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11년을 기다린 신형 랭글러 SUV의 진가

'올 뉴 랭글러' 시승모습 /사진제공=FCA 코리아
SUV(다목적스포츠차량)라는 개념을 만든 ‘랭글러’가 신형으로 돌아왔다. 무려 11년 만이다. 신차 출시 주기가 보통 5~7년인 것을 감안하면 2배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지프 브랜드가 공을 많이 들인 차량이다.

파블로 로쏘 FCA코리아 사장은 "모든 페라리가 서킷을 질주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듯이 모든 지프는 오프로드를 달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SUV의 도심주행 성능이 강조되고 있지만 오프로드 주행을 포기하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랭글러’의 진면목을 보이기 위해 FCA코리아는 신형 ‘랭글러’의 시승코스를 강원 평창군 흥정계곡으로 잡았다. 험로를 거뜬히 질주하는 ‘올 뉴 랭글러’의 참맛을 선사하기 위해서다.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올 뉴 랭글러 사하라’ 모델을 타고 계곡 속 험한 산길과 바윗길을 달렸다.

윌리스 MB /사진=김남이 기자
윌리스 MB /사진=김남이 기자
‘랭글러’는 시작은 1941년 전쟁을 위해 제작된 ‘윌리스 MB’다. 세로 모양의 그릴과 양옆의 원형 헤드라이트, 박스형 차체는 이때부터 이어지고 있다. SUV라는 개념을 만든 차인 만큼 디자인 측면에서는 크게 손볼 곳이 없는 모델이다.

실내는 세련되게 바뀌었다. 센터페시아에는 8.4인치 터치스크린이 달렸고, 운전석에도 7인치 디지털 클러스터 디스플레이가 장착돼 직관적으로 차량의 상태를 알 수 있었다. 차내 바닥에는 배수 밸브가 있어 물로 실내세차를 편하게 할 수 있다.

지난 모델까지 열쇠를 돌려야 했던 시동 방식은 버튼으로 바뀌었다. 전 모델도 엔진의 정숙성은 뛰어난 편이었는데 ‘올 뉴 랭글러’에서는 더 개선됐다. 가속 페달은 가벼웠고, 전 모델보다 일반도로에서 회전과 가속 능력 모두 좋아졌다. 사실 이전 모델의 경우 주행감이 무거웠는데 ‘올 뉴 랭글러’에서는 그 점이 사라졌다.

'올 뉴 랭글러' 내부 모습 /사진=김남이 기자
신형 ‘랭글러’는 새로운 2.0리터 터보차저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 변속기가 장착됐다.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힘을 낸다. 기존 3.6L V6 엔진보다 뛰어난 성능이다. 11년 동안 발전된 지프의 엔진 기술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랭글러’의 진가는 험로에서 나타났다. ‘4륜 하이 오토’ 모드로 산길을 가볍게 달렸다. 일반 도로와 차이점을 느낄 수 없었다. 물이 흐르는 계곡의 바윗길에서는 ‘4륜 로우’로 모드를 바꿨다. 바퀴에 힘을 더 쏟기 위해서다.

‘랭글러’는 덜컹 거리며 미끄러운 바윗길을 거침없이 달렸다. 동승자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 든다고 할 정도로 거친 길이었다. 가파른 언덕길도 문제없었다. ‘랭글러 사하라’ 모델의 표준 연비는 리터당 9km지만 이날은 대부분 험로를 달려야했기에 리터당 5km 정도가 나왔다.

'올 뉴 랭글러' /사진=김남이 기자
시승을 마친 뒤 느낀 점은 오프로드에서 신형 ‘랭글러’를 따라 올 모델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전 모델과는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랭글러’를 기다리던 고객에게는 좋은 소식이다. 다만 이날 시승에서는 고속주행을 해볼 수가 없어 아쉬웠다.

차량 가격은 △올 뉴 랭글러 스포츠(4940만원) △올 뉴 랭글러 루비콘(5740만원) △올 뉴 랭글러 루비콘 하이(5840만원) △올 뉴 랭글러 사하라(6140만원)이다. 오프로드 주행을 즐기는 경우엔 합리적인 가격일 수 있지만 도심 주행을 함께 고민하는 소비자의 지갑이 열릴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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