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킷 시승기] 포르쉐 718 박스터 GTS


포르쉐가 6기통 자연 흡기 엔진을 버리고 그 자리에 터보차저 엔진을 넣었다. 이에 718 박스터와 캐이맨은 모두 4기통 터보 엔진으로 운영된다. 이제 포르쉐에서 자연 흡기 엔진을 만나려면 911 라인업의 GT3 또는 RS를 선택해야만 한다.

201811075511000_1.jpg포르쉐 911 R


그 때문일까? 포르쉐는 사악한(?) 방법을 생각해냈다. 자연 흡기 엔진을 원하는 골수 신도(?)들을 위해 911 R이라는 모델을 내놓은 것. 플랫 6 엔진(수평대향 6기통 엔진)은 물론 수동 변속기까지 탑재된다. 전통적인 포르쉐 팬들이 열망하던 모델을 라인업 최상급에 위치시킨 것이다.

201811076181700_1.jpg포르쉐 981 박스터 GTS


전 세대 박스터는 코드명 981로 불렸다. 관능적인 매력의 엔진 사운드를 들려주던 모델이었다. 반면 718 박스터 GTS는 확실히 낮은 음색을 낸다. 단조롭다. 하지만 981 박스터 GTS(335마력) 대비 35마력의 출력이 올랐으니 서킷에서 새로운 엔진의 활약에 기대가 된다. 서킷에서는 감성 보다 빠른 속도를 내는 성능이 더 우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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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서킷 테스트는 인제 스피디움에서 진행됐다. 그리고 시간 관계상 단 한 번의 세션을 통해 기록을 작성해야 한다. 피트로드에 정렬해 20분의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그려본다. 그 결과 스포츠 플러스 모드, PSM(자세제어장치)도 꺼둔다. 그리고 얄미울 정도의 성능을 내는 새로운 엔진과 PDK 변속기의 움직임을 관찰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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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로드에서 벗어나 앞에 위치한 모든 차를 추월했다. 계측에 들어갈 때 서로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서다. 그렇게 얻은 첫 번째 랩타임은 1분 49초 40였다.

서킷에 들어서기 이전에 예상한 기록이었지만 실제로 이 수치를 받아 드니 한층 얄미운 성능이라는 생각이 든다. PDK의 업쉬프트는 빠르고 정교하다. 감히 말하건대 대부분의 사람보다 PDK의 업쉬프트 변속이 더 정확하고 효율적일 것이다. 다운쉬프트는 운전자 기대 보다 한 박자 늦지만 필요한 기어를 코너 직전에 준비한다는 것이 마음에 든다. 패들 쉬프터에 손가락을 대지 않고 모든 것을 PDK에 맡겨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고회전 영역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터보차저 엔진의 운영에도 특별히 신경 쓸 부분이 없었다. 터보랙 조차도 촘촘한 기어비와 VTG의 효율로 채워나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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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분 세션을 달리는 동안 첫 번째 기록인 1:49.40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여러 번 경신 시도를 위한 노력을 더했지만 재차 이어진 주행마다 미묘한 출력 하락이 나타나는 모습이었다. 결국 49초 7 내외의 기록이 연속적으로 수립되고 있었다. 하지만 한계 주행에서의 출력 유지 측면에서 바라보자면 꽤나 좋은 성능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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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친한 지인들에게 이런 농담을 건네는 경우가 있다. “최신 사양의 포르쉐, 페라리로 스핀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거예요."라고 말이다.

너무 건방지다며 핀잔을 주는 지인들도 있지만 과거부터 여러 세대의 스포츠카를 경험하고 올라온 운전자들은 일정 부분 이 얘기에 공감할 것이다. 최근 등장하는 스포츠카들은 다루는데 필요한 드라이빙 스킬의 문턱이 정말 낮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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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8 박스터 GTS는 서킷 한계 주행에서도 미드십 레이아웃의 스포츠카가 갖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지 않았다. 동일한 MR 레이아웃에 비슷한 출력대를 가진 모델들에 비하면, 마일드 그 자체라 평할 수 있다. 차체의 움직임을 읽기 쉬울 뿐 아니라 코너링 중 큰 각도로 미끄러짐이 발생해도 후륜 축이 여유롭게 운전자의 카운터 스티어링 시간까지 기다려준다. 보통의 미드십 스포츠카들은 미끄러짐이 크게 발생할 때, 718처럼 기다려주지 않는다.

인제 스피디움의 마지막 코너가 대표적으로 이러한 성향을 느끼기에 좋은 구간이다. 노면의 기울기가 약간 바깥쪽을 향해 있으며, 노면이 고르지 못해 쉽게 차체가 코너 안쪽을 향해 회전해버리기 쉽다. 박스터도 물리법칙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이 구간에서 차체가 미끄러진다. 그러나 차체를 바로잡는 과정의 순조로움이 운전자에게 자신감을 심어준다. 쉽게는 베테랑 드라이버라는 망상을 심어 주기에 충분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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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시스템은 어떨까? 캘리퍼는 패드와 디스크를 부드럽게 물어준다. 911에서 느꼈던 강한 바이트감은 없다. 미드십(MR) 스포츠카들은 제동을 하며 전륜 축에 하중을 많이 몰았을 때, 자칫 진입에서 많은 불안감을 얻기도 한다.

이를 감안하면 조금 부드러운 느낌으로, 한층 섬세하게 하중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납득이 되는 설정이긴 하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강한 제동력을 끌어내려는 의지를 가진 운전자들의 스타일과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세라믹 브레이크인 PCCB가 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열에 의한 제동력의 지속성은 기본 탑재되는 스틸 브레이크로도 훌륭한 편이다. 사실 991 GT3급에서도 포르쉐의 스틸 브레이크는 서킷 대응력이 좋았다.

이제 남은 건 여러분들의 선택이다. 어떻게든 내무부 장관님의 허락을 얻어내자.

기자는 어딘가에 숨어있을 981 수동 모델을 꿈꿔보려 한다. 718 박스터의 빠른 성능이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아직은 981 박스터가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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