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 인디언 스카우트 바버 Feat. 캐딜락 CT6, 같은 길을 걷는 아메리칸 |

여기에 한 모터사이클 브랜드가 있다. 1901년에 미국 최초의 모터사이클 브랜드로 태어나 내구레이스에서 우승하며 든든함을 알리고 전장에서도 활약하며 미국 사람들은 물론 전 세계 사람들에게도 사랑을 받았던 이 브랜드는 이후 급속도로 몰락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모터사이클을 만들지 못하고 다른 브랜드의 모터사이클을 수입하기도 하고, 사실상 이름만이 남아 떠돌아다니기도 했다.

 

글 : 유일한(글로벌오토뉴스 기자)

 

또 다른 자동차 브랜드가 있다. 같은 시기인 1901년에 자동차 브랜드로 태어나 중간에 이름을 바꾸고 다른 자동차 제조사에 매각되기도 했다. 디자인과 엔진 기술, 첨단 변속기 등 수 많은 기술을 일찍 도입했고 미국 사람들은 물론 전 세계 사람들에게 자동차의 기준을 알려준 브랜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후 드리워진 몰락의 징조들을 견디지 못하고 몰락하기 시작했고, 한 때 정말 이름만 남아 곧 사라질지도 모르는 브랜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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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과 캐딜락, 두 브랜드는 단순히 ‘미국 출신의 브랜드’라는 공통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동질감을 갖고 있다. 그들은 한 때 기술을 갖고 있었고 아름다운 디자인을 갖고 있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미국인들에게 사랑받았고 또 이를 기반으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지속될 것만 같았던 그들의 브랜드 제국은 어느 순간 닥쳐온 위기로 인해 샅샅이 부서지기도 했고, 때로는 굴욕의 시기를 겪기도 했다.

 

그런 인디언이 다시 부활하고 있다. 2008년부터 부활을 시작한 인디언은 2011년에 대기업인 폴라리스 그룹의 지원을 받았고 이후 과거의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다듬고 새로운 엔진을 탑재하며 서서히 그 이름을 궤도에 올렸다. 이제 인디언은 다시 영광의 시대를 맞고 있고, 라인업을 확충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현재 출시하고 있는 크루저 형태의 모터사이클 말고 네이키드 모터사이클을 추가할 예정이기도 하다. 본격적인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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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 역시 마찬가지다. 당시 GM의 부회장이었던 밥 루츠가 CEO에게 항의 편지를 쓰고 임원진들을 다그쳐가면서 주도했던 변화의 물결을 타고 캐딜락은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예리하면서도 역동적인 라인을 과감하게 도입하고 디자인과 만듦새에 집중했으며, 옹골찬 이미지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이제는 독일 3사 등 유럽의 프리미엄 브랜드에 질려버린, 유행에서 한 발짝 벗어나 비주류를 즐기는 경제력 있는 사람들의 선택을 받는 ‘힙스터’브랜드가 되었다.

 

그렇다고 이들이 미국적인 브랜드라는 것을 포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이번에 모인 자동차와 모터사이클만을 봐도 극단적으로 드러난다. 그들은 넉넉한 토크를 포기하지 않았고, 풍성함이 주는 축복을 포기하지 않았다. 과거로부터 이어져 오는 개념이 약간 달라지기는 했지만, 그 근본이 바뀌지는 않은 것이다. 대신 이제는 구글과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IT쪽의 느낌도 난다. 변화는 언제나 미국적인 것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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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인디언의 모터사이클인 ‘스카우트’는 변화의 중심이기도 하다. 과거 인디언에서 최고의 모터사이클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스카우트는 레이스에서도, 전장에서도 활약을 했다. 그 이름을 부활시킨다는 것은 그저 최신 기술만을 적용한 것으로는 안 된다. 기술이 헤리티지를 절묘하게 받들어야 한다. 이번에 시승한 스카우트는 그 중에서도 리어가 잘려나간 형태를 띄고 있는 바버 모델이다.

