울 것이다. 물론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 지원도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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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게이션 그래픽도 달라졌다. 목적지 검색을 위한 글자 배열도 일반 키보드 형식이라 편하다. 기존의 것도 정보를 보여줌에 있어 부족함은 없었지만 세련미가 떨어졌다. 반면 이번 것은 한층 깔끔하다는 인상을 전한다.

센퍼페시아 모니터 화질의 개선과 함께 후방카메라 화질도 좋아졌다. 페이스리프트 이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선명해진 모습이다.

이외에 부분적인 개선 사항들도 있다. USB 포트에 조명을 추가해 어두울 때 사용하기 편하게 했다. 캐딜락에서 사용하던 형식이다. 엔진 후드 고정도 막대 대신 가스 리프트로 바꿨다. 사실 일반 소비자들에 후드를 열어야 할 일이 적긴 하나, 소비자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였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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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말리부를 살펴봤으니 이제 변화의 중심에 있는 1.35리터 터보 엔진의 성능을 확인할 차례다. 과연 새로운 변속기와의 매칭은 어떨지?

시동을 걸면 3기통 특유의 소리가 전달된다. 경차를 많이 접한 소비자라면 비슷한 음색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시끄럽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기통수가 만들어내는 특유의 음색을 의미하는 것이다. 보통 3기통 엔진이 되면 소음에서 불리한 경우가 많은데, 말리부의 1.35 엔진은 무난한 수준의 정숙성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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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측기를 통해 확인한 결과 1.35T 엔진은 38.0 dBA 수준을 보였다. 이 수치는 어느 정도일까? 링컨 컨티넨탈, 현대 그랜저 3.0, 혼다 레전드 등 고급 세단과 유사한 수치다. 하지만 기존 말리부 1.5T보다는 높은 수치다. 말리부 1.5T는 35.0 dBA 수준의 수치를 보였는데 이는 최고급 대형 세단과 맞먹는 수준이었다. 참고로 우리 팀이 테스트한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가 34.5 dBA를 보였으며, 제네시스 EQ900는 말리부 1.5T 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EQ900은 매우 조용한 차다. 정확히 말리부 1.5T가 엄청난 수준의 정숙성을 보였다고 보면 된다. 물론 달리는 상황에서는 최고급 대형 세단과 맞먹는 수준을 갖지는 않았다. 달릴 때의 정숙성은 60.0 dBA 수준으로 일반적인 중형차 수준이었다. 참고로 1.35T 역시 주행 소음은 기존과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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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소음 보다 우리 팀이 우려했던 것은 3기통 엔진의 진동에 있었다. 이는 승차감에 영향을 주는 항목이다. 하지만 4기통 대비 진동이 더 크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일반 소비자들에게 기통수에 대한 안내를 해주지 않는다면 이 엔진이 3기통인지 모를 것 같다.

그렇다면 계측장비로 확인해 보면 어떨까? 우선 시동이 걸린 상태, 아이들 환경에서의 진동을 비교를 위해 계측장비를 차체에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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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진동은 3개의 축으로 발생하는데, 좌우로 흔들리는 X축, 앞뒤로 흔들리는 Y축, 위아래로 흔들리는 Z축으로 구분된다.

위의 표를 살펴보자. 수치의 변화와 무관하게 두 엔진이 거의 동일한 진동을 보여주고 있음이 확인된다. 물론 엔진룸 내부를 살펴보면 3기통 1.35 터보 엔진의 진동이 더 많다. 하지만 실내로 넘어오는 진동은 거의 동일 수준이었다. 최근 디젤 엔진도 상당 수준의 진동 억제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과거 대비 엔진 마운팅 기술의 발전 때문이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승객이 느끼는 진동에서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가속페달을 밟는다. 배기량이 작아졌기에 초기 순발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의외로 잘 달리는 모습이다. 본격적인 발진 가속 성능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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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겨울철이란 변수로 가속력 측정 때 어려움을 겪었다. 초기 발진 때 약간의 미끄러짐 현상이 있었던 것인데, 대략 여기서 손해 본 시간이 0.2~0.3초 내외가 된다. 또한 연료가 가득 있었던 만큼 이에 대한 부담을 감안한다면 기록에서 최대 0.5초 내외로 당겨질 여지가 있다. (비교를 위해 두 차량 모두 동일하게 연료를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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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과거 우리 팀이 테스트한 말리부 1.5T는 꽤나 좋은 환경에서 8.28초라는 기록을 냈는데, 당시 우리 팀이 예상했던 기록은 9초~9초 중반이었다. 당시 차는 유난히 빠른 기록을 냈는데 대략 정상 컨디션에서 1.5T가 9초 내외, 1.35T가 대략 8초 중후반 정도의 성능을 갖는다고 보면 되겠다. (비교를 위해 두 차량 모두 동일하게 연료를 가득 채웠다.)

