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 푸조 5008 GT, 실용성에 출력 조금 더 |

푸조 5008은 본래 MPV였다. SUV로 방향을 틀기 시작한 것은 불과 얼마 전 일로, 2016년 파리모터쇼에서 그 모습을 완전히 드러냈었다. 가족 또는 많은 탑승객을 위한 MPV는 3008의 본격적인 변화를 따라 휠베이스와 리어를 늘린 SUV가 되었고 그 결과는 국제적으로는 성공이다. 국내에서도 5008의 판매량이 늘어난 데 있어 ‘7인승 SUV’라는 점이 주효하게 적용하고 있으며, 3008과 함께 판매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글 : 유일한(글로벌오토뉴스 기자)

 

그것이 알고 보면 SUV를 집중적으로 지원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이라는 것도 있다. 국내의 엔진 관련 법규는 가솔린 엔진의 경우 미국의 법규를 철저히 따라가고 있다. 아직 미국 시장에 재진출하지 않은 푸조의 입장에서 국내에서 인증을 받고 판매할 수 있는 것은 디젤 엔진 뿐이다. 디젤 엔진에 대한 억제 정책을 펼치고 있으면서도 가솔린 엔진에 대한 규정을 새로 만들어주지 않아 품질 좋은 다운사이징 가솔린 엔진을 두고도 수입할 수 없다는 모순이 있다.

 

알고 보면 푸조의 기술력은 다른 자동차 제조사에 못지 않다. 국내에서는 특유의 디젤 엔진 관련 기술들만이 알려져 있지만 사실 푸조는 가솔린 엔진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도 잘 만든다. 과거 효율을 중시해 운전자에게 약간의 불편을 제공했던 변속기도 이제는 효율이 우수한 자동변속기를 만나면서 바뀌었다. 변화가 필요 없는 부분은 그대로 두길 고집하면서도 필요한 곳은 재빨리 바꾸고 변화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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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기술을 바탕으로 철학을 더해 SUV를 바꿔나갔다. 옛부터 SUV에 대한 이미지는 커다랗고, 임도를 주행하고, 못되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이 지구에서 나쁜 자동차라는 그런 이미지였지만 지금의 SUV는 연료 소모 또는 배출가스 면에 있어서 다른 세단이나 MPV와 비슷하고 때로는 더 효율이 좋을 때도 있다. 실용성도 높고, 공간도 넓고, 그래서 SUV는 이제 긍정의 이름이고 남녀 모두에게 흥미로운 자동차이다. ‘젠더리스 카’가 되는 것이다.

 

이번에 시승하는 5008 GT는 그런 실용성을 갖춘 젠더리스 카에 약간의 출력을 더한 것이다. 출력이 높아졌다고 하면 흔히 남성적인 것을 생각하기 쉽지만 이를 통해 오히려 보편적으로 더 운전이 쉬워지는 경우도 찾을 수 있다. 더 많은 인원이 탑승해도, 크고 무거운 짐을 적재한다 해도 좀 더 여유 있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장거리 고속 주행이 가능하다는 뜻의 GT(Gran Turismo)가 부가적으로 붙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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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일반 5008 모델을 시승했을 때와 디자인은 동일하다. 전면부터 B 필러 부분까지 3008과 디자인을 공유하는 것도 그렇다. 푸조의 디자인에서 감동을 받는 부분은 B 필러 뒤로 디자인이 완전히 분리된다는 것인데, 원가 절감 또는 디자인의 집중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뒷모습이 어색하게 다듬어지는 왜건 또는 롱바디 모델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2열 도어를 더 크게 만들고 자연스러운 숄더 그리고 벨트라인으로 리어까지 연장해나가는 것도 그렇다.

 

GT 모델은 측면에서 다이아몬드 컷 19인치 보스톤 휠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 모델의 18인치 휠보다 좀 더 당당한 자세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SUV 답게 오프로드를 주행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솟아난다. 또한 사이드미러를 크롬으로 장식해 멋을 부리고 프론트 펜더와 리어 해치에 GT 엠블럼을 적용해 특별한 모델임을 강조했다. 리어 범퍼에 돌출된 듀얼 머플러는 가짜이고 차체 하단에 진짜 머플러를 숨겼는데, 트렁크 해치를 열기 위해 접근했을 때 다리에 뜨거운 배출가스가 닿는 것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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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이콕핏을 기반으로 센터페시아에 토글 스위치를 적용한 대시보드와 센터터널의 디자인이다. 12.3인치 LCD를 적용한 HUC는 굳이 HUD를 두지 않아도 시선이 낮아지는 것을 방지하고 지름이 작은 스티어링 휠은 운전의 재미를 살리는 데 일조한다. 운전석을 중점적으로 강조하는 형태의 디자인은 밤에는 파란색으로 빛나는 엠비언트 라이트와 만나 좀 더 멋드러진 분위기를 연출한다.