 

캐딜락에서는 ‘CT6’가 나섰다. 캐딜락의 또 다른 변화, 그 중심을 담당하고 있기도 하고 새로운 플랫폼과 엔진을 탑재하는 플래그십 세단이다. 기술과 디자인, 가치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통해 인기를 누리고 있기도 하다. 가장 미국적이면서도 가장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두 모델은 어디까지 어우러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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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우트를 보고 있으면 ‘위풍당당’이라는 말과 함께 ‘매끈하게 다듬어진 아름다움’이 떠오른다. 기본적으로는 미국 대륙을 횡단하는 데 최적화된 형태인 ‘크루저 모터사이클’의 정석 디자인을 따르고 있으면서도 그 안에서 마치 공기역학을 최대한 고려한 듯 곡선과 정갈함으로 차체를 다듬어내고 있다. 헤드램프, 연료탱크, 시트, 프레임, 리어 펜더 등 각각의 부품들이 곡선을 통해 유기적으로 이어진다는 느낌이다.

 

그렇게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이어진 차체 밑으로 차분하게 다듬어진 엔진이 있다. 최신 기술을 담고 있는 OHC 방식의 수랭식 엔진이고 이로 인해 냉각핀이 없는 것은 당연하지만, 약간의 장식으로 엔진이라는 멋을 내고 있다. 그 앞에 있는 라디에이터 커버는 차체와 일체형으로 다듬어진 강철로 프레임 역할도 같이 하고 있다. 일체감이라는 멋과 함께 차체 강성을 책임지면서 기능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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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으면서도 유연한 모습은 캐딜락 CT6하고도 닮아있다. 스카우트와는 달리 CT6는 직선을 주로 사용하기는 하지만, 전면을 장식하는 커다란 방패 형태의 프론트 그릴은 스카우트의 그릴과도 닮았다. 전체적으로는 길이가 긴 것도, 낮은 차체로 ‘길지만 날렵한’ 이미지를 구사하는 것 역시 그렇다. 고전적인 형태이기도 하지만 현대적인 형태이기도 한, 이것을 ‘네오 레트로’라고 따로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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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차는 스카우트 중에서도 바버 모델이기 때문에 리어 시트와 펜더 일부가 없다. 바버는 미국에서는 젊은이들의 상징과도 같은데,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전장에서 돌아온 젊은 군인들이 당시 미군에서 이용하던 모터사이클을 저렴하게 불하받아 애용하다가 멋과 경량화 방법을 생각한 끝에 큰 필요가 없는 부분인 리어 시트와 펜더 부분을 잘라내기 시작한 것이 시초이다. 그 세월을 넘어 이제는 모터사이클의 한 장르까지도 되었지만, 젊은 감각을 재현한다는 코드는 여전히 유효하다.

 