그렇다면 17인치 휠이 장착되면 어떨까? 아무래도 1.35T 모델에 19인치는 과해 보인다. 타이어 너비도 245mm에 달하는데, 사실상 오버 스펙이다. 우리 팀이 보유한 17인치 휠로 측정한 결과 말리부 1.35T는 동일한 조건에서 8.73초라는 기록을 냈다. 즉, 휠만 줄여도 0.4초 가량 빨라진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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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의 수치만 보면 이전에 쓰던 1.5T 엔진의 수치가 더 높다. 출력도 10마력 가량 여유 있다. 그럼에도 저배기량 1.35T 엔진의 가속이 더 빨랐던 이유는 뭘까? 이유는 변속기에 있다. 기존 모델은 변속을 할 때 조금의 시간 손실을 일으켰다. 반면 1.35T는 CVT 효율성을 바탕으로 가속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때문에 성능 변화 비교를 위해 준비했던 말리부 1.5T와의 비교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그 결과 배기량이 적은 1.35T가 조금 더 빠른 성능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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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주행 때는 어떨까? 사실상 1.5T 대비 차이를 알기 어렵다. 배기량 부족에 따른 가속력 저하가 나타날 것 같지만 똑똑해진 CVT(무단 변속기)가 빠른 발맞춤으로 동력 전달에 힘을 보탠다.

최근 무단 변속기를 사용하는 제조사들이 늘고 있다. 듀얼 클러치(DCT)에 올인 할 것 같던 현대기아차도 CVT로 노선을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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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격적인 달리기를 해보자.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소음이 조금 더 부각되는 느낌이다. 이 역시 CVT 특성에 의한 것으로 rpm을 최대한 끌어올린 상황에서 속도를 상승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물론 운전자가 갖는 이질감을 줄이기 위해 자동변속기처럼 rpm을 오르내리도록 했는데, 그래도 일반 자동변속기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 전해진다.

변속 레버를 L로 바꾼다. 이후 레버 상단의 버튼을 이용해 변속을 진행한다. 쉐보레는 일부 차종에 이런 방식을 사용했는데, 사용자 입장에서 다소 불편하다. 차라리 변속레버를 앞뒤로 움직이거나 스티어링 휠에 패들을 달아 수동모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낫다.

변속기의 반응 속도는 무난하다. 어찌 보면 자동변속기 보다 빠른 움직임을 갖는다고 말할 수도 있다. 아직 시장은 CVT에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다양한 자동차들로 인해 이 변속기의 특성, 장점들이 잘 부각된다면 향후 더 많은 차량에서 이 변속기를 만나게 될 것이다.

승차감은 좋다. 감히 국산 중형 모델 중 최고의 승차감을 갖는다 말할 수 있다. 최근 현대기아차는 자꾸만 단단한 서스펜션을 고집하려 한다. 하지만 그 단단함이 차량 컨셉 이상까지 가는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한 예로 쏘나타 2.0T 모델의 서스펜션은 포르쉐의 것보다 단단하게 느껴졌다. 핸들링이나 코너링에서 일부 이점을 얻었지만 이 차는 본격 스포츠카가 아니다. 아니, 최근 스포츠카들은 성능에 편안함을 겸비한다. 그것이 업계 동향이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건 말리부의 승차감은 뛰어난 편이다. 과거 8세대까지만 해도 업계에서 가장 단단한 모습을 지켜가려 했는데, 최근 GM 차들은 다시금 나긋나긋한 모습을 보이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기본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예전의 GM 스타일을 좋아하던 소비자들이 보기에 너무 평범한 느낌을 전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기존 1.5T 말리부와 새로운 1.35T 말리부 사이에 승차감 변화가 있을까? 오토뷰 기자들이 돌아가며 차를 타봤지만 차이를 읽어 내기 어려웠다. 실제 1.5T와 1.35T 말리부의 무게도 유사한 수준이라 셋업을 달리했다는 느낌도 적었다.