 

시트는 승차감보다는 단단함쪽으로 조금 더 기울어져 있는데, 막상 앉아보면 불편함을 느낄 수 없고 장거리 주행에서는 오히려 더 편안하다. GT 모델은 일반 직물 대신 알칸타라를 적용하고 있고 이를 통해 좀 더 고급스러움을 내세우면서도 신체를 시트에 효율적으로 잡아두고 있다. 2열의 시트 3개가 독립적으로 조절 가능하다는 것도 포인트가 되는데, 두 명의 아이를 좌우에 앉히고 어머니가 가운데 앉아 아이를 돌봐도 편안하기 때문이다. 3열은 보조 시트의 개념이지만 레그룸을 제외하면 의외로 앉기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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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수입되는 5008 GT는 최고출력 180마력을 발휘하는 2.0L BlueHDi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한다. 아이신의 기술을 적용한 자동변속기는 변속기 자체의 크기를 줄이면서도 효율을 중시하는 형태로 다듬어졌다. 8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되지 않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막상 운전해 보면 그 부재가 크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가속을 해 보면 답답함이 전혀 없다. 최대토크 40.8kg.m이 낮은 회전에서부터 발휘되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지만, 엔진의 토크와 변속기의 반응이 딱 맞아떨어진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그 동안 다단화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부조화가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낌새는 전혀 없으며 각 구간마다 회전을 그리 높게는 쓰지 않으면서 연료를 절약하고 있다. 일상 주행이라는 느낌으로 가속 페달을 밟으면 2,000~2,500rpm 사이에서 변속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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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8은 SUV이고 그래서인지 운전석의 위치가 꽤 높게 느껴진다. 그래서 주행 시 낮게 깔려서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은 들지 않지만, 고속 주행을 반복해도 불안감은 없다. 게다가 고속과 초고속 영역 사이에서 급격히 출력이 떨어지는 1.6L 엔진과는 달리 2.0L 엔진은 초고속 영역 근처까지 차체를 힘차게 끌고간다. 물론 디젤 엔진의 특성 상 고회전으로 돌리는 맛은 적고 그 시점에서 출력이 낮아지는 느낌도 받지만, 기분에 따라 중회전에서 고회전 사이까지는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재미를 더하는 것이 패들시프트다. 자동변속기이기에 가속 페달을 깊게 밟는 것만으로 킥다운을 유도해 갈 수는 있지만, 급작스러운 추월이 필요하거나 코너링을 좀 더 즐기고 싶다면 역시 엔진 회전을 운전자가 직접 제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어 노브 하단에 있는 버튼을 한 번 누르는 것만으로 수동 변속 모드를 즐길 수 있고, 그 아래에 스포츠 버튼을 누르면 자동차가 좀 더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가족이 탑승하는 SUV지만 운전자의 즐거움을 놓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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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트 맥퍼슨 스트럿, 리어 토션빔 방식의 서스펜션은 롱 스트로크의 반응을 보인다. 푸조의 장기는 승차감을 고려하면서도 스포츠 주행에 알맞은 서스펜션 반응을 보인다는 것인데, 다소 속력을 높인 상태로 과속방지턱을 넘어도 부드럽게 받아내는 것을 느끼다 보면 그 완성도가 얼마나 높은 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느낌을 에어 또는 실시간 감쇄력 조절 같은 전자장비가 아니라 순수하게 서스펜션 내 오일과 마운트 부싱 등으로만 만들어내고 있다.

 

같은 그룹 내의 자동차인 시트로엥이 승차감에 조금 더 치중하고 푸조가 스포츠에 치중하는 편인데도 여전히 편안한 승차감을 보장한다. 그래서 언뜻 물렁한 것 같으면서도 코너에서는 유연하게 대처하며 차체를 잡아낸다. 차체의 무게이동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감각은 프랑스 출신의 자동차들이 아니면 잘 느낄 수 없는 것이고, 푸조는 이것을 일반 세단이나 해치백 뿐만 아니라 SUV에서도 실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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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가족이 탑승하기 편하면서도 운전자가 운전을 즐길 수 있고, 만약 가족이 내렸다면 본격적인 스포츠카 수준은 아니어도 역동적인 주행을 즐길 수도 있는 모델이다. 그것은 차 한 대로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켜야 했던 프랑스의 성격과도 일치한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프랑스의 특성이 그대로 옮겨져 있다.

 

ADAS 기술은 과거에 비해서 상당히 발전했다. ACC는 앞 차의 주행속도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가속과 감속을 진행하고, 주행 속도가 일정 이상 도달해야 작동하는 차선 유지 시스템은 약간 좌우로 흔들리는 면이 있지만 차선을 밟기 전에 반응한다. 국내에서는 그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푸조 역시 자율주행 기술에 있어서는 상당한 발전을 이루고 있으며, AVA(Autonomous Vehicle for All)를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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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8 GT는 ‘만능 차량’을 원하는 푸조가 일반 5008에 만족하지 못하고 약간의 성능을 더했음을 보여준다. 운전을 하면서 느꼈던 것은 ‘더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용성을 중시하여 이 정도로 묶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본다면 준중형급보다 조금 더 큰 차체도, 각각 분리되어 있는 2열 시트도, 효율 중시의 디젤 엔진도 모두 의미가 있다. 실생활에서의 활용도를 중시하는, 그것이 5008이 보여주는 진정한 의미이다. 

 

 

주요제원 푸조 5008 GT
크기
전장×전폭×전고 : 4,640×1,845×1,650mm
휠베이스 : 2,840mm
트레드 앞/뒤 : 1,601/1,610mm
공차중량 : ---kg

 

엔진
형식 : 2.0L 블루 HDi
배기량 : 1,997cc
보어×스트로크 : --mm
압축비 : --
최고출력 : 180ps/3,750rpm
최대토크 : 40.82kgm/2,000rpm

 

변속기
형식 : 아이신 6단 AT
기어비 : ---
최종감속비 : ---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 / 토션빔
브레이크 앞/뒤 : V.디스크/디스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타이어 앞/뒤 : 235/50R 19
구동방식 : FWD

 

성능
0-100km/h : ---
최고속도 : ---
복합연비 : 12.9 km/ℓ(도심 12.1 / 고속도로 14.2)
이산화탄소 배출량 : 147g/km
 
시판가격
5,390만원
 

(작성일자 : 2018년 12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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