계기반은 단 하나의 원으로 이루어진 심플한 형태이다. 보이는 정보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하단에 LCD를 마련해 주행 거리는 물론 회전계, 수온계 등의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바버 모델이므로 시트는 당연히 하나. 검은색과 갈색의 가죽을 대비시키고 여기에 스티치를 통해 ‘턱 앤 롤(Tuck & Roll)’ 형상을 넣음으로써 멋과 함께 승차감을 조금 더 좋게 만들고 있다. 오른쪽 측면을 장식하고 있는 두 개의 대형 머플러는 스카우트가 여전히 미국의 모터사이클이라는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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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6 역시 실내는 의외로 심플하다. 계기반도 그렇지만 센터페시아를 장식하는 단 하나의 10.2인치 대형 터치스크린 그리고 심플한 형태의 에어컨 조작 스위치가 그런 느낌을 준다. 시트는 아주 약간의 장식만을 갖고 있지만 캐딜락의 시트임을 확인할 수 있고, 탄탄하면서도 편안함을 중시하는 형태이다. 그렇게 보면 두 모델은 닮은 점이 많은데, 아무래도 같은 아픔과 역사를 공유하고 있기에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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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크루저 모터사이클들이 V형 2기통 엔진을 탑재한다. 과거 높은 토크를 손쉽게 얻으면서도 진동을 줄일 수 있었던 방법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이지만, 스카우트의 엔진은 최신 기술로 개발된 수랭식 엔진이다. 69 큐빅인치(1,133cc)로 8,000rpm에서 최고출력이 발휘된다. 이 출력은 6단 변속기를 통해 그대로 뒷바퀴에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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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진 감각은 명확하다. 낮은 회전에서도 느껴지는 거대한 토크가 뒤에서부터 강렬하게 차체를 밀어준다. 마치 대배기량의 머슬카를 탄 것 같은 느낌이지만, 그보다는 조금 더 토크를 정제하면서 세련되게 그 감각만을 전달하는 느낌이다. 기어비도 상당히 넓은 것으로 보이는데, 거대 토크와 넓은 기어비가 합쳐지면서 시내 저속 주행 중에도 1~2단으로 모든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 정도다. 1단에서 엔진 회전을 그리 높이지 않아도 20km/h 정도는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이러한 형태의 모터사이클은 느리다는 편견이 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오른손에 힘을 약간만 주어도 엔진 회전은 순식간에 올라가고, 그와 동시에 속도계 역시 급격하게 치솟는다. 등급은 약간 다르겠지만 캐딜락 CTS-V와 드래그 레이스를 한다고 해도 이길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스카우트가 느리게 주행한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라이더가 주행을 자제하거나 그 자체를 즐기고 있을 뿐이지 못 달려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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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에 스카우트 바버의 앉는 자세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더 해야겠다. 사진 상으로는 실감이 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팔도 다리도 상당히 앞에 있는데다가 엉덩이를 뒤로 빼고 앉아야 하니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되어 허벅지에 약간의 통증이 오기도 했다. 그런데 30분 정도 타고 있으니 또 이게 적응이 되면서 오히려 편안함이 느껴진다. 발을 자연스럽게 스텝에 올리고 있으면 꽉 조이는 형태는 아니지만 자연스러운 니그립 형태도 만들어지고, 이를 통해 팔에서도 힘을 빼고 자연스러운 형태로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속력을 높이면 라이더가 주행풍의 영향을 받는 것은 정해진 이치이지만, 이 자세로 인해 오히려 속력을 내기가 좋아진다. 만약 바람의 저항이 심하다 싶으면, 등을 앞으로 더 숙이면 된다. 이 상태에서 바람이 들어오는 곳은 헬멧 뿐이고, 디자인이 잘 된 헬멧이라면 오히려 주행풍을 흘려버리기 때문에 더 가속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까지 속력에 목말라할 라이더라면 다른 모터사이클을 타야겠지만, 스카우트로 속력을 즐기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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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체를 굳세게 밀어주는 토크 중심이라는 것은 최근 제작하는 터보차저 엔진을 탑재한 자동차들의 대세이기도 하지만, CT6 역시 그런 감각을 전하고 있다. 회전을 높이면 매끈하게 반응하는 것도 그렇다. 주행 능력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지만 굳이 디자인으로, 엔진으로 내세우지 않는다는 점도 그렇다. 물론 곧 등장하게 될 V8 엔진의 CT6 V-스포츠는 외형에서 조금 더 스포티함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역시 캐딜락을 잘 아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소리를 듣고 나서야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엔진 회전은 부드럽다. 그러면서도 크루저 특유의 ‘투둥~투둥’대는 엇박자 음색을 잘 전달한다. 본래 OHV 엔진에서만 들을 수 있는 것이지만, 스카우트는 OHC 엔진을 적용하고 있음에도 이것을 구현한다. 2,500rpm 이상 엔진을 돌리면 약간의 고동과 함께 라이더에게 쾌감을 전달하기까지 한다. 5,000rpm을 넘기면 고동이 진동으로 바뀌게 되지만, 이 영역까지 엔진을 회전시키며 주행할 라이더는 거의 없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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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펜션은 프론트 텔레스코픽, 리어 듀얼쇼크 타입. 프론트는 노면에서의 충격을 잘 걸러내는 데 비해 리어는 좀 더 단단한 느낌을 준다. 조금 높은 속력으로 과속방지턱을 넘었더니 순간적으로 엉덩이가 떠 버렸다. 엔진의 출력을 손실 없이 바퀴에 전달하고, 바퀴가 지면을 미는 힘을 그대로 차체에 전달하기 위해 일부러 이런 세팅을 한 거 같다.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부드러운 승차감을 지니고 있기에 일반적인 주행 속도를 준수한다면 편안한 주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포지션 상 자연스러운 니그립을 하고 있는데다가 무게 중심도 상당히 낮아서인지 덩치를 고려하면 기민한 코너링 성능을 보여준다. 유명한 모터사이클 레이서인 ‘마크 마르케즈’처럼 지면과 밀착할 수는 없겠지만, 일반적인 와인딩 도로에서 코너를 즐기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물론 헤어핀 등을 공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엔진 가드의 존재 이전에 스텝이 먼저 땅에 닿을 것이고 그 뒤에는 차체가 지면과 밀착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투어를 즐기는 중 자연스러운 기울임을 전제로 하는 코너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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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코너링 능력 역시 CT6와 어느 정도 닮아있다. 프론트 멀티링크, 리어 5링크 타입의 서스펜션은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없이도 유연하면서 강인한 코너링을 만들어낸다. 과속방지턱을 지나거나 다소 울퉁불퉁한 도로를 고속으로 주행해도 충격은 유연하게 걸러내면서 하체의 상황은 제대로 운전자에게 전달한다. CT6의 시트가 이를 받쳐주지 못해 아쉬운 것과 스카우트의 넓은 차체구조가 이를 받쳐주지 못해 아쉬운 것이 또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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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우트는 낭만을 노래한다. 중요한 것은 잊혀져 가고 있는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그리면서 그 미래 안에 과거를 놓고 다시금 변화와 진화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과거를 이으면서도 최신 기술로 편안하게 즐길 수 있고 그것이 현대인들이 레저를 즐기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된다. 이동을 즐기는 수단으로써의 스카우트는 상당히 매력적인, 미국의 모터사이클이다.