그렇다면 사람보다 민감한 계측기를 사용한다면 변화가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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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링 때와 달리 차량이 달리면서 진동 그래프의 움직임이 커졌다. 하지만 이 역시 변화가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노면에 먼지 하나 없다면 모를까? 일반적으로 만나는 깨끗한 노면이라도 조금의 변수 정도는 나오기 때문이다. 쉽게는 정말 작은 돌을 어떻게 밟고 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에는 우리 팀이 보유한 휴대용(?) 과속방지턱을 넘어봤다. 높이 45mm의 과속방지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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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에서의 차이도 크지 않았다. 상단 그래프를 보면 조금 차이가 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그래프 스케일을 조정했기 때문이다. 냉정히 차이를 찾는다면 5% 미만. 하지만 체감으로 느끼기엔 어려운 내용이었다. 단지 숫자가 보여주는 차이 정도로 보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승차감에서 변화는 미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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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링 때 특징은 약한 언더스티어를 기본으로 한다. 타이어 성능 자체가 뛰어난 편은 아니라 한계 자체가 높지는 않다. 사실 245mm 급 너비의 타이어를 쓰기 보다 225mm 급으로 줄이면서 조금 더 성능이 좋은 4계절 타이어를 사용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스티어링 휠을 빠르게 감으면 한 템포 쉬어 가는 모습을 보이는데, 부드러운 서스펜션을 채용한 것이 이유다. 하지만 일정 수준 하중을 몰아 운전하면 제법 만족스러운 움직임을 보여준다. 말리부는 랙방식의 전자식 스티어링 시스템을 사용하는데, 업계에서도 셋업을 잘하는 편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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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말리부 1.35T의 제동력을 보자. 시험 결과 시속 100km에서 정지하는데, 약 37.7m를 기록했다. 우리 팀이 만난 말리부 가운데 가장 좋은 기록이다. 사실 이전에 테스트했던 말리부 2.0T도 38m 내외를 기록했는데, 20~30cm 정도의 차이라면 사실상 큰 차이는 아니다. 사실 20cm 보다 중요한 것은 테스트 반복에 따른 브레이크 성능의 유지인데, 말리부의 브레이크는 지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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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기존 말리부 1.5T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무단 변속기의 특별함(?)에 조금만 적응하면 될 뿐이다. 하지만 변화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배기량이 줄었다면 어디에 득이 있을까? 바로 주행 연비다. 우리 팀이 테스트한 결과 말리부 1.35T는 시속 100km로 내외로 고속도로를 정속 주행할 때 약 19~20km/L 수준의 연비를 보였다. 오르막과 내리막 등 다양한 환경을 감안한 결과다. 사실 배기량이 작은 엔진인 만큼 오르막 환경에서는 연비 저하가 생긴다. 반면 평탄한 노면, 내리막을 만나면 연비를 대폭 뛰어오른다. 평탄한 노면을 20km 이상 달렸을 때, 말리부 1.35T는 28~30km/L 수준의 연비를 보였다. 또한 국도를 만나 속도를 80km까지 낮추면 연비는 한층 더 향상된다. 물론 시내처럼 가다 서다 반복하는 환경이라면 체감 상승 폭이 적다. 하지만 복합 연비를 보자면 역시나 기존의 1.5T 이상의 기록을 낸다. 실제 말리부 1.35T는 동급에서 가장 좋은 연비를 자랑한다. 이번 변화(파워트레인)의 내용을 보자면 1.35T 파워트레인의 가치가 낮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시도는 타사들도 벤치마킹할 내용이 될 것이다.

이번 모델에서 조금 달라진 점. 가격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쉐보레는 기존 1.5리터 대비 줄어든 1.35리터 급 엔진이라는 이유로 가격을 낮췄다고 한다. 가격 정책에 대해 비판받는 쉐보레의 입장에서는 어떤 이유를 가져와서라도 가격을 낮춰야 한다. 이쿼녹스는 애초 판매의 의지가 적은 차였다. 미국 본사 입장에서도 물류비까지 감당하며 미국 시장과 같은 가격에 파는 것을 좋게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지엠이 보유한 다른 차들은 상황이 다르다. 특히나 국내 생산 모델들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싸워야 한다. 경쟁사들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 과거와 달리 경쟁사 차량들도 일정 수준의 기본기를 갖추고 시장에 나선다. 이제 한국지엠은 과거처럼 가성비로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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