 

그리고 그것은 CT6도 마찬가지다. 가족을 태울 수도 있지만 혼자서 즐길 수도 있는, 단순히 이동할 수도 있고 이것을 즐기는 수단이 될 수 도 있다. 그리고 미국적이다. 현대적인 미국의 탈 것으로 거듭난 인디언 스카우트와 캐딜락 CT6는 같은 역사를 안고 그렇게 미래를 향해 가고 있다. 그 능력을 온 몸으로, 손과 발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주요제원 인디언 스카우트 바버

크기
전장×전폭×전고 : 2,229×880×1,154mm
휠 베이스 1,562mm
시트고 : 649mm
공차중량 : 242kg
연료탱크 용량 : 12.5리터

 

엔진
형식 : 1,133cc V 트윈
보어 x 스트로크 : 99x74 mm
압축비 : 10.7 : 1
최고출력 : 94hp/8,000rpm
최대토크 9.9kgm/5,600rpm
구동방식 : 후륜구동

 

트랜스미션
형식 : 6단 수동
기어비 : ---
최종감속비 : 2.357 : 1

 

섀시
서스펜션 앞/뒤 : 텔레스코픽/듀얼쇼크
브레이크 앞/뒤 : 싱글 디스크
타이어 앞/뒤 : 130/90R 16 / 150/80R 16

 

성능
0-100km/h : ---
최고속도 : ---km/h
연비 : ---
CO2 배출량 : ---

 

시판 가격
1990~2050 만원

 

(작성 일자 2018년 10